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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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ERIES/503/618266.html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글입니다. 사실 전 채현국이란 분을 이 인터뷰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근데 인터뷰를 읽다 보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사실 '상식'이란 걸 생각하면 채현국 이사장이 특별할 게 없어야 할텐데 이 정도 되면 한국 뿐아니라 인류사적으로 봐도 보기드문 인물이니 어쩌면 인간의 상식이란 건 현실의 구현이 아니라 희망에 대한 바람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이놈이 되나 저년이 되나 어차피 돈이 문제라며 만날 돈에 목숨걸고 늘어지는 수준의 나라에서 돈이란 건 생기다 보면 정의고 나발이고 모든 걸 부수적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는 참 와닿네요. 사실 사람 이야기는 똥구뇽으로 듣고 지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 다 족치며 언론과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를 탄압하는 건 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인데도 자칭 중도(라지만 실제론 극보수)들은 재정 이야기를 하며 어차피 똑같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 봐도 지금의 한국보다 훨씬 어렵고 못살았던 나라들이 앞서나가는 복지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었던 걸 보면 채현국 이사장의 말이 허황된 이상론이 아니기도 합니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해 어지간한 나쁜 짓을 하는 건 당연한 거니 봐 줘야 하지만 노동자가 이익을 위해 시위하는 건 불법이므로 용납해서는 안 되고, 수능에서 문제에 오류가 있어 보이기만 해도 소송을 통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하지만 국가의 수장을 뽑는 대통령 선서는 불법부정이 결과에 별 병향을 못 줬으므로 그냥 넘어가도 되며, 이정희가 박근혜 갈궈서 열받은 늙은이들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어 줬다면서 국가 기관이 직접 선거에 개입한 건 별 영향을 못 줬다고 하는 정신병자들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 두면 뭐 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아직 유신이 오지는 않았으니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저런 사람은 젊었을 때도 이단아였을 겁니다. 제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니 그때라고 안 그랬을 리가 없겠죠.
전 이 상황을 단순히 노인들의 문제라고 보지 않아요. 자기편인 노인들을 오냐오냐 봐 주면서 길들여 지능이 낮은 개 수준까지 만드는 자들이 진짜 나쁜 놈들이라고 봅니다.
오늘 천주교 신부님들 시국미사 보는데 총차고 와서 협박한 노인 아십니까?
실제로 뽑았습니다. 저거로 뽑아서 협박 했어요.
글쎄요, 누가 저런 걸 고발해야 하나요? 저건 저 자체가 범죄잖아요.
주변에 경찰들 많았는데 총가지고 협박한 늙은이는 아무 일 없었습니다.
노인이고 젊은이고 저런 양아치들을 그냥 봐주고 있으니 전부 저능아가 돼 가는거죠.
자기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 쥐어패지 말고 저런 진짜 '범죄'를 엄정히 다스려야 진정한 정의가 살아있는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21220181651&Section=04
본래 손세일 전의원(새천년민주당, 3선)과 임재경 선생(한겨례 부사장)과의 일화를 다룬 대목에서,
셋이서 채현국 선생 집에 몰려가 술을 마신 이야기를 하면서 채현국 선생과 그 선친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 출신인 채형은 「가두의 철학자」라고 내가 별명으로 부르는데 당대의 기인이라 할 것이다.
옷도 막 입고 말도 막 하고 술도 막 마시고…. 집안에 돈이 있어서 그렇지, 없었으면 천상병(千祥炳)시인과 비슷해졌을 것이다."
더불어 임재경 선생이 과거 <길을 찾아서> 칼럼에서 채현국 선생을 다룬 글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ERIES/185/292292.html
http://www.hani.co.kr/arti/SERIES/185/296226.html
임재경 선생은 "파격 채현국, 호협 박윤배"라고 소개하고 있죠.
