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게을러스 영화 감상문 따윈 잘 안적는 편이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만큼 이번 스타워즈에 대한 실망도 커서 일종의 넋두리 겸 감상이라 하기도


뭐한 잡글을 올립니다.


뭐 거두절미하고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 감상평은 이겁니다.


"난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을 원했지, 에피소드 4의 리메이크를 원한게 아냐!!!!!!!!!!!"


예.


죠지루카스가 언론에다 자기 자식을 백인 노예상에게 판 기분이라 했는데 루카스의 심정이 절절히


이해되더군요.


프리퀄이 아무리 망작이라 하지만 그래도 프리퀄은 스타워즈의 고유 정체성만큼은 그래도 클래식을 제대로


구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워즈의 고유 정체성이 뭐냐구요?


제가 생각하는 스타워즈의 핵심이자 고유 정체성이며 또한 이번 속편에서 간절히 원했던건 새로운 시각혁명이었습


니다.


스타워즈가 처음 나올 당시 사람들에게 준 시각혁명은 몇해 전 아바타가 보여준 3디 혁명 그 이상이었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한 스타디스트로이어


은하영웅전설의 이젤론 요새에까지 영향을 준 인공행성의 원조 데드스타


현란한 우주선 전투씬


그리고 신기한 외계 생물들.


후반부 하이라이트인 인공계곡에서의 공중전 등등


어디서 듣기론 특수효과의 역사는 스타워즈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질 정도로 스타워즈는 당시 헐리우드 시각효과


부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 전통은 시리즈를 거쳐 망작이라던 프리퀄에까지 꾸준히 계승되었습니다.


에피소드5에서는 거대한 에이티 에이티 워크가 등장하고


에피소드 6에서는 숲속에서의 스피드바이크 추격씬


프리퀄에서는 드로이드 군단과 제다이들의 현란한 검무씬 등등....


프리퀄을 두고 팬들은 망작이라 하지만 최소한 프리퀄은 스타워즈의 기본 정체성 하나는 충실히 계승했습니다.


각본이 모자라서 그렇지....


그런데 이번 스타워즈는 말이죠.


솔직히 리메이크라는 말도 과분하고, 그냥 리마스터판이에요.


보면서 내가 느낀건 내가 에피소드4의 재방송을 보는건지 속편을 보는건지


구분을 못했을 정도입니다.


스토리나 내용이나 시각효과나


등장하는 외계생물 메카닉 등등이


에피소드4에서 새로운 게 하나도 없어요.


리메이크라는 말도 과분합니다.


에피소드4를 그냥 리마스터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네네.


물론 에피소드4가 명작 중의 명작이란 건 인정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모험보다 안전빵을 원하는게 당연하니 악평을 들었던 프리퀄에서의 새로운 시도보다는


제일 평가가 준수한 클래식 중에서도 원조의 문법을 따르는건 당연하겠죠.


그래도 원조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것도 어느 정도지, 새로움이라고는 전혀 없이 아예 재방송 수준으로


만들면 어쩌란건지.


그나마 중반부까지는 원조의 문법을 따르고 이야길 똑같이 진행하더라도 나름대로 업그레이드한 스타워즈를


보는 맛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반부 데드스타 공중전을 그대로 오마쥬한 스타킬러 파괴 작전건은 진짜 진짜 용서가 안되더군요.


완전히 원전의 다운그레이드에요 다운그레이드.


다른거 다 오마쥬하는건 이해해도 후반부 데드스타 공중전까지 그대로 따라했을 필요성이 있었을까요?


백번 양보하여 에피소드4의 데드스타 공중전이 영화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인건 사실이기에 이걸 오마쥬하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허나 오마쥬하려면 현 시대에 걸맞게 업그레이드를 해야지, 리메이크도 리마스터도 아닌 다운그레이드가 뭡니까


다운그레이드가....


더군다나 데드스타 공중전 오마쥬는 한 두번도 아니고 스타워즈 시리즈 내내 오마쥬 되었고 심지어는 다른 영화들


에까지 오마쥬될 정도로 아주 식상한 액션씬입니다.


데드스타 공중전은 에피소드 6에서도 미완성 데드스타 파괴작전으로 오마쥬되었고


프리퀄인 에피소드1에서는 무역연합 드로이드 조종 우주선 파괴작전으로 비슷하게 오마쥬되었으며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데드스타 내부의 인공계곡을 그랜드캐년으로만 바꾸어서 에프15전투기와 외계우주선과


의 추격전으로 비슷하게 연출했습니다.


77년에 나왔을 때는 아주 신선하고 혁명적인 액션씬이 데드스타 공중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본 시리즈


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까지 오마쥬될 정도라면 현대의 관객들에게는 이제 식상하다 못해 지겹다라는 느낌을


줄 게 뻔한 것이 바로 데드스타 파괴작전 오마쥬란 말입니다.


헌데 이걸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사용했더군요.


그것도 최악으로요.


다른 데드스타 오마쥬 작품들은 오마쥬하더라도 나름대로 신선하게 변경하여 사용했습니다.


에피소드 6에서는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에피소드4의 클라이막스랑 비슷하게 연출했지만


이워크 족과 제국군 에이티에이티병들과의 지상전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나름대로 신선한 느낌을


주었고, 망작이라던 에피소드1도 무역연합의 드로이드 조종선을 파괴하는 씬에서는 데드스타 파괴


작전 때처럼 비슷하게 우주선 공중전 연출을 했지만 대신 겅간족과 드로이드 군대의 배틀을 아주


웅장하게 연출해서 오마쥬를 하더라도 나름대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헌데 이번 에피소드7은 전혀 변화가 없더군요.


하아....


어째 감상이 아니라 헛소리 넋두리 모음이 될 거 같아 이만 글을 마칩니다.


저는 원래 스타트랙팬이 아니었습니다. 허나 스타워즈 팬이라는 쌍제이 감독이 신스타트랙을


새롭게 리부팅하면서 이전작의 정신을 계승함과 동시에 더 업그레이드된 작품을 내놓았을 때,


저는 이번의 에피소드 7도 스타트랙처럼 이전작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이전작보다 더더욱 업그레이드


된 작품을 내놓을 걸로 기대했습니다.


헌데 기대가 너무 컸던가요.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이 아니라 에피소드 4의 리메이크 수준을 넘어서 그냥 리마스터판 수준으로 재탕할


줄이야.


차라리 죠지 루카스가 맡는게 나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망작이라든 프리퀄도 각본이 문제였지, 최소한 눈은 즐거웠거든요.


헌데 이번작은 각본은 에피소드4 그대로고, 눈을 즐겁게 하는 건 어디에도 없더군요.


아예 리메이크 수준으로 재탕하려면 눈이라도 제대로 즐겁게 해줘야 하는데


프리퀄처럼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없구....


다음작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8이 아니라


스타워즈 에피소드5의 리마스터가 될까 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