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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툴루 신화에 흥미가 많지만 관련 서적을 접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도해 크툴루 신화>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묘리세 료가 직은 일본 트리비아 서적을 번역한 것인데, 크툴루 신화의 중요 요소를 키워드로 묶고, 그 키워드에 대해 설명하는 식입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1장 암흑의 신통기에서는 신화 속 초자연적 존재들인 크툴루, 요그 소토스, 니알라토텝, 다곤, 탄달로스의 사냥개 등을 설명합니다. ‘2장 금단의 책들에선 최대 금서인 <네크로노미콘>을 비롯하여 각종 문서가 나오고, ‘3장 어둠이 머무는 장소’에선 아캄이나 미스카토닉, 인스머스 등 뉴 잉글랜드 지형이 나옵니다. ‘4장 영겁의 탐구’에서는 주요 인물 소개가 이어지고요. 전반적으로 크툴루 신화의 요소를 짤막하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구석이 많았는데, 최대 단점이라면 키워드마다 편집이 똑같다는 것. 즉, 어떤 항목이든 무조건 두 페이지를 할당합니다. 한 페이지는 설명, 또 한 페이지는 그림이나 도표죠. 그런데 ‘무조건 두 페이지’다 보니까 항목마다 설명이 모자란 부분도 많아요. 가령, 크툴루나 요그 소토스, 니알라토텝은 매우 중요한 존재로 서너 페이지에 걸쳐서 써도 모자랄 겁니다. H.P.러브크래프트 항목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들까지 죄다 두 페이지로, 그것도 쓸데없는 그림이나 도표까지 집어넣는 바람에 중요한 설명이 수두룩하게 빠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 같은 극히 외전적인 요소를 똑같이 다루기까지 하고요. 솔직히 크툴루 신화에서 다곤과 제임스 모리어티를 똑같은 비중으로 취급하는 건 심하지 않나요. 차라리 다곤을 네 페이지에 다루면서 설명하는 게 낫죠.

 

그리고 본래는 문학으로 출발한 크툴루 신화인데, 문학 평론은 거의 없습니다. 소설이 아닌 신화 자체에 대한 도해서라 하더라도 근간이 문학인 만큼 소설가로서의 러브크래프트도 좀 설명해줘야 하는데, 그 부분은 볼 수 없네요. 외국에서는 ‘러브크래프트 신화’라고도 부르던데요. 이 작가를 둘러싼 해석이 하도 다양하기에 은근히 기대를 많이 한 대목인데, 소설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서 실망이었어요. 물론 러브크래프트가 지금처럼 유명해진 건 후세 작가들이 신화 체계를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허나 문학 형태로 탄생했으니 문학으로서의 특징도 설명해야 했던 거 아닐까요. 삽화가 별로인 것도 불만인데, 이건 개인 차가 있겠네요. 표지도 그렇고, 작중 삽화도 그렇고, 썩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일본 코믹스에 가까운 그림이랄까.

 

전체적인 소감은 약간 부족한 도해서라는 것 정도. 백과사전에 가까운 편집과는 거리가 멉니다. 애초에 책 두께도 얇고요. 부록에 가까운 느낌. 설명이 빠진 부분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충하는 게 낫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 들어온 얼마 안 되는 참고 서적이기에 반갑기는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