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데시코 외전 : 호넷 - 작가 : Frank
글 수 87
5.Why does my heart feel so bad?
2202년 06월 07일. 13시 00분. 스웨덴 베네르스보리
"스미스, 마이클! 엄호해줘!"
'샘 카퍼' 하사는 그렇게 당부한 후 뛰기 시작했다. 집 안에 숨은
목성군의 기관총팀이 사격을 가했지만, 그는 능숙하게 피하면서 엄
폐물로 적당한 벽돌더미 뒤로 숨는데 성공했다.
"받아라!"
등에 매고 있던 LAW로 건물에 직사를 날린 후 먼지가 자욱하게
번졌지만, 그는 여기에 상관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다른 적들이
없나 살피면서 방탄 헬멧에 부착된 무전기로 상황을 알렸다.
"여기는 카퍼. 건물 안에 숨은 적을 제압했다. 곧 다음 건물로 향하
겠다."
카퍼 하사는 곧바로 건물 안에 소이 수류탄을 까 넣은 후 밖으로
나왔다. 목성군이 건물을 엄폐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소이 수류탄에 의해 불이 난 건물을 뒤로 하며 부하들을 데리고 계
속 걷던 그는 인근 숲에서 완전히 망가진 해군의 이로코이를 발견
하자 급히 무전기에 소리쳤다.
"추락한 헬기를 발견했다! 지금 당장 수색을 시작하겠다. 지원을 보
내주기 바란다."
"분대장님."
"왜?"
"지금 헬기를 먼저 수색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뭐야?"
이병 계급을 단 소총수의 보고에 급히 헬기 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
는 미간을 찌푸렸다. 부니햇을 쓴 포스 리컨 대원들은 파괴된 헬기
에서 시신들을 꺼내 수습하면서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찾는 듯 했
다.
"자네들 대체 뭐하는 건가? 이 일은 우리 소관이다. 자네들이 끼어
들 일이 아니야."
"당신이 우리 입장을 알기나 해? 우리도 좋아서 이런 짓 하는 줄
알아?"
"그만둬! 아군 끼리 무슨 짓이야?"
싸움이 벌어질 기미가 보이자 장교와 부사관들이 뜯어 말렸고, 곧
포스 리컨 대원들은 장갑차에 탄 채 현장을 떠났다.
"저녀석들이 왜 저러지?"
"쟤들도 캡틴 루리를 구하러 온 게 아닐까요?"
"그럴 리가... 해병대는 통합군과 관계가 원만하다고 볼 수 없어. 분
명히..."
"자기 동료를 구하러 온 거겠지."
"커널(대령) 다케다?"
"신경 쓰지 말게. 우연히 들른 것 뿐이야. 그러고 보니 추락한 헬기
에 탄 전사자들의 시신은?"
"해병대원들이 미리 수습해 놓고 갔습니다."
"이런... 상태가 심하군. 빨리 옮기자고. 이대로 두다간 더 썩겠어."
다케다 대령이 시체 수습을 돕는 가운데 적십자 마크를 단 스트라
이커 장갑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왔다.
"제길..."
목성군 특수전 부대의 2차 공격은 매우 파멸적이었다. 정규군 까지
동반한 그들의 공격에 글렌 소위는 힘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소총
탄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원거리 교전엔 부적합한 기관단총까지 쏘
아대며 저항하는 가운데 루리는 그 옆에서 수류탄을 굴렸지만, 이
대로 가다간 어떻게 될 지 불을 보듯 훤했다.
"소령님."
"네?"
"이대로 가면 우리 둘 다 죽고 말 겁니다. 어떻게든 여기서..."
"싫어요. 어차피 도망갈 수 없어요. 그리고 저 혼자 도망칠 수는..."
"제 말 잘 들으세요. 이 동굴의 샘은 근처 호수와 연결되어 있습니
다. 이제 거기만이 유일한 탈출구 입니다. 몇 분 동안 버틸 수 있
죠?"
"5분 까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요."
"여기 제 폐쇄회로 호흡기가 있습니다. 이걸 가져가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겠습니다. 어서 도망치세요. 그리
고 제 여동생을 부탁합니다. 만나게 되면 잘 얘기해주세요."
