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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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대치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전장에서 상황을 중계하고 있던 방송팀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타이탄과 팩토리엠페러의 전투가 길어지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방패에 유탄된 공격들이 중계팀이 있는 곳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타이탄의 전투도끼가 팩토리엠페러와 충돌해 그 파편이 사람 얼굴만한 크기로 떨어져 있었다. 전투가 끝난 뒤에는 두 진영에서 전문 청소팀에게 의뢰하여 말끔하게 복원하지만 다치는 경우는 어쩔 도리가 없던 것이다. 이에 긴급하게 회의가 진행되게 되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대화를 나누는 곳 건너편에서는 철수에 대한 회의가 진행 중이었는데. 저번 방송 때 잔인한 전투로 인하여 방송을 중단해야 했던 일이 있어서 이번에도 도중에 철수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이기가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철수하면 앞으로 시청율은 떨어질 게 분명하다, 누가 우리 중계를 기대하겠느냐 등등...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팩토리엠페러가 평소처럼 쿠콰쾅하면서 빨리 쓰러트려주기만 기대할 뿐. 그런 와중에 누군가 낸 이야기가 어수선한 회의장을 단 번에 조용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 내용은 바로 도시개발사업부에 마수 전대를 전멸시킨 파워업을 요청하자는 것이었다.
어찌되건 이런 방송팀의 사정은 뒤로하고 소강상태이던 전투가 다시 열기를 띄기 시작했다.
...
[김소장님 이번 전투는 기존의 전투들과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요. 현재까지만 보면 천하무적으로 보이던 팩토리엠페러가 처음으로 고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장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떠십니까?]
[음...솔직히 말해야하나..]
[뭘 그렇게 주저하세요. 평소처럼 말씀 부탁드립니다.]
[움직임이 다릅니다. 저 타이탄, 뭐가 개량된건지 모르겠지만 악당 주제에 고급 파일럿을 쓰고 있어요.]
[고급이요? 로봇이 아니라 파일럿 만으로 이런 대치가 가능하단 말씀인가요? 좀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사실 현재에 와서 하드웨어의 발전은 이미 둔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너무 강대한 적이 등장하여 생존을 위해 전투기술을 적극 투자하기도 어렵고 그러한 적을 피해 탈출한 외계의 기술력도 이미 많이 유입된 것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투는 누가 탑승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제가 파일럿 출신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성능만 믿고 배짱 부리던 팩토리엠페러 입장에서는 노련한 파일럿을 만나 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팩토리엠페러가 약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군요. 여기서 잠시 시간을 내어 팩토리엠페러가 속한 도시개발사업부 운영팀의 김보라연구원님과 통화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의 대치 상황이 김소장님의 말씀처럼 고전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죠.]
[띠띠...띠 예 여보세요.]
[김보라 연구원님, 맞으시죠? 여기는 히어로 뉴스채널의 전투 중계방송입니다. 앞서 이야기 드린 내용과 같이 이번 전투가 기존과 달리 고전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맞는 건지 도시개발사업부의 입장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저기...그러니까요. 에고 떨려.. 예. 김보라입니다. 사실 고전한다는 것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 진정하시고요. 그런데 다르다? 어떤 말씀이시죠?]
