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난입하자 우주복을 입은 목성군 병사들이 중기관총과 로
켓탄을 쏘아댔지만 MW 샤이안들은 이를 능숙하게 피하거나 실드
로 막아버리면서 헤드 양쪽에 부착된 기관포를 난사하거나 공중
폭발식 클레이모어로 보병들을 제압해 버렸다.

"사령관님, 적이 우리 요새 안으로 침입했다고 합니다!"
"뭐가 어째? 경비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지금 적을 막기 위해 교전 중입니다만, 중과 부적이라고 합니다."
"에잇! 이런 망할... 부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 그리고 그놈들을
투입해라. 지금 당장!"

사토시 소장의 '그놈들'이라는 말이 나오자 부관은 당혹스러운 나머
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령관님, 그놈들은 아군이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인가? 어서 내 말대로 해."
"알겠습니다."

부관은 마지 못해 소장의 명령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
이 요새 안으로 쳐들어온 주공격대는 요새 곳곳을 풍비박산내기 시
작했다.

"ICBM 발사기 발견!"
-날려 버려.

'그레그 밋첼' 중위는 방금 발견한 ICBM 발사기를 향해 고출력 레
이저를 발사했다. 레이저에 의해 관통당한 기기들이 스파크를 일으
키며 폭발하는 가운데 그가 탄 샤이안은 왼쪽 팔에 내장된 전자 열
검으로 ICBM 발사실 곳곳을 긁어버렸다. 곧 뒷 정리를 끝내고 나
온 그의 샤이안은 인형 병기의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대형 통로를
따라 상황실로 향했다. 곧 상황실 앞에 이른 그의 샤이안이 주먹으
로 문을 치기 시작하자 안에 있던 사관과 오퍼레이터 전원이 비명
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상황실을 포기한다! BIG STONE의 노즐을 모두 가동해! 지구로
떨어뜨리는 거다!"

사토시 소장이 그렇게 요새를 포기하면서 낙하 명령을 내린 가운데
밋첼 중위의 샤이안은 상황실에 난입하는데 성공했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국제법에 의거 정당한 포로 대우를
해주겠다.
"멍청한 놈. 이제 이 요새는 지구에 떨어질 거다."

항복을 종용하는 미군 MW를 향해 비웃듯이 말한 사토시 소장은
요새 상층부로 향하는 슈터에 몸을 실으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
다.

-밋첼 중위님.
"리리아, 무슨 일이야?"
-지금 확인한 겁니다만, 요새의 자력 항행용 핵노즐들이 모두 가동
됐습니다. 요새를 지구에 떨어뜨리려는 거예요.
"맙소사! 막을 방법은?"
-핵노즐들을 모두 파괴해야 합니다. 요새 외곽 상층부로 향하세요.
미션 컴퓨터에 자료가 있으니 그걸 참고하세요.
"알았어."

밋첼 중위는 곧 리리아가 말한 대로 미션 컴퓨터에 삽입된 BIG
STONE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참고해 요새 외곽으로 빨리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따라 샤이안을 몰았다.

"소행성을 지구에 낙하시키려 하다니... 목성인들에겐 국제법이란 휴
지 조각에 불과한 건가?"
"그들의 일원인 크사카베와 그의 추종자들은 생체실험 조차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고 행했습니다. 소행성 낙하를 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죠."
"난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의 악몽이 재현되는 걸 바라지 않아."

호네트의 함교에서 햄튼 제독은 전술 상황표에 시시각각 갱신되는
정보들을 볼 때마다 진땀을 흘렸다. 목성인들은 튤립을 지구에 낙
하시킨 것도 모자라 이번엔 대재앙을 일으킬 소행성을 떨어뜨리려
고 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그레그, 먼저 퇴각하겠다. 노즐을 파괴하는 대로 복귀해.
"알겠습니다."

호크 대위에게 대답하면서 샤이안을 다시 우주 공간으로 몰고 나온
밋첼 중위는 레이더에 포착된 기동병기를 확인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건 대체?"
-하하하. 미국인, 여기 까지 온 건 칭찬해 주마. 하지만, 너의 그 인
간형 병기로는 이 Ki-35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국제 공용 주파수로 자신의 승리를 장담한 사토시 소장은 곧 Ki-35
에 내장된 다연발 공대공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

"당할 것 같으냐! 컴퓨터, 디코이 사출!"
-명령 확인, 사출합니다.

음성 인식 시스템과 연동된 컴퓨터의 자동 대응 프로그램에 의해
샤이안에 내장된 십 수개의 디코이가 사출되었고, 이들은 미사일로
하여금 자신들이 샤이안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게 만들었다.

"망할! 아까운 미사일이..."
-대놓고 무기를 쓰시면 안 됩니다. 여기서부턴 제가 맡겠습니다.
"알았네. 자네가 대신 이 녀석을 조종하게."

