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컴 유에프오 디펜스(X-COM UFO Defense) - 글 : 전홍식(pyodogi)
마이크로 프로즈의 고전 게임 X-COM의 팬픽.
엑스컴에 소속되어 활약한 한 대원의 일기로 엑스컴의 여러 이야기를 연출한다.
글쓴이의 말 : 계속 쓸 생각이었지만, 연재를 중지한지 한참이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항상 마음 속에는 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군요. 연재라는 것은 항상 시작하고 빨리 끝내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되네요. 아아.. 아쉽다...
엑스컴에 소속되어 활약한 한 대원의 일기로 엑스컴의 여러 이야기를 연출한다.
글쓴이의 말 : 계속 쓸 생각이었지만, 연재를 중지한지 한참이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항상 마음 속에는 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군요. 연재라는 것은 항상 시작하고 빨리 끝내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되네요. 아아.. 아쉽다...
글 수 44
2000년 3월 13일 (1)
어제의 작전이 끝나고 복귀한 것은 아침 7시. 모든 장비의 점검과 보고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들은 모처럼의 휴일을 수면으로 날려버린다는 아쉬움조차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3시간 이상에 걸친 긴장된 전투. 결국 우리들은 -약 2 명을 제외한 전원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사조차 거부한 채 침대로 파고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깨어난 것이 밤 10시. 이제는 황금같은 휴일도 거의 다 날아가 버린 상태였다. 잠에서 깨어난 후에야 나는 마린에게 연락을 한다는 것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뒤늦게 전화를 걸었지만 마린은 퉁명스러운 목소리임에도 이해한다는 말로 응답했고 그녀와의 데이트는 언제라는 것을 기약하지 못한 채로 연기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덕분에 깡통을 비롯한 외계인의 신형 장비들을 연구하게 되었다.'는 들뜬 목소리로 볼 때, 아마도 당분간은 그녀를 만나기조차 어려울 것 같았다. 여느 천재 연구자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자신이 모르는 것을 분석하는 일에 몰두하는 타입이었고, 그러한 그녀에게 있어 외계인의 기술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일을 알고 있는 그녀를 만족시키고 몰두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물이었으니까.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소란을 생각할때 지금쯤 연구실에 틀어박혀 깡통의 분해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 아닐까?
여하튼, 뒤늦게 대충 식사를 하고 잠든 것이 12시. 그대로 계속 자고 있던 토머스는 평소처럼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아침 6시에야 깨어나 있었다. 결국 20시간 이상을 잠든 셈이지만, 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작전은 평소보다 훨씬 큰 정신적 피로를 가져왔고 충분한 수면 시간으로도 이 피로는 쉽게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오늘의 아침에 운동을 하는 대원의 숫자는 평소에 비해 많이 줄어 있었다. 특히, 절대로 운동을 빼먹지 않을 듯한 스베틀라냐가 나오지 않은 것은 더욱 의외였다고 할까? 그에 비해 로리스 분대장은 조금 피곤한 표정이긴 했지만 여전히 밝은 얼굴로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역시 그 누군가가 흘린 소문대로 마녀이기 때문일까?
여하튼, 그녀는 분대원 중 유일하게 아침 조깅을 빼먹지 않는 나를 장하다고 칭찬하면서 '이렇게 튼튼하다니 개인 훈련 시간을 늘려도 좋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나는 문득 나오려고 하는 '마녀'라는 말을 입 속으로 삼키며 그냥 웃어 보였을 뿐이지만...
훈련을 마치고 식사 시간이 되어서도 엑스컴의 대원들은 의외로 지친 모습들이었다. 그것은 특히 지상 부대의 대원들이 심했고 그 중에는 오늘의 아침 식사마저 거른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아침식사 시간에 빠진 대원들 중에는 공중전 중에 격추된 4명의 조종사와 작전 중에 죽은 대원들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보기 드물게 침울한 식사 시간에도 제 정신(?)을 찾은 토머스는 여전히 싱글거리는 얼굴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역시 함께 식사를 하게 된 레이첼은 썰렁하기 이를데 없는 토머스를 보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뭔가를 말하면서 토머스를 공격해 들어갔다. 물론, 토머스의 반격 역시 이에 만만치 않았다. 특히 돌격 중 레이첼이 넘어진 사실은 빼 놓을 수 없는 탄환이었기에 오늘은 레이첼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나는 듯 했지만, 그녀 역시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고 할까?
한편, 레이첼과 함께 식사를 하기에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스베틀라냐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없는 태도로 정확한 양의 식사를 처리하고 일어났다. 언제나 그렇듯 '먼저 갈께.'라는 말 한마디도 남기지 않고.
식사를 마친 오후 시간에 엑스컴 전 대원에 대한 특별 브리핑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였다면, 일요일의 초과 근무로 인해 월요일을 휴일로 받을 수 있었겠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리 전 대원들에게 숙소에 대기하라는 명령이 있었기에 피곤한 모습 그대로 숙소에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나는 어제 만나지 못했던 사과를 하기 위해 연구 시설의 마린을 찾아가고자 했지만, 마린은 어제의 전투에서 얻은 수많은 기술들을 점검하고 확인하는데 바빠 짬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곤한 목소리로 미루어볼 때 그녀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철야를 한 듯 했지만, 그럼에도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는 그녀의 표정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결국, 나는 인터폰을 통해 다시 한번 사과를 하고 숙소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던 중, 나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어떤 숙소를 치우는 광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껏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그 장면은 분명 어제 전사한 누군가의 방을 다음에 도착할 누군가를 위해 치워두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몇 개의 짐들이 나온 이후, 그 작업원은 마지막으로 방문을 닫고 그 위에 끼워져 있던 명찰을 옆으로 빼내어 바닥에 놓여진 바구니에 던졌다. 그러나, 그 명찰은 마치 거부한다는 듯이 다른 명찰들이 쌓여있는 바구니에 들어가지 않고 바닥에 튀어서 근처에 서 있던 내 앞에 떨어졌다.
'FRANTZ E. ROBERTA'
명찰 위엔 이런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으로 얼굴조차 알지 못했던 프란츠 E. 로베르타란 사람은 나의 전우 중 하나였음이 밝혀졌지만, 그 사실은 어째서인지 아무런 감상조차 주지 못했다.
나는 그것을 집어들고는 작업원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고개를 한번 끄떡해 보이고는 명찰을 받았다. 그리고, 별 흥미가 없다는 듯 한 손에 든 바구니에 집어던지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무 표식도 붙어있지 않은 빈 방문 만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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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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