[예. 팩토리엠페러에게는 오버드라이브 아니 슈퍼모드가 아직 발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준비까지 10분이면 되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보시면 저번처럼 팩토리엠페러의 승리를 보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슈퍼모드. 그게 저번 마수 전대의 10수왕을 전멸시킨 파워업 상태를 말씀하시는 거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예. 맞습니다. 이제 곧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사령관님의 승인이 준비 들어갔거든요.]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김보라님. 이상 도시개발사업부의 김보라연구원님과 통화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슈퍼모드. 팩토리엠페러는 아직 제대로 싸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팩토리엠페러의 승리를 확신해도 될 것 같습니다. 난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저희 중계팀은 끝까지 여러분께 현장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방송 진행자의 승리 확신 멘트를 뒤로하고 시원하고 쾌적한 그린킹덤의 지하기지에서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현재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공용 휴게실에 비치된 타이머 시계에 남은 것은 20분정도, 10분 후까지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데 10분 후에는 팩토리엠페러의 슈퍼모드가 발동되는 것이다. 그 뒤로 10분을 더 버텨야 하는 살벌한 상황에 각자 머리를 긁으며 휴게실 탁자 위에 올려진 두개의 팻말을 쳐다 보았다. 각기 '성공', '실패'라고 쓰여진 아래에는 지폐들이 있었는데 성공 쪽에 있던 지폐들이 대부분 실패 쪽으로 가고 있었다. 단 중절모와 망토 해골 지팡이를 든 누군가의 내기 돈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제 강훈 반장이 버텨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겨버리고 말았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닥터 노스트라의 분노가 그에게 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다시 긴장감이 몰아치는 전장에서 팩토리엠페러는 현재 준비된 무장 중에 가장 강한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를 위해서는 잠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대치 상황을 연출하게 되었지만 준비는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내심 잠시나마 타이탄을 두려워했던 자신을 떨쳐낸 레드는 마이크를 통해 소리쳤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 부분이지만 사령관인 J박사의 기술을 육성으로 말해야 홍보에 도움이 되고 자금이 들어온다는 교육을 받은 이후부터 기술을 외치는 것은 그에게 버릇이 되어있었다.
[이제 끝이다! 받아랏! 롤링 발칸!]
로봇에 부착된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온 조금 변조된 음성으로 기술이 외쳐짐에 따라 팩토리엠페러의 가슴에서 무지개색 광선이 꽈배기마냥 회전하며 그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힘으로 발사되었다. 팩토리엠페러의 1차 피니쉬기술로 기재된 이 롤링 발칸은 기존의 일반 공격대비 3배의 출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현재 레드가 독자적으로 지시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기술이었다. 그는 이것으로 눈에 가시같은 방패를 날려버릴 것이라 확신했다.
- 쿠아아아앙!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굉음을 내며 롤링 발칸이 타이탄의 방패를 직격했다. 당연히 이전보다 수배 많은 흙먼지가 날리며 방송국 차량이 있는 곳까지 휘몰아쳤다.
- 휘이이잉.
광풍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롤링 발칸의 공격으로 인해서인지 바닥이 파인 체 타이탄과 방패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제야 자신이 상대방 파일럿에게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레드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저 멀리 쳐진 현수막의 존재도 그를 힘들게 한 것이다.
"...맙소사...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레드가 자기혐오에 빠지려는 찰나 그린이 떨리는 전방에 있는 스크린을 주시하며 외쳤다.
"말도 안된다고! 롤링 발칸인데. 리더 정신차려 타이탄은 멀쩡해!"
그렇다, 갑자기 타이탄이 땅 속에서 방패를 들고 뛰쳐 나온 것이다. 팩토리엠페러가 놀랄 겨를도 없이 타이탄은 기민하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호선을 그리며 도끼가 다시금 팩토리엠페러를 덮쳐왔다. 이번에는 두 팔을 들어 도끼를 막으려 했지만 도끼를 잡으려는 찰나 타이탄의 팔이 회전하면서 팩토리엠페러의 두 손목을 잘라버렸다. 이로 인하여 핑거 미사일을 더이상 발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있는 일의 연속 때문일까. 경악한 레드와 그린을 두고 무섭도록 침착한 모습의 핑크는 독자적으로 양발을 조작하여 타이탄을 향해 드롭킥을 날렸다.
- 쿵쿵!
바로 손목 자르고 좀 전의 위협적인 롤링 발칸이 사출되는 가슴을 노리던 타이탄은 갑작스런 드롭킥을 간신히 방패에 기대 막으며 그 충격으로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아무리 조작을 잘하게 되었다고 해도 파워자체는 타이탄이 밀릴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육중한 타이탄이 대지에 충돌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왼손의 방패를 바닥에 대고 충격을 완화 시키면서 한바퀴 돌아 일어섰다. 마치 사람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타이탄이 멀찍이 떨어지자 핑크가 소리쳤다.
