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인류는 로봇의 도움을 받으며 편안한 삶을 영유한다.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로봇 공학 3원칙’으로 프로그래밍 된 로봇은 요리나 청소 외에도 아이들과 놀아주고, 심부름을 하는 등 안전하고 편리한 동반자로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가정용 로봇의 창시자인 래닝 박사가 자살을 한 채 발견된다. 로봇 심리학자인 수잔 캘빈 박사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 델 스프너는, 이 사건의 배후에 절대 안전하다 믿었던 로봇을 이용한 범죄의 가능성을 의심하게 되는데….


  미국 SF 분야의 3대 대가 중 한 명으로 불리며 ‘로봇 공학(Robotics)’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장본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아이, 로봇>은 가까운 미래,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을 바탕으로 펼쳐나가는 SF 스릴러물이다.
  작품 속에서는 로봇의 사용이 대중화하여 로봇과 공존하는 생활이 매우 자연스럽게 그려지는데, 가정마다 로봇이 있고 사람들에 섞여 로봇이 걷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인 느낌이 든다.

  이 세계에서는 물론 네트워크를 통해 다채로운 활동을 진행하지만,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작품 속에서 신형 모델로 등장한 로봇 NS-5가 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스템을 자동 갱신한다는 점이다. 즉, 가만히 두어도 계속 자료를 받으며 -간단히 말하면- 점점 더 똑똑해진다. (오해를 사지 않고자 덧붙이면, ‘로봇이 똑똑해진다.’라는 말은 ‘인간처럼 똑똑해진다.’라는 것이 아니라, ‘백과사전처럼 지식의 양이 더 늘어난다.’라는 뜻이다.)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써본 이들이라면 자동 갱신 시스템의 편리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차량용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자료를 받아서 갱신해야 한다. 컴퓨터를 잘 아는 이들이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정말로 곤혹스러운 작업이라, 심지어 업체에 가져가서 비싼 돈을 내고 갱신을 부탁하기도 한다.
  자료를 갱신하지 않으면 도로가 바뀌더라도 그것을 알 수 없으며, 게다가 자료는 보통 1,2달에 한 번씩 갱신되기에 이따금 도로가 바뀌었음에도 예전 자료가 그대로 남아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아이, 로봇>의 로봇들은 가정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이용하는 만큼, 꾸준히 자료를 갱신해야 한다.
  도로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매일 날씨를 확인하여 우산을 준비하거나 빨래를 일찍 걷어야 하고, 그때그때 싼 물건을 파는 시기나 장소를 확인해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심부름을 해야 한다.

  방송에서 새로운 요리법이 소개된다면 그것을 바로 먹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요리 정보를 갱신하면 그때마다 가정에서 새로운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인간처럼 학습을 통해 직접 정보를 받도록 할 수도 있지만, 로봇은 계속 TV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으며 무엇보다도 그런 식으로 학습하는 시스템은 구현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제작사에서 무선이나 유선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자료로 만들어 전송한다면 그만큼 값싸고 간단하게 로봇의 자동 학습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그날그날 새로 소개된 요리를 만들어주고, 그 누구보다 주변 시장을 잘 알아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싸게 사오고, 냉장고의 식품을 확인해 유통 기한이 넘지 않게 배려해 주고, 식품 재료 중 문제가 생긴 게 있으면(가령 얼마 전 모 마트의 재료처럼 대장균이 검출되어 리콜 조치가 들어갔다면) 자동으로 반품까지 맡아주는 로봇…. 게다가 요리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맡아 관리해 준다면, 그보다 편리한 하인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동 갱신 기능은 쌍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상에서 쓰는 로봇은 매우 다양한 상황에 직면할 텐데, 그때그때 문제와 해결책을 공유한다면, 점점 더 좋은 로봇으로 바뀌어 갈 수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를 이용한 자동 갱신 기능은 앞으로 미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쌍방향 자동 갱신 기능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로봇이 경험한 자료를 수집할 때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가령 쇼핑 정보(누가 어떤 물건을 샀는가?) 같은 것만 해도 광고 등 여러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정말로 큰 문제는 사용자가 바라지 않는 정보조차 갱신하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용 중인 프로그램이 갑자기 자동 갱신되는 바람에 기존의 자료를 읽어들일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물론, 업체에서는 충분히 점검을 했겠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영화 <아이, 로봇>에서는 NS5가 인류를 통제하라는 명령을 받으면서, 조금 전까지 훌륭한 동료이자 하인이었던 로봇이 갑자기 적으로 돌변한다….
  네트워크를 이용한 자동 갱신 기능은 매우 편리하지만, 그만큼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윈도 등 프로그램처럼 사용자가 갱신 여부를 선택하도록 할 수 있게 하고, 필요하다면 초기화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용 로봇처럼 갱신이 잦다면 불편한 만큼, 자료를 갱신하더라도 정상적인 기본 작동은 건드리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 로봇>의 세계에는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의 명령을 듣도록 하는 로봇 공학 3원칙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기능을 갱신하더라도 이 로봇 공학 3원칙만은 파손되지 않도록 하고, 이것이 항상 우선되게 한다면 영화 속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라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 모든 편리함에는 그 반대급부가 존재할 수 있지만, 항상 여러 상황을 상상하고 대비한다면, 네트워크와 함께 하는 사회는 더욱 편하고 즐거운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로봇 공학 3원칙은 다음과 같다.

1원칙 - 로봇은 인간을 해치거나, 인간의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원칙 - 로봇은 1원칙을 어기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
3원칙 - 로봇은 1,2원칙을 어기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POSTER_I_robot.jpg 

<아이, 로봇> 정보

감독 : 알렉스 프로야스
원작 : 아이작 아시모프
배우 : 윌 스미스, 브루스 그린우드, 브리짓 모나한 등.
개봉 : 2004년
제작사 : 이십세기 폭스사, 데이비스 엔터테인먼트

여담) <아이, 로봇>에 등장하는 미래의 시스템 중 필자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자동 주차 시스템이었다. 사람이 차에서 내리면 자동차가 자동으로 이동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옷걸이처럼 매달린 채 돌아간다. 물론, 차를 타러 갈 때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보가 전달되어 자동으로 나와서 대기한다. 주차를 하느라, 그 넓은 주차장에서 주차한 차를 찾느라 한 번이라도 고생해 본 일이 있다면…….


  이 글은 영화를 영화적 완성도가 아니라 그 속의 SF 기술을 기준으로 살펴본 글이다.
  한국 인터넷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미래 사회 스토리 공모전(
http://www.fistory.kr/)"과 관련하여 상상을 돕고자 기획해 보았지만, 이벤트와 무관하게 꾸준히 진행해 볼 예정...

  참고로, "인터넷 미래 사회 스토리 공모전"은 이번 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관심 있는 이들은 한 번 찾아보길 권한다. 이벤트 상품은 매우 푸짐한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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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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