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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스타크래프트> 세 종족의 최후병기가 배틀크루저, 울트라리스크, 캐리어라는 데엔 다들 동의할 것 같습니다. 테크트리로 따지면 가장 마지막에 있으며, 자원과 인구수가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내구력과 공격력이 높죠. 사이언스 배슬이나 디파일러, 알비터 역시 최종 유닛이긴 한데, 그렇다고 최후병기 같은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실제로 공격력이나 내구력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점은 테란 배틀크루저와 프로토스 캐리어는 전함인데, 저그 울트라리스크만 거대 괴수라는 겁니다. 사이언스 배슬, 알비터와 달리 디파일러 역시 함선이 아니라 일개 저그 개체죠. 아마 제작사 블리자드는 저그가 도구를 만들지 않는 유기체들이므로 이렇게 설정했나 봅니다.

 

사실 저그에겐 함선에게도 함선이란 개념이 있긴 합니다. 행성간 이동을 할 때 거대한 비행 개체가 작은 개체를 삼켜서 날아가니까요. 오버로드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수많은 사람이 일사분란하게 조종하는 테란 우주선이나 탑승자가 있는 프로토스 우주선과 달리 이 비행 개체는 본능적으로 행동하거나 아니면 셀레브레이트의 지휘를 받을 뿐입니다. 손으로 만든 도구가 아니죠. 그래서 함선 대신 그냥 지상 유닛으로 대체했나 봅니다. 저그에겐 함대의 로망이 없다 이거죠. 만약 배틀크루저나 캐리어에 대적할만한 저그 공중 유닛을 만든다면, 그 크기가 1km는 될 텐데 그만한 비행 생물은 상식 밖이죠. 아무리 SF라고 해도 말입니다. 저그 건물도 유기체일 테고 크기가 엄청날 테지만, 땅바닥에 붙어있는 생물과 스스로 이동하는 생물은 느낌이 다른 법이고요.

 

거기다 저그는 괴물 집단이니까 최종병기는 역시 괴수 컨셉이 어울립니다. 괴수는 하늘을 날기보다 지상 혹은 수중에 있어야 제맛. 울트라리스크가 네 다리를 땅에 붙이고 달리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라고 봅니다. 덕분에 함대전의 로망은 포기해야 하지만, 반대로 괴수물의 공포를 연출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배틀크루저, 캐리어보다 울트라리스크가 더 좋습니다. 우주 함대전보다 미래의 괴수 컨셉이 더 마음에 들거든요. 비록 작게 표현한 유닛에 불과하지만, 울트라리스크 한 부대가 저글링과 같이 몰려와 테란 기지를 쑥밭으로 만드는 걸 보면 괴수 영화의 한 장면이란 생각도 듭니다. 실질적으로 표현하자면, 몇 십 m가 넘어가는 저그 괴수가 집채만한 카이저 낫으로 건물을 베고 보병 일개 연대를 짓밟는 식이겠죠.

 

2편에도 어김없이 울트라리스크가 최종병기로 나오고, 이번에는 땅굴 파는 기능(지저괴수인가!)까지 추가되었다고 하니 기대해 봅니다. 계속해서 괴수물의 공포를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