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역사 포럼
역사 속의, 또는 현대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과 관련한 뉴스 이외에 국내 정치 논쟁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해 주십시오.
비명과 고함, 무기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난무한 전쟁터에서 그것도 적들과의 살육전으로 정신이 없을 때, 예상치 못한 변수발생으로 진법을 변경해야 할 사항이 생겼다면, 이럴 때 어떻게 진법 변경 명령을 내리나요? 그리고 병사들은 그런 명령이 내려왔다는 걸 어떻게 알아챌 수 있었을까요?(나 살기 바뻐 죽겠는데... --;)
흔히 사용한 방법은 북과 징, 나팔, 깃발, 연, 불화살 등이 있겠네요.
임기응변으로 진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리 훈련된 대로 움직이게 하는 방아쇠를 쓰는 수밖에 없죠.
드라마 <로마>에서 보면 첫 화에서 백인대장이 호각을 불어서 신호를 내리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삼국지> 등에서는 북이나 깃발로 신호를 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 <아우스텔리츠 전투>에서는 안개가 심한 상황에서 음악을 연주하여 암호를 주고 받거나 명령을 내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뿔피리를 부는 것도 있군요.
작품은 기억나지 않지만, 불꽃과 소리가 나는 화살을 날리는 장면이 종종 보입니다.
이처럼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체에 신호를 보낼때는 큰 소리나 큰 깃발, 연기, 등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처음에 지시를 내리고 각각에 따라 행동을 취하는 것입니다.
가령, 북은 전진, 징은 후퇴...라는 식으로 미리 지정을 해 둡니다.
당연히 세밀한 지시는 어렵습니다. 북을 치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복잡하게 하면 할수록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시끄러운 전장에서는 북소리를 듣는 것만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깃발이라면 좀 더 다양한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전투가 진행되면 먼지가 심해지고 시야가 제한됩니다.
때문에 깃발은 주로 배에서 사용했습니다. 거리가 있는데다 바다에서는 습기가 심해서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으니까요.
그때그때 깃발을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했던 것입니다.
한편, 복잡한 명령을 내릴 때는 전령을 쓰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나폴레옹 같은 이들이 뒤의 언덕에서 상황을 내려보내다가 전령을 보내서 지시하는 것입니다. 전령은 때때로 명령을 알리는 깃발을 매달고 달리는 방법으로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단 전령으로부터 명령을 받으면 야전 지휘관은 그들이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주변에 지시합니다. 여러 부대로 이루어진다면, 각 부대마다 지시 방식이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부대의 명령을 듣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든 게임에서 보는 듯한 세밀한 조작은 불가능합니다. 세밀하게 명령을 내리다간 도리어 엉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부대에 명령이 전달된다는 법도 없으니까요. 이것을 잘 하는 것도 지휘관의 능력이었습니다. 주변 상황을 잘 살펴서 명령이 충분히 먹히겠다 싶을 때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여담) 군대로서의 완성도가 높으려면 명령 체제가 잘 되어 있어야 하며, 하사관급의 지휘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로마의 백인 대장이나 몽골의 백기장 같은 이들이 그 역할을 맡는데, 100명 정도의 부대는 한 사람의 명령으로, 그리고 한사람을 따라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를때는 무조건 하사관 주변에 모여서 적에 맞서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100명이 한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00명의 부대가 1사람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고, 그런 사람 10명이 또 1명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고, 다시 10명이 한 사람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으로 몽골은 1만명의 부대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로마는 백인 대장 10명이 모여 1개 부대를 이루고 다시 6개가 모여 군단을 이루는 방식으로 역시 유기적인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충실한 방식을 구성하려면 평소에 충분한 훈련을 해야만 합니다. 로마나 몽골은 항상 이런 체제를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당시대 최강의 군대를 만든 것입니다.
전원이 일치단결하여 움직이는 로마군은 1개 군단(6000명)으로 수만의 야만족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몽골은 불과 수만명으로 당대 최강이라는 금나라를 물리쳤습니다.
백병전이라고 해도 전장 전체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상태는 아니니까요. 그런 상태면 그냥 혼전입죠 'ㅂ' 진이고 뭐고 안통하는..;
그렇지 않을 경우엔 각 부대장에게 전령을 보낸다던가, 나팔 신호를 쓴다던가, 깃발 신호를 쓴다던가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병사들에게 들리는 건 각 단위 부대장의 구령과 나팔 신호 정도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