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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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힐 듯한 대치가 지속되는 와중에 전투를 모니터링 하고 있던 닥터 노스트라의 뒤로 마도대박사 메스가 다가왔다.
"아직도 대치 중인가 보죠?"
"대박사 메스. 강훈 반장의 상태는 어떤지 말해보게."
그녀는 잠시 강훈의 상태를 알아본다며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온 차였다.
"앞으로 20분 정도 예상됩니다. 강훈 반장님은 마도액기스를 잘 받으시는 것 같아요. 여러모로 말이죠. 좀 더 쉬시게 두면 좋을 것 같은데..."
개인적인 사심이 들어간 마지막 말이지만 닥터 노스트라로서는 그녀가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의문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20분정도라 샤이닝성인의 회복캡슐보다 성능이 더 좋은 것 같군. 그건 그렇고 방금 타이탄에 탑승한 2호에게서 문의가 왔네 마침 그대가 왔으니 알려주게나"
"예. 어떤건가요? 제가 필요한 부분이세요?"
바로 다시 강훈 반장의 상태를 체크하며 더 많은 실험을 하고 싶었던 그녀는 약간 짜증스러운 기분을 느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재차 자신이 꼭 필요한 부분인지 물어본 것이다. 노스트라는 대답 대신에 해골 지팡이를 들어 모니터로 향하게 했다.
"2호와 통신을 연결해라."
그의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2호의 모습이 스크린상에 나타났다. 긴장으로 인하여 모습이 말이 아니었고 무리한 초능력 사용으로 인하여 극심한 피로도 보이고 있었다. 그는 다급한 말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2호입니다. 가루다와 가벨에게 무기가 있나요? 그냥 공격하라고 하면 되요?"
"대박사 메스예요. 2호씨. 가루다에게는 초음파 보이스가 가벨에게는 스텔스어택이 있어요. 그렇게 명령을 하면 될거예요."
"예 감사합니다. 아! 적이 움직입니다. 저는 이만."
2호의 말과 같이 다른 전상을 비추는 모니터에서는 검은 삼총사의 로봇이 삼각형 형태의 진형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노스트라님 저는 다시 강훈 반장님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2호와 통신이 끊어지자 메스는 살짝 노스트라를 쳐다 보았다. 타이밍상 자리를 떠도 될지 확인한 것이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노스트라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떡였다. 이를 허가라고 생각한 그녀는 지체 없이 다시 상황실에서 벗어났다.
....
타이탄을 조종하고 있는 2호는 적들의 움직임이 이어지자 의식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통신을 통해 가루다와 가벨에게서 각각 무기와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도 더이상 적을 지켜만 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되야 할텐데... 가루다! 초음파 보이스 공격! 가벨! 스텔스 어택!'
동시에 명령을 내려도 될지 모를 일이었지만 문제가 없이 전달 되었는지 오른쪽에 있던 가루다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괴음과 동시에 공간을 일그러트리는 환형고리의 파장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 쿠오오오오오오!
그리고 가벨은 서서히 몸체를 주변의 이미지와 동화시키더니 투명하게 변해 적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젠장. 귀찮게 되었군! 에릭! 션! 모두 산개하도록!]
[옛 대장!]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게되었지만 경계를 하고 있던 상태였기에 검은 삼총사는 진형을 벌리며 가루다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었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다시 진형을 갖추기 위해 다시 모였을 때는 오른편에 있던 션의 기체가 무언가의 공격을 받으며 충격으로 뒤로 넘어지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 쿵!
[무슨 일이냐 션!]
- 콰직!
[으억! 대장. 아까 투명해진 고양이 같습니다. 왼팔 파손입니다.]
가벨의 스텔스 어택을 받고 션의 기체가 쓰러진 것이었다. 가벨은 쓰러트린 후 목을 물으려 했지만 바로 반응한 그가 팔을 올려 방어했기 때문에 왼팔을 물어 뜯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션에게서 떨어져라!]
분노한 목소리와 함께 마일스의 기체가 션의 위로 다가와 발차기를 시도했다.
- 퍽!
약간의 둔탁한 충돌음이 나자 션의 기체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대장. 저 검은 고양이 녀석은 충격을 받으면 스텔스 상태가 풀리는 것 같습니다.]
