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화를 찍으면, 대개 병사의 시각을 담기 마련입니다. 그것도 지상에서 싸우는 병사의 시각을 말이죠. 인류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쟁 무대가 바다로, 하늘로, 심지어는 우주까지 넓어지긴 했지만, 사람은 여전히 두 발로 땅을 걷는 생물입니다. 그런지라 전쟁 역시 가장 대표적인 배경은 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SF 전쟁물은 지상 병사의 시각을 조명한 사례가 드문 것 같습니다. 외계인 침공 영화는 수두룩하니까 굵직한 것 몇 개만 예를 들어볼까요. <우주전쟁>은 지상전이 나오지만,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공중전 위주였죠. <에일리언2>, <프레데터>는 전쟁이 아니라 소규모 국지전이었고요. 졸작이라고 말이 많던 <배틀필드> 역시 지상 전투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스타십 트루퍼스>는 보병들만 나와서 문제였고요. <트랜스포머>에서 중요한 건 어쨌든 미군이 아니라 오토봇이잖아요.

 

그래서 <배틀: 로스 엔젤레스> 예고편을 봤을 때는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 영화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내용 같은데, 공군이나 해군보다 유난히 미군 해병대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냥 얼굴만 비추고 마는 게 아니라 제대로 전투도 하고요. 해병대는 해군 소속이지만, 지상 전투를 주로 맡죠. 아, 뭐, 경우가 좀 다르지만, <헤일로> 같은 SF 밀리터리에서 외계인과 박 터지게 싸우는 건 항상 해병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영화에 비해 전쟁물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전투기들이 날아다니며 미사일을 쏘거나 군함끼리 멀리서 함포를 쏘는 것보다는 지상 전투원이 소총 들고 드르륵 갈기는 게 훨씬 전쟁답게 보이니까요. 그런 고로 3월에 나온다는 이 영화를 기대하며 예고편에 나왔던 장면 몇 가지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트레일러가 나온 지야 좀 되었지만, 극장 개봉은 멀었으니 썰을 좀 풀어도 되겠지요.



zbala0.jpg

해병대가 주인공인 영화답게 첫 장면은 이들의 훈련으로 시작합니다. 해변에서 구보하고, 서로 놀리거나 장난치고, 같이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대개 전쟁물이 이렇죠. 그 다음에 재난에 가까운 전투가 벌어지며 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아니면 사지에 고립되게 됩니다. 그리고 적과 싸워나가는 한편, 목숨을 부지하고 (임무가 있다면) 작전을 완수하는 게 주된 줄거리. 이 영화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상대가 외계인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zbala1.jpg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지만, 이 외계인들 운석처럼 위장하고 타고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규모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는데, 아마 그게 침략자라는 걸 모르는 듯하네요. 지구에 침입하는 방법치고는 좀 고전적이죠. <우주전쟁>에 나온 화성인 선배들이 써먹은 방법이니까요. 터무니없이 거대한 우주선이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는 것도 장관이긴 하지만, 그러면 기습 작전이 안 먹히죠. 이 놈들은 불시에 치고 들어오려는 속셈인 모양입니다.


zbala2.jpg

구축함인지 종류는 구분하지 못하겠지만, 여하튼 군함이 침몰합니다. 외계인 전쟁 영화에 해군은 사실 잘 안 나오죠. 군함이 우주선과 싸우는 걸 묘사하기도 좀 애매하고, 해전을 찍으려면 일단 함대가 나와야 하는 만큼 비용이 엄청나게 드니까요. SF 전쟁물에서 군함이 침몰하는 건 별로 많이 본 광경이 아닌데, 예고편에서 보게 되어 꽤 놀랐습니다. 그렇다고 해전이 자세히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역시나 들러리 혹은 병풍 역할일 것 같습니다.


zbala3.jpg

아마 헬기를 타고 부대이동 중인 듯한데, 공습을 받는군요. 연기가 원형으로 퍼지고, 그 가운데로 불꽃(실탄)이 지나가는 방식의 포격인데. 무슨 방식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저런 모양이 특징적이라서 외계인의 포격은 지구인과 뚜렷이 차이가 나죠. 저 수송부대는 주위 돌아가는 꼴을 보니 분명히 전멸할 테고, 전쟁이 슬슬 전면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합니다.