"케빈..."
케빈은 고개를 떨구던 그녀를 품에 안고 키스를 한 후 말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기다리겠습니다. 저세상에서..."
루리는 억지로 입을 다문 채 뒤돌아 서서 뛰어가 샘물 안으로 뛰어
들었다.
'미안해요...'
그 때까지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물속을 헤엄치기 시작
했다.
"자 어서 와라."
글렌 소위는 마지막 탄창을 끼우면서 다가오는 목성군을 향해 방아
쇠를 당겼다. 총알에 맞은 군인 여럿이 쓰러졌지만, 인간 파도는 그
정도로 멈출리 없었다. 총알이 다 떨어지자 마지막 남은 수류탄 두
개를 집어 던진 후 대검을 뽑은 그는 앞장 서서 뛰어온 삿갓을 쓴
사내의 목을 대검으로 꿰뚫은 후 밀어 버렸다. 곧 다른 자가 덤벼
들었고, 이번엔 복부를 찔러 쓰러뜨렸지만, 그도 큰 부상을 입어야
만했다.
"크아..."
피를 흘리며 비틀거린 그는 먼발치에 서 있는 목성군 한 명이 대전
차 로켓을 발사하는 것을 보고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로 끝인가?'
날아온 로켓탄은 각도가 크게 틀어지면서 동굴 천정에 명중했고,
곧 엄청난 폭발이 안에 있던 모두를 휩쓸었다.
"으..."
포연이 가신 후 간신히 일어선 글렌 소위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샘물 쪽으로 향했다. 그 때 그의 뒤에 나타난 철가면의 사내가 그
의 뒤통수를 향해 총을 겨누었고, 곧 총성이 울렸다.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튀면서 그는 그대로 쓰러졌지만, 즉사하지
않은 듯 몸을 꿈틀댔다.
"바보 같은 양키놈. 쓸데없는 영웅심에 빠졌으니 그렇게 당해도 싸
지. 흐흐흐..."
철가면의 사내는 그렇게 글렌을 비웃으며 발로 툭툭차며 뒤집었다.
바로 그때 글렌이 천천히 입을 열며 손을 내밀었다.
"이거... 내... 애인이... 보... 내는... 선물이야..."
거기 까지 말한 후 그는 완전히 숨을 거두었고, 철가면의 사내는
혹시나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가 입고 있는 전술 조끼를 들춘 후 말
했다.
"제기랄..."
곧 글렌 소위가 가슴에 두른 고성능 폭약 뭉치가 일제히 폭발하면
서 동굴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 폭음은 시가지에서 싸우던 101사
단 장병들과 나데시코의 크루들의 귀에 들릴 정도로 매우 컸다.
"오 하느님 맙소사..."
미군 한 명이 상황을 짐작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폭발이 일어난 지
점을 바라보는 가운데 다케다 대령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저길 좀 봐!"
"그녀석 어떻게 된 거 아냐?"
"그런 소리마! 걘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야."
장갑차를 타고 가던 포스 리컨 대원들은 글렌이 죽었을 리가 없다
고 생각했짐나,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쌍안경으로 호
수 쪽을 살피던 대원 한 명이 소리쳤다.
"저길 봐! 누가 쓰러져 있어."
"저건... 맙소사! 케빈일지도 몰라. 자 봐! 폐쇄회로 호흡기를 쓰고
있어."
"여자애는 어디 있지?"
"통합군 계집애는 신경 꺼. 우린 녀석만 구하면 돼."
그렇게 말한 후 호수가로 달려간 그들은 쓰러져 있는 상대가 누구
인지 알게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길..."
"하는 수 없다. 빨리 응급처치나 해주자. 이대로 두다간 저체온증으
로 죽고 말 거야."
"왜... 왜... 그녀석이..."
절친한 동료의 죽음이 기정 사실화 되자 대부분 감정이 복받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일단 사람 목숨부터 살리자는 생각에 그들은 루
리를 응급처치한 후 장갑차에 싣고 나서 시가지로 향했다.
