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에서는 조우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인간(독자나 관객까지 포함해서)이
미지의 무엇(외계인, 복제인간, 인공지능 등)과 만나고 탐구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SF이니
까 그럴 수밖에 없죠. 특히나 괴물 영화에서 괴물과 인간의 만남은 영화 전체의 공포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건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일리언>에서 괴물 보여주기는 워낙 유명하므로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보여주지 않는다’는 신념 아래 리들리 스콧이 에일리언의 모습을 감추려고 한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방법이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죠)

그러면 <프레데터>는 어떨까요. 이 영화는 <에일리언>과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괴물
을 거의 처음부터 드러내놓는 것이죠. 이건 <프레데터>가 만남의 순간보다는 그 이후의 대응
에 더 관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군인들의 총질에 무게감을 두어서 그렇다는 겁니
다) <에일리언>에서 낯선 행성, 정체 모를 우주선, 기괴한 구조물, 거대 외계인의 주검을 거쳐
비로소 알집과 마주친 것에 비하면 상당히 극단적입니다. 외계 사냥꾼과 군인들은 거의 만나
는 그 순간부터 싸워댑니다.

하지만 <프레데터>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특수효과, 그리고 연출력으로 저러한 단점을 극복합
니다. 먼저 특유의 열 감지 시야를 계속 보여줌으로써 감시 당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자극합니
다. 관객도 가해자의 시선에서 보게 되지만, 가해자의 정체를 알 수 없으므로 완벽하게 훔쳐본
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스텔스 효과는 괴물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정체를 더욱 궁금하
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반응까지 생기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영화 초반부부터 프레데터를 보게
되지만, 그 실체는 영화 후반에 가서야 드러나게 되죠.

깊이가 다르긴 하지만, 이처럼 두 영화는 괴물 보여주는 방식을 독특하게 취함으로써 인간과
미지의 만남을 중요하게 그려냅니다. 사실 이러한 방법이 이 영화들에서 처음 쓰인 것은 아닙
니다. 이전까지의 공포 영화들도 다 저렇게 했거든요. 다만, 이것들은 SF 영화이고 그래서 그
주제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공포영화에는 그 대상에 대한 논리적인 탐구가 빠져 있죠. 그저 두
려움만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