zbala4.jpg

이런 종류의 전쟁물이라면 꼭 한 번은 나올 법한 장면이죠. 침공으로 폐허가 된 도시입니다. 유명한 건물이나 랜드 마크를 보여주며 주요 도시가 파괴되었네 운운하진 않습니다. 이제는 그것도 좀 식상한 묘사이긴 하죠. 하지만 전 세계가 이렇게 되었다는 건 안 봐도 비디오. 역시나 지구인들은 제대로 된 수비도 못해보고 작살이 나는가 봅니다.


zbala45.jpg

주연 중 하나인 미셸 로드리게스 등장. <레지던트 이블>, <스와트>, <아바타> 등에 이어서 또 여군으로 나오네요. <헤일로>에서 해병 성우도 했다고 하죠. 게임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에 나오는 데킬라도 이 배우가 모델인 듯 보입니다. 굉장히 닮았거든요. 이 영화에서는 엘레나 산토스 상사(?) 역을 맡았는데, 외계인과 싸우는 여성 지상 전투원으로는 드문 케이스입니다. 이런 역은 대개 남자들이 맡잖아요. 그래서 한층 신기했습니다. 여하튼 로드리게스가 뭐가 등장했냐며 묻는군요. (옆에 있는 소총은 무슨 악세사리를 저리 덕지덕지 단 겁니까. 역시 돈 많은 군대의 장비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저러니 외계인을 때려잡지.)


zbala5.jpg

두둥~!! 놈들이 등장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저것이 외계인인지, 혹은 놈들이 강화복을 입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 놈들이 조종하는 기계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일단 제가 보기엔 강화복 같긴 한데, 여느 외계침입자와 달리 무섭거나 끔찍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흐음, 보통 적대적인 외계인은 그런 속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저놈들은 좀 허약해 보여요. 소총 몇 대 맞고 쓰러질 것 같습니다. 화면에서 보듯이 전차를 고철로 만들었으니 실제 공격력은 강한 놈들이겠지만요. 예고편에 대놓고 나온 걸 보면 외계인의 정체보다 더 보여줄 볼거리가 있나 봅니다. 저 놈들이 예고편에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습니다.


zbala6.jpg

더불어 항공기로 보이는 물건도 등장. 그리 사악(?)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놈들은 잿빛 계통인 듯. 금속 질감으로는 무난한 색감인데, 대신 별로 튀는 점은 없겠군요.


zbala8.jpg

오오~, 전투입니다. 소속이 어딘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소총수와 외계인의 전투입니다. 제대로 훈련 받고 복장을 갖춘 군인이 외계인과 싸우는 걸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최근에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가 <디스트릭트 9>이긴 한데, 이건 전쟁이 주제는 아니었죠. 게다가 군인이 아니라 용병이었고, 게다가 이들은 악당이었습니다. 외계인의 습격에서 인류를 구하는 게 아니란 말이죠. 그래서 저 장면을 보고는 얼마나 마음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예전에 봤던 <에일리언 2>나 <프레데터>의 느낌이 살아났다고 할까요.


zbala9.jpg

외계 항공기 다시 등장. 뭔가 덕지덕지 달려있어 이렇게 보니 좀 사악하긴 하군요. 움직이는 걸 보면 꼭 커다란 게가 공중에 둥둥 떠서 다니는 것도 같습니다. 이것이 뭐 하는 물건인지는 판단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소총탄에 외계인이 쓰러진 걸 보면, RPG나 재블린, 제우스 미사일 같은 게 있으면 격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zbala10.jpg

폐허가 된 도시 위로 외계 항공기가 날아갑니다. 도시는 말 그대로 잿더미가 되었군요. 예고편 후반부에 이르러 The Sun's Gone Dim을 깔아주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암울합니다. 추측하자면 거의 멸망 직전에 가거나 그 정도로 다 죽어가는 판인 듯합니다. 영화 내용이 이 음악만큼만 된다면 더 없이 좋을 텐데요.


