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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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게을러스 영화 감상문 따윈 잘 안적는 편이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만큼 이번 스타워즈에 대한 실망도 커서 일종의 넋두리 겸 감상이라 하기도
뭐한 잡글을 올립니다.
뭐 거두절미하고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 감상평은 이겁니다.
"난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을 원했지, 에피소드 4의 리메이크를 원한게 아냐!!!!!!!!!!!"
예.
죠지루카스가 언론에다 자기 자식을 백인 노예상에게 판 기분이라 했는데 루카스의 심정이 절절히
이해되더군요.
프리퀄이 아무리 망작이라 하지만 그래도 프리퀄은 스타워즈의 고유 정체성만큼은 그래도 클래식을 제대로
구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워즈의 고유 정체성이 뭐냐구요?
제가 생각하는 스타워즈의 핵심이자 고유 정체성이며 또한 이번 속편에서 간절히 원했던건 새로운 시각혁명이었습
니다.
스타워즈가 처음 나올 당시 사람들에게 준 시각혁명은 몇해 전 아바타가 보여준 3디 혁명 그 이상이었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한 스타디스트로이어
은하영웅전설의 이젤론 요새에까지 영향을 준 인공행성의 원조 데드스타
현란한 우주선 전투씬
그리고 신기한 외계 생물들.
후반부 하이라이트인 인공계곡에서의 공중전 등등
어디서 듣기론 특수효과의 역사는 스타워즈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질 정도로 스타워즈는 당시 헐리우드 시각효과
부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 전통은 시리즈를 거쳐 망작이라던 프리퀄에까지 꾸준히 계승되었습니다.
에피소드5에서는 거대한 에이티 에이티 워크가 등장하고
에피소드 6에서는 숲속에서의 스피드바이크 추격씬
프리퀄에서는 드로이드 군단과 제다이들의 현란한 검무씬 등등....
프리퀄을 두고 팬들은 망작이라 하지만 최소한 프리퀄은 스타워즈의 기본 정체성 하나는 충실히 계승했습니다.
각본이 모자라서 그렇지....
그런데 이번 스타워즈는 말이죠.
솔직히 리메이크라는 말도 과분하고, 그냥 리마스터판이에요.
보면서 내가 느낀건 내가 에피소드4의 재방송을 보는건지 속편을 보는건지
구분을 못했을 정도입니다.
스토리나 내용이나 시각효과나
등장하는 외계생물 메카닉 등등이
에피소드4에서 새로운 게 하나도 없어요.
리메이크라는 말도 과분합니다.
에피소드4를 그냥 리마스터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네네.
물론 에피소드4가 명작 중의 명작이란 건 인정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모험보다 안전빵을 원하는게 당연하니 악평을 들었던 프리퀄에서의 새로운 시도보다는
제일 평가가 준수한 클래식 중에서도 원조의 문법을 따르는건 당연하겠죠.
그래도 원조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것도 어느 정도지, 새로움이라고는 전혀 없이 아예 재방송 수준으로
만들면 어쩌란건지.
그나마 중반부까지는 원조의 문법을 따르고 이야길 똑같이 진행하더라도 나름대로 업그레이드한 스타워즈를
보는 맛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반부 데드스타 공중전을 그대로 오마쥬한 스타킬러 파괴 작전건은 진짜 진짜 용서가 안되더군요.
완전히 원전의 다운그레이드에요 다운그레이드.
다른거 다 오마쥬하는건 이해해도 후반부 데드스타 공중전까지 그대로 따라했을 필요성이 있었을까요?
백번 양보하여 에피소드4의 데드스타 공중전이 영화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인건 사실이기에 이걸 오마쥬하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허나 오마쥬하려면 현 시대에 걸맞게 업그레이드를 해야지, 리메이크도 리마스터도 아닌 다운그레이드가 뭡니까
다운그레이드가....
더군다나 데드스타 공중전 오마쥬는 한 두번도 아니고 스타워즈 시리즈 내내 오마쥬 되었고 심지어는 다른 영화들
에까지 오마쥬될 정도로 아주 식상한 액션씬입니다.
데드스타 공중전은 에피소드 6에서도 미완성 데드스타 파괴작전으로 오마쥬되었고
프리퀄인 에피소드1에서는 무역연합 드로이드 조종 우주선 파괴작전으로 비슷하게 오마쥬되었으며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데드스타 내부의 인공계곡을 그랜드캐년으로만 바꾸어서 에프15전투기와 외계우주선과
의 추격전으로 비슷하게 연출했습니다.