급히 일어선 그의 맞은 편에서는 모습이 서서히 나타난 가벨이 충격으로 인하여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좋아, 모두 집중 공격!]
이 때를 놓치지않고 마일스와 에릭의 공격이 가벨을 덥치기 시작했다. 긴급한 순간 2호가 타이탄을 움직였다. 가루다도 다시 충전된 초음파 보이스를 발사했다.
- 쿠오오오오오!
- 쿠콰콰콰캉!
가루다의 초음파 보이스가 먼저 에릭의 기체에 닿으며 굉음이 일어났다. 재빨리 가벨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가지고 있던 검을 방패삼아 막았지만 충격으로 인하여 뒤로 밀려나면서 이미 내구력에 문제가 있던 검이 파괴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가벨의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마일스의 공격이 가벨에게 근접한 것이다.
[고양이 교육부터 시켜주마!]
[그렇게 두진 않겠다.]
마일스의 기체가 든 거대한 도끼가 주춤거리는 가벨의 몸을 가르려는 순간 가까스로 도착한 타이탄이 오른손으로 도끼를 붙잡았다. 역시 힘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던지 도끼를 빼려 했지만 타이탄의 손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바로 타이탄이 발차기를 날리자 어쩔 수 없이 그는 도끼를 포기하고 반중력 부스터를 이용해 뒤로 물러나야 했다.
[망할 그래도 히어로 출신이란 말인가. 저런 고물 로봇에게 힘에서 밀리니 어쩔 수 없네.]
자조섞인 마일스의 말이었다.
[고맙게도 이 도끼는 잘 쓰겠다.]
그의 앞에서는 타이탄이 오른 손에 자신에게서 강탈한 도끼를 든 체 득의양양하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악당시절 정의의 히어로에게 당하던 자신들의 과거가 떠오르기 시작한 마일스는 자신의 입술을 강하게 물었다.
'젠장. 잘난 척 하기는 지금은 우리가 정의의 히어로란 말이다.'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에릭과 션을 불렀다.
[이젠 어쩔 수 없다...모두 그걸 준비하도록!]
그러자 검은 삼총사의 기체들이 동시에 등쪽 보조 공간에서 미려한 모습의 미사일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전에 구걸하다시피 얻었던 윗치 미사일이었다.
이미 수십번 당해봐서 이 미사일이 어떠한 파괴력과 기믹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아는 그들이 이제야 쓰기로 마음 먹은 바에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과거를 청산하고 정의의 조직에 속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이런 악연이 가득한 무기를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타이탄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더이상 이것 말고는 다른 공격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윗치 미사일을 꺼내 들은 순간 모니터링하던 닥터 노스트라의 통신이 들어왔다.
"2호! 저 미사일은 일단 피할 수 없다. 타이탄의 오른손의 방어력을 믿고 모두 막아보도록!"
황당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예지력이면 피하는 것도 가능할 것인데 피할 수 없다니.
"피할 수 없어요?"
"그런 물건이다."
그러나 짤막한 노스트라의 대답에 대해 더 물어볼 틈이 그에게는 없었다. 검은 삼총사가 3방향으로 넓게 펼쳐 나가며 들고 있던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검은 삼총사의 저스티스 미사일을 받아랏! 타이탄!]
언제부터 윗치 미사일이 저스티스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정의로운 목소리로 윗치 미사일을 발사한 검은 삼총사의 리더 마일스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무기가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은 시작이고 끝이라고 보였다. 적어도 이전처럼 히어로들에게 구박 받으며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히어로가 되어 적을 물리친 것이었다. 저 타이탄만 쓰러진다면 기다그룹에 충성하며 이를 통해 얻어지는 명예와 소득으로 순조로운 새출발도 꿈은 아니었다.
'아 저런. 우리도 해봤던 건데 안될텐데..'