"레드!, 그린! 뭐하는 거예요. 이렇게 재미있는 상대가 있는데 멍하니 있고, 리더 발키리 트랜스 폼을 허가해 주세요."
"뭐...뭣 발키리? 그게 뭐야?"
레드는 정말 몰랐다. 발키리라니. 일전에 경험한 슈퍼모드만 해도 죽을 맛인데 또 뭔가 있단 말인가? 핑크라면 자신이 모르는 뭔가를 아는 것도 이해는 갔지만 갑작스럽게 눈빛을 불태우는 핑크를 보며 레드는 살짝 움츠러들었다.
"저기...트랜스 폼은 뭐야?"
지켜보던 그린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핑크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스크린을 향해 말했다.
"엄마. 발키리 트랜스 폼 허가해줘요."
승인은 주저가 없이 바로 나왔다.
"여기는 운영팀의 김보라입니다. 사령관님이 회의 중이시라 제가 코드 보내드립니다. 발키리 트랜스 폼 승인!"
"땡큐 보라언니."
그러자 조종석 전면의 외부 스크린이 전부 Valkyrie라는 글자가 도배되며 기이한 소리가 빛이 팩토리엠페러를 감쌓기 시작했다.
드롭킥으로 인하여 경계하며 이를 지켜보던 타이탄도 순간 놀란 듯 그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옅은 빛의 물결이 지나가고 팩토리엠페러의 각 관절과 외장이 뒤집히는 기믹이 일어나며 몸체가 전체적으로 모습이 더 샤프하게 변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붉은 색 눈을 한, 전에는 본 적이 없는 모습의 로봇이 되어 타이탄의 앞에 나타났다. 변신하기 전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작아 보이는 크기였지만 거대한 창과 같은 무기를 장착하고 스커트와 흡사한 판넬을 허리에 붙인 그 로봇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색은 타이탄엠페러 때와는 다른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저건 또 뭐야..."
강훈 반장은 난처했다. 당장 본부에 있는 닥터 노스트라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코 앞까지 날아온 창을 본 순간 그런 생각은 커녕, 도끼를 들고 있던 오른 팔이 창에 꿰뚫려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다소의 파손은 각오한 점이었지만 이리 순식간에 당하는 것은 계산에 넣은 적이 없었기에 그제서야 그의 이마에서 차가운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팩토리발키리 트랜스 폼 완료.]
이 것이 팩토리엠페러의 파일럿 맞춤형 변신 기능이 처음으로 전장에 보여진 순간이었다.
"젠장. 치사하잖아. 변신하고 기껏 파괴한 손 재생되는 건 말야...우리 타이탄은 고작 예비 파츠 준비하는 것 뿐인데..."
그가 느끼기에는 치사하게도 팩토리엠페러에서 발키리로 변신한 순간 파괴된 손목이 다시 붙은 체 나타난 것 같았다. 과거 그러한 로봇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점은 아니었지만 예산과 시간의 부족으로 재생시스템을 넣을 수 없는 타이탄과 정비팀의 모두를 생각하면 서글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거의 유일한 공격 무기를 파괴당한 상태의 타이탄과 팩토리발키리의 제 2라운드가 시작되는 것이다.
.....
지루한 회의가 끝난 어느 건물에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전투가 진행되는 스크린을 응시하는 요염한 눈 빛의 소유자가 있었다.
"발키리로 데이터를 얻고 오버드라이브, 아니 이제는 슈퍼모드지. 좀 더 지켜보고 해도 되겠네. 저 사람과 저 아이가 싸우는 것도 오랜만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도시개발사업부 팩토리엠페러의 사령관 J박사는 위에서 보내진 슈퍼모드 명령서를 접었다. 회의내내 상부에서는 바로 슈퍼모드를 승인하여 적을 처리하라고 성화였지만 현재의 상황이 너무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상황실로 가게되면 상부에서 파견한 감시원이 있어 슈퍼모드를 승인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냥 여기서 방송을 통해서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자신에게 매우 소중하거나 애매하거나 한 인물들이 어마어마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느낀 J박사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난 역시 좋은 엄마는 아닌가봐. 그리고..역시 좋은 부인도 아니지, 풋!"