김지하가 쓴 수상록 <모로 누운 돌부처>에도 채현국 선생이 흥국탄광을 운영할 때
197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수배된 사람들이 흥국탄광으로 도피하여 숨어 있던 시절을 다루고 있는데,
채현국 선생 밑에서 흥국탄광 현장 소장을 하면서 도피한 사람들을 돌보던 호협 박윤배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남재희 선생의 프레시안 칼럼, 임재경 선생의 한겨례 칼럼을 보면 놀라운 내공에 전율하게 되는데,
지적 역량에 기반한 통찰력으로 통렬하게 비판하면서도 넓은 시야에 진정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채현국 선생은 그 중에서도 단연 뛰어난 "기인이자 살아있는 TEXT = 지식백과사전"이라고 불리는 분이죠.
왠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분이로군요.
예전에 전태일 다큐 보다가 당시 방적공장 사장이 그시대 노동자. 특히 어린이 노동자들의 근로나 노동 환경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봤죠. 배경으로는 그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큰 사옥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말입니다.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근데 그 사람들, 당신이 고용해서 부려먹었던 거잖아.'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이런 사람도 있군요. 천연기념물도 아닌 전설속의 3대 미스테리 생물을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이런 분이 아무도 모르게 묻혀 살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현시대의 반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채현국 선생이 아무도 모르게 묻혀 산 분이라기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다 잊은 것이죠.
고은 시인의 대표작 <만인보>에도 채현국 선생을 테마로 노래한 싯귀가 실려 있습니다.
창작과비평사의 출범에 대한 일화라던지, 작가들이 민주화운동하다가 감옥에 간 이야기라던지,
1970년대 해직기자 사태라던지 한겨례 신문 창간 이야기라던지... 근현대사를 다룬 글에 많이 나옵니다.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기 이전 분이어서 요즘 사람들이 웹에 올린 글이나 신문기사가 드물어서 잘 모를 뿐이지,
한 세대 전 시대의 작가들이 쓴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무대로 한 수기, 수필집, 회고록에 등에 자주 언급됩니다.
과거 유신 시대에 돈 없고 글만 쓸 줄 아는 작가들이 필화 사건에 연류되거나 민주화 운동하다가 감옥에 가면,
대개 이문구 작가가 발로 뛰며 구명운동을 하는데 금전적으로 의지하는 사람은 결국 두 분으로 귀결되었다고 하죠.
흥국탄광을 경영하는 알아주는 경제인이면서 작가들과 언론계 인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채현국 선생과
파라다이스 수영장을 경영하던 알아주는 알부자이면서 소설가로 문단에 몸 담고 있던 성기조 선생이었답니다.
작가나 글쟁이가 전혀 아닌데도 문인들이나 언론계 인사들과 두루 교유하는 바람에
사실상 한국 문단에 속한 사람이다시피 했던 상당히 특이한 문학사적 인간이라면,
이문구의 <유자소전>의 주인공 유재필씨와 이번 인터뷰로 이슈가 된 채현국 선생,
채현국 선생 밑에서 일하면서 문단 사람들의 도피를 돌봤던 박윤배씨 세사람입니다.
"....... 우리가 원래 좀 부실했는데다가… 부실할 수밖에 없지, 교육받거나 살아온 꼬라지가….
비겁해야만 목숨을 지킬 수 있었고 야비하게 남의 사정 안 돌봐야만 편하게 살았는데.
이 부실한 사람들, 늙어서 정신력도 시원찮은 이들을 갈등 속에 집어넣으니 저 꼴이 나는 거다.”
-젊은 친구들한테 한 말씀 해 달라. 노인세대를 어떻게 봐달라고….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 이 정도로 자기 자신에 치열하고, 자기 세대들을 냉정하게 비판하실 수 있는 분이
노인 중에서 계시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다들 자기 인생 미화에 급급해서 요즘 젊은 것들은...
이라고만 생각할 줄 알았는데..
ps: 윤여준 전 장관님도 계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