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무협 포럼
판타지, 무협 세계의 정보나 설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그 다채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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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흔한 판타지 소설들을 읽어보면 절대군주정이 나타나 마법사들이 황제나 국왕에게 작위를 받고 충성을 다한다라는 설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근데 실제로 이런 통치 방식이 유효할지는 의문이 드는군요. 군주가 마법사에게 마법사가 싫어하는 명령을 내리면 마법사가 궁전에 대규모 살상마법을 날리는 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에 대해 클럽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런 세계라도 여러가지 변수가 있고 그에 따른 형태가 나타나겠죠.
위에서 말했듯이 마법사라는 족속이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만 관심있는 학자형이고 그런 이들이어야 그정도 경지가 될 수 있는... 지배욕이 강하고 사회적인 스킬이 능수능란한 마법사는 3류 정도에서 머무르는 설정도 있습니다.
혹은 군주나 귀족이 존재하지만 그들이 곧 마법사인 세계관도 존재하죠. 마법이 강력한 힘을 가진 세계관에서는 자주 나타나는 설정입니다.
한편으로 그정도의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라면 사회 자체가 성립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단위의 사회는 성립할 필요조차 없을 수도 있죠. 마법을 익히지 못한 인간은 생존조차 허락되기 힘든 환경이 될테고,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사회'라는 존재는 최소한의 감성적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규모면 충분하며 그 이상의 규모는 거추장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지배욕이라는 것도 어떤 의미로 그 지배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유용하기 때문'에 더 강력해집니다. 마법이 생산이나 생활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로지 파괴와 무력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사람을 마법으로 지배하기 보다는 마법으로 자신의 바운더리를 지키고 생활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구성되는 쪽이 더 맞겠죠.
한편으로 일정이상의 규모의 사회에서 마법이 융성하여 먼치킨스러운 마법사들이 다수 배출되기 시작한다면 그 사회는 군주제나 귀족의 존재를 문제삼기 이전에 '멸망'부터 걱정하는 쪽이 맞습니다.
마법사를 현대로 따지자면 아이언맨 정도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는 파고들지만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형태죠.
능력은 아이언맨에 걸맞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지배한다거나 하는 관심은 없습니다.
결국 마법사가 지배가가 되는 경우는, 애초에 지배욕을 가진 "나쁜" 마법사 뿐이겠죠.
말씀대로 싫으면 왕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귀찮은 걸 싫어할 마법사들은 왕 근처에 없을 것 같고,
왕 근처에 있다면 기본적으로 지배욕이나 기타 욕심을 가진 나쁜 마법사일 것 같아서, 파이어볼 날리는 것보다 세뇌나 유혹같은 마법에 능할 것 같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보는 그리마 처럼 말이죠.
마법사들의 힘이 변변찮으면...그러니까 해리포터의 마법사 수준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왕을 능가하는 마법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으니 통치가 잘 되겠죠.
마법사들의 힘이 강하면? D&D의 경우 엄청 강한 마법사들도 나오지만 엄청 강한 영웅들도 있기 때문에 대충 밸런스가 맞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이 엄청 먹은 나쁜 마법사가 던전 파서 자기 마음대로 연구하고 세계정복을 꿈꾸면 영웅 파티가 레이드를 와서...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죠. 슈퍼히어로들끼리 슈퍼빌런하고 싸우는 이야기와 비슷해집니다. 다만 중세는 사법체계가 변변찮아서 슈퍼히어로들이 굳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범죄자들을 경찰에 인계해서 감옥에 집어넣으려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게 차이점이겠네요. 어쨌건 정부는 이야기의 들러리가 될 뿐이죠.
무협지가 아주 비슷한 상황인 듯 하네요. 혼자서 백명 천명을 상대하는 고수가 다수 존재하는데 나라가 굴러가는 신기한 세상이지요. 무협지 설정을 참고하자면 보통 관/군과 강호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이게 보통이더군요. 이건 그럭저럭 납득이 가는 것이... 제 생각에는 다음과 같은 흐름입니다.
[강호의 고수가 나라 일에 깽판을 친다 -> 나라가 잘 안 돌아간다 -> 생산 및 서비스 업종이 망함 -> 강호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의 저하]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규칙을 정해서 서로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나 싶네요. 물론 가끔 이런 규칙을 벗어나 "내가 최고! 내 맘대로 할래!" 하는 고수가 나타나면 이건 규칙을 어긴 셈이니 강호와 군/관이 힘을 합쳐 때려 잡을 상황이고요. 마법사도 똑같이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또는 사회라는 것이 결국 인과 관계에 따라 걸 맞는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니... 위와 같은 규칙이 지켜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강호와 분리 되어 국가가 존재 할 테고... 저런 규칙도 안 지켜질 정도로 힘의 균형이 안 맞는 세상이라면 국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겠지요. 그런 세상이라면 아마 무림 고수나 상위 마법사들에 의한 여러 군벌들이 싸워대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왕좌의 게임' 작가도 그런 말을 한 적 있다고 합니다. '마법사가 강력한 마법을 가지고 있는데 왕과 귀족의 보좌로만 머무를 리가 있는가'
현실적으로 마법사가 마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귀족으로서 지배 세력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고대 인도의 브라만처럼 말이죠.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판타지 소설에서는 마법을 현실 차원과 겹쳐진 다른 차원으로부터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행위로 규정하더군요. 마법을 사용하려면 해당 차원에 좌표계를 설정해서 수식을 입력해야하므로 해당 세계관에서 마법사들은 모두 수학자/공학자들이었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사실 마법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논리적인 설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실에서도 마법 못지 않게 위험한 물건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힘에 의한 국가전복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현실이 그런 힘들을 잘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험한 물건들은 때때로 관련 지식을 얻는데 자격이 필요하기도 하고 소지만으로도 처벌받기도 합니다. 학술적 연구도 엄격한 보안을 요구하죠. 또한 그만한 무기의 사용에는 다수의 동의를 얻은 대표자의 결정을 필요로 합니다.