생각도 잠시 그의 모니터에서 타이탄이 미사일에 저항하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먼저 타이탄은 가루다의 초음파 보이스로 미사일의 궤도를 방해하거나 파괴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사일은 그 공격에도 파괴되거나 궤도를 수정하지 않았다. 그 뒤 미사일의 궤도를 미리 알아 챈 듯한 타이탄이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지만 미사일은 궤도를 수정하여 다시 조준하고 날아갔다. 마침내 타이탄이 자신들의 총탄 세례를 피했던 염동력을 발동했는지 오른 손을 내밀자 미사일이 순간 멈칫 한 것이 보였지만 그것도 한순간 미사일의 2단 부스터가 폭발하 듯 가속하며 염동력 필드를 무시하고 내밀어진 타이탄의 오른 손에 차례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 쿠아아아아앙! 콰콰콰쾅! 휘위이이이이이잉!
미사일의 폭발과 동시에 거대한 화염과 폭음, 그리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푹 파여진 땅에 박혀진 체 쓰러진 타이탄의 모습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강도를 자랑하던 그 오른팔은 강력한 폭발로 인하여 뜯겨져 산산조각이 된 듯 사라진 체였고 군데군데 몸통도 외장이 벗겨져 있었다. 그래도 히어로협회의 심판진에서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파일럿의 생명에는 문제가 없는 듯 싶었다. 싸움이 더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심판진에서 종료를 선언하기 때문이다. 역시 전직 히어로 로봇. 저 공격에도 완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심 부러운 생각이 들게된 마일스는 복귀하면 자신들의 기체도 저정도로 강화해 달라고 말하자고 다짐하고는 쓰러진 타이탄을 향하여 기체를 움직였다.
[끝이다. 타이탄. 이대로 항복한다면 받아주겠다.]
그러나 타이탄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타이탄의 조종석을 끄집어 내어 강제로 종료를 받아내야 겠다고 생각한 마일스가 타이탄의 허리로 손을 옮겼다. 자료에는 허리에 조종석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타이탄 쪽에서 이상한 빛이 발하더니 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마일스는 저항하려 했지만 그 빛은 이내 더 강해지더니 마일스의 기체를 허공으로 날려버릴 정도로 강해졌다. 가까스로 착지한 마일스에게 타이탄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끝이 아니다! 진정한 타이탄의 힘을 보여주마! 환수합체 킹타이탄!]
목소리가 끝나며 타이탄의 거체가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검은 삼총사 모두는 무언가 과거와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대장.. 이대로 보는 겁니까?"
"이거 설마 패배 플러그?"
"...."
그들의 대화 중에도 타이탄의 이상한 변화는 지속되고 있었다. 어느 틈에 왔는지 환수 가루다와 가벨이 타이탄의 곁으로 와서 같이 빛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모습을 변화시키며 사라진 타이탄의 오른팔과 왼팔에 맞는 모습으로 합체 한 것이다. 여기까지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검은 삼총사는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대장님. 뭐라도 해봅시다. 션 그거라도 던져!"
"아..알겠다."
그러나 마일스가 유일한 무기를 가지고 있던 션이 움직이려는 것을 막으며 비장하게 말했다.
"아냐 그만 둬. 느낄 수 있지 않냐. 우린 여기까지인거야. 본부에 연락해 둬라. 우리의 최후를 지켜봐달라고."
떨쳐낼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이 있었다. 이제 떨쳐내고 새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 것인지 말이다. 타이탄은 변화를 끝 낸 것인지 빛이 사리진 체 허공에서 내려와 대지에 올라섰다. 뻥뚫린 가슴과 여기저기 파손된 외장은 그대로였지만 없었던 왼 팔과 오른 팔이 가루다의 머리와 가벨의 머리를 닮은 모습으로 생겨나 있었다. 그 뒤 히어로협회의 심판진으로부터 드물게도 공용통신이 들어왔다.
[공정한 전투를 위해서 타이탄 파일럿 교체를 알립니다. 방금 전 텔레포트를 통해 파일럿 교체되었습니다. 생체센서 등록을 위해 10분간 전투를 쉬겠습니다.]
그 통신 때문일까 기껏 각오했던 마음이 풀어져 버린 마일스는 조종석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에릭과 션도 기체의 해치를 열고 같이 밖으로 나와 한자리에 모였다. 에릭이 담배를 션이 라이터를 꺼내어 마일스에게 건내자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고맙다..."
그가 느끼기는 바깥의 공기는 시원했다. 그리고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
닥터 노스트라에게 멀리서 전투를 지켜보던 이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왔다.
