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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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튼의 작품들 중 상당수는 상업화에 물든 과학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소설들은 대개 SF쪽에 속하며, 신기술을 둘러싸고 양심적인 과학자와 악질 기업가가 대립하죠. 유명한 것들로는 <델로스>, <쥬라기 공원>, <잃어버린 세계>, <콩고>, <스피어>, <타임라인>, <먹이> 등이 그런 부류의 소설들. 그런데 이 중에서 <쥬라기 공원>과 그 속편 <잃어버린 세계>는 등장인물 구조에서 좀 특이한데, 바로 아이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읽은 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제가 알기로 아이가 중요한 위치로 등장하는 작품은 저 중에서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등장인물의 자식으로서 조연으로 머물 뿐 신기술을 이용해 죽을 고비를 헤쳐나가거나 다른 이들을 돕는 적은 없어요.
일단 <델로스>는 아이를 데려가기 위험한 곳입니다. 재미 삼아 인조인간을 총으로 쏘는 곳이죠. <콩고> 역시 가뜩이나 비용도 많이 들고 내전 때문에 총격전이 벌어지는데, 아이가 나올 필요는 없고요. <스피어>는 잠수함이니 당연히 애가 없어야 하고. <타임라인>은 살벌한 암투가 벌어졌던 중세로 돌아가니까 아이는 필요 없습니다. <먹이>에 주인공 자식으로 아들이 등장하는 것 같긴 했는데, 아리송하네요. 하지만 어차피 나온다고 해도 별다른 활약을 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에어 프레임>, <떠오르는 태양>, <시체를 먹는 자들> 등에도 아이들이 나오지 않습니다. 나와봤자 활약할 만한 환경도 아니고, 오히려 잉여 캐릭터가 될 확률이 많아요. 작가도 이를 알기에 굳이 출현시킬 필요를 못 느꼈을 테고요.
반면, <쥬라기 공원>에는 팀과 렉스가 나오는데, 오빠와 여동생 사이죠. 렉스는 그냥 초딩…, 아니, 어린애지만, 팀은 프로그래밍 능력이 뛰어나고 공룡에도 관심이 많은 소년. 작중 천재적이란 표현도 안 나오고 다들 애 취급만 하지만, 사실 대단한 수재입니다. 나이가 얼마 안 찬 소년이 어른들의 사정을 다 이해하고, 컴퓨터 분야에 조예가 깊고, 그랜트가 쓴 책을 읽으며 고생물학에 지식을 쌓는다는 것 자체가 범상치 않잖아요. 덕분에 그랜트와 통제실로 돌아가는 와중에 알게 모르게 도움도 주고, 특히, 작품 후반기에 모두를 구할만한 대활약을 펼칩니다. 공룡이 프로그래머들을 물어 죽여서 컴퓨터 다룰 사람이 없을 때에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고. 애초에 팀과 렉스는 기업가 해먼드가 투자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일부러 불러들인 손자들입니다만. 예상 외의 업적(?)을 세우죠.
속편 <잃어버린 세계>에도 거의 비슷한 구조로 아이들이 나옵니다. 아비는 흑인 소년, 켈리는 백인 소녀. 둘은 학교 친구인데, 아비는 물리학 박사와도 대화가 통할 천재. 실제로 월반을 죽죽 하는 먼치킨입니다. 덕분에 친구가 없는 편인데, 또래 소녀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하는 켈리와 친해지게 되죠. 둘은 새로 개발한 차량 실험을 가는 줄 알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박사들을 몰래 따라갔는데, 도착하고 보니 거기가 이슬라 소르나의 B지역. 전편처럼 소녀 켈리는 사건 전개에 특별한 도움이 안 되지만, 렉스처럼 민폐만 끼치는 아이는 아닙니다. 아비는 그 천재적인 능력으로 (팀처럼)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제해 주인공들이 섬에서 빠져나가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합니다. 작가가 컴퓨터 천재 소년을 좋아하든지, 캐릭터를 또 만들기 귀찮았든지 둘 중 하나겠죠 뭐.