77년에 나왔을 때는 아주 신선하고 혁명적인 액션씬이 데드스타 공중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본 시리즈
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까지 오마쥬될 정도라면 현대의 관객들에게는 이제 식상하다 못해 지겹다라는 느낌을
줄 게 뻔한 것이 바로 데드스타 파괴작전 오마쥬란 말입니다.
헌데 이걸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사용했더군요.
그것도 최악으로요.
다른 데드스타 오마쥬 작품들은 오마쥬하더라도 나름대로 신선하게 변경하여 사용했습니다.
에피소드 6에서는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에피소드4의 클라이막스랑 비슷하게 연출했지만
이워크 족과 제국군 에이티에이티병들과의 지상전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나름대로 신선한 느낌을
주었고, 망작이라던 에피소드1도 무역연합의 드로이드 조종선을 파괴하는 씬에서는 데드스타 파괴
작전 때처럼 비슷하게 우주선 공중전 연출을 했지만 대신 겅간족과 드로이드 군대의 배틀을 아주
웅장하게 연출해서 오마쥬를 하더라도 나름대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헌데 이번 에피소드7은 전혀 변화가 없더군요.
하아....
어째 감상이 아니라 헛소리 넋두리 모음이 될 거 같아 이만 글을 마칩니다.
저는 원래 스타트랙팬이 아니었습니다. 허나 스타워즈 팬이라는 쌍제이 감독이 신스타트랙을
새롭게 리부팅하면서 이전작의 정신을 계승함과 동시에 더 업그레이드된 작품을 내놓았을 때,
저는 이번의 에피소드 7도 스타트랙처럼 이전작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이전작보다 더더욱 업그레이드
된 작품을 내놓을 걸로 기대했습니다.
헌데 기대가 너무 컸던가요.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이 아니라 에피소드 4의 리메이크 수준을 넘어서 그냥 리마스터판 수준으로 재탕할
줄이야.
차라리 죠지 루카스가 맡는게 나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망작이라든 프리퀄도 각본이 문제였지, 최소한 눈은 즐거웠거든요.
헌데 이번작은 각본은 에피소드4 그대로고, 눈을 즐겁게 하는 건 어디에도 없더군요.
아예 리메이크 수준으로 재탕하려면 눈이라도 제대로 즐겁게 해줘야 하는데
프리퀄처럼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없구....
다음작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8이 아니라
스타워즈 에피소드5의 리마스터가 될까 겁이 나네요.
제가 아쉬웠던 부분은 거대 함대전이 안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홈월드>에 준하는 우주 전투를 극장 화면에서 보고 싶었는데, 결국 함대전은 안 나오더군요. 엑스윙들이 열심히 싸웠지만, 대기권 안이었고 우주로 나가지 않았죠. 사실 혁명군 전함이 뭔가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우주 전투기들의 도그 파이팅도 좋지만, 이제는 전함 대 전함의 싸움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호위함, 초계함, 구축함, 순양함, 전함 등이 서로 함포를 쾅쾅 쏴대고 미사일을 날리는, 그런 싸움이 나올 때도 된 것 같은데요. 물론 혁명군은 가난합니다. 전투기만으로 쑈부를 치고 싶겠죠. 그게 가난한 혁명군 이미지에 어울리겠죠. 하지만 설정에 앞서 전투 규모를 키웠으면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가 4편 리마스터인 이유는 프리퀄 시리즈 때문이라고 봅니다. <스타워즈>는 안쓰러운 저항군이 거대 제군국과 개발에 땀 나도록 싸워야 하죠. 그게 시리즈의 감수성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리퀄 시리즈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제다이님들이 너무 화려하게 싸웠죠. 제다이와 시스의 광검 대결은 현란하고 멋지지만, 뭔가 <스타워즈>의 그 치열하고 암울한 재미와는 동떨어졌다고 봅니다. 제다이들은 뭔가 저항군 냄새도 풍기지 않아요. 애초에 그냥 도인 비슷한 집단이니까요. 이렇게 화려한 프리퀄 시리즈가 딱 버텼으니까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영화가 4편을 대놓고 베낀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정리할 시간이 좀 필요했을 겁니다.