[저거 뭐예요? J님의 메시지]
[훈 일세. N님의 메시지]
[그 사람인 건 알겠어요. 그런데 타이탄이 왜 저렇게 되었냐구요. 혹시 그 사람 개조수술 받았어요? J님의 메시지]
[그게 그냥 피로회복 캡슐에서 자고 나오기만 했는데 말이세. N님의 메시지]
[바른대로 불어요! 험한 꼴 보기 싫으면! 타이탄 파일럿 생체 데이터는 나도 접근 가능하다고요. J님의 메시지]
[맞아 그랬지, 사실 여기 있는 과학자 하나가 사고쳤어. 피로회복시켜 준다더니 겸사겸사 개조수술도 같이 해봤다고.. N님의 메시지]
[미쳤군요. 미쳤어. 그 인간은 왜 또. 당한데요. 그래서요. 복구 가능하데요? J님의 메시지]
[정말 미안하게 되었네. 그건 더 연구를 해봐야 한다는구만. N님의 메시지]
[대체 한 두 번도 아니고, 또 개조수술을 당해요. 나중에 관련 데이터 모두 보내세요. 그리고 그 과학자. 남자? 여자? J님의 메시지]
[...여자일세.. N님의 메시지]
[보러 갈테니까 전장으로 같이 델고 나와요. J님의 메시지]
[나도 말인가? N님의 메시지]
[그래요. 꼭 나와요 선배.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단단한거 타고 오세요. J님의 메시지]
대화가 종료되었다. 닥터 노스트라는 갑작스런 두통을 느끼고는 머리를 쥐었다.
"으...골치야..."
그는 사고를 만든 장본인을 멀리서 쳐다보며 눈을 질근 감았다. 마도대박사 메스는 자랑스럽게 자신이 한 개조수술의 성과를 보라며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사랑스러운 존재를 보는 것 마냥 빛나고 있었다. 생각같아서는 꽁꽁 묶어서 포로로서 J박사 측에 전달하고 싶었지만 어찌되건 마도대박사에다 그린 비스트의 참모인 것이다.
"아직도 대치 중인가 보죠?"
"대박사 메스. 강훈 반장의 상태는 어떤지 말해보게."
그녀는 잠시 강훈의 상태를 알아본다며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온 차였다.
"앞으로 20분 정도 예상됩니다. 강훈 반장님은 마도액기스를 잘 받으시는 것 같아요. 여러모로 말이죠. 좀 더 쉬시게 두면 좋을 것 같은데..."
개인적인 사심이 들어간 마지막 말이지만 닥터 노스트라로서는 그녀가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의문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20분정도라 샤이닝성인의 회복캡슐보다 성능이 더 좋은 것 같군. 그건 그렇고 방금 타이탄에 탑승한 2호에게서 문의가 왔네 마침 그대가 왔으니 알려주게나"
"예. 어떤건가요? 제가 필요한 부분이세요?"
바로 다시 강훈 반장의 상태를 체크하며 더 많은 실험을 하고 싶었던 그녀는 약간 짜증스러운 기분을 느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재차 자신이 꼭 필요한 부분인지 물어본 것이다. 노스트라는 대답 대신에 해골 지팡이를 들어 모니터로 향하게 했다.
"2호와 통신을 연결해라."
그의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2호의 모습이 스크린상에 나타났다. 긴장으로 인하여 모습이 말이 아니었고 무리한 초능력 사용으로 인하여 극심한 피로도 보이고 있었다. 그는 다급한 말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2호입니다. 가루다와 가벨에게 무기가 있나요? 그냥 공격하라고 하면 되요?"
"대박사 메스예요. 2호씨. 가루다에게는 초음파 보이스가 가벨에게는 스텔스어택이 있어요. 그렇게 명령을 하면 될거예요."
"예 감사합니다. 아! 적이 움직입니다. 저는 이만."
2호의 말과 같이 다른 전상을 비추는 모니터에서는 검은 삼총사의 로봇이 삼각형 형태의 진형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노스트라님 저는 다시 강훈 반장님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2호와 통신이 끊어지자 메스는 살짝 노스트라를 쳐다 보았다. 타이밍상 자리를 떠도 될지 확인한 것이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노스트라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떡였다. 이를 허가라고 생각한 그녀는 지체 없이 다시 상황실에서 벗어났다.
