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4부작 중에서 가장 많은 찬사를 받는 영화는 아무래도 <Aliens>일 겁니다. 일단 액션이 가장 많
아서 별로 지루하지가 않죠. 게다가 각종 총기를 비롯해서 우주선이나 차량 등도 다양하게 등장해서 눈길
을 사로잡습니다. 솔직히 영화에 등장한 저런 소품들만 따져도 할 말이 굉장히 많은 영화이니 찬사를 받을
수밖에 없죠. 그만큼 <Aliens>는 기계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자, 그렇다면 괴물 영화로서의 <Aliens>는 어떨까요. <에일리언>에서는 괴물의 존재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소재 자체가 '깊은 우주에서 만나게 될 미지의 괴생명체'였으니까요. 이건 구원자와 대비되는 악마의 이미
지가 필요했던 <에일리언 3>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이 두 영화에서는 괴물이 반드시 등장해야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고, 따라서 훌륭한 괴물 영화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Aliens>에서 괴물의 무게감은 뒷전으로 밀려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려 한 것은
우주 괴물과의 조우가 아니라 미래 시대의 각종 무기들이거든요. 그래서 무기만을 다룬 팬사이트도 많고,
괴물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저 무기에 반해서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에
일리언의 존재는 그저 펄스 라이플을 돋보이게 하려는 총알받이에 불과합니다.

물론 마지막에 등장한 여왕 에일리언은 정말로 멋진 괴물입니다. 저러한 단점을 극복하고도 남을 정도로
뛰어나죠. 그래서 저도 괴물 영화로서의 <Aliens>가 나쁘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 영화의 주제를
따져보면 괴물이 그리 필수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에일리언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에일리언
대신 다른 무언가가 나왔어도 상관이 없었을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해병대의 전투니까요.

<Aliens>가 시리즈 중에 가장 걸작으로 일컬어 지긴 하지만, 중심은 다른 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아쉬운
일이죠. (이건 카메론 감독이 기계 묘사 쪽에 더 재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