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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숫자로 잔탄을 표시하는 펄스 라이플. 저 총기는 22발 남은 것 같네요.]

 

FPS 게임에 꼭 빠지지 않는 인터페이스가 있으니, 그것이 잔탄 수량입니다. 대개 화면 오른쪽 하단에 있는데, 탄창에 몇 발이 남았는지, 소유한 탄창은 몇 개인지 표시해 줍니다. 탄약은 소모품이라 플레이어가 전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량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자동 소총 유저라면 모를까, 자동소총이나 기관단총 유저는 발사 속도가 너무 빨라 얼마나 쐈는지 일일이 체크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반자동 소총이라 할지라도 상황이 급박하면 몇 발 쐈는지 헛갈릴 수 있고요. 덕분에 잔탄 표시 인터페이스는 어느 FPS 게임이든 필수적입니다만, 문제는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거죠. 실제 군인들이 탄약 몇 발 남았는지 정확히 확인하며 싸우지는 않으니까요. 자기 총기에 총알이 있는 줄 알고 상대를 위협했는데, 알고 보니 총알이 없어서 도리어 당했더라~ 하는 이야기는 흔한 클리셰입니다. 현실에는 잔탄 표시가 없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죠.

 

그래서 일부 게임은 과감하게 탄약 표시 인터페이스를 없애기도 합니다. 물론 현실주의를 살리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인터페이스가 없어질수록 플레이어의 몰입감이 커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눈 앞에 각종 수치와 데이터가 잔뜩 깔리면, 정작 괴물이 튀어나와도 데이터 보느라 바빠서 무서울 틈이 없겠죠. 이런 게임은 인터페이스를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잔탄 확인을 아예 못하면 안 되니까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대개 몸에 부착한 외부 인터페이스나 총기에 수량을 표시하는 방법이 많습니다. FPS 화면에 나오는 건 주인공 캐릭터의 신체() 일부와 총기뿐이니 최대한 여기에다 인터페이스를 때려 박는 거죠. 게임의 배경이나 설정마다 그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그 가운데는 실제로 활용되는 사례도 있고, 앞으로 등장할 법한 것도 있습니다. 다만, 현재 총기들 가운데 잔탄 확인이 가능한 종류는 얼마 안 되는 터라 미래적인 총기, 가상의 총기가 더 많죠.

 

제가 게임을 하면서 보거나 혹은 게임에 적용 가능한 몇몇 경우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계기: 총기에 디지털 계기판을 달아 총알이 얼마나 남았는지 표시합니다. <에일리언> 시리즈에 나오는 우주 해병대의 펄스 소총이 이 분야의 간판 스타. 탄창 근처에 작은 계기판이 있고 총을 쏠 때마다 실시간으로 체크해서 잔탄을 표시합니다. 아라비아 숫자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막대 그래프나 점(dot) 표시로 나오기도 합니다. 아라비아 숫자는 개수를 정확히 알 수 있으나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며, 막대 그래프는 대략적인 수치를 금방 알 수 있으나 실제 수량까지 파악하진 못하죠.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듯.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현재 탄창의 잔탄을 나타내지, 탄창 소유 숫자는 나오지 않습니다. 총기에 디지털 기기를 달아주는 것이라 현실 배경의 게임보다 주로 하이퍼 FPS에 나오곤 합니다. 여담인데, 전장에서 험하게 굴리는 총기에 일일이 디지털 기기를 달아주면 비용이 비싸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장도 잦을 것 같고요.