"포스 리컨 대원들로부터 보고 입니다. 루리 함장을 구했답니다. 현
재 이쪽으로 오고 있답니다."
"다행이군. 모두한테 알려. 이제 우리 목적은 구출에서 탈출이다. 수
송기도 보내달라고 해."
루리가 구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건 발생 초기 지원에 나선
101사단 83연대 2대대 외에 101사단장의 결단 덕분에 증원된 2개
대대가 즉시 방어 태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상공의 조인트 스타즈로부터 급전입니다. 목성군 1개 여단이 이쪽
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쪽으로 전력을 더 모으기 전에 빨리 후퇴해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 수중에 남은 장갑차로는 부상자를 싣고 가면 전 병력
을 태울 수가 없어."
이제는 장갑차의 수가 부족해지자 맥진스키 중령은 속이 타지 않을
수 없었다. 부대 전체가 무사히 철수하려면 한국군의 수송기가 제
때 와주는 것 뿐이었다.
"우리 먼저 가라구요?"
"네. 당신네 함장은 구조 됐으니 빨리 데리고 여기서 떠나세요."
"당신들은 어쩌구요?"
"우린 나중에 올 수송기를 타고 떠날 겁니다. 자 어서 서두르세요."
미군 장교의 말에 유리카는 뒤돌아 선 후 장갑차에 올랐다. 곧 선
도 차량이움직이면서 부상자들과 나데시코의 수병들을 태운 M-552
장갑차들이 일제히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대령님... 웬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저들을 내버려두고 우리만
도망친다는 건..."
"..."
수병 한 명이 죄책감에 빠진 듯이 말하자 다케다 대령이 씁쓸한 표
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경험은 너희들에게 큰 재산이 될 거다. 저들이 흘려준 피를 잊
지마라. 그리고 이 일은 어쩌면..."
"무슨 걱정되는 거라도 있습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이 사건이 통합군 전체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대령은 관측창을 통
해 불타는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네. 우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네. 그리고 그 말은
우리가 자네들한테 해야 돼. 그런데 왜 그 사지로 또 가려는 건가?"
"동료를 아직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죽었을지도 모를 동료를 찾으러?"
"우린 포기할 수 없습니다. 설령 죽었더라도 시체라도 찾아올 겁니
다."
"대체 왜?"
"글쎄요..."
잠시 머뭇거린 포스 리컨 대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일반인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전우애라고 할까요?"
그렇게 대답한 후 포스 리컨 대원들은 다시 장갑차를 타고 폭발이
일어난 장소로 향했다.
"..."
검은 철가면의 사내는 산에서 내려오면서 불타는 지금도 총성이 울
리는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날아가버린 그의 오른팔 부분에
선 금속성 부품과 코드가 튀어나와 있었고, 그는 매우 부자연스럽
게 움직이면서 입을 열었다.
"미국인들. 이번 싸움은 너희들이 이긴 게 아니다. 고작 한 명을 구
하겠다고 덤벼들어서 너희들이 얻은 게 무엇이냐?"
글렌의 시신 일부를 간신히 회수한 포스 리컨 대원들이 합류한 가
운데 구조대의 잔여 병력을 구하기 위해 날아온 C-53 수송기들이
인근 도로에 착륙하자 병사들은 부상자를 실은 들 것과 손에 들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든 채 뛰기 시작했다. 램프 도어를 내린 수송기
에 탄 병사들은 승무원들로부터 물을 얻고는 이를 마시거나 머리에
끼얹으면서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곧 수송기들은 차례 차
례 이륙했고, 병사들은 수많은 동료를 죽게 만든 도시를 바라보았
다. 얼마 후 수송기안에 그들의 이런 심정을 달래는 듯한 노래가
울리기 시작했다.
Why Does My Heart Feel So Bad?
from the album Play
Why does my heart
Feel so bad?
Why does my soul
Feel so bad?
These open doors...
2202년 06월 07일. 21시 20분. 일본 후쿠오카
"제독님."
"무슨 일인가?"
"주일 미군으로부터 비암호 전문입니다."
"이리 주게."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군의 전문을 넘겨 받은 통합 우주군의 '미스마
르 고우이치로' 제독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일은 통합에 큰 불행이자 악재가 될 거야..."
