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re the Mythbusters?" 인트로 음악은 아직도 안 질리는군요. 인트로에서부터 일부러 유행어 만들어먹는 수법도 맘에 듭니다. Rise, my son!

미쓰버스터즈를 드디어 다 봤습니다. 뭐, 아직도 방영 중인 시리즈이고 예전부터 케이블에서 조금씩 보긴 했지만 아무튼 간에 말예요. 자막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조금씩 보니까 오래 걸리네요. 국내에서 방영할 때는 호기심 해결사라는 좀 희한한 제목으로 틀어줬었는데, 확실히 과학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뭔가 가볍고 코믹한 리얼리티 쇼에 가까운 느낌이 물씬 납니다. 디스커버리는 다큐멘터리 채널 딱지 붙이고 있는 주제에 다큐라긴 좀 애매한 물건들을 잔뜩 만들긴 합니다만...

뭐 컨셉은 다들 아시겠죠. 소위 미쓰Myth - 신화라기보다는 근거없는 소문이나 믿음 같은 것 - 를 실제로도 그런지 실험해보는 프로 말입니다. 사실 미쓰버스터에서 해치우는 실험이라는 것들은 샘플 수가 지나치게 적은 경우가 많고 예산과 시간의 한계 하에서 '실패는 항상 가능한 일이다Failure is always an option'이라며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보이기에 좀 엉터리다 싶을 때도 있긴 합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자신들도 인정했듯 과학자가 아니라 공학자에 가깝고 덕분에 과학 관련해선 실수들도 종종 보이지만, 사람들은 실험실해서 같은 실험 수십 번 반복하는 걸 재미있어하진 않을 테고 반박문 날아와서 재실험도 가끔 하니까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알아내기 위해서 이것저것 뚝딱뚝딱 만들어내서는 잔뜩 준비하고 에피소드 끝까지 긴장 고조시켜서 최후의 순간에 결과를 보여주는 수법은 7개 시즌 지나고 나서도 꽤 잘 먹힙니다. 뭐든 많이 터뜨리고 뭐든 부수고 보자는 마인드 역시 맘에 들죠. 나중 가면 질리지만서도, 아직 폭약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고작' 11톤밖에 안 썼다는군요.


-"I reject your reailty and substitute my own."


-"When in doubt, C4!"

물론 '쇼'의 관점에서 보자면 캐릭터성도 정말 괜찮죠. 오리지널 멤버인 제이미와 아담은 확실히 성격이란 면에서 완벽한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도 꽤나 잘 어울립니다. 한 사람은 말이 지독하게 없고 말주변도 없으며 남이 써준/미리 준비해둔 대사 읽을 때는 너무나도 티가 잘 나는(요즘 와서 좀 좋아지긴 한 것 같습니다만) 무뚝뚝한 캐릭터지만 다른 한 사람은 너무 까불어서 탈이고, 놀랍게도 이 두 캐릭터는 실존하면서도 개성이 넘치고 또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더 중요한 건 경력도 다양하고 실력이 있다는 거겠지만요. 두 사람 다 영화 특수효과 관련해서 꽤 경력이 있는 건 당연하고, 제이미만 해도 러시아어 번역가에 군 복무에 공학 박사 학위에 스쿠버다이버, 선장, 생존전문가, 동물 조련사, 애완동물 가게 주인, 기계공, 요리사, 콘크리트 검사관까지 온갖 일들을 다 거쳤고 애덤도 연기 학원을 5년 다녔고 목수나 애니메이터, 그래픽 디자인, 모형 제작, 완구 설계까지 이런 '미쓰버스팅'을 해치우기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진공성형이나 선반 같은 걸 능숙하게 다루는 것부터 시작해서 RC니 뭐니 온갖 것들을 다 보게 되죠. 작업장이 딸린 맥가이버 팀이랄까요. F/X였나, 특수효과 담당하는 사람이 이런저런 사건 해결하는 TV 드라마가 예전에 나왔었는데.


-뭐, 적절한 몸개그도 괜찮기는 하죠.

반면에 나중에 추가된 빌드 팀의 세 명은 확실히 좀 인공적입니다. 스카티는 중간에 불화로 떠났으니 제하고, 캐리가 잠시 출산 휴가 갔다 돌아온 후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세 명은 예쁜이-기크-터프가이의 캐릭터 컨셉을 애초에 설정하고 들어온 듯 하지만 확실히 개성이랄 게 부족하고 덕분에 대부분의 행동이 좀 인공적으로 느껴지며 대본 따라서 뻣뻣한 연기 해내는 건 때때로 보기 괴로울 정도죠. 대신 외국 인터넷 게시판 보면 젊고 잘생겼다고 팬들이 좋아하는 성 싶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역시 실력은 있으니 말예요. 어쨌건 이 시리즈에서 뭐 만드는 건 빨리감기는 할지라도 전부 다 화면에 나온 사람들이 만드니까요.


