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이계의 침입자.

<게일리오니아력 4369년 8월 5일 페라이드평원. 루세니아 육군 기갑부대 주둔지.>

"이거.. 완전히 작살나 버렸구만.... 살아 남은게 정말 다행이야."

다음날, 파손된 MBT13호 T-444A2전차를 살펴보던 정비병들은 혀를 내 두르며 이런 말만을 내 뱉았다. 정말 처절하리만치 부서진 전차는 적진을 뚫고 나온 역전의 용사들이 탄 전차가 아닌, 적에게 피격되 격파된 전차를 연상케 했다. 앞부분 장갑은 크게 찌그러 졌고, 오른쪽 캐터필러 부분은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정도보 박살이 나 있었다. 포탑위에 거치된 M-444 개틀링 기관포의 총신은 과도한 발포로 인해 총신이 약간 휘어져 있었다. 전차후부에 장착되는 R-30 아쳐미사일을 발사하는 발사대 역시 군데군데 40mm 미스릴 장갑이 찌그러 지거나 깨져있었다. 물론, 녹색 무늬를 얼룩덜룩하게 새겨놓은 원래의 도장은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온통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수석 정비 장교는 전차를 한번 쓰윽 둘러보더니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중얼거렸다. 물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행동도 빼먹지 않았다.

"오른쪽 캐터필러 완파. 전면장갑은 크게 찌그러진데다 대 전차 로켓포 3발 직격. 두군데는 300mm정도 구멍이 뚫렸고 한군데는 500mm 까지 파고 들었음. 왼쪽 사이드 스커트 반파. 캐터필러는 문제 없음. 엔진 과열로 출력이상. R-30런쳐 외부장갑 반파. 포탑쪽 장갑 반파 M-444 개틀링 총신파손. 교체를 요함. 이거... 완전히 폐품수준이잖아?"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문서 작성을 끝냈다. 그리곤 오른쪽을 힐끔 쳐다 보더니 한숨을 푸욱 내 쉬었다. 그곳에는 바로 이 '폐품'과 같이 빠져나온 FAT1호가 한창 수리를 받고있었다. 높이 6.56m의 -3층건물과 맞먹는- 높이를 가진 거대한 전차의 양쪽에 달라붙은 4대의 크레인에는 이전에 망가진 4정의 개틀링을 다시 조립하려는듯 하나같이 개틀링 기관포가 달려있었다. 심하게 그을리고 찌그러진 전차의 외부장갑은 이미 교체되거나 보수되었는지 하나같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런 T-664A2전차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고는 이미 '폐품'을 수리하고 있는 동료들에게로 다가갔다. 오늘까지는 이 빌어먹을 65톤짜리 고철덩어리를 원래대로 만들어 놓아야 했다.

*

<서기 2010년 8월 12일 U.S.A - 록키산맥 비밀기지.>


"게이트. 정상작동. 차원좌표 33.22.1.888.456.123 A 이상없음."

"원자로 정상작동. 탐사장치 출발. 탐사장치 이상 무."

안전 차폐막을 통해 시커멓게 번들거리는 거대한 검은 구멍을 바라보는 쟈콥의 탐욕스러운 눈이 빚나고 있었다. 이윽고 하늘에서 바람을 가르는 제트엔진의 굉음소리와 함께 무인 전투기로 개조된 OF-4 전투기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현재 OF-4에는 무장 대신 십여개의 카메라와 함께 보조연료탱크만을 주렁주렁 달고있었다. 그 전투기는 시커먼 구멍 근처로 접근하자 고도를 낮추며 하강하더니 저공비행을 하며 시커먼 구멍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현재 국방장관이라는 위치에 있는 쟈콥은 두꺼운 방호유리 너머로 번들거리는 시커먼 구멍과 그 구멍앞에 대기중인-외장에 성조기를 새겨넣은- 50여대의 M1A2전차와 40대의 M2A3 장갑차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10여대 정도의 K-9자주포를 바라보았다. 외장에 태극마크가 선명한. 이 자주포 주변에는 한국 해병대로 보이는 보병 1개 대대가 대기중이었다. 그들을 보며. 쟈콥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후후... 한국 원숭이놈들은 이래서 마음에 든단말이야. 우리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잖는가. 흡사 주인을 섬기는 노예같잖나.. 안그런가 조셉?"

쟈콥의 옆에 서 있는 조셉이라 불린 덩치좋은 금발의 남자 역시 쭈그리고 앉아서 자기들끼리 무언가를 하고있는 한국군 해병대원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으며 입을열었다.

"열등한 동양 원숭이들의 특징이죠 후후후."

