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역사 포럼
역사 속의, 또는 현대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과 관련한 뉴스 이외에 국내 정치 논쟁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해 주십시오.
M-14는 미군이 소구경 경량탄을 사용하는 돌격소총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30-60탄의 길이를 줄여서 개발한 7.62mm NATO탄을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전투소총입니다. 지금은 모습이 많이 바뀐 개량형들이 많습니다만 나무스톡을 쓰는 모델들은 2차 대전의 볼트액션 소총이나, 반자동 소총들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외형이었습니다.
2차 대전때에 미군의 소총이라면 스프링필드 M1903이라든지, M-1 개런드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데 그중에서 M-1개런드는 미군이 2차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중에 하나로 꼽히기까지 하는 녀석이라더군요.
M-14는 생긴 것이 옛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2차 대전에서 사용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각했는데 만약 개런드 소총 대신에 M-14의 반자동 모델을 주력으로, 자동이 되는 녀석은 분대지원화기로 쓰는 식으로 2차 대전당시의 미군의 제식소총으로 사용하였다면 어땠을까요?
일단 10~20발짜리 박스형 탄창을 사용하니 장탄수가 늘어나고, 길이가 길고, 무거우니 그런 불편함도 있을테고, 좋은 점이나, 나쁜 점이 꽤 여러가지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탄수 늘어나고, 클립을 안 쓰니까 장전은 훨씬 편했겠죠. 그와 더불어 사격도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지. 샤프 슈터를 운용해도 M-14의 명중률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정비 문제는, 음, 이건 잘 모르겠군요.
베트남전에서 M-16이 나올 때의 물건이니 뭐로 봐도 2차 대전에 나온 M1보다는 나으리라고 봐요.
2차 대전 때 M14를 사용했다면...음, M14가 사실 개런드에 탄창 단 정도의 물건입니다. 이미 2차 대전 중에 개런드에 20발짜리 BAR 탄창을 사용하는 모델이 테스트되고 있었고, 자동으로 개조된 모델도 있었으며 그걸 기반으로 해서 나온 물건이 M14입니다.
관심없는 사람 보면 같은 총인줄 압니다.
개런드는 반자동 사격이 가능했기 때문에 독일의 KAR98K나 일본군의 아리사카 소총보다 퍼부을 수 있는 화력이 많았고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만들어줬죠. 개런드가 채택되었던 게 1936년인데 이때까지도 반자동 소총이란 건 기술적으로 꽤 도전성 있고 혁신적인 물건이었습니다. 거기에 20발 탄창 같은 것까지 적용했다면 미군은 말 그대로 미래군이겠지요.
2차 대전 초까지만 해도 반자동 주력 보병소총도 개런드가 거의 유일했고 탄창을 사용하는 주력 보병소총은 리엔필드가 거의 유일했고, (뭐 잠시 나왔다 사라지거나 널리 쓰이지 못한 물건은 좀 있습니다. SVT-40처럼.) 그나마도 리엔필드는 탄창은 정비용으로 분해가 쉽기 위해 달아놓은 것이었지 여분의 탄창 휴대하고 다니면서 갈아끼는 식의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재장전은 클립을 사용했죠.전쟁 말기 되면 다른 국가들도 G43 같은 탄창식 반자동 소총으로 넘어가기 시작하고 개런드만의 우위는 약화되긴 합니다만...M14를 사용했더라면 탄창이 20발이었고 자동으로 긁을 수도 있으니 더 유리한 점이 있긴 했겠죠.
한편으로 BAR를 대체한다는 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M14의 경우 베트남에서 반동이 강해 자동사격이 어려웠고 아예 자동사격 기능을 없애버렸다는 증언이 종종 보이죠. 비슷한 물건인 FAL만 해도 영국군은 자동사격 기능이 아예 없는 물건을 썼고요. 탄약을 따지자면 BAR가 쓰는 게 더 강력하고 따라서 M14보다도 반동이 강해야 하지만 대신 총 자체가 워낙 무겁기 때문에 자동사격시 조준하기가 더 쉽습니다.
만약 미군이 개인화기로 20발 탄창이 들어가는 소총을 지급할 만큼 '깨어' 있었더라면 분대지원화기는 최소 한 30발이나 40발은 넘게 들어가는 물건을 굴리려 했겠죠. 근데 BAR 탄창을 30발로 늘리려면 너무 길어져서 엎드려쏴가 불편하고 아무래도 뭔가 새로운 걸 만들려고 했지 않을까 합니다. 브렌처럼 탄창을 위로 올리던가 아니면 아예 탄띠식 기관총을 운영하던가...군 교리라는 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니 그러긴 힘들었겠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니까요.
일단 말씀하시는게 스프링필드탄이라면 그건 30.06입니다.
M14의 레버없는 버전의 경우 민간용으로 제시된건데 사실 그렇게 되면 기술적으로는 탄창급탄식 M1과 다를게 없습니다. 오히려 무게는 더 나가죠.
그리고 탄창급탄이라는게 사실 자동사격의 등장으로 인해 대용량 급탄체계가 필요하면서 제시된겁니다. 이미 미군은 대전중 M1게런드에 20발 탄창을 장착하는 것을 생각했으나, 굳이 별개예산을 통해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지요. 까놓고 말해서 그땐 클립으로도 충분 했다고 생각했든요.(불충분했다고 생각했다면 M14를 채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동발사식 M14를 2차대전때 병사들에게 제공했다면 미군 보병전투력은 압도적인 화력구성이 가능했겠지만, 반자동식 M14를 배치했다면 그건 그닥 나을게 없습니다.
자동식을 분대지원화기로 쓰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2차대전 기간동안 화기기술의 발달은 엄청난 수준입니다. 미군이 M14수준의 연사화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데다가, 탄창없이 9키로에 달하는 쇳덩이를 분대지원화기로 뿌리진 않았을겁니다. 당장 제강기술만 해도 2차대전 이후에 제시된 총화기와 이전에 제시된 총화기의 금속 내열, 내구성은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ps. 사족입니다만, 베트남전 당시 M14의 연사반동이 지나치게 강했다는 주장이 있는건, 총이 비교적 가벼워 반동흡수가 안되는데다가(RPD가 8키로 가량) 분당 사격속도가 700발(RPD가 650발)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반동제어를 할 방법(양각대나 무게추, 혹은 머즐 스테빌라이저(이 경우 양각대 없이는 쏘기 애매했겠지만)등)을 찾았다면 나름 분대지원화기로도 괜찮았을지 모릅니다. 육공이 없었다면 말이죠.
사족...이지만서도 RPD는 AK용 7.62mm M43탄 쓰는 물건이니 M14나 M60과 비교할 물건이 못되죠. 8킬로그램이나 나가지도 않을 듯 싶은데...BAR과 비슷한 물건을 따지자면 데그차례프 같은 물건과 비교하는 게 옳을 겁니다. 그놈도 9킬로그램에 달하는 쇳덩어리지만 47발짜리 접시탄창을 쓰기는 했죠. 탄창 자체는 좀 사용이 불편했다고 합니다만.
2차 대전 무렵에 M14와 비교할 만한 물건이라면 아마도 AVS나 FG42 정도가 있겠지요. 전자는 개런드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지만 신뢰성이 많이 부족했고 후자는 전쟁 초기에 나와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니(양각대 달고서도 연발은 여전히 버거웠겠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했을 것이라 봅니다.
음.. M1 과 M1918 이 같이쓰였으니(각각 반자동/자동) 그자리를 바꾸는정도밖엔 차이가 없었지 싶은대요..
장전은 조금 편했을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