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양산형 겜판소 읽어보셨나요? 안 읽으셨다면 정말로 잘하신 거고, 읽어보셨다면... 유감이군요.)


1. 과학계가(뇌과학 빼고) 죄다 한번 엎어졌나봐요!


 제가 읽은 모든 양산형 겜판소 중에서 가상현실 게임이 나왔는데 정작 세계의 과학이나 기술 수준은 2015년의 우리 인류랑 다를게 없거나 (옛날 작품의 경우) 오히려 더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뇌에서 컴퓨터로 정보를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오큘러스 VR 같은 물건들이 나왔다지만 외부에서 뇌로 정보를 전송하는 것은 아직 미숙하다고 하던데 말입니다.(ex:맹인을 위한 앞이 보이는 의안)

  일부 겜판소처럼 행동하는 것도 진짜같고 고통도 생생한 가상현실 게임이라면, 게임 서버와 수많은 사람들의 뇌를 연결해서 쌍방향으로 정보를 보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거고, 그렇다면 기술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상당히 발전이 필요한 부분일텐데 정작 대부분의 양산형 겜판소에서는 우리가 사는 집에다가 가상현실 게임기 하나 갖다둔 수준으로 인류의 생활을 묘사하죠.


" (다른 데다가 자기 시간을 투자했다면 과학발전을 10년-100년 앞당겼을)천재 과학자 김존슨의 덕택이다"라고 그나마 말 되게 설명하는 책도 있긴 한데,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화약 발명한다고 바로 M-16 소총이 만들어지는건 아니잖습니까.





2. 어째 나보다 살아있는 거 같은  NPC


 양산형 겜판소에서 NPC는 한국적인 온라인 게임에서 마을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말을 해봤자 "오늘은 날씨가 맑구먼" 같은 뻔한 매크로 대사나 쳐대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감정을 가지고 (유저가 말을 걸지 않더라도)각각의 확실한 캐릭터성을 뽐내는 사람처럼 묘사됩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NPC 얼굴에다 대고 "당신 어머니가 파충류라면서요?" 라고 채팅을 쳐 보았자 NPC는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씹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그런 말을 들었는지도 모르고,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죠.

 하지만 양산형 겜판소에 나오는 NPC한테 "당신 어머니가 파충류라면서요?"라고 도발하는 순간 실제 인간에게 말한 것처럼, NPC는 화를 내면서 당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 겁니다. 이렇게 악평을 쌓는 것은 엄청 쉽습니다만, 양산형 겜판소의 NPC는 정말로 현실에서 상사님한테 술자리에서 아부하는 것만큼 리얼하게 잘해줘야 호감도가 올라갑니다.(흔한 게임처럼 선물만 가득 날린다고 급등하는 호감도면 제가 이걸 의문점으로 쓰지도 않았겠지요.)


 위의 "니엄마 파충류"처럼 양산형 겜판소에서는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빙