그들의 비릿한 미소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국 해병대원들은 자기들끼리 쭈그리고 앉아서 무엇인가를 하고있었다. 갑자기 한 해병대원이 일어나 무엇이라고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질렀지만 미군들은 그 소리를 무시하고는 시커먼 구멍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에이 쒸펄.. 정말 X같잖아!! 제대가 며칠남았다고 이따위 미친짓거리에 동원되야 하는거냐고! 그리고 이건 뭐야 젠장!! 에티오피아 난민도 거부한다는 MRE잖아? 이딴걸 처먹으라고 주는거냐? 젠장!! 나보고 저딴 '똥구멍' 안으로 처 들어가라고?"

제대를 고작 2주일 앞두고. 비밀작전이라고 은밀하게 미국으로 이동한 '한나라'부대에 억지로 편입되어버린 '한나라' 부대 1대대 2중대 소속의 최학규 병장은 계속해서 욕지거리만 뱉아내고 있었다. 갑자기 이리로 끌고와서는 이계원정이라니. 무슨 판타지 소설을 보는것도 아니고 이런 황당한 시설이 있을거라곤 생각도 하지못했던 그에게 눈앞에 펼쳐진 시커먼 구멍은 그저 X같은 '똥구멍'으로만 보였다. 그렇게 발광을 하는 그를 김용현 상병이 억지로 진정시키려 애를쓰고있었다.

"병장님. 제발 진정하시죠.. 저기 저 엿같은 양키새끼들이 자꾸 우리를 보고 비웃는거 안보이십니까? 이런다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러나 최학규병장은 막무가내였다.

"에이 씨팔!! 저 개새끼들이 비웃든 말든!! 난 저런 황당하고 엿같은 구멍에 들어가기 싫어!! 무슨 미친소리냐구!! 저 구멍너머로 우리가 웃으면서 보던 황당무계한 판타지 세계라잖아!! 이게 무슨 엿같은 소리냐구!!  으아아 씨벌!!"

그렇게 소동을 피우는 최학규병장을 진정시킨것은 '한나라'부대의 부대장인 이광인 대위였다. 이광인은 발광의 수준을 벗어나. 급기야는 K2 소총을 들고 사방으로 휘두르며 괴성을 지르는 최학규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고 갑자기 커다란 충격을 받은 최학규는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이광인은 쓰러진 최학규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역시 욕설을 섞어서 말함은 다른 없었지만..

"닥쳐라 이 새끼야. 우리는 군대다. 엿같은 군바리들이란 말이다. 저 재수없는 정치인 새끼들이 까라며 까라는게 이 X같은 군대다. 닥치고 이동 준비나 해라. 뭘 볼진 모르지만 상당히 엿같은 경험이 될테니."

이광인은 이 말만을 내뱉고는 저만치 사라져 버렸다. 그가 사라지자 김용현 상병이 쓰러진 최학규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병장님 마음 다 압니다. 우리도 지금 전부 혼란스럽고 엿같단 말입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우리는 군바립니다.. 대위님 말씀대로 정치인 새끼들이 까라면 까야 된다구요."

"......."

그가 진정되자. 김용현은 한숨을 푹 내 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

"탐사장치 돌아왔습니다."

약 2시간30여분 후. 시커먼 구멍을 통해 탐사용으로 사용된 OF-4 전투기가 튀어나왔다. OF-4는 재빨리 방향을 틀어 하늘로 솟구친 다음 근처의 공군 기지로 사라져 버렸다. 쟈콥이 사라진 OF-4를 바라보는 사이, 오퍼레이터가 보고를 시작했다. 쟈콥이 입을 열었다.

"보고하라."

"주위 300km안에는 어떠한 문명의 흔적은 없습니다. 다만 리자드맨과 오크들로 추정되는 생명체들이 집단을 지어 생활하고 있을뿐입니다. 그들의 문명 수준은 지구의 중세시대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쟈콥은 피식 웃었다. 상대 차원은 문명도 너무 떨어지는데다가 엄청난 양의 금과 석유가 고스란히 매장된 그야말로 황금의 대지였다. 거기다 소설로,영화로만 보던 판타지 셰계틱한 종족이라니.. 그로서는 우스울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통신기를 부여잡고 명령을 내렸다.

" '메시아'부대에게 명령 하달한다. 출발이다. 열등한 괴물들을 전부 쓸어버리고 자원을 확보한다. 이것은 미 합중국 대통령의 명령이다. 조국을 위해 위대한 미 합중국의 위력을 야만 괴물들에게 보여주는거다!"

오퍼레이터도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조국을 위해"

"지랄병"

단, 혼자 영어를 알아들은 이광인 대위만이 욕설을 내뱉았다. 이윽고 엄청난 굉음소리와 함께 기갑차량들의 시동이 걸리더니 하나둘씩 검은 구멍 너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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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해서 죄송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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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