앞 좌석에 타고 있는 검은색 철가면을 쓴 사내에게 Ki-35의 조종
권한을 넘긴 사토시 소장은 광학 센서에 잡힌 샤이안의 모습을 보
며 쓴 웃음을 지었다.

"제기랄!"

Ki-35가 쏘아대는 에너지볼을 간신히 피하면서 노즐 밀집 구역에
이른 밋첼 중위는 앞 뒤 잴 것 없이 계속 아껴둔 슬램III를 발사해
노즐 한 개를 파괴해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5개. 낙하 궤도를 틀
어버리려면 3개를 더 파괴해야 했다. 하지만, 소장의 Ki-35가 이를
용인할 리 만무했다. 곧 밋첼 중위의 샤이안을 노리고 미사일이 쇄
도했고, 중위는 재빨리 기만체를 살포하면서 샤이안을 위로 몰아
미사일을 피한 후 응사했다. 하지만, Ki-35는 우주전용으로 제작되
어 장갑을 두텁게 해 둘 수 있었기 때문인지 큰 손상을 입지 않았
다.

"맙소사! 40mm 기관포의 직격을?"
-보통 인간의 몸으로 그만큼 싸우는 건 칭찬해 주마. 하지만, 인간
의 도를 두 번 저버린 나에겐 역부족.
"제기랄. 죽어라!"

기체를 계속 움직이며 허점을 찾으려던 그레그의 샤이안도 결국
Ki-35가 쏜 입자 무기에 당해 오른쪽 팔을 잃었다. 이제 남은 것은
기관포가 내장된 왼쪽 팔 뿐이었다.

'아무리 중장갑이라도 일반 인형 병기의 엄호를 받지 않는 기동병
기에겐 엔진 노즐만큼 치명적인 약점은 없다. 그렇다면...'

상황이 불리한 가운데 Ki-35의 취약점을 파악한 그레그는 Ki-35의
노즐을 향해 마지막까지 남겨둔 슬램을 쏘았고, Ki-35는 이를 피하
려 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온 슬램을 피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곧 폭발이 일며 Ki-35는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 이럴 수는 없어!"
-사토시 소장, 죄송합니다. 저만 여기서 탈출해야겠군요.
"무, 무슨 소린가?"
-요새를 잃게 한 그 무능함은 용서 받을 수 없습니다.
"그, 그렇지만..."
-죽음으로서 죽어간 동포들에게 사죄하십시오.

그렇게 말한 후 철가면의 사내는 사토시 소장의 뒤통수에 권총을
겨눈 후 방아쇠를 당기고 나서 Ki-35로부터 탈출했다. 곧 머리를
잃어버린 Ki-35는 노즐 밀집 구역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적 기동병기가 노즐 밀집 구역에 부딪쳤다. 현재 시각을 기해 노즐
제거에 전념하겠다."
-중위님, 무리하지 마세요.
"리리아, 걱정하지마. 이 것 쯤이야!"

그레그는 그렇게 말하며 샤이안의 왼손에 쥐어진 전자 열검으로 노
즐 외부의 파이프란 파이프는 모조리 베어내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는지 노즐이 열을 감당하지 못해 그대로 불타버리면서 작동을 중
지했지만, 전자 열검도 그대로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런 망할!"
-그레그, 어서 복귀해!
"소용 없습니다. 이제 인력권이에요."

그대로 인력권에 붙잡힌 그레그의 샤이안은 속절 없이 엄청난 고열
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함장, 미군 MW 한 대가 BIG STONE의 낙하를 저지한 대신 대기
권에 돌입하게 됐다고 합니다."
"조종사의 신원은?"
"'그레그 밋첼' 중위라고 합니다."
"!"

파리스는 밋첼 중위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적잖이 당황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일단 햄튼 제독과 상의하기로 하고
화상 통신을 시작했다.

-블뤼허 소령, 무슨 일인가?
"제독님, 지금 대기권에 돌입하게 된 밋첼 중위를 저희가 구하겠습
니다."
-그게 가능한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외
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

파리스의 말에 햄튼 제독은 턱을 괴며 고민하다가 마지 못해 그녀
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어떻게든 그를 구해주게.
"알겠습니다. 반드시 그를 꼭 구해내겠습니다.

햄튼 제독에게 경례한 후 그녀는 윈도우를 닫으면서 말했다.

"아크엔젤을 대기권으로 돌입시키세요. 우리가 그를 구하는 겁니
다."
"함장?"
"부탁드립니다. 그를 꼭 구해야 해요."

다들 긴장한 가운데 그녀는 간곡한 어조로 부탁했고, 곧 오퍼레이
터들이 그녀에게 호응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 미국인을 구해 주자고."
"동료를 죽게 할 순 없지."
"함장, 우린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린 함장이 가겠다는 곳이 어디든
꼭 가겠습니다."

승무원들의 호응에 감동한 파리스는 고마운 나머지 눈물을 훔친 후
말했다.

"조타수, 아크엔젤의 진로를 유럽 진입로로 바꾸세요. 엔진 출력도
최고치로 설정하세요."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