....
타이탄을 조종하고 있는 2호는 적들의 움직임이 이어지자 의식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통신을 통해 가루다와 가벨에게서 각각 무기와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도 더이상 적을 지켜만 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되야 할텐데... 가루다! 초음파 보이스 공격! 가벨! 스텔스 어택!'
동시에 명령을 내려도 될지 모를 일이었지만 문제가 없이 전달 되었는지 오른쪽에 있던 가루다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괴음과 동시에 공간을 일그러트리는 환형고리의 파장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 쿠오오오오오오!
그리고 가벨은 서서히 몸체를 주변의 이미지와 동화시키더니 투명하게 변해 적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젠장. 귀찮게 되었군! 에릭! 션! 모두 산개하도록!]
[옛 대장!]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게되었지만 경계를 하고 있던 상태였기에 검은 삼총사는 진형을 벌리며 가루다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었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다시 진형을 갖추기 위해 다시 모였을 때는 오른편에 있던 션의 기체가 무언가의 공격을 받으며 충격으로 뒤로 넘어지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 쿵!
[무슨 일이냐 션!]
- 콰직!
[으억! 대장. 아까 투명해진 고양이 같습니다. 왼팔 파손입니다.]
가벨의 스텔스 어택을 받고 션의 기체가 쓰러진 것이었다. 가벨은 쓰러트린 후 목을 물으려 했지만 바로 반응한 그가 팔을 올려 방어했기 때문에 왼팔을 물어 뜯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션에게서 떨어져라!]
분노한 목소리와 함께 마일스의 기체가 션의 위로 다가와 발차기를 시도했다.
- 퍽!
약간의 둔탁한 충돌음이 나자 션의 기체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대장. 저 검은 고양이 녀석은 충격을 받으면 스텔스 상태가 풀리는 것 같습니다.]
급히 일어선 그의 맞은 편에서는 모습이 서서히 나타난 가벨이 충격으로 인하여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좋아, 모두 집중 공격!]
이 때를 놓치지않고 마일스와 에릭의 공격이 가벨을 덥치기 시작했다. 긴급한 순간 2호가 타이탄을 움직였다. 가루다도 다시 충전된 초음파 보이스를 발사했다.
- 쿠오오오오오!
- 쿠콰콰콰캉!
가루다의 초음파 보이스가 먼저 에릭의 기체에 닿으며 굉음이 일어났다. 재빨리 가벨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가지고 있던 검을 방패삼아 막았지만 충격으로 인하여 뒤로 밀려나면서 이미 내구력에 문제가 있던 검이 파괴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가벨의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마일스의 공격이 가벨에게 근접한 것이다.
[고양이 교육부터 시켜주마!]
[그렇게 두진 않겠다.]
마일스의 기체가 든 거대한 도끼가 주춤거리는 가벨의 몸을 가르려는 순간 가까스로 도착한 타이탄이 오른손으로 도끼를 붙잡았다. 역시 힘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던지 도끼를 빼려 했지만 타이탄의 손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바로 타이탄이 발차기를 날리자 어쩔 수 없이 그는 도끼를 포기하고 반중력 부스터를 이용해 뒤로 물러나야 했다.
[망할 그래도 히어로 출신이란 말인가. 저런 고물 로봇에게 힘에서 밀리니 어쩔 수 없네.]
자조섞인 마일스의 말이었다.
[고맙게도 이 도끼는 잘 쓰겠다.]
그의 앞에서는 타이탄이 오른 손에 자신에게서 강탈한 도끼를 든 체 득의양양하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악당시절 정의의 히어로에게 당하던 자신들의 과거가 떠오르기 시작한 마일스는 자신의 입술을 강하게 물었다.
'젠장. 잘난 척 하기는 지금은 우리가 정의의 히어로란 말이다.'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에릭과 션을 불렀다.
[이젠 어쩔 수 없다...모두 그걸 준비하도록!]
그러자 검은 삼총사의 기체들이 동시에 등쪽 보조 공간에서 미려한 모습의 미사일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전에 구걸하다시피 얻었던 윗치 미사일이었다.
