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입에서 질질 흐르는 타액
입니다. 침인지 뭔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타액은 에일리언이 어디에 가든 항상 흘리고 다니기 때문
에 자신의 존재를 노출시키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끈끈한 것을 손에 묻
히고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일리언의 설정은 상당히 모호한데, 이 타액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화 촬영 도중에 스태프 중 누군가가
당시 유행하던 무슨 용액을 발랐다고 하더군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말이죠. 그런데 이것이 하도 인상적
이어서 그 뒤에 이어지는 시리즈에서도 계속 써먹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에일리언이 왜 침(?)을 흘리고
다니는지 따져봤자 시간낭비라는 거죠. (참으로 허탈한 설정…)

어쨌거나 시각적으로 보기엔 인상적이지만, 이 타액은 에일리언 자신에겐 없어져야 할 유해한 분비물입
니다. 에일리언은 주로 어두운 곳에서 숨어있다가 갑자기 덥치는데, 타액이 남아 있으면 상대방이 근처
에 에일리언이 있음을 눈치채기 때문이죠. 제작진이 보여주는 것을 중시한 나머지 어이없는 설정상의 실
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타액이 흐르지 않는 에일리언의 입가는 매우 썰렁할 것 같습니다. 역시 언제나
그렇듯 로망은 현실보다 앞서는 것이니까요. 그런 고로 에일리언의 타액에 대해 큰 불만은 없습니다. 오
히려 이런 걸 순간적으로 생각해낸 사람들의 센스가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 4편에 에일리언이 산을 뱉어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에일리언의 입가에 흐르는
타액이 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산을 뱉는다'는 것은 오직 4편에만 나왔던 임의의 설정입니다.
타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죠. (그런데 어떻게 에일리언은 산을 뱉는 것인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