 

*투명 탄창: 탄창을 투명하거나 반투명하게 만들어 남은 탄약을 확인합니다. AUG G36 등의 소총에 적용된 방식으로 밀리터리 FPS에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탄창이 무겁다거나, 두꺼워 소지가 불편하다거나, 잘 빠진다거나 하는 불만도 있으나 게임에는 구현하지 않죠. 구현할 능력도 없고요. 투명 탄창은 소총에 많이 쓰이고, 소총은 탄창을 수직으로 삽입합니다. 그러니까 총기 밑에 탄창이 있고, 따라서 잔탄을 확인할 때마다 총을 들어올리거나 시점을 바꿔야 합니다. 총알 개수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라 그래픽 성능이 안 좋으면 총알 구분이 안 된다거나 알아보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 이건 게임 엔진 자체의 단점이겠지만요. 투명하지 않은 탄창이지만, 총알이 배열된 쪽으로 홈을 파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홈이 좁아 금방 확인할 수 없으며, 정확한 숫자 파악이 힘들기는 합니다. 투명 탄창 역시 소지 탄창의 숫자는 표시하지 못합니다.

 

*개방형 탄창(원형): 탄창이 개방되어 탄약이 보이는 방식입니다. 리볼버의 회전 탄창을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투명 탄창과는 약간 다른 개념으로 탄창 자체가 개방되었기에 유저가 보는 부분은 탄약 자체가 아니라 주로 탄피 쪽입니다. 리볼버가 그렇듯이 회전 탄창은 총기 중앙에 있으므로 굳이 시점을 돌리거나 총을 들어올리지 않아도 남은 탄약이 보입니다. 허나 회전 탄창의 구조적 특성상 다량의 탄약을 넣는 게 어렵습니다. 막대/바나나 탄창처럼 총알을 꽉 채우는 게 아니라 구멍이 뚫려서 거기다 채우는 거니까요. 설사 회전 탄창에 30발을 채운다고 해도 그거 한눈에 알아보는 거 힘들겠죠. 소총/기관단총에는 쓰기 힘들며, 정교한 구조를 필요로 하는 저격소총에도 쓰이지 않습니다. 권총과 산탄총으로 쓰이는 편이고, 산탄총은 한방이 강하다는 특징과 맞물려 꽤 편리하기도 합니다. 가끔 자동 장전 십자궁에도 쓰입니다.

 

*개방형 탄창(막대형): 역시 탄창이 개방되지만, 이쪽은 막대형 혹은 바나나형입니다. 탄창의 측면이 뚫려서 탄약이 완전히 보이므로 투명 탄창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수직 삽입이 대세인 투명 탄창과 달리 이쪽은 수평 방향으로 끼우는 것도 있습니다. 투명 탄창보다 보기 편하며, 회전 탄창에 비해 장탄수가 많으므로 소총, 기관총에도 쓸 수 있습니다. 반자동 저격 소총도 물론이고요. 다만, 회전 탄창이나 투명 탄창에 비해 가상의 총기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입니다. 탄창이 뚫렸다는 건 이물질이 들어올 여지가 많다는 뜻이니, 제식 소총으로는 적합하지 않죠. 실제로 현실의 제식 소총 중 이런 형식의 탄창은 없고요. 게다가 별로 미래적으로 보이지 않아 포스트 아포칼립스나 구식 문명에서나 쓸 법한 무기 취급을 받습니다. 개방형 탄창 역시 원형이든 막대형이든 탄창 소유 개수를 표시할 수 없는 게 한계입니다.

 