2202년 06월 07일. 13시 00분. 스웨덴 베네르스보리
"스미스, 마이클! 엄호해줘!"
'샘 카퍼' 하사는 그렇게 당부한 후 뛰기 시작했다. 집 안에 숨은
목성군의 기관총팀이 사격을 가했지만, 그는 능숙하게 피하면서 엄
폐물로 적당한 벽돌더미 뒤로 숨는데 성공했다.
"받아라!"
등에 매고 있던 LAW로 건물에 직사를 날린 후 먼지가 자욱하게
번졌지만, 그는 여기에 상관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다른 적들이
없나 살피면서 방탄 헬멧에 부착된 무전기로 상황을 알렸다.
"여기는 카퍼. 건물 안에 숨은 적을 제압했다. 곧 다음 건물로 향하
겠다."
카퍼 하사는 곧바로 건물 안에 소이 수류탄을 까 넣은 후 밖으로
나왔다. 목성군이 건물을 엄폐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소이 수류탄에 의해 불이 난 건물을 뒤로 하며 부하들을 데리고 계
속 걷던 그는 인근 숲에서 완전히 망가진 해군의 이로코이를 발견
하자 급히 무전기에 소리쳤다.
"추락한 헬기를 발견했다! 지금 당장 수색을 시작하겠다. 지원을 보
내주기 바란다."
"분대장님."
"왜?"
"지금 헬기를 먼저 수색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뭐야?"
이병 계급을 단 소총수의 보고에 급히 헬기 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
는 미간을 찌푸렸다. 부니햇을 쓴 포스 리컨 대원들은 파괴된 헬기
에서 시신들을 꺼내 수습하면서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찾는 듯 했
다.
"자네들 대체 뭐하는 건가? 이 일은 우리 소관이다. 자네들이 끼어
들 일이 아니야."
"당신이 우리 입장을 알기나 해? 우리도 좋아서 이런 짓 하는 줄
알아?"
"그만둬! 아군 끼리 무슨 짓이야?"
싸움이 벌어질 기미가 보이자 장교와 부사관들이 뜯어 말렸고, 곧
포스 리컨 대원들은 장갑차에 탄 채 현장을 떠났다.
"저녀석들이 왜 저러지?"
"쟤들도 캡틴 루리를 구하러 온 게 아닐까요?"
"그럴 리가... 해병대는 통합군과 관계가 원만하다고 볼 수 없어. 분
명히..."
"자기 동료를 구하러 온 거겠지."
"커널(대령) 다케다?"
"신경 쓰지 말게. 우연히 들른 것 뿐이야. 그러고 보니 추락한 헬기
에 탄 전사자들의 시신은?"
"해병대원들이 미리 수습해 놓고 갔습니다."
"이런... 상태가 심하군. 빨리 옮기자고. 이대로 두다간 더 썩겠어."
다케다 대령이 시체 수습을 돕는 가운데 적십자 마크를 단 스트라
이커 장갑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왔다.
"제길..."
목성군 특수전 부대의 2차 공격은 매우 파멸적이었다. 정규군 까지
동반한 그들의 공격에 글렌 소위는 힘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소총
탄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원거리 교전엔 부적합한 기관단총까지 쏘
아대며 저항하는 가운데 루리는 그 옆에서 수류탄을 굴렸지만, 이
대로 가다간 어떻게 될 지 불을 보듯 훤했다.
"소령님."
"네?"
"이대로 가면 우리 둘 다 죽고 말 겁니다. 어떻게든 여기서..."
"싫어요. 어차피 도망갈 수 없어요. 그리고 저 혼자 도망칠 수는..."
"제 말 잘 들으세요. 이 동굴의 샘은 근처 호수와 연결되어 있습니
다. 이제 거기만이 유일한 탈출구 입니다. 몇 분 동안 버틸 수 있
죠?"
"5분 까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요."
"여기 제 폐쇄회로 호흡기가 있습니다. 이걸 가져가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겠습니다. 어서 도망치세요. 그리
고 제 여동생을 부탁합니다. 만나게 되면 잘 얘기해주세요."