자신답지 않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마시던 커피로 인해 사레들린 J박사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은 뒤, 애꿋은 누군가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나쁜게 아니라 다 누군가 때문이라며 말이다. 덕분에 식은땀 흘리며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던 어딘가의 누군가는 오한까지 느끼며 매서운 공격을 피해야 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대화를 나누는 곳 건너편에서는 철수에 대한 회의가 진행 중이었는데. 저번 방송 때 잔인한 전투로 인하여 방송을 중단해야 했던 일이 있어서 이번에도 도중에 철수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이기가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철수하면 앞으로 시청율은 떨어질 게 분명하다, 누가 우리 중계를 기대하겠느냐 등등...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팩토리엠페러가 평소처럼 쿠콰쾅하면서 빨리 쓰러트려주기만 기대할 뿐. 그런 와중에 누군가 낸 이야기가 어수선한 회의장을 단 번에 조용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 내용은 바로 도시개발사업부에 마수 전대를 전멸시킨 파워업을 요청하자는 것이었다.
어찌되건 이런 방송팀의 사정은 뒤로하고 소강상태이던 전투가 다시 열기를 띄기 시작했다.
...
[김소장님 이번 전투는 기존의 전투들과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요. 현재까지만 보면 천하무적으로 보이던 팩토리엠페러가 처음으로 고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장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떠십니까?]
[음...솔직히 말해야하나..]
[뭘 그렇게 주저하세요. 평소처럼 말씀 부탁드립니다.]
[움직임이 다릅니다. 저 타이탄, 뭐가 개량된건지 모르겠지만 악당 주제에 고급 파일럿을 쓰고 있어요.]
[고급이요? 로봇이 아니라 파일럿 만으로 이런 대치가 가능하단 말씀인가요? 좀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사실 현재에 와서 하드웨어의 발전은 이미 둔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너무 강대한 적이 등장하여 생존을 위해 전투기술을 적극 투자하기도 어렵고 그러한 적을 피해 탈출한 외계의 기술력도 이미 많이 유입된 것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투는 누가 탑승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제가 파일럿 출신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성능만 믿고 배짱 부리던 팩토리엠페러 입장에서는 노련한 파일럿을 만나 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팩토리엠페러가 약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군요. 여기서 잠시 시간을 내어 팩토리엠페러가 속한 도시개발사업부 운영팀의 김보라연구원님과 통화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의 대치 상황이 김소장님의 말씀처럼 고전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죠.]
[띠띠...띠 예 여보세요.]
[김보라 연구원님, 맞으시죠? 여기는 히어로 뉴스채널의 전투 중계방송입니다. 앞서 이야기 드린 내용과 같이 이번 전투가 기존과 달리 고전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맞는 건지 도시개발사업부의 입장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저기...그러니까요. 에고 떨려.. 예. 김보라입니다. 사실 고전한다는 것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 진정하시고요. 그런데 다르다? 어떤 말씀이시죠?]
[예. 팩토리엠페러에게는 오버드라이브 아니 슈퍼모드가 아직 발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준비까지 10분이면 되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보시면 저번처럼 팩토리엠페러의 승리를 보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슈퍼모드. 그게 저번 마수 전대의 10수왕을 전멸시킨 파워업 상태를 말씀하시는 거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예. 맞습니다. 이제 곧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사령관님의 승인이 준비 들어갔거든요.]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김보라님. 이상 도시개발사업부의 김보라연구원님과 통화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슈퍼모드. 팩토리엠페러는 아직 제대로 싸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팩토리엠페러의 승리를 확신해도 될 것 같습니다. 난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저희 중계팀은 끝까지 여러분께 현장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방송 진행자의 승리 확신 멘트를 뒤로하고 시원하고 쾌적한 그린킹덤의 지하기지에서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현재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공용 휴게실에 비치된 타이머 시계에 남은 것은 20분정도, 10분 후까지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데 10분 후에는 팩토리엠페러의 슈퍼모드가 발동되는 것이다. 그 뒤로 10분을 더 버텨야 하는 살벌한 상황에 각자 머리를 긁으며 휴게실 탁자 위에 올려진 두개의 팻말을 쳐다 보았다. 각기 '성공', '실패'라고 쓰여진 아래에는 지폐들이 있었는데 성공 쪽에 있던 지폐들이 대부분 실패 쪽으로 가고 있었다. 단 중절모와 망토 해골 지팡이를 든 누군가의 내기 돈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제 강훈 반장이 버텨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겨버리고 말았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닥터 노스트라의 분노가 그에게 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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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긴장감이 몰아치는 전장에서 팩토리엠페러는 현재 준비된 무장 중에 가장 강한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를 위해서는 잠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대치 상황을 연출하게 되었지만 준비는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내심 잠시나마 타이탄을 두려워했던 자신을 떨쳐낸 레드는 마이크를 통해 소리쳤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 부분이지만 사령관인 J박사의 기술을 육성으로 말해야 홍보에 도움이 되고 자금이 들어온다는 교육을 받은 이후부터 기술을 외치는 것은 그에게 버릇이 되어있었다.