중요한 건 8편이죠. 그런데 <새로운 희망>은 전형적인 모험물이라서 베끼기 쉬웠지만, <제국의 역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8편이 <제국의 역습>을 그대로 Ctrl+V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울러 디즈니에서는 본가 시리즈 외에 외전 시리즈도 제작 중입니다. 올해 겨울에 나올 <로그 원>이 그것인데…. 현재 팬들은 밀리터리 SF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하더군요. 저는 오히려 이쪽을 기대 중입니다. 감독이 <몬스터즈>와 <고지라>를 연출한 가렛 에드워즈라는 점이 마음에 들고, 또한 밀리터리 SF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 같아서요. 드넓고 복잡하고 어둑어둑한 우주선 속에서 분대 전술을 펼치는, 그런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언급하신 것들에 거의 공통적으로 불만이 많았지만 딱히 기대는 안 하고 갔기 때문에선지 나름 재미는 있었습니다. 프리퀄스런 디자인이 날아다녔다면(엑스윙 대신 나부 스타파이터라던가) 어땠을까는...흠, 나름 생각해볼 거리군요.
스타킬러 공략씬은 거함거포주의를 신봉하는 제국군을 잘 표현했다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클리셰를 따라갔지만, 스타워즈에서의 제국군이란 존재가 원래 그런것이라 생각하다보니 딱히 위화감은 들지 않더군요. 단지 위에서도 얘기하셨지만 함대전의 부재라거나 신형 X윙이나 TIE파이터등이 너무 빈티지 하지 않다는 불만정도랄까요. FX촬영분은 무난했다고 생각해요.
렌이 블라스터 빔을 정지시키는 씬이라거나, 포는 혼자 탈출하면서 핀도 안찾고 나중에 재회해서 설명으로 때운다거나, 일반인 핀의 광검씬, 초천재 레이의 광검씬, 아나킨의 라이트세이버를 발견하는 레이씬 같은 것이었다면 더 공감했을텐데...
여태 블라스터 빔을 정지시키는 포스유저는 영화상에 등장한 적이 없거든요. 전 이때 할아버지 그만찾아. 니가 제일 쌔보여라고 하고 싶더군요.
일반인도 광검을 휘두르는데 문제야 없지만, 옛 스톰트루퍼 동료와 대결을 한다거나 포스 유저인 렌과 대결을 하는걸 보니... 이거 나중에 얘도 제다이돼?란 물음표가 머릿속에 뜨더군요. 일반인으로 남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낱 라이트세이버로 여태 영화상에서 아나킨외엔 표현되지 않은 비전 장면을... 아직 포스유저는 접해보지도 않았고, 쥐꼬리만한 가르침도 받지 않은 상태로 보게되는 레이의 비범함을 넘어서는 장면도 좀 충격이었죠. 렌과의 광검씬은 클래식한 맛이 나서 좋긴했지만, 또 여기서 렌을 압도하는 레이에 대한 표현은 참 아스트랄하더군요.
기대를 하고 본 것도 아니고, 스타워즈에서 대단한 연기력이나 감동적인 연출을 기대하고 본 것도 아니지만 극의 흐름은 정식 넘버링 시리즈라는 느낌은 좀 덜합니다.
메이저 영화사에서 돈을 대고 찍은 잘만든 팬무비라는 느낌도 들어요.
기존 배우들이 나오긴 했지만, 왠지 이번 배역을 연기하는 상황이라거나 배우들의 역할이 좀 이상하단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가령 한 솔로는 렌의 아버지이긴 하지만 아버지, 스승, 플레이 메이커와 같이 역할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건 이배우가 인디아나존스4에서 겪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 분... 이런 연기하면 어설퍼진다고 해야 할까요.
레아는 제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스크린밖에서 너무도 공격적인 모습을 많이 봐서인지 자신이 그렇게 비난했던 스타워즈에서 과거 레아의 흔적을 억지로 연기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루크는 은거한 고수이자 스승이 될 사람이며, 모든 일의 키메이커로 작용하는 것에 비중을 맞춘 것 같아 좀 씁쓸했구요.
이런건 이전에 이 감독의 스타트렉 비기닝과 다크니스를 볼 때도 느낀건데, 롤을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으로 다시 끼워맞추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봅니다. 물론 이전을 고수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이 사람은 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왜 이렇지라는 안타까움을 남기더군요.
리부트나 계승을 비교적 잘해주는 감독이지만, 이런 점은 좀 안타깝습니다.