"케빈..."
케빈은 고개를 떨구던 그녀를 품에 안고 키스를 한 후 말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기다리겠습니다. 저세상에서..."
루리는 억지로 입을 다문 채 뒤돌아 서서 뛰어가 샘물 안으로 뛰어
들었다.
'미안해요...'
그 때까지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물속을 헤엄치기 시작
했다.
"자 어서 와라."
글렌 소위는 마지막 탄창을 끼우면서 다가오는 목성군을 향해 방아
쇠를 당겼다. 총알에 맞은 군인 여럿이 쓰러졌지만, 인간 파도는 그
정도로 멈출리 없었다. 총알이 다 떨어지자 마지막 남은 수류탄 두
개를 집어 던진 후 대검을 뽑은 그는 앞장 서서 뛰어온 삿갓을 쓴
사내의 목을 대검으로 꿰뚫은 후 밀어 버렸다. 곧 다른 자가 덤벼
들었고, 이번엔 복부를 찔러 쓰러뜨렸지만, 그도 큰 부상을 입어야
만했다.
"크아..."
피를 흘리며 비틀거린 그는 먼발치에 서 있는 목성군 한 명이 대전
차 로켓을 발사하는 것을 보고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로 끝인가?'
날아온 로켓탄은 각도가 크게 틀어지면서 동굴 천정에 명중했고,
곧 엄청난 폭발이 안에 있던 모두를 휩쓸었다.
"으..."
포연이 가신 후 간신히 일어선 글렌 소위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샘물 쪽으로 향했다. 그 때 그의 뒤에 나타난 철가면의 사내가 그
의 뒤통수를 향해 총을 겨누었고, 곧 총성이 울렸다.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튀면서 그는 그대로 쓰러졌지만, 즉사하지
않은 듯 몸을 꿈틀댔다.
"바보 같은 양키놈. 쓸데없는 영웅심에 빠졌으니 그렇게 당해도 싸
지. 흐흐흐..."
철가면의 사내는 그렇게 글렌을 비웃으며 발로 툭툭차며 뒤집었다.
바로 그때 글렌이 천천히 입을 열며 손을 내밀었다.
"이거... 내... 애인이... 보... 내는... 선물이야..."
거기 까지 말한 후 그는 완전히 숨을 거두었고, 철가면의 사내는
혹시나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가 입고 있는 전술 조끼를 들춘 후 말
했다.
"제기랄..."
곧 글렌 소위가 가슴에 두른 고성능 폭약 뭉치가 일제히 폭발하면
서 동굴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 폭음은 시가지에서 싸우던 101사
단 장병들과 나데시코의 크루들의 귀에 들릴 정도로 매우 컸다.
"오 하느님 맙소사..."
미군 한 명이 상황을 짐작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폭발이 일어난 지
점을 바라보는 가운데 다케다 대령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저길 좀 봐!"
"그녀석 어떻게 된 거 아냐?"
"그런 소리마! 걘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야."
장갑차를 타고 가던 포스 리컨 대원들은 글렌이 죽었을 리가 없다
고 생각했짐나,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쌍안경으로 호
수 쪽을 살피던 대원 한 명이 소리쳤다.
"저길 봐! 누가 쓰러져 있어."
"저건... 맙소사! 케빈일지도 몰라. 자 봐! 폐쇄회로 호흡기를 쓰고
있어."
"여자애는 어디 있지?"
"통합군 계집애는 신경 꺼. 우린 녀석만 구하면 돼."
그렇게 말한 후 호수가로 달려간 그들은 쓰러져 있는 상대가 누구
인지 알게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길..."
"하는 수 없다. 빨리 응급처치나 해주자. 이대로 두다간 저체온증으
로 죽고 말 거야."
"왜... 왜... 그녀석이..."
절친한 동료의 죽음이 기정 사실화 되자 대부분 감정이 복받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일단 사람 목숨부터 살리자는 생각에 그들은 루
리를 응급처치한 후 장갑차에 싣고 나서 시가지로 향했다.
"포스 리컨 대원들로부터 보고 입니다. 루리 함장을 구했답니다. 현
재 이쪽으로 오고 있답니다."
