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년 06월 08일. 06시 30분. 미국 워싱턴

-시청자 여러분. 저는 지금 스웨덴 우데발라의 101사단 주둔지에 와
있습니다. 제 앞엔 어제 끝난 작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시신을 담
은 관들이 놓여 있습니다. 왜 이들은 죽어야 했을까요? 누가 이들의
죽음에 책임져야 할까요? 워싱턴, 브뤼셀, 런던, 파리 그 어는 곳도
이들의 죽음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의 죽음
이 과연 침묵해야만 하는 일일까요?

스트로 대통령을 비롯 국가안보 회의 참석자들은 착잡한 표정을 지
으며 CNN의 보도를 보고 있었다. 미국내 조야는 이번 사건으로 인
해 크게 달아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들어서 관계가 진전되던 통합과 미국과의 사이가 크게 틀어지
는 게 아니냐는 것부터 당장 통합에 항의하자는 얘기 까지 여러 가
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대세는 통합에 대해 강하게
항의함과 동시에 허용되는 범위에서 실력을 행사하자는 것이었다.

"조치를 취합시다.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선 안 됩니다. 전사한 장
병들의 유족들이 들고 일어나기 전에 빨리 문제를 매듭지어야 합니
다."

2202년 06월 07일. 20시 00분. 스웨덴 우데발라

루리는 전장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수많은 군인들이 빗발치는 총탄
을 피해 다니며 싸우는 것을 본 그녀는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
만, 어느 쪽에서건 비슷한 광경들이 줄을 이었다.
그대로 주저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폭발과 함께 자
기 앞으로 내동댕이 쳐진 병사 한 명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반신이 날아간 병사는 간신히 입을 열며 뭐라 말하려는 듯 했지
만, 그녀는 그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함장, 이제 정신이 들어?"
"대, 대령님..."
"안색이 좋지 않군. 악몽이라도 꾼 거야?"
"아니요. 아무것도... 그런데 여긴?"
"스웨덴 우데발라의 101사단 주둔지야. 함장을 구한 후에 정신 없이
이리로 왔지."
"모두들 어떻게 됐나요?"
"뭐가?"
"저를 구하러온 사람들..."
"..."

루리의 물음에 다케다 대령은 잠시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모두들 무사히 돌아왔어. 그리고 지금은 무엇보다도 안정을 취하는
게 우선이야. 다른 일은 신경 쓰지마. 이만 갈게."

그렇게 당부한 후 대령은 병실을 나섰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
른 크루들은 대령에게 루리의 상태를 묻기 시작했다.

"대령님, 함장은 괜찮아요?"
"함장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그만. 다들 내 얘길 잘 들어. 당분간 함장에게 작전 도중 벌어진
일들은 얘기하지마. 그리고 모두들 입단속 잘하고. 이번 일은 조용
히 끝나지 않을 거야."

이번 일이 가져올 파장을 염려한 대령의 태도에 크루들은 뒤늦게나
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뒷 일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병실 복도를 따라 걸어온 미군 장교 한 명이 다케다 대령을 불렀다.

"커널 다케다. 우리 사단장님께서 찾습니다. 빨리 집무실로 오라고
합니다."
"알았네."

곧 장교의 안내를 받아 101사단장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간 대령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01사단장 외에 또다른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령 '다케다 사부로'. 출두 했습니다."
"잘 왔네. 앉게나."

'찰리 헤밍웨이' 소장은 서랍에 든 작은 상자에서 시가를 꺼내면서
말했다.

"피우겠나?"
"담배는 배우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요즘 젊은 사람들이란... 통합군 장교들이 마음에 드는 때
가 자네 같은 경우지. 그러고 보니 하마터면 잊을 뻔 했군. 이 분을
아나?"
"한국 해군의 '한신수' 제독님 이십니다."
"그러면 대화가 한층 편하겠군. 다름이 아니라 자네를 이렇게 찾은
것은..."

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세계 지도를 바라보며 마저 말
했다.

"이번 작전의 파장 때문이네. 나와 내 부하들은 어디까지나 선의로
자네들을 도왔지만, 본국에선 가만히 넘어갈 태세가 아닌 것 같네.
그리고 난 사단장직에서 해임되겠지..."

거기 까지 말하고는 소장은 제독에게 가볍게 눈짓을 했고, 한 제독
이 곧 입을 열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번 사태를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지 않을
걸세. 그리고 통합의 실세인 일본에 압력을 넣겠지. 어떻게 되든지
간에 호시노 소령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거야."
"해결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지금 당장으로선 없네."
"..."
"이번 자리는 어디까지나 현 상황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네. 자네 동
료들에게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게. 그리고 내가 자네
를 따로 부를 일이 있을지도 모를 걸세. 그렇게 알게나."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