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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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2주 정도 남긴 시점에서 공개된 '신 고지라'의 2차 예고편입니다.
그동안 실망에 가까웠던 신 고지라의 행보에서 이번 예고편은 실망과 놀라움을 동시에 주는 예고편이라 하겠네요.
우선 고지라의 움직임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이동할 때의 육중한 느낌은 뭐 확실히 괜찮다 싶습니다만, 도대체 왜 달려있는건가싶은 기형적인 팔이나, 그에 비교되는 지나치게 길고 살랑거리는 꼬리 등이 어색하네요. 특히 꼬리는 그렇다치고 손의 움직임은(예고편에 나온 것만으로 보자면)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고지라하면 그 육중한 팔로 건물을 때려부수는게 일종의 아이덴티티 아니었나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뚜벅 뚜벅 걸어다니기만 하다니.
다만, 그 외의 부분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압도적이기까지한 묵시룩적 분위기. 음악 한번 기막히게 잘 골랐다니까요. 레전더리판 고지라가 보여준 대자연 그자체의 위용도 굉장했습니다만, 신 고지라가 보여주는 위용은 또 다른 맛이 있군요. 인류가 퍼붓는 압도적인 화력을 그대로 뒤집어쓰면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고지라의 모습은 대단히 무게감넘칩니다. 헐리우드에선 아쉽게도 잘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죠. 미군이 고지라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취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레전더리판 고질라가 대자연이라면, 신 고지라는 대재앙이랄까요. 두 고지라가 보여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눈이겠죠. 품격있는 맹수의 눈을 한 레전더리 고질라에 비하면 쾡한 흰자위를 다 드러낸 신 고지라는 대단히 악의적인 디자인이네요.
안노 히데아키라는 감독에는 딱히 호의도 악의도 없습니다만, 이번 신 고지라는 부디 성공하길 바랍니다. 이제는 황혼길로 접어든 괴수물이라는 늙은 장르가, 헐리우드의 재단장에, 그리고 원조의 응원을 받으며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 고지라는 일본 현지에서 7월 말 개봉합니다.
본문 먼저 보고 영상을 봤는데 저도 생각이 거의 비슷하네요.
컨트롤 타워의 망연자실한 인물들이 상황을 그대로 설명해 주는 장면하며, 고지라 디자인에도 별 불만 없습니다만 저도 팔은 영 아닌 것 같습니다. 팔은 흉칙하다 문제 이전에 아예 움직이질 않는 것 같아서 영 어색해요.
이쯤 되면, 혹시 제작진이 일부러 저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이번 고지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혐오감이죠. 네, 굉장히 혐오스러워요. 그 동안의 고지라들은 무섭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고지라는 아예 그걸 넘어 섰습니다. 미화할 구석이 거의 없어요. 그 동안 괴수물은 아이들에게도 어필했는데, 과연 아이들이 이번 고지라 모습을 좋아할까요. 솔직히 저걸 좋아하거나 완구를 구입할 아이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건 2차 판매에 상당히 치명적이죠. 그럼에도 제작진은 저런 디자인을 고집했고, 그만큼 고지라를 재앙 덩어리로 묘사하려는 듯합니다. 1954년 원작을 뛰어넘어 진짜 무시무시한 파괴신을 보여주려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고지라가 기묘하게 꼬리를 흔들거나 팔이 괴상하게 생겼거나 이런 것들도 이해가 갑니다. 단순히 기술력이 부족하다기보다…. 좀 더 고지라를 혐오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죠. 확실히 고지라의 팔 모습은 기괴하니까요. 어쩌면 그저 연출 실수일 수 있지만, 제작진의 의도도 어느 정도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개인적인 추측이고,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연출 실수라고 해도 기이한 움직임이나 팔 모양은 혐오스러운 고지라를 강조할 겁니다. 비록 뒷걸음하다가 쥐 잡는 격이지만, 나름대로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혐오스럽게 생긴 놈은 어색하게 움직여야 그럴 듯하겠죠. 너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그것도 좀 이상하지 않을지.
저는 고대 생태계 개념을 도입한 2014년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본토보다 이쪽 속편을 더 기대했는데, 가렛 에드워즈가 속편 감독에서 물러났다고 하더군요. 이게 속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레전더리는 <킹콩 대 고지라>를 계획하는 듯한데, 솔직히 별로 마음에 드는 행보가 아닌지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지라와 킹콩이 싸우는 게 좀…. 물론 괜찮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컨셉은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기껏 고지라를 그럴 듯하게 뽑아놓고, 또 다시 쌈마이 괴수물로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퍼시픽 림>으로 충분한데 말이죠. 레전더리 고지라는 계속 고대 생태계와 대자연의 위엄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