"다행이군. 모두한테 알려. 이제 우리 목적은 구출에서 탈출이다. 수
송기도 보내달라고 해."
루리가 구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건 발생 초기 지원에 나선
101사단 83연대 2대대 외에 101사단장의 결단 덕분에 증원된 2개
대대가 즉시 방어 태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상공의 조인트 스타즈로부터 급전입니다. 목성군 1개 여단이 이쪽
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쪽으로 전력을 더 모으기 전에 빨리 후퇴해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 수중에 남은 장갑차로는 부상자를 싣고 가면 전 병력
을 태울 수가 없어."
이제는 장갑차의 수가 부족해지자 맥진스키 중령은 속이 타지 않을
수 없었다. 부대 전체가 무사히 철수하려면 한국군의 수송기가 제
때 와주는 것 뿐이었다.
"우리 먼저 가라구요?"
"네. 당신네 함장은 구조 됐으니 빨리 데리고 여기서 떠나세요."
"당신들은 어쩌구요?"
"우린 나중에 올 수송기를 타고 떠날 겁니다. 자 어서 서두르세요."
미군 장교의 말에 유리카는 뒤돌아 선 후 장갑차에 올랐다. 곧 선
도 차량이움직이면서 부상자들과 나데시코의 수병들을 태운 M-552
장갑차들이 일제히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대령님... 웬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저들을 내버려두고 우리만
도망친다는 건..."
"..."
수병 한 명이 죄책감에 빠진 듯이 말하자 다케다 대령이 씁쓸한 표
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경험은 너희들에게 큰 재산이 될 거다. 저들이 흘려준 피를 잊
지마라. 그리고 이 일은 어쩌면..."
"무슨 걱정되는 거라도 있습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이 사건이 통합군 전체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대령은 관측창을 통
해 불타는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네. 우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네. 그리고 그 말은
우리가 자네들한테 해야 돼. 그런데 왜 그 사지로 또 가려는 건가?"
"동료를 아직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죽었을지도 모를 동료를 찾으러?"
"우린 포기할 수 없습니다. 설령 죽었더라도 시체라도 찾아올 겁니
다."
"대체 왜?"
"글쎄요..."
잠시 머뭇거린 포스 리컨 대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일반인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전우애라고 할까요?"
그렇게 대답한 후 포스 리컨 대원들은 다시 장갑차를 타고 폭발이
일어난 장소로 향했다.
"..."
검은 철가면의 사내는 산에서 내려오면서 불타는 지금도 총성이 울
리는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날아가버린 그의 오른팔 부분에
선 금속성 부품과 코드가 튀어나와 있었고, 그는 매우 부자연스럽
게 움직이면서 입을 열었다.
"미국인들. 이번 싸움은 너희들이 이긴 게 아니다. 고작 한 명을 구
하겠다고 덤벼들어서 너희들이 얻은 게 무엇이냐?"
글렌의 시신 일부를 간신히 회수한 포스 리컨 대원들이 합류한 가
운데 구조대의 잔여 병력을 구하기 위해 날아온 C-53 수송기들이
인근 도로에 착륙하자 병사들은 부상자를 실은 들 것과 손에 들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든 채 뛰기 시작했다. 램프 도어를 내린 수송기
에 탄 병사들은 승무원들로부터 물을 얻고는 이를 마시거나 머리에
끼얹으면서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곧 수송기들은 차례 차
례 이륙했고, 병사들은 수많은 동료를 죽게 만든 도시를 바라보았
다. 얼마 후 수송기안에 그들의 이런 심정을 달래는 듯한 노래가
울리기 시작했다.
Why Does My Heart Feel So Bad?
from the album Play
Why does my heart
Feel so bad?
Why does my soul
Feel so bad?
These open doors...
2202년 06월 07일. 21시 20분. 일본 후쿠오카
"제독님."
"무슨 일인가?"
"주일 미군으로부터 비암호 전문입니다."
"이리 주게."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군의 전문을 넘겨 받은 통합 우주군의 '미스마
르 고우이치로' 제독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일은 통합에 큰 불행이자 악재가 될 거야..."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