당장 중학교 실습실 정도의 물품만 주어져도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화학 전공자들이 널려있고, 군대만 해도 판타지 세계의 마법사는 우스운 정도의 무기들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평화가 유지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법이 사회 전반에 고루 퍼져있을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기술에 불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기술이 다른것들보다 초월적인 위치에 있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사회구성이 재편될것이라 보는게 가장 정당하다 생각합니다.
마치 인류가 연소에 대해서 잘 모를때부터 불을 사용했던것 처럼 말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중세판타지는 이름 그대로 중세에서 모티브를 따온것이고, 중세에 마법이 어떤존재였는지 생각해본다면, 마법은 소수의 전유물로 보는게 알맞지 않나 생각하네요. 인간 개개인이 손가락에서 불덩이쏘고 번개를 쏘는게 판타지 장르에서 꼭 필요한 일인가 싶기도 하구요.
설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장 생각나는건 두가지 정도네요. 첫번째는 인도의 브라만처럼 특권계급으로 대우 받지만 현실 권력과는 떨어져있는 경우. 두번째는 사회가 이미 고착화 된지 오래되어서 제도가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상당수의 마법사들을 포함해서)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마법사들이 그 사회에 새로 등장한 세력일때.
마법사가 곧 왕입니다
왕정국가들을 보면 모두 신성한 하늘에서 인정해준 혈통을 내세우고 잇지요
그 혈통의 신성함을 마법으로 증명하면 되니 마법을 못쓰는 왕족들은 가짜 혈통이 되어서 정통성이 사라지고
마법사만이 왕이 될수 잇습니다
생각외로 근현대시대면은 민주주의가 통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위험한 총기와 폭탄이 판을 치지만 다빼앗고 국가에서 철저히 규제를 하죠.
마법이라고 해서 그게 달라지지는 않았을거 같네요.
국가에서 총기뿐만이 아닌 마법지팡이도 빼앗고 마법을 철저히 규제했다면은 지금처럼 총기로 인한 테러는 물론 마법지팡이로 인한 테러도 없을 겁니다.
그대신 지금보다 전쟁과 테러는 전세계적으로 적을지라도 없어지진 않았겠죠.
- 강력한 마법이라는 힘을 상대적으로 소수만이 혈통적으로 소유가능하다면 마법사들을 중심으로 한 귀족계급이 탄생하겠죠
- 그러한 마법의 힘을 사회 전체가 소유하고 있다면, 아마도 '신세계에서' 소설처럼 너무나도 강력한 서로의 힘을 통제하기 위해서
공격성을 억제하고 협조적인 사회성을 유지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고도의 교육과 감시와 통제에 힘을 실은 사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신세계에서는 정말 마법같은 힘을 지닌 집단이 어떻게 권력화되어가는 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 즉, 글에서 고민하는 것들은 마법의 힘의 강약에 따라, 또 그 힘의 소유가 보편적이냐 보편적이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위에 예시는 마법이라는 힘이 상당히 범접할수 없이 강력한 경우에만 든겁니다.
권력이 성립할 정도로 그 힘에 대한 견제가 충분하거나 충분하지 않거나에 따라 양상은 달라지겠죠.
먼치킨류의 양판소의 경우엔 대규모살상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지천에 널려있지만, 보통의 경우에 마법사들에게는 꽤 큰 제약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법이라는 자체가 그렇게까지 큰 힘을 가지지는 않다거나 말그대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냥 몸을 써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마법으로 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거나....
거기에 덧붙여서 마법사라는 족속들이 워낙에 권력이나 마법이외의 다른 분야에는 관심도 없고 재주도 없는 경우로 이야기되는 경우도 많이 있죠.
때로는 마법 외에도 그에 대응하는 다른 강력한 힘이나 요소들이 반대급부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신성마법의 존재와 종교세력과 마법사들의 대척이라거나, 마법보다 비효율적이지만 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검술계열 기술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마법을 견제할 다른 능력이나 힘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그리고 그 마법이 '싫어하는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대규모 살상마법으로 명령주체와 그 세력을 일거에 처리'해버릴 정도로 절대적이고 편리한 세상이라면 그 세상의 군주나 귀족들에게 있어 마법은 제 1순위의 교양이 되겠죠. 특정한 자질을 갖춰야만 마법을 익힐 수 있다면 그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그 세계의 지배세력이 될 것이구요. (이러한 설정의 작품들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