이미 수십번 당해봐서 이 미사일이 어떠한 파괴력과 기믹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아는 그들이 이제야 쓰기로 마음 먹은 바에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과거를 청산하고 정의의 조직에 속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이런 악연이 가득한 무기를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타이탄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더이상 이것 말고는 다른 공격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윗치 미사일을 꺼내 들은 순간 모니터링하던 닥터 노스트라의 통신이 들어왔다.
"2호! 저 미사일은 일단 피할 수 없다. 타이탄의 오른손의 방어력을 믿고 모두 막아보도록!"
황당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예지력이면 피하는 것도 가능할 것인데 피할 수 없다니.
"피할 수 없어요?"
"그런 물건이다."
그러나 짤막한 노스트라의 대답에 대해 더 물어볼 틈이 그에게는 없었다. 검은 삼총사가 3방향으로 넓게 펼쳐 나가며 들고 있던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검은 삼총사의 저스티스 미사일을 받아랏! 타이탄!]
언제부터 윗치 미사일이 저스티스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정의로운 목소리로 윗치 미사일을 발사한 검은 삼총사의 리더 마일스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무기가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은 시작이고 끝이라고 보였다. 적어도 이전처럼 히어로들에게 구박 받으며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히어로가 되어 적을 물리친 것이었다. 저 타이탄만 쓰러진다면 기다그룹에 충성하며 이를 통해 얻어지는 명예와 소득으로 순조로운 새출발도 꿈은 아니었다.
'아 저런. 우리도 해봤던 건데 안될텐데..'
생각도 잠시 그의 모니터에서 타이탄이 미사일에 저항하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먼저 타이탄은 가루다의 초음파 보이스로 미사일의 궤도를 방해하거나 파괴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사일은 그 공격에도 파괴되거나 궤도를 수정하지 않았다. 그 뒤 미사일의 궤도를 미리 알아 챈 듯한 타이탄이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지만 미사일은 궤도를 수정하여 다시 조준하고 날아갔다. 마침내 타이탄이 자신들의 총탄 세례를 피했던 염동력을 발동했는지 오른 손을 내밀자 미사일이 순간 멈칫 한 것이 보였지만 그것도 한순간 미사일의 2단 부스터가 폭발하 듯 가속하며 염동력 필드를 무시하고 내밀어진 타이탄의 오른 손에 차례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 쿠아아아아앙! 콰콰콰쾅! 휘위이이이이이잉!
미사일의 폭발과 동시에 거대한 화염과 폭음, 그리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푹 파여진 땅에 박혀진 체 쓰러진 타이탄의 모습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강도를 자랑하던 그 오른팔은 강력한 폭발로 인하여 뜯겨져 산산조각이 된 듯 사라진 체였고 군데군데 몸통도 외장이 벗겨져 있었다. 그래도 히어로협회의 심판진에서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파일럿의 생명에는 문제가 없는 듯 싶었다. 싸움이 더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심판진에서 종료를 선언하기 때문이다. 역시 전직 히어로 로봇. 저 공격에도 완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심 부러운 생각이 들게된 마일스는 복귀하면 자신들의 기체도 저정도로 강화해 달라고 말하자고 다짐하고는 쓰러진 타이탄을 향하여 기체를 움직였다.
[끝이다. 타이탄. 이대로 항복한다면 받아주겠다.]
그러나 타이탄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타이탄의 조종석을 끄집어 내어 강제로 종료를 받아내야 겠다고 생각한 마일스가 타이탄의 허리로 손을 옮겼다. 자료에는 허리에 조종석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타이탄 쪽에서 이상한 빛이 발하더니 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마일스는 저항하려 했지만 그 빛은 이내 더 강해지더니 마일스의 기체를 허공으로 날려버릴 정도로 강해졌다. 가까스로 착지한 마일스에게 타이탄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끝이 아니다! 진정한 타이탄의 힘을 보여주마! 환수합체 킹타이탄!]
목소리가 끝나며 타이탄의 거체가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검은 삼총사 모두는 무언가 과거와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대장.. 이대로 보는 겁니까?"
"이거 설마 패배 플러그?"
"...."