다른 책들은 다 어른들만의 사정으로 끝나는데, 유독 이 작품군만 아이들이 주연으로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사실 이들이 아이가 아니라 성인이라도 사건 전개엔 딱히 지장이 없을 텐데요. 제 생각엔 공룡이 나오는 공원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아이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나중에도 그럴 테지만, 공룡은 어른보다 아이가 더 친숙하고 좋아하죠. 동서양 할 것 없이요. 클라이튼은 소재가 소재이니 공룡에 열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을 테고, 공룡에 열광하기엔 어른보다 아이가 어울리는 법. 만약 나중에 영화화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아동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소년 캐릭터가 있어야 했을 테고요. <스피어>나 <타임라인>은 모를까 <쥬라기 공원>은 아이들도 반드시 보고 싶어할 영화니까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연출한 듯합니다. 물론 작가가 직접 밝힌 바는 아니니까 실제 이유는 다를 수 있지만요.
참고로 영화에선 배역이 죄다 바뀌었습니다. 팀은 어른스럽고 지적인 오빠가 아니라 공룡에 열광하는 그냥 애. 사건 해결에 별 도움 안 됩니다…. 렉스는 성숙하고 컴퓨터 능력도 뛰어난 누나. 속편에선 켈리만 나오는데, 체조 실력이 엄청난 흑인 소녀. 원작의 아비와 켈리를 합친 듯하면서도 별 상관없는 독자적인 캐릭터죠. 렉스와 켈리 모두 위기를 해결하는 소녀로서 여성 캐릭터를 부각하려는 스필버그의 각본일 겁니다. 남자들만 액션을 맡으면 좀 재미없을 테니까요. 렉스는 소설과 비슷하게 네트워크 해결사이지만, 켈리는 우아한 체조 능력으로 무려 벨로시랩터에게 날아차기를 시도합니다. 흠, 개인적으로는 원작과 가깝기도 하고, 과학자 캐릭터에 가까운 렉스가 더 좋습니다. 켈리가 랩터를 날려버리는 장면이 멋지긴 했지만, 만화적인 과장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렉스가 켈리보다 예쁘잖아요)
비록 앨런 그랜트나 아이언 말콤에 가려서 빛을 못 보는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각 작품의 분위기를 담당하는 데엔 꼭 필수적이었다고 봅니다. 레이 브래드버리가 흔히 하는 이야기처럼 공룡은 역시 소년들의 몫인가 봅니다. 공룡을 좋아하는 건 아직도 마음 속에 소년이 남아있다는 거죠.
※ 그래서 공룡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요즘은 부쩍 늙었다는 생각이…. (아이구야)
Mac은 익숙한 사람 아니면 처음 사용하는 유저는 파일 복사도 못해서 헤메게 되어 있습니다. Lisa가 나온 것이 1983년이고 Mac이 나온 것이 1984년이지만, 1994년에도 Mac을 사용하는 컴퓨터 사용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애플은 사실상 망해가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이던 시절이었고, 그래서 <포레스트 검프>에서 애플사에 투자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관객 중 일부는 망해가는 기업에 투자했구나 싶어 혀를 끌끌 찼습니다.
즉... <쥬라기 공원>이 개봉하던 1994년은 GUI 기반의 윈도우 95가 나오기 전이고, 때문에 아직 일반 대중들에게 컴퓨터가 쉬운 물건으로 보급되기 전입니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집에 있다는 것이 무슨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였고, 일반인들은 컴퓨터를 쓸 줄 아는 사람을 무슨 특출난 괴물 보듯 했습니다. 즉, 아이들이 컴퓨터를 만질 줄 알아서 뭔가 해낸다는 <쥬라기 공원>의 설정은 1994년만 해도 상당히 임팩트 있는 흥미로운 대목이었던 겁니다. 대다수의 어른들도 PC는 거의 만질 줄 모르던 때니까요.
1995년 윈도우 95가 나타나면서부터... 이 모든 것이 일거에 뒤집어 지게 되죠. 노숙자도 폐인도 모두 PC를 만질 수 있게 된 것은 윈도우 95가 보급된 이후입니다.
이야기 전개상으로는 렉스가 컴터로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팀이 꽤 중요한 활약을 한 원작소설과는 달리 러닝타임 때문에 상당히 축소되어 단순히 '애가 공원 관리 프로그램 만져서 뭘 했다'라는 컨셉만 맛보기로 들어가 있을 뿐이죠. 근데 그렇다고 17년 전 상황을 현재 기준으로 '저거 아무나 다 하는거 아냐'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
일어버린세계 영화에서 렉스는 그냥 UNIX GUI 환경 들어가서 마우스 깔짝깔짝 한거밖에 없는거 같던데요?
95년도 당시에 컴퓨터가 아주 흔한건 아니었지만.... GUI 깔짝거리기 정도는 ^^;;
윈도우에서 폴더 생성 붙여넣기 정도는 누구나 다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