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년 06월 05일. 09시 30분. 독일 마그데부르크

-여기는 벨리1. 목표 상공에 도착하는 대로 폭탄을 투하하라. 정해
진 목표 이외엔 절대로 공격해선 안 된다.
"알았다."

B-72 폭격기의 기장 '로버트 스캐빈스'는 디스플레이에 뜨는 목표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미 5공군 직할의 9폭격비행단의 마그데부르크 공격은 앞으로 있을
패튼 장군 지휘하의 미 육군 9군단의 독일 북부 탈환을 돕기 위해
서 계획된 것이었다.

-적 방공망에 진입 했습니다. 디코이를 사출합니다.

조종석 후방에 자리한 방어 장비 조작수의 통제하에 B-72의 주익
아래에 달려 있던 포드에 내장된 디코이가 사출되어 케이블에 예인
된 채 목성군의 방공망을 교란하기 시작했다. 목성군의 방공 관제
소에선 미소 냉전의 산물이었던 B-52의 외형을 계승한 이 8발 제
트 폭격기가 사용하는 디코이와 강력한 ECM 때문에 탐지에 애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폭격기들은 폭탄창을 개방한 후
가져온 폭탄을 일제히 쏟기 시작했다. 폭탄의 소나기는 마그데부르
크 인근의 목성군 집결지를 두들겼고, 폭발할 때 생긴 화염과 연기
가 하늘에서 보일 정도로 엄청났다.

"전투기는 뭘 하는 거야? 우릴 다 죽게 내버려둘 셈인가?"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서 필요한 모든 곳을 지원하기가 불가능하다
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 초계 비행은 시켜야 하지 않겠어?"

목성군 장교는 그렇게 분한 표정을 지으며 아비규환에 빠진 집결지
를 바라보았다. 미군의 이와 같은 일방적인 항공 공격 앞에 목성군
은 속수무책이었다. 주요 거점들은 미 공군 스텔스 공격기들의 은
밀하면서도 정확한 공격으로 남아나질 못했고, 최후방에서 이동 중
이던 보급 부대는 과감하게 침투한 B-1 스피리트II 스텔스 폭격기
가 투하한 기화 폭탄에 괴멸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통합군을 거의 가지고 놀았던 목성군은 유럽 전선에서부터 시작해
지구 각국 정규군과의 대결에선 무력하게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
다.

2202년 06월 05일. 10시 00분. 영국 런던

적막감만이 가득한 국회 건물 앞에 선 검은 정장의 노신사는 '윈스
턴 처칠'의 동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위
인 가운데 한 명인 처칠경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어떻게 대응했
을 지 궁금했다. 아마 그는 독일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말했을
지도 몰랐다. '목성놈들아, 너희들은 최악을 다해라. 우리는 최선을
다하련다.' 지금 이 말은 상당 부분 들어 맞고 있었다. 목성군은 곳
곳에서 허물어질 조짐을 보였고, 그들이 지구 침공의 첫 발을 내민
혼슈도 조만간 있을 한미일 세 나라의 연합 작전에 의해 수복될 가
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멘슨경, 여기 계셨군요."
"다시 만나게 되어서 기쁘네."
"수술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멀쩡해. 자 봐. 이렇게 쌩쌩한 걸."

자신을 알아본 지인과 담소를 나누면서 '다니엘 멘슨'경은 주의를
천천히 돌아본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 아이는 찾았나?"
"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고?"
"우리가 개입하기 힘든 자들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조치를 취하기로 하지."
"뭔가 뾰족한 수라도..."
"내 동생을 보낼 생각이네."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나머진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2202년 06월 05일. 18시 30분.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목성군에 의해 일본이 혼슈를 빼앗기자 통합 창설 후 오키나와에서
완전히 철수했던 미 공군은 미일 두 나라간의 정치적 합의에 따라
가데나 기지로 1개 비행단을 급파해 목성 연합군의 큐슈 상공 침범
을 막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F-12 전투기 1개 편대가 긴급
발진할 정도로 이곳에 파견된 미 공군은 하루도 쉴 틈이 없었다.

"오늘도 변함 없군요."
"지금 시국이 워낙 그러니까."

관제탑에서 이륙하는 전투기들을 바라보는 '척 베이커' 준장은 전쟁
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남아
전선에서 인도네시아군이 목성군과의 대규모 전투에서 패배해 전황
이 나빠졌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한국군과의 정면 대결을 애초부터
포기한 목성군은 일본 전역을 완전 점령하겠다는 생각에서인지 동
남아 방면에서의 우회적인 접근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큐슈 북단에 주로 가해지는 공습은 오키나와도 노렸지만, 해상에
떠 있는 해군 기동부대의 함재기들의 요격으로 무위에 그치고 있었
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베이커 준장은 매우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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