근데 요즘에 힘을 얻고 있는 견해들이, "다분히 의도적인 자기복제"라고 하더군요.
비슷한 예로 들 수 있는게 꽤 오랜 텀을 두고 등장한 작품들인 "터미네이터" - "터미네이터2"인데, 카메론 감독은 스스로 T2를 평가하면서, '스토리상 씨퀄이긴 하지만 진정한 의의라고 한다면 T1의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T2는 T1을 거의 완벽할 정도로 자기복제했다는게 속된 말로 '빼박캔트' 거든요. 그래서 이에 대해 질문을 받은 카메론 감독은, T1을 구상하고 제작할 때 당시의 기술적 한계 땜에 재현할 수 없었던 장면, 액션씨퀀스, 특수효과 등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았기에, 씨퀄로서 T2를 만들되 사실 상 "내가 원했던 T1의 모습"으로 그대로 스토리라인을 복제하여 다시 풀어냈다... 뭐 이런 얘기였죠.
이렇게 놓고 본다면, T2의 개봉 당시 "이건 그냥 T1 짝퉁이야!"라는 불만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가 의미심장하죠. 저도 개봉 당시에 직접 가서 봤고, 분명 이런저런 평론가들에게서 "T1의 리메이크 같다"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 만큼 불만 섞인 여론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이런저런 비평사이트를 가 보면 JJ의 EP7에 대해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 재미있는 견해가 바로 "의도적인 리메이크"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EP7을 일종의 선언(mission statement)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견해입니다. 그 견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디즈니의 프랜차이즈 인수, 기존 EU 설정의 폐기와 이로 인한 일부 팬덤의 불만, 그리고 루카스 본인이 워낙 망쳐놓은(...) 프리퀄 시리즈 등...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부활 및 영속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악재들이 만만찮게 놓여 있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JJ및 제작자들의 아이디어는, "그 모든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77년 당시 스토리텔링을 이와 같은 퀄리티로 재현하여, EP4, 5, 6의 뒤를 제대로 잇는 작품을 낼 능력이 있다"라는 의도를 담았다고 주장하더군요.
뭐, 제작자들 본인이 별 얘기 없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듯하게 들리기는 하네요.
T2가 T1의 큰 틀을 따온 건 맞습니다만, 에피소드 4와 7과의 관계보다야 솔직히 많이 낫죠. T2의 경우 도입부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T-800과 다른 인간을 보여주고서는 그 사람은 미래에서 온 저항군이고 T-800은 여전히 악당일 거라고 관객이
지레짐작하게 해버린 다음, 갤러리아 장면에서는 갑자기 그 사람의 정체가 액체금속 터미네이터고 총알 맞으면 흡수해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변신도 하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다 T-800은 아군이라는 반전을 터뜨려 버리지 않습니까.
얼핏
처음 보기에는 전작과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고 이 영화는 이제부터 전작과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인 거죠.
이후의 전개는 미래를 바꾸려는 스카이넷 앞에서 그저 살아남기 위해 도망다니기 바빴던 T1과는 달리, 오히려 우리가 미래를
바꿔버리겠다며 사이버다인사에 총 들고 쳐들어가는 식으로 완전히 달라져버리고 전작에서 단순한 살인마에 지나지 않던 T-800은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용광로에 들어가지 않습니까.
헌데 에피소드 7에서는 그런 장면도, 연출도 정말 부족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후반부를 문제삼는 게 그것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에피소드 4를 좀 따라가다가도 중간쯤에서는 여러분 생각과 다르거든요? 여러분, 이건 새 트릴로지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를 외쳤어야 한다고 봐요. 후반부 전개를 위해 등장하는 주적 스타킬러는 다연발이 되는 데스스타일 뿐 딱히 나아 보이는 것도 없고 말이죠. 비교해보자면 T2의 주적인 T-1000이 그냥 좀 더 빠르고 강한 T-800에 지나지 않았다면 T2가 그만큼 성공적인 영화가 되지는 못했을 거고, 이후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어떻게든 T-1000보다 강하고 충격적인 적을 등장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후속작들도 하나같이 망해버리죠.
맞아요. 전혀 새로운 게 없는 게 제일 큰 문제였죠.
4,5,6이 대단한 걸 보여줬고 신기원을 보여준 후
1,2,3은 연출,각본,연기가 망이었지만 그래도 스타워즈 세계가 이렇다라는 걸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효과음, 시각효과, 각종 기기들의 디자인 등이 대단했죠. 어떻게 그렇게 다 새로 만든 건지 신기할 정도로...
