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었기는 했네요.


 다만 재밌게 보기는 했으되 여러 모로 찜찜한 느낌이긴 했습니다. 재밌긴 했는데 뭔가 마무리가 부족한 느낌이 강했네요. 개봉 이전 나온 비평들 중에 최종 갈등 자체는 좋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결말로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꽤 보였는데, 개인적 감상 역시 그랬습니다.


 영화 자체는 좋습니다. 굳이 한 달 전의 배트맨과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나와서 말아먹은 영화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액션도 좋고 캐릭터들도 좋고 이야기도 좋고 연기도 좋고 다 좋죠. 공항 액션 장면이 다들 좋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멋지긴 했지만, 좀 더 작은 스케이의 액션들. 제이슨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던 중반 추격전이 제게는 더 감탄스러웠습니다. 마블의 탄탄한 캐릭터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이야기 자체는 예고편을 꼼꼼히 챙겨봤다면 예상이 될 만큼, 상당히 단순한 전개였지만 잘 짜여져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실력 역시 다 좋죠. 심지어 마블이 전통적으로 잘 다뤄주지 못한다는 악역 제모조차도 충분히 멋지게 등장하긴 한데요...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뭔가 불만스러웠습니다.


 윈터 솔저도 생각만큼의 감흥은 없어서 루소 형제의 영화 자체가 취향에 좀 안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싶은데요, 왜 마음에 안 드는가를 생각해봤는데, 전작인 윈터 솔저도 그랬지만 진지한 주제를 언급했으면 그냥 곁가지로 치고 넘기지 말고 어떻게든 결말에서 좀 더 확실히 정의를 내려줬으면 좋겠다 싶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 비평가는 문제 제기 자체가 대단한 거라고 주장하기도 하던데, 원작 코믹스에서 이미 신나게 많이 다뤄준 주제인데 그걸 영화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는 전혀 대단할 게 없다고 봐요. 단지 그 논의에서 무엇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오락 영화고, 당연히 후속작이 나와야 하고 큰 사건을 함부로 일으키기 힘든 시리즈의 일환에서는 이런 논의를 전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해버리고 후닥닥 넘겨버린다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럴 바에는 데드풀처럼 진지함은 밥 말아 드세요 하는 영화가 더 낫다고 보거든요.


 좀 치사한 불만이라면 후반에서는 아이언맨 슈트가 갑자기 종이장갑이 된 것도 왠지 불만스러워지더군요. 슈퍼히어로들은 능력 자체가 비현실적이니만큼 그 능력 자체는 동등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의인데 캡틴 아메리카에게 맞춰주기 위해서 좀 비상식적으로 너프해버렸더군요. 제목이 캡틴 아메리카니까 어쩔 수는 없겠지만. 뭔가 전개나 등장인물의 동기 등에서도 사소하게 불만이 쌓이기도 하고요.


 번역도 문제가 많긴 했는데...네이버 블로그 등지에 이미 꼼꼼하게 분석해놓은 글들이 많군요. 워낙 인기 영화라 그런지 감상을 쓰려고 해도 다들 써놓은 내용들의 반복밖에 안 될 것 같아 길게 쓰기도 그렇네요. 극장에도 얼마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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