그들의 대화 중에도 타이탄의 이상한 변화는 지속되고 있었다. 어느 틈에 왔는지 환수 가루다와 가벨이 타이탄의 곁으로 와서 같이 빛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모습을 변화시키며 사라진 타이탄의 오른팔과 왼팔에 맞는 모습으로 합체 한 것이다. 여기까지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검은 삼총사는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대장님. 뭐라도 해봅시다. 션 그거라도 던져!"
"아..알겠다."
그러나 마일스가 유일한 무기를 가지고 있던 션이 움직이려는 것을 막으며 비장하게 말했다.
"아냐 그만 둬. 느낄 수 있지 않냐. 우린 여기까지인거야. 본부에 연락해 둬라. 우리의 최후를 지켜봐달라고."
떨쳐낼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이 있었다. 이제 떨쳐내고 새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 것인지 말이다. 타이탄은 변화를 끝 낸 것인지 빛이 사리진 체 허공에서 내려와 대지에 올라섰다. 뻥뚫린 가슴과 여기저기 파손된 외장은 그대로였지만 없었던 왼 팔과 오른 팔이 가루다의 머리와 가벨의 머리를 닮은 모습으로 생겨나 있었다. 그 뒤 히어로협회의 심판진으로부터 드물게도 공용통신이 들어왔다.
[공정한 전투를 위해서 타이탄 파일럿 교체를 알립니다. 방금 전 텔레포트를 통해 파일럿 교체되었습니다. 생체센서 등록을 위해 10분간 전투를 쉬겠습니다.]
그 통신 때문일까 기껏 각오했던 마음이 풀어져 버린 마일스는 조종석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에릭과 션도 기체의 해치를 열고 같이 밖으로 나와 한자리에 모였다. 에릭이 담배를 션이 라이터를 꺼내어 마일스에게 건내자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고맙다..."
그가 느끼기는 바깥의 공기는 시원했다. 그리고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
닥터 노스트라에게 멀리서 전투를 지켜보던 이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왔다.
[저거 뭐예요? J님의 메시지]
[훈 일세. N님의 메시지]
[그 사람인 건 알겠어요. 그런데 타이탄이 왜 저렇게 되었냐구요. 혹시 그 사람 개조수술 받았어요? J님의 메시지]
[그게 그냥 피로회복 캡슐에서 자고 나오기만 했는데 말이세. N님의 메시지]
[바른대로 불어요! 험한 꼴 보기 싫으면! 타이탄 파일럿 생체 데이터는 나도 접근 가능하다고요. J님의 메시지]
[맞아 그랬지, 사실 여기 있는 과학자 하나가 사고쳤어. 피로회복시켜 준다더니 겸사겸사 개조수술도 같이 해봤다고.. N님의 메시지]
[미쳤군요. 미쳤어. 그 인간은 왜 또. 당한데요. 그래서요. 복구 가능하데요? J님의 메시지]
[정말 미안하게 되었네. 그건 더 연구를 해봐야 한다는구만. N님의 메시지]
[대체 한 두 번도 아니고, 또 개조수술을 당해요. 나중에 관련 데이터 모두 보내세요. 그리고 그 과학자. 남자? 여자? J님의 메시지]
[...여자일세.. N님의 메시지]
[보러 갈테니까 전장으로 같이 델고 나와요. J님의 메시지]
[나도 말인가? N님의 메시지]
[그래요. 꼭 나와요 선배.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단단한거 타고 오세요. J님의 메시지]
대화가 종료되었다. 닥터 노스트라는 갑작스런 두통을 느끼고는 머리를 쥐었다.
"으...골치야..."
그는 사고를 만든 장본인을 멀리서 쳐다보며 눈을 질근 감았다. 마도대박사 메스는 자랑스럽게 자신이 한 개조수술의 성과를 보라며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사랑스러운 존재를 보는 것 마냥 빛나고 있었다. 생각같아서는 꽁꽁 묶어서 포로로서 J박사 측에 전달하고 싶었지만 어찌되건 마도대박사에다 그린 비스트의 참모인 것이다.
으아... 본격 아재 취향 열혈 메카닉물이군요. 엔지니어와 파일럿의 입장에서 안 되는 거 되게 만들어야 하는 어른의 사정들.
강냉이에 누룽지를 섞어 먹는 듯한 깊은 맛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