-스타 트렉 TOS의 '그 유명한 비디오'의 패러디. 빌드 팀 보고 웃은 건 여기가 개인적으로 거진 처음이었습니다. -_-

아마도 미쓰버스터즈는 디스커버리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프로그램 중 하나일 테고, 이런 쇼적이고 가벼운 면모가 대중적으로 인기 끄는 데 큰 역할을 했었겠죠. 덕택에 인기 좋아서 다른 채널에서도 브레이니악이니 하는 아류작들이 잔뜩 나왔지만, 당연하게도 원판에 도달한 물건은 아직 없어 보이긴 하고요. 브레이니악은 그네들 한 실험이 엉터리였다고 미쓰버스터 쪽에서 디스까지 했어요. 심지어는, 보다가 느낀 건데 KBS 스펀지에서 베껴간 소재도 여럿 있습니다. 초고속 카메라 자주 써먹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물에 빠진 자동차나, 조정경기용 보트로 수상스키타기 같은 소재들을 여럿 가져다 쓴 게 분명해 보이더군요. 과녁에 이미 꽂혀있는 화살을 또다른 화살로 맞춰서 쪼개기 같은 경우는 미쓰버스터에서는 화살로 다른 화살의 끝을 맞추는 건 충분히 가능하지만 나뭇결이 있고 단면적이 좁아서 정확히 반으로 쪼개는 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데 반해 스펀지에서는 한국 양궁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 데려다 화살을 맞추는 장면 보여주고는(보다 정확히 말해서는 '화살보다 조금 큰 튜브' 안에 정확히 쏘아넣는 장면을 보여주고는) 우리 민족은 원래 활을 잘 쏴서 어쩌고저쩌고 하고 끝냈던 기억까지 납니다.

아무튼 제가 쓰는 감상글은 재미가 없어서 별 의미도 없으니까 늘상 하는 비디오 도배질로 들어가서 (아, 이미 하고 있었군요. 괜찮아요, 비디오의 비중을 글보다 더 늘리면 되는 거니까) 스케일 크고 인상깊었던 것들 몇 개 뽑아볼까 합니다. 사실 웬만한 에피소드들은 다 흥미로운 소재를 최소한 하나 이상은 다뤄줬었지만서도, 아, 이것도 스포일러인가요? 아무튼 인기가 워낙 좋으니까 유튜브에서 올라온 비디오만 해도 전체 에피소드의 1/2 이상은 공짜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유튜브는 대체 이 많은 비디오들을 집어넣을 서버 비용이 어디서 다 날까요.


-바로 첫 화의 JATO 이륙보조로켓을 장착한 자동차부터 시작합니다. 나중에 스케일 키워서 재시도했을 때는 결말이 안 좋았었지만서도요.


-락커가 생 목소리만으로 유리잔 깨기.


-공진으로 다리 무너뜨리기. 뭐 실패했지만 저 군화들은 귀엽잖아요.


-카 오디오로 자동차 부수기. 160 데시벨 이상의 엄청난 고출력을 가진 오디오도 있지만 실패했고 결국엔 자동차 엔진 크랭크축을 따와서 그걸 동력으로 직접 가동되는 초고출력 스피커를 만들죠.


-종이를 7번 이상 접는 게 가능한가? 네 가능합니다. 축구장만한 종이를 쓰면요.


-보잉 747기는 수십 미터 뒤를 지나는 승용차는 물론이거니와 스쿨버스도 장난감처럼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


-납으로 풍선 만들어서 헬륨 채워 날리기. 이런 대규모 제작 역시 종종 나오죠.


-각종 영화의 장면 역시 좋은 소재가 됩니다. 고전 떡밥인 '비행기 조종할 줄 모르면서 관제탑 지시만으로 착륙하기'인데, 실제로 가능하더라고요. 다이하드 2에 나왔던 연료에 불붙이기 역시 시도했었는데 비디오가 어디 갔더라...가만, 그러고보니 그것도 스펀지에서 따라했었군요. 미쓰버스터에서는 트럭으로 했었는데 거기선 RC 비행기로 했던 걸로.


-소방호스의 수압만으로 자동차를 공중에 띄우기.


-커피 크림으로 분진폭발 일으키기. 흠, JATO 건도 그렇고 프리폴 작가 미쓰버스터 보는 듯?


-페이지를 겹쳐놓은 전화번호부를 수평으로 당겨서 뜯어내는 데는 8천 파운드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


-보일러 관리를 잘 해야 하는 이유.


-속도만 충분히 빠르면 자동차로도 물수제비를 뜰 수 있다는 것. 스노모빌쯤 되면 아예 물 위를 달릴 수도 있습니다.


-화차아아아아! 신기전과 화차는 이미 예전에 국내에서 복원했던 걸로 기억하고 크레딧 올라갈 때 보면 국내에서 자료 제공해줬다는 것도 나오며 "Myth" 역시 아닌데 화면발이 좋을 거라 생각했는지 재현해줬습니다. 이거 나올 때 군대에 있었는데 국방일보 정신교육 자료에 '디스커버리 채널에서는 화차를 재현했고, 이는 조상들의 호국정신과 과학기술을 세계에 널리 알려...' 어쩌고 저쩌고 하고 나왔던 게 기억나네요.


-아마도 제일 멋졌던 건 이거겠죠. 시속 650마일로 날아가는 HVAR 로켓을 자동차와 충돌시키면 자동차가 '녹아버린다는' 것. 초고속카메라는 확실히 꽤 화면발 나오는 아이템이고 디스커버리에서는 아예 이것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Time warp란 다른 쇼를 만들어냅니다만, 아무튼간 말에요. 위에 잔뜩 있는 비디오들은 스크롤 좍 내려서 안 보신다는 것은 저로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이 비디오는 한 번 봐도 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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