그런데 7은 새로운 걸 하나도 안 보여주고, 그냥 그대로 만들었어요.
7,8,9를 아우르는 새로운 컨셉, 디자인 등, 스타워즈스러운 게 필요했는데
그냥 4,5,6처럼 만들어버렸죠.
돈벌이는 잘 되겠지만 이러다가 스타워즈가 후세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잊혀질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은 고의적으로 에피소드 4의 오마주로 나간 것이 맞지만, 무엇보다도 '스타워즈팬들이 바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이었습니다.
스타워즈라는 작품은 거대한 오락물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방대한 우주 세계를 무대로 싸움이 벌어지는 것, 그리고 여기에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리퀼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지나친 CG와 지나친 설명 대사는 이야기에 거리감을 던져주었죠. 게다가 쓸데없이 설정을 늘리면서 거리를 더더욱 벌려놓았습니다.
"깨어난 포스"는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망쳐놓은 루카스에 대한 도전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팬이 보고 싶은 스타워즈는 이런거야!"라고 말이죠.
팔콘호의 내부를 그대로 재현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CG 캐릭터가 거의 없다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죠. 여기에 다채롭게 펼쳐지는 전투...
깨어난 포스는 제가 보고 싶었던 스타워즈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핀, 레이, 그리고 카일로 렌이라는 세 젊은이를 등장시켜 '현대 젊은이의 가족 문제'를 부각시켜주는 효과까지 노렸습니다. 오래 전 루크 스카이워커가 당시대 젊은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이들 세 인물은 현재의 젊은이의 모습을 잘 엮어내 보여주었죠.
그 결과 "깨어난 포스"는 환영받았습니다. 물론 스타워즈의 후광이 없지 않겠지만, 평론가들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건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망하는 사람은 당연히 있을 겁니다. 여하튼 에피소드 4(정확히는 '스타워즈')를 너무 닮은 것도 사실이죠.
그렇지만, 그건 팬들이 바랬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솔직히 저 자신 그런 걸 바랬거든요. 스타킬러 요새가 등장한 시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에피소드 4와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두었고 좋은 의미로 배신을 했습니다. 스타킬러 요새 공격 장면은 분명히 에피소드 4의 오마주라고 생각되겠지만, 사실 에피소드 6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주인공격의 인물들이 직접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죠. 칸티나를 닮은 술집이 나오지만 분위기는 자바의 궁전 쪽이 더 가까웠고 이야기의 흐름도 다르죠. 게다가 레이나 핀 같은 캐릭터의 역할이나 활약은 루크와 완전히 다릅니다.
닮은 것은 외형 뿐. 사실은 완전히 다른 영화이죠. 굳이 말하면 상어와 돌고래가 닮은 것보다도 덜하다고 할까요?
이제 올해 12월이면 로그원이 개봉합니다. 에피소드 1~6(더 정확히는 에피소드 4~6)의 외전이지만, 한편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새로운 스타워즈죠.
여기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에피소드 1~3처럼 거리가 먼... 딴 나라 이야기는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보고 느끼는 거야 개개인이 다 다르니까요.
저의 경우는 스타워즈의 본질은 누구나 부담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스페이스 오딧세이이며 그걸 사실 처럼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개성있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각혁명은 어디까지나 그 다음의 문제라고 보고요.
따라서 스타워즈의 기본 정체성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생각하는게, 망작이라고 비판하면서 스타워즈라고 프리퀄에 애증을 가지는 팬들이 많은 것처럼 저 역시 나름대로 프리퀄을 좋아합니다만 프리퀄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오히려 그 바탕이 되는 이야기(말씀하신 각본도 포함되는) 보다 시각적인 볼거리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이번편에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대부분 평단과 대중의 평가가 프리퀄보다 훨씬 좋은 이유는 바로 그 기본이 되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충실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루카스는 백인노예상인 운운하던 그 발언 공식사과했습니다.
뛰어난 제작/기획자이며 스타워즈의 창시자로서 루카스는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의 독단과 집착은 그의 창작물에 분명 안좋은 영향을 많이 끼쳤죠. 오히려 JJ는 그가 잊고 있던, 그토록 사람들이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라는걸 다시 증명해 보인거구요. 아무리 자신의 창조물이라 하더라도 한발 물러나 볼 필요가 있는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