*십자선 표시: 아무리 인터페이스를 없애는 FPS라 할지라도 십자선(크로스헤어)까지 없애진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총격전 게임이니 조준해야 쏠 거 아닙니까. 가늠자/가늠쇠를 이용한 기계식 조준이나 도트 사이트, 레이저 사이트, 망원 스코프 등을 이용한 광학 조준으로 진행하는 게임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십자선은 인터페이스의 마지노선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십자선에 탄약 표시를 하는 거죠. 이러면 인터페이스 비중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유저가 화면 외곽이 아니라 중앙을 쳐다보므로 가독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로스트 플래닛>이 이 방법을 쓰는 것 같더군요. 십자선 부근에 원형으로 점(dot) 표시로 탄약량을 확인하는 거죠. 장탄수가 많은 총기라면 아라비아 숫자를 쓰면 될 테고요. 십자선 부근에 숫자나 점이 있으므로 조준에 방해가 된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숫자가 너무 크면 오히려 십자선을 가리는 단점도 있고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리얼함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단발 사격: 가상의 총기들 중에 단발성 무기들도 있습니다. 에너지 병기가 이런 쪽인데, 충전해서 쏘거나 오버히트를 막기 위해 한 발씩 쏜다는 거죠. 이 경우에는 잔탄이란 게 없고, 대신 사격 사이에 쿨다운 타임이 돌아가니까 이것만 표시해주면 됩니다. 총기에 빨갛게 경고 표시가 뜨거나 열을 식히는 중이라고 흡입구가 열린다거나 등등. 어찌 보면 쿨다운 표시는 좀 쓸모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쿨다운 타임은 각 총기마다 정해져 있기에 유저들은 한 방 쏜 다음 열이 식을 때까지 다른 무기를 꺼내서 쏘곤 합니다. 5초짜리 쿨다운 플라즈마 권총이 있다면, 이 권총을 쏘고 돌격 소총으로 바꿔서 5초간 쏜 뒤에 다시 플라즈마 권총을 드는 거죠. 5초 동안 쏘지도 못할 무기 들고 회피 기동하는 바에야 다른 무기 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간혹 총기에다 대검 등을 장착한 다음, ‘사격+쿨타임 동안 근접전을 노리기도 합니다.

 

*전통 표시: 사격 계열에 총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고대나 중세, 판타지 배경이라면 활이 주력 무기가 되겠죠. 활을 쏘려면 전통을 들어야 하는데, 전통은 대개 등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따라서 주인공 캐릭터의 뒷모습을 보여주면 전통이 보일 것이고, 전통 안에 남은 화살이 몇 개인지도 보여줄 수 있겠죠. 단점은 화살이 길고 가늘기 때문에 한눈에 몇 개인지 파악이 안 된다는 것. 10개 이하로 남았다면 셀 수 있겠지만, 20개 이상이라면 헛갈리겠죠. 그냥 대략적인 수치만 파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화살을 확인하기 쉽도록 전통 디자인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홈을 파거나 입구를 경사지게 만드는 식으로요. 깃털만 흘끗 보여서야 수량 파악을 어찌 하겠습니까. 반드시 주인공의 뒷모습이 보여야 하므로 FPS 게임에는 무리고, TPS 게임에서 잘 써먹을 듯합니다. 그럴 듯한 방법 같은데, 이걸 구현한 게임은 흔치 않은 것 같네요.

 

*투척 무기: FPS 게임 중에는 가끔 투척 무기도 있습니다. 어쨌든 소모품으로 원거리 공격하는 건 발사무기와 똑같으니, 당연히 잔탄을 파악해야 합니다. 투척 무기는 대개 부피가 크므로 손에 들고 다니며, 따라서 손에 든 무기가 얼마나 남았나 확인하면 됩니다. 긴 창이나 작살은 많아야 1~3개를 들고, 투척 나이프 등은 5~10개를 드는 게 보통이죠. 간단하고 깔끔한 방법인데, 투척 무기를 주력으로 삼은 게임이 없어서 흔히 써먹지는 않는 듯. 하긴 총기가 판치는 세상에 나이프 따위 들고 다녀서 뭐하겠습니까. 조용하고 기척 없는 무기를 원한다면 권총이나 기관단총에 소음기 달아서 쓰면 되죠. 프레데터는 투척 무기인 스마트 디스크를 주력으로 삼는 흔치 않은 케이스인데, 어차피 디스크는 한 개 밖에 소유 못합니다. 디스크 개수보다 플라즈마 잔량이 중요하므로 좋은 예시는 못 되죠.

 

제가 보거나 구현 가능한 방법은 대략 이 정도 됩니다. 이런 방법들의 단점은 탄약은 모를까 탄창 개수까지는 확인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그래픽 성능이 낮거나 게임 엔진이 뒤쳐지면 총기 디테일이 떨어지니 잔탄 확인이 어렵다는 거고요. FPS 게임은 대작이 많이 나올 분야고, 인터페이스 축소는 업계의 대세니까 이후로도 더 많은 방법이 나오겠죠. 이 외에도 제가 모르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