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3>를 보면 도그 버스터가 사람들이 연이어 죽이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도그
버스터는 병실에서 의사 클레멘스를 죽이고, 얼마 안 있어 식당에 있던 간수 앤드류스를 죽이죠. 그리고
이렇게 생겨난 시체들은 모두 환풍구 속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의사가 죽고 난 다음 간수가 죽기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죠.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도그 버스터는 무엇 때문에 간수 앤드류스를 죽인 걸까요.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누구나 ‘먹이가 필요해서’라고 대답할 겁니다. 하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에일리언은 인간의
고기를 먹을 수 있고, 시체를 끌고 간 이유도 보금자리에서 먹어치우기 위함일 테죠. 이렇게 보면 의문이
금방 풀린 것 같지만…,

하지만 그러면 의문이 하나 더 생깁니다. 도그 버스터는 이미 클레멘스를 잡았기 때문에 굳이 또 사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에일리언의 신진 대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자기 몸무게의 절반이 훨씬
넘어가는 먹이가 있는데, 또 다른 먹이를 구할 이유가 없지요. 먹이를 저장하기 위해서 그랬을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에일리언은 그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사실 이 장면은 에일리언을 등장시켜 극적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괴물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려고 했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설정을 따진다는 것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지
도 모릅니다. SF에서 이야기 때문에 설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요.

다만, 이야기와 설정 사이에 좀 더 완벽함을 기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찌 보면 별것 아
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에일리언 3>가 더 나은 영화가 되기를 바라니까요. 뭐, 어쨌든 저것에 대해 누군
가 물어보면 전 이렇게 대답하렵니다. 에일리언의 소화 능력은 엄청나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자기 몸무
게만큼의 먹이를 해치울 수 있다고 말이죠. :) (이로써 설정 문제는 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