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역사 포럼
역사 속의, 또는 현대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과 관련한 뉴스 이외에 국내 정치 논쟁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해 주십시오.
사실 문명이라는 말은 물질적 기술적 산물이라는 측면이 강한 용어 입니다. 그리고 문화는 사람의 행동 양식, 정신적 가치의 산물로 정의 되겠죠.
물론 단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그 품는 함의가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문명의 의미는 문화 +지식 입니다. 문화 보다 더 큰 개념이라는 의미죠.
문화라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환경과 밀접합니다. 또 오랜 세대간에 걸쳐 쌓여온 무었이죠. 그것이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긴 세월 없이는 쉽게 숙성되지 않는 것이 문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지식이라는 것은 아시다시피 개개인이 열심히 공부를 함으로서 쉽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와는 조금 독립적이죠. 이러한 문화와 지식이 합쳐진 것이 문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아프리카나 이런 나라들은 이러한 문화가 아직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서구문명을 오랫동안 접하고도 문명을 제대로 발전 시키지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시대는 지식의 발전은 보잘 것 없었지만 문화의 발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숙성되었던 사회라고 느껴집니다.
문화라는 것이 우리가 그냥 살아가면서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이 이 것의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박정희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더라면 아프리카 사회를 바꿀 수 있었을까요?
이걸 비유적으로 설명한다면
한국 사회에서는 지도자가 "산을 옮겨라"라고 명령한다면 되든 안되든 진짜로 사람이 삽으로 파건 포크레인으로 뜨건간에 산을 옮겨 버립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지도자가 "산을 옮겨라"라고 해도 아무도 산을 옮기려 들지 않죠. 그걸 어떻게 옮겨... 하고 변명을 대겠죠.
이를 한국의 발전 요인은 "탄탄한 관료 제도" 때문이다라고 설명한 역사학자도 있었지요.
일제에서 해방되었을 때 일화 입니다.(할아버지의 회고록) 해방되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뛰쳐 나온 사람중에 일부가 일본 경찰서등을 파괴, 약탈하려 했습니다. 이에 할아버지가 나서서 "이제 일본은 물러갔고 이 것은 모두 나라 재산이 되었다. 우리 것을 파괴하느니 다시 잘 쓰는게 옳다."하니 사람들이 맞다고 모두 물러서더랍니다. 그리곤 할아버지는 청년단장이 되어 통제 하면서 도망갔던 면서기 등도 다시 불러서 일단 행정을 복구하여 나중에 정식으로 정부에서 관료가 파견되었을 때 인수인계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전기가 끊겨 암흑이 되었다고 당장 약탈이 벌어지는 서구의 도시와는 조금 다르지요? 당시 상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비슷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사람간의 '신뢰'라는 재산의 양이 다르다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상부상조하는 문화는 어찌보면 대단 한 것입니다. 그냥 무작정 믿고 당장 돌아오는 댓가가 없더라도 남을 돕고 보는 문화니까요.
철저한 계약관행이 필요한 서구에서는 하자고 해도 쉽게 할 수 없는 문화 입니다.
한국 사람이 외국에 나가면 제일 먼저 당하는 것이 '사기'다라는 말도 한국에서는 구두로 대충 때워도 별탈없이 이루어지던 일들이 '계약서'가 없으면 뒷탈이 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의 발전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세대의 교체 속도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술적인 부분은 서구를 쉽게 따라잡고 있지만 정치 문화만은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이 것도 외국사람이 보면 무척 빠른 것이라고 합니다만...)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3대 세습을 하고 국민을 억압해도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즉 우리나라가 긴 역사기간 쌓아온 사람간의 '신뢰', 즉 문화라는 재산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한국의 발전도 이 문화라는 재산을 기본으로 한 만큼 이 재산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느냐 아니면 재산을 좀 더 불리고 있느냐 하는 것을 따져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저는 까먹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간의 믿음과 신뢰가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 느낌이니까요. 제 착각일까요?
한국이 오랫동안 문명국가로 남아 있으려면 지식과 문화 이 모두를 소중히 간직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ps:문뜩 떠오른 어떤 생각을 싸지르고 보니 표현도 어렵고 수습도 어렵군요... 조금 수정했습니다.
흥미로운 사례를 보게 되었네요. 생각해 보면, 독립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시설의 파괴에 대해서는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한가지 흥미로운 점일 수 있겠군요.
다만, 이것이 사람에 대한 신뢰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는 조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나랏님 증후군'(나랏님이 알아서 하시겠지.)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