zbala11.jpg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외계 편대. 솔직히 저 장면을 보고 나니 현대판 <헤일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계인이 인류를 아작 내고, 병사의 시점에서 그 전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작품이 굳이 <헤일로>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부류의 작품들 중에서는 제일 성공했으니까요. 저는 이 영화의 예고편이 예전에 봤던 <헤일로: ODST>나 <헤일로: 리치> 실사판 예고편과 느낌이 유사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음, 만약 이 영화가 대박을 치면, 마소에서 <헤일로> 실사판을 진짜 만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코버넌트에는 프론이 참가했다는 후문이….)


zbala12.jpg

역시 소총수들과 외계인의 불꽃 튀는 전투. 어렴풋한 윤곽으로는 소총수가 발사관을 메었습니다. 다수의 적을 섬멸하거나 항공기 대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지상 전투만 하는 게 아니라 입체적인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zbala13.jpg

F/A-18 호넷이 날아가는 하늘을 보는 두 해병대원. 구도가 멋지네요. 건물과 성조기, 위장복만 아니었다면 어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왜, 요새 미군 이미지란 게 대개 저쪽에서 언론을 많이 타잖아요. 게다가 저 병사들 군장이 상당합니다. 배낭만 해도 그렇고, 아마 조끼에 탄창도 줄줄이 달고 다니겠죠. 이런 말 하면 다른 영화의 병사들에게 미안하지만, 지금껏 본 중에서 제일 군장이 뚜렷한 병사입니다. 외계인과 싸우니 저 정도는 걸쳐야 하지 않겠어요. 심지어 징그러운 에일리언과 싸우는 식민지 해병이나 무시무시한 아라크니드와 싸우는 기동 보병도 저거보다 훨씬 빈약하게 입고 다닙니다. 배낭은 그렇다 쳐도 탄띠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미래라서 그런 걸까요?


zbala16.jpg

특별한 장면은 아니지만, M-16에 끼운 총검이 눈에 들어와서. 요즘 미군은 총검도 별로 안 쓴다는데, 착검 돌격까지 할 정도로 절박하긴 한가 봅니다. 아니면 해병대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총검술로 외계인의 목을 딸 수나 있을지 걱정이네요.


zbala17.jpg

또 다른 주연인 아론 애크하트. 마이클 난츠 상사(?) 역이라고 합니다. 복장을 보면 아시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현대 미 해병대원의 복장을 갖추었습니다. 저걸로 외계인과 싸운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싸움이 될까 싶기도 하네요. 외계인과 싸운다고 하면 인류에게도 좀 미래적인 병기가 나오기 마련이잖아요. 요즘에는 M4 카빈에도 맞아주는 빈약한 외계인이 느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만. 역시 돈 많은 군대는 다르다는 걸까나.


zbala19.jpg

땅이 흔들리더니 무너진 건물을 뚫고 뭔가가 튀어나옵니다.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엄청난 것임에 분명합니다. 우주선일 확률이 높고, 그게 아니라면 보행병기일 수도 있죠. 저는 보행병기이기를 바랍니다. 요새 기술도 발달했는데, 언제까지나 전투기나 알보병만 나올 수는 없잖아요. 색다른 걸 좀 보여줘야죠. 게다가 예고편에서 저 물건이 작동하는 투를 보면 단순한 우주선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보행병기란 확신이 들어요. 이렇게 기대를 품었다가 막상 아니라면 실망이 크겠지만. YouTube의 댓글에는 <디스트릭트 9>와 비슷하다는 말도 있더군요. 구도나 분위기가 유사하긴 합니다. 강화복이나 보행병기까지 비슷하게 나와주면 바랄 게 없겠는데 말이죠.



이 밖에도 설명하지 않은 장면들이 많습니다. 예고편에 떡밥이 생각 외로 많더라고요. 여기서 보여준 것 이외에도 뭔가 더 있을 겁니다. 여하튼 이 영화는 외계인들의 전면적인 공세+지상 전투원이 주인공이란 점에서 이전까지의 외계 침공 작품과는 확연히 다를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SF 밀리터리에 가장 근접할지도 몰라요. 벌써부터 극장에 걸릴 3월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