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4년 워싱턴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를 예측하여 체포하는 미래 범죄라는 시스템이 존재했다. 미래 범죄 조직은 초능력을 가진 예언자를 이용해 범죄가 일어날 시간, 장소, 사람을 미리 예측하고 앞으로 사건을 일으킬 범죄자를 체포, 격리하여 범죄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가족을 잃은 상처 속에 미래 범죄 시스템의 운영에 최선을 기울이던 팀장 존 앤더튼은 어느 날 시스템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온 것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상황. 이대로는 자신이 격리되고 만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직에서 도망친 앤더튼은 홀로 사건 해결에 몰두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만나서 탄생한 작품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블레이드 러너>나 <토탈리콜> 등의 원작자인 필립 k. 딕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미래 범죄라는 기본 골격은 가져왔지만, 이를 이용한 권력 싸움, 그리고 주인공이 미래 범죄 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원작과 달리, 음모에 휘말린 주인공의 시점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흥미로운 이야기로 새롭게 다듬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예언해서 범죄를 막는다는 가능성이지만, 또 하나 미래 세계의 독특한 모습이 충실하게 보인다.
  조직에서 벗어나 도망치던 앤더튼. 그의 눈앞에 앉아 있던 사람의 전자 신문에는 미래 범죄 조직의 앤더튼이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다는 소식이 떠오른다. 기사에 쫓기듯 도망쳐간 쇼핑가에서는 그의 정보를 읽은 쇼핑몰의 시스템이 그가 평소 좋아하던 물건의 광고를 보여주며 구매를 권한다….
  이런 시스템은 범죄자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미래 범죄 시스템은 거리 각지의 광고 시스템을 통해 앤더튼의 위치를 파악하고 추적할 수 있으니까.
  이처럼 정확하게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개인 정보의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소비자에게는 뜻밖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가령,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다이어트를 한다는 정보를 등록시키는 것만으로 각지의 음식점에서 자신에게 경고문을 내어주게 할 수도 있다.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실을 동네방네 떠들고 싶은 이는 별로 없겠지만(어차피 밖에도 운동하면 다 보이게 마련이다), 휴대전화 메시지 같은 것으로 전해주게 한다면 남에게 들키지 않고 자신의 ‘다이어트 맹세’를 되새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단골 옷가게에 자신의 취향을 등록해 두면, 가게 앞을 지나가는 것만으로 취향에 맞는 신상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게 나왔다.’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찾아갔지만, 이미 제품이 떨어져 사지 못한 기억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이런 시스템이 얼마나 편리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식점이나 옷가게에 그치지 않고, 관광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를 찾거나 친구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사는 등.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는 자칫 잊을 수도 있는 사실들을 상기시키고 쇼핑 등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도우미가 될 수 있다.

  전자종이로 만든 신문에서는 실시간으로 뉴스가 갱신되며, 그중에서 내게 맞는 기사를 전해주고, 필요하다면 스크랩해서 별도의 네트 공간에 저장해 준다. 자신의 취향을 입력하면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필요한 것을 간단히 찾을 수 있고, GPS와 연결하여 가고 싶은 맛집이나 관광지를 소개해 준다.
  물론, 관광지에서는 별도의 비용을 낼 필요 없이 각 관광지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전해주고, 그 안내에 자신의 평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는 여행자나 소비자에겐 최고로 편리한 환경이지만, 우리 자신의 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비 범죄자가 되어 쫓기는 상황에서 ‘앤더튼님, 이 물건 어떠세요?’라고 묻는 광고를 보게 된 앤더튼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이따금 이런 광고를 끄는 기능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광고 끄기> 역시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루어지겠지만….

poster_minority_report.jpg 

< 마이너리티 리포트 > 정보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원작 : 필립 K 딕
배우 : 톰 크루즈, 막스 폰 시도우, 콜린 파렐 외
개봉 : 2002년
제작 : 드림웍스 픽쳐스 /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여담) 영화 <해리포터>의 예언자 신문에는 마법이 걸려 사진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법은 대단하다.’라고 감탄할지 모르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의 신문 역시 동영상으로 다양한 뉴스를 보여준다. 예언자 신문과는 달리 총천연색…. 게다가 실시간으로 갱신까지 되지, ‘아주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같다.’라느 SF 속의 법칙(아서 C 클라크의 3법칙)이 떠오른다.


  이 글은 영화를 영화적 완성도가 아니라 그 속의 SF 기술을 기준으로 살펴본 글이다.
  한국 인터넷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미래 사회 스토리 공모전(
http://www.fistory.kr/)"과 관련하여 상상을 돕고자 기획해 보았지만, 이벤트와 무관하게 꾸준히 진행해 볼 예정...

  참고로, "인터넷 미래 사회 스토리 공모전"은 이번 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관심 있는 이들은 한 번 찾아보길 권한다. 이벤트 상품은 매우 푸짐한 것 같으니...^^

profile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블로그 : http://spacelib.tistory.com
트위터 : http://www.twitter.com/pyodogi  (한글)    http://www.twitter.com/pyodogi_jp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