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AvP 2: 원초적 사냥>에 보면, '에너지 화살(Energy Flechette)'이라는 무기가 나옵니다. 팔목에 장
착한 보호대에서 플라즈마 줄기를 발사하는 건데요. 전 이것이 게임에만 나오는 무기로 알았습니다. 그런
데 영화 <프레데터 2>에도 비슷한 무기가 나오더군요. 이게 확실히 에너지 화살인지 아니면 우연히 비슷
한 것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프레데터의 다양한 무기 목록 하나를 차지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 두 무기에는 공통점이 더 있습니다. 둘 다 특징도 없고, 위력도 고만고만하고, 비중도 낮다는 거
죠. 한마디로 없어져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런 소품입니다. 설정을 짜면서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
민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대단치도 않은 걸 만들 바에야 그 시간에 괜찮은 이야기를 구상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왜 자꾸 프레데터에게 여러 가지 무기를 주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첨단 과학을 가진 외계인
이라서? 이런 설정은 은폐 장치나 어깨포로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사냥꾼이니까? 글쎄요,
실제 사냥꾼들이 그렇게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다니진 않습니다. 더욱이 프레데터에겐 어깨포라는 무기가
있지 않습니까. 이거 하나만 있어도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 아무리 수많은 무기를 가지고 설쳐도 <프레데터 2>나 <AvP>의 프레데터가 원작보다 강하게 보이진 않
습니다. 아무리 SF 영화라고 하더라도 그저 설정이나 줄줄 늘어놔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거죠. (게다가
에너지 화살처럼 진부한 설정을 늘어놓으면 오히려 해가 됩니다) 작은 설정이긴 하지만, 이를 이야기 속에
효과적으로 녹여서 보여주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 듣기로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가지고 다니는 장비의 수는 더 적어진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보면 각종 (쓸
데없는) 무기를 들고 다니는 <프레데터 2>의 그 녀석이 얼마나 한심한지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