[이제 끝이다! 받아랏! 롤링 발칸!]
로봇에 부착된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온 조금 변조된 음성으로 기술이 외쳐짐에 따라 팩토리엠페러의 가슴에서 무지개색 광선이 꽈배기마냥 회전하며 그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힘으로 발사되었다. 팩토리엠페러의 1차 피니쉬기술로 기재된 이 롤링 발칸은 기존의 일반 공격대비 3배의 출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현재 레드가 독자적으로 지시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기술이었다. 그는 이것으로 눈에 가시같은 방패를 날려버릴 것이라 확신했다.
- 쿠아아아앙!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굉음을 내며 롤링 발칸이 타이탄의 방패를 직격했다. 당연히 이전보다 수배 많은 흙먼지가 날리며 방송국 차량이 있는 곳까지 휘몰아쳤다.
- 휘이이잉.
광풍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롤링 발칸의 공격으로 인해서인지 바닥이 파인 체 타이탄과 방패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제야 자신이 상대방 파일럿에게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레드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저 멀리 쳐진 현수막의 존재도 그를 힘들게 한 것이다.
"...맙소사...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레드가 자기혐오에 빠지려는 찰나 그린이 떨리는 전방에 있는 스크린을 주시하며 외쳤다.
"말도 안된다고! 롤링 발칸인데. 리더 정신차려 타이탄은 멀쩡해!"
그렇다, 갑자기 타이탄이 땅 속에서 방패를 들고 뛰쳐 나온 것이다. 팩토리엠페러가 놀랄 겨를도 없이 타이탄은 기민하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호선을 그리며 도끼가 다시금 팩토리엠페러를 덮쳐왔다. 이번에는 두 팔을 들어 도끼를 막으려 했지만 도끼를 잡으려는 찰나 타이탄의 팔이 회전하면서 팩토리엠페러의 두 손목을 잘라버렸다. 이로 인하여 핑거 미사일을 더이상 발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있는 일의 연속 때문일까. 경악한 레드와 그린을 두고 무섭도록 침착한 모습의 핑크는 독자적으로 양발을 조작하여 타이탄을 향해 드롭킥을 날렸다.
- 쿵쿵!
바로 손목 자르고 좀 전의 위협적인 롤링 발칸이 사출되는 가슴을 노리던 타이탄은 갑작스런 드롭킥을 간신히 방패에 기대 막으며 그 충격으로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아무리 조작을 잘하게 되었다고 해도 파워자체는 타이탄이 밀릴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육중한 타이탄이 대지에 충돌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왼손의 방패를 바닥에 대고 충격을 완화 시키면서 한바퀴 돌아 일어섰다. 마치 사람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타이탄이 멀찍이 떨어지자 핑크가 소리쳤다.
"레드!, 그린! 뭐하는 거예요. 이렇게 재미있는 상대가 있는데 멍하니 있고, 리더 발키리 트랜스 폼을 허가해 주세요."
"뭐...뭣 발키리? 그게 뭐야?"
