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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헤일로 : 리치> 내용누설이 약간 있습니다. 주로 공략에 관한 정보입니다만, 스토리도 잠시 설명합니다.

 

<헤일로 : 리치>가 정식 발매되면서 공략 동영상도 속속 올라오는 상황입니다. 그 중에 화제가 되었던 비행 슈팅 미션도 있네요. 정확히는 Long Night of Solace(기나긴 밤) 미션으로 주인공 노블 식스가 코버넌트 코르벳에 폭탄을 장치하기 위해 리치 대기권 밖으로 떠나면서 시작합니다. 일단 코버넌트가 점령한 기지를 탈취해 거기서 세이버 우주 전투기를 타고 우주까지 비행, 그 후에 방어탑 역할을 하는 우주 정거장 앵커 9를 각종 코버넌트 전투기에서 보호하고, 이후 코버넌트 함선의 기동력을 제압하고 탑승하면서 사실상 끝이 납니다. First Strike(어퍼컷 작전)으로 비행 미션은 이것이 유일하며, 다른 곳에서 또 우주 전투기가 나오는 일은 없나 봅니다.

 

요즘에 큰 흥행을 한 우주 비행 슈팅 게임이 없어서 딱히 비교가 힘드네요. 거기다 제가 직접 해본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략 동영상만 본 것이니. 간략하게 소감만 말하자면 범위가 큰 미니게임 정도? 일단, 주인공이 타는 기체는 세이버 전투기 한 대뿐. 더 좋은 전투기로 바꿔 타지는 않습니다. 무기는 기관포와 메두사 미사일 딱 두 가지입니다. 기관포는 일직선 발사, 미사일은 록-온 후에 발사하면 4개 비행체가 적 목표물을 쫓아가 폭발합니다. 무대는 앵커 9가 떠있는 대기권 한정이며, 정거장 주위를 거의 벗어나지 않습니다. 적은 주로 팬텀, 밴시 같은 코버넌트 전투기들. 코르벳도 한 대 나오긴 하는데, 사실상 반격을 별로 안 하므로 전투라기보다 폭격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플레이 타임은 유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20~30분 정도? 그렇게까지 길진 않습니다.

 

1인칭 슈팅 게임이지만, 비행 미션은 3인칭. 아무래도 전문적인 비행이 아니다 보니 유저의 편의를 배려했나 봅니다. <멕워리어> 같은 보행병기든 <윙커맨더> 같은 우주 전투기든 1인칭보다는 3인칭이 주변 배경을 함께 볼 수 있어서 훨씬 쉽죠. 3차원이긴 하지만, 방향전환 조작은 지상에 있을 때와 큰 차이는 없는 듯. 이건 실제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부스터 기능이 있어서 빠른 이동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멀리 갈 일은 없습니다. 대기권에 진입할 일도 없고요. 적 공격을 맞으면 방어막 에너지가 떨어졌다가 다시 차는 식으로 버팁니다. 회피 기동도 있어서 화망이 거셀 경우엔 피하면서 싸웁니다. 화면 가운데 십자선이 있고, 이걸로 적을 조준하면 붉게 바뀌는 등 전투 시스템은 거진 비슷해요. 스파르탄의 지상 전투를 우주로 바꿨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피격 당하면 세이버가 폭발하면서 노블 식스가 우주에 둥실 뜬 채로 발버둥치는 처참한(?) 광경도 나옵니다.

 

보급, 보충 개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연료, 탄약, 미사일 무제한입니다. 하긴 보급을 하려면 리치로 내려가거나 앵커 9에 착륙해야 해야죠. 하지만 지상에 내려갈 시간도 없고, 앵커 9은 방어하기 바빠서 착륙이 힘듭니다. 덕분에 세이버 한 번 타면 미션 끝날 때까지 도그 파이팅만 하는 게 전부입니다. 당연히 무장을 바꾸거나 업그레이드하지도 못합니다. 지상에서와 마찬가지로 편대 전투를 합니다. 다른 스파르탄 노블 대원들도 전투기를 타고 싸우는데, 그럭저럭 도움이 되네요. 중반에 아군 프리깃 UNSC 사반나도 참가하는데, 너무 뒤늦게 나오는지라 함대전 느낌은 안 납니다. 동영상에서 세이버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항해하는 프리깃이 참 멋있었는데, 실제 플레이에는 적용이 안 되어서 아쉬웠어요.

 

노블 식스는 코버넌트 코르벳을 무력화시키고 안에 침입하는데, 이때 사반나가 지원해줍니다. 이 미션은 우주 전투의 연장이기 때문에 무중력 상태에서 싸우고, 탄피나 시체가 공중에 붕 뜨기도 합니다. 혹시 <Shattered Horizon>처럼 우주 공간에서 총격전을 펼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이런 것까지 하진 않더군요. 강화복도 입었겠다, 적 함선에도 올라탔겠다, 에너지 병기도 있겠다 등등 조건은 딱 좋았는데요.

 

플롯으로 보자면, 중반쯤에 있습니다. 리치 행성이 함락 위기에 빠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UNSC가 처참하게 깨지면서 코버넌트의 승리를 예고하죠. 겨우 임무를 완수했다 싶었더니만, 창 밖으로 코버넌트 함대가 개떼처럼 밀려오는 광경이란. 즉, 이 미션을 기점으로 암울한 기운이 슬슬 깔리며, 비극을 알리죠.

 

한 가지 의문점은 노블 식스가 임무 끝에 코버넌트 코르벳에서 리치 지상으로 자유 낙하한다는 겁니다. 우주선이고 뭐고 없이 강화복만 입은 상태로. 우주선에서 빠져 나와 무중력 상태에서 리치로 돌진해 대기권 뚫고 그대로 지상에 낙하. 그런데도 멀쩡히 살아남더군요. 물론 <헤일로 3>에서 마스터 치프도 이 짓을 한 적이 있지만, 적어도 치프는 대기권을 지난 다음에 낙하한 거잖아요. 치프는 스파르탄 2, 노블 식스는 스파르탄 3이고요. 무슨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도 아니고, 우주에서 곧장 지상으로 자유 낙하하다니. 역시 스파르탄이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이들만 있으면 우주 정복도 문제없겠어요.

 

너무 가벼워 보이지만, 한편으로 재미는 부족하지 않은 구성입니다. 한창 때의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겁니다. 하지만 간만에 나온 대작 비행 미션이라고 생각하면 즐길만합니다. 어차피 FPS 게임이 근본이니 더 스케일이 큰 걸 바라는 것도 무리죠. 아마 비행 슈팅 게임이 그 명맥을 계속 이어갔다면, 여기에 영향을 받아 번지도 더 장대한 우주 전투를 꾸밀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참고할만한 게임이 꽤 부족한 듯해요. 번지는 이것으로 손을 떼지만, MS는 아직 헤일로 속편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차후 시리즈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죠. 더 수준 높은 우주 비행 게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