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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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나와서 시나리오 구상하다가, 손에 안 잡혀서 나무 위키를 뒤적뒤적 댔습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 항목 보다가 유튜브에 올라온 주제가 들으며 눈물을 글썽.
링크 타고 가서 지브리 25주년 콘서트 영상을 발견. 오오 하면서 들으며 계속 뒤적뒤적
스타워즈 사운드 트랙들을 발견. 지브리 잠시 멈추고 오오 하면서 듣는 중.
비오는 가을 밤, 잠시 20살로 돌아간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즐겨도, 결국 내 영혼의 근간은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이건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얼마 후면 나의 20살은 50살이 되고, 그것이 아들의 20살이 되겠지요.
문화 유행이 30년 주기로 돈다는 것도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브리 25주년 콘서트:
https://www.youtube.com/watch?v=X9mGQU7rGGM
'아버님' 전용 테마.
https://www.youtube.com/watch?v=-bzWSJG93P8
이상 사회는 이상 인간만이 만들 수 있어. 보통 사람은 보통 사회밖에 못 만들지.
- 애플 시드: 아테나 -
<아기 공룡 둘리>를 보다가...
골목길 옆 쓰레기통과 버려진 연탄재의 묘사가 눈에 삼삼하더군요.
1980 년대에 그려진 둘리의 풍경이 제 머리 속에도 생생히 남아 있는 겁니다.
과거 아이들이 모여들어서 거의 매일 같이 야구 놀이를 하였던 바로 그 골목길은,
이제는 차량이 점령하고 그나마도 주차 공간이 없다고 매일 싸움을 벌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골목은 그대로인데, 쓰레기통도 연탄재도 없어졌지만, 아이들이 사라지고 차량만 가득할 뿐입니다.
추억이니까요. 그것도 가장 인생에서 꿈과 희망이 있을 상투적인 표현으로 가장 빛이 날때라고들 하는..
현실이 어렵고 힘들고 어두울수록 빛이나는 젊은 날의 추억을 간직하고 그렇게 다들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그 추억의 모습은 달라도 그자체만으로도 빛이나고.. 괜히 울컥해지는 주말밤이네요. 잘봤습니다.
뭐 인생의 절정기에 접한 것들이라면 나중에 추억에 잠길만도 한 것이겠지만, 본문에 언급된 그런 작품들은 시간을 넘어서는 천재적인 작품의 경지에 올라 있는 것들이라 당연하다고 봅니다. 작품에 투영된 인간의 감수성, 사상, 개성 같은 것들은 단순히 기술이 더 좋아졌다고 덩달아서 '더 좋아지는' 수치화된 스펙이 아니라서요. 단순히 추억보정이 아니라, 청춘의 시기에 그정도 작품을 접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할 만한 것이겠죠.
전 가끔 고등학생 시절 즈음의 아무 옛날 애니메이션 보며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그땐 전부 불법 복사 비디오라 자막 입혀진 건 가뭄에 콩나듯 했고 수십 번을 복사하다 보니 화질도 엉망이었지만, 그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가 있었죠.
얼마 전에는 푸른유성 레이즈너를 볼 수 있었는데 뭐랄까, 당시 애니의 오프닝 있잖아요. 막 수 많은 주인공들 얼굴이 우주를 가로지르고 서로 교차하고 광선들이 명멸하고... 그거 보며 뭐라 표현하기 힘든 정서 속에 잠겨 있었죠.
더하자면 지금도 가끔 그때 안 먹고 안 입으며 모은 용돈으로 구입하던 뉴타입이 보고 싶습니다. 니뽕어로 쓰여 뭔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 먹는 포스터 한 장 보며 얼마나 많은 상상으로 했던지...
아무래도 10대~20대 시절에 제일 감수성이 예민하니까요. 젊을 때 빚 내서라도 배낭 여행을 다녀오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아마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창 정체성이 각성할 시기에 문물을 접하면, 그게 인생의 큰 부분을 좌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이가 장래에 어떤 문화를 접할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일단 도서관 같은 데 자주 데리고 다닐 생각입니다. 요즘에는 시립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문화 행사도 많이 하더군요. 개인적인 욕심으로 장르 문학에 취향을 붙였으면 좋겠는데, 이거야 아이가 자라면서 선택할 사항이니까요.
(덧붙이자면, 학생들에게 획일화 역사관을 주입하려는 정부 횡포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합니다.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부터 미리 좀비로 만들겠다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