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컴 유에프오 디펜스(X-COM UFO Defense) - 글 : 전홍식(pyodogi)
마이크로 프로즈의 고전 게임 X-COM의 팬픽.
엑스컴에 소속되어 활약한 한 대원의 일기로 엑스컴의 여러 이야기를 연출한다.
글쓴이의 말 : 계속 쓸 생각이었지만, 연재를 중지한지 한참이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항상 마음 속에는 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군요. 연재라는 것은 항상 시작하고 빨리 끝내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되네요. 아아.. 아쉽다...
엑스컴에 소속되어 활약한 한 대원의 일기로 엑스컴의 여러 이야기를 연출한다.
글쓴이의 말 : 계속 쓸 생각이었지만, 연재를 중지한지 한참이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항상 마음 속에는 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군요. 연재라는 것은 항상 시작하고 빨리 끝내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되네요. 아아.. 아쉽다...
글 수 44
2000년 3월 8일
언제나 그렇지만 내 예감은 꽤 잘 들어맞는 편이다. 물론 그것이 나쁜 예감에만 해당되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일종의 징크스는 이번 경우에도 분명하게 사실로 들어맞고야 말았다. 바로, 분대장 로리스의 요청을 듣는 것과 동시에 말이다.
그녀의 요청-정확히는 엑스컴 유럽지부 사령관의 명령이라는게 더 가깝겠지만-은 이번에 편입된 신입 대원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문제, 바로 통역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편입된 50명 가까운 대원 중 절반 이상이 한국과 북한 출신의 대원이었으나, 이들 중 엑스컴 내에서 사실상의 공용어로 사용되는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는 사실상 없었다. 그나마 영어를 필수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남한의 대원들 만이 어느 정도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북한의 대원은 영어라고는 발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 현 시점에서는 작전 투입조차 불가능한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때문에 본래라면 이들에게 언어 교육과 통역을 맡을 사람이 필요했지만, 여러 나라의 용병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우리 기지에서도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극히 드물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용병 중엔 한국 출신 대원이 많음에도 이곳 엑스컴 유럽 지부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한국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최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 바로 나 뿐이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에 사용했을 뿐 그 후로는 완전히 잊고만 살았던 모국어. 그러나, 이를 알고 있다는 사실 덕분(?)에 나는, 무려 30명 가까운 남북한 대원들 전원을 책임져야 하는 상당히 화려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물론, 토머스의 말투를 빌린 표현이지만 말이다.
이들 대원 전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것은 다시 말해 이들의 훈련 등에 함께 참여하여 작전 지시를 통역하거나 교육시키고, 때로는 그들을 지휘해야만 한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각 분대의 훈련에 있어 모두 참여해야만 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위쪽의 높으신 영감네들은 머리가 굳어서 말이야. 통역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 두었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그럴 여유가 없다는 대답 뿐이다. 아쉽지만, 당분간 그들을 도와주도록.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작전에 필수적인 사항들은 체크시켜 주길 바라네."
어떻게든 해 달라는 내 요청에 대해 분대장은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동안은 그들을 함께 훈련시키겠다고 약속해 주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당히 바쁜 생활이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인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휴일은 고사하고 식사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는 생활이...
그리고, 신입 대원들의 생활이 시작된지 3일째가 되어 가는 오늘도 그러한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30명 가까운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훈련해야 하는 상황 말이다.
토머스 등 약간 명은 ' 여, 출세했네. 벌써 부대를 지휘하는 입장이 되다니 말야. '라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것이 한편으로는 동정의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다른 것은 몰라도 휴일조차 없는 상황은 말이다.)
1개 분대가 아니라 거의 3개 분대에 달하는 인원. 편제도, 작전 방식이나 훈련 스타일도 완전히 다른 대원들. 더욱이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거의 잊어버리다시피 했던 모국어로 지시를 내리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중에 일부가 토머스를 증식시킨 것 같은 인간이라면 말이다.
특히 같은 분대 소속의 리(LEE)라는 하사가 더욱 그러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약간 긴장한 모습에서도 약간 실실거리는 느낌을 주었지만, 그러한 긴장이 완전히 풀린 실제 작전에선 정말 토머스 그대로를 카피한 것 같은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에... 그게 아니다. 말을 잘 듣도록."(한국어)
"에? 뭐라고 하셨습니까? 대장. ?*&%#!?"(역시 한국어임)
같은 남한의 대원들의 실실거리는 표정이나 그의 말투로 볼 때 분명 뭔가의 농을 지껄인 것 같았지만, 나로서는 전혀 알아 들을 수 없는 말. 뭔가의 암호라고 밖엔 생각되지 않은 말은 지시를 내리는 것만으로 골치아픈 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다행한 점은, 그들 남북한의 대원들의 실력이 엑스컴의 평균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역시 현 시점에서도 교전국이라고 불리고 있는 나라의 특수 부대, 그것도 최고의 대원들만 가려 뽑았기 때문이라고 할까?
덕분에 기존의 대원들이 포함되지 않은 훈련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님에도 그들은 의외로 별 불평 없이 잘 따라 주고 있었다. 오히려 너무 편하게 행동하는게 조금 문제라면 문제랄까? 그리고...
'쿵!'
둔한 폭음과 함께 거리의 모습으로 되어 있는 훈련장 한쪽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와 함께 훈련장의 지도를 나타내는 계기에 적색 등이...
"쳇, 또 저질러 버렸군."
옆에서 작전을 지켜보고 있던 장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상 이 훈련의 실질적인 지휘관으로서 엑스컴의 전체 훈련을 감독하는 그이지만, 이번 훈련에 있어서는 언어 장벽도 있고 하여 단순한 참관역에 지나지 않았다.(이는 한편으로 신입 대원들의 실력을 관찰해 보겠다는 그의 제안 때문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훈련에 있어 신입 대원의 실력은 확실했지만 그들 전원이 군인으로서 적을 물리치는 상황 외의 문제는 고려치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그들은 작전 지역의 민간인을 완전히 무시하고 목적-적의 처리- 외의 다른 점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엑스컴 유럽 지부에서 중시하는 민간인의 건물이건 관공서건 그들 신입 대원들에게 있어서는 단지 장해물이거나 엄폐물, 또는 양쪽 다 중의 하나에 불과했던 것이다.(생각해 보면 전쟁 중에 적진에 침투하여 작전을 벌여야 하는 특수 부대로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만일, 아시아 지역이나 미국 등의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민간인들의 정치적인 문제가 크게 개입되어 있는 이곳 유럽 지부에서는 그런 점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었다. 심지어 단순한 오발 사고가 아닌 외계인 분장의 민간인에 대한 오발 또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서 지탄받는 이곳에서는 말이다.
"이거, 상당히 길어질지도 모르겠군요."
곁에서 들려오는 장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 또한 이 훈련이 꽤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내게 있어 휴가없는 피곤한 나날이 더욱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 신입 대원들이 평소의 훈련과는 180도 다른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 PYODOGI >-------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블로그 : http://spacelib.tistory.com
트위터 : http://www.twitter.com/pyodogi (한글) http://www.twitter.com/pyodogi_jp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