레드는 정말 몰랐다. 발키리라니. 일전에 경험한 슈퍼모드만 해도 죽을 맛인데 또 뭔가 있단 말인가? 핑크라면 자신이 모르는 뭔가를 아는 것도 이해는 갔지만 갑작스럽게 눈빛을 불태우는 핑크를 보며 레드는 살짝 움츠러들었다.
"저기...트랜스 폼은 뭐야?"
지켜보던 그린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핑크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스크린을 향해 말했다.
"엄마. 발키리 트랜스 폼 허가해줘요."
승인은 주저가 없이 바로 나왔다.
"여기는 운영팀의 김보라입니다. 사령관님이 회의 중이시라 제가 코드 보내드립니다. 발키리 트랜스 폼 승인!"
"땡큐 보라언니."
그러자 조종석 전면의 외부 스크린이 전부 Valkyrie라는 글자가 도배되며 기이한 소리가 빛이 팩토리엠페러를 감쌓기 시작했다.
드롭킥으로 인하여 경계하며 이를 지켜보던 타이탄도 순간 놀란 듯 그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옅은 빛의 물결이 지나가고 팩토리엠페러의 각 관절과 외장이 뒤집히는 기믹이 일어나며 몸체가 전체적으로 모습이 더 샤프하게 변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붉은 색 눈을 한, 전에는 본 적이 없는 모습의 로봇이 되어 타이탄의 앞에 나타났다. 변신하기 전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작아 보이는 크기였지만 거대한 창과 같은 무기를 장착하고 스커트와 흡사한 판넬을 허리에 붙인 그 로봇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색은 타이탄엠페러 때와는 다른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저건 또 뭐야..."
강훈 반장은 난처했다. 당장 본부에 있는 닥터 노스트라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코 앞까지 날아온 창을 본 순간 그런 생각은 커녕, 도끼를 들고 있던 오른 팔이 창에 꿰뚫려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다소의 파손은 각오한 점이었지만 이리 순식간에 당하는 것은 계산에 넣은 적이 없었기에 그제서야 그의 이마에서 차가운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팩토리발키리 트랜스 폼 완료.]
이 것이 팩토리엠페러의 파일럿 맞춤형 변신 기능이 처음으로 전장에 보여진 순간이었다.
"젠장. 치사하잖아. 변신하고 기껏 파괴한 손 재생되는 건 말야...우리 타이탄은 고작 예비 파츠 준비하는 것 뿐인데..."
그가 느끼기에는 치사하게도 팩토리엠페러에서 발키리로 변신한 순간 파괴된 손목이 다시 붙은 체 나타난 것 같았다. 과거 그러한 로봇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점은 아니었지만 예산과 시간의 부족으로 재생시스템을 넣을 수 없는 타이탄과 정비팀의 모두를 생각하면 서글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거의 유일한 공격 무기를 파괴당한 상태의 타이탄과 팩토리발키리의 제 2라운드가 시작되는 것이다.
.....
지루한 회의가 끝난 어느 건물에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전투가 진행되는 스크린을 응시하는 요염한 눈 빛의 소유자가 있었다.
"발키리로 데이터를 얻고 오버드라이브, 아니 이제는 슈퍼모드지. 좀 더 지켜보고 해도 되겠네. 저 사람과 저 아이가 싸우는 것도 오랜만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도시개발사업부 팩토리엠페러의 사령관 J박사는 위에서 보내진 슈퍼모드 명령서를 접었다. 회의내내 상부에서는 바로 슈퍼모드를 승인하여 적을 처리하라고 성화였지만 현재의 상황이 너무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상황실로 가게되면 상부에서 파견한 감시원이 있어 슈퍼모드를 승인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냥 여기서 방송을 통해서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자신에게 매우 소중하거나 애매하거나 한 인물들이 어마어마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느낀 J박사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난 역시 좋은 엄마는 아닌가봐. 그리고..역시 좋은 부인도 아니지, 풋!"
자신답지 않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마시던 커피로 인해 사레들린 J박사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은 뒤, 애꿋은 누군가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나쁜게 아니라 다 누군가 때문이라며 말이다. 덕분에 식은땀 흘리며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던 어딘가의 누군가는 오한까지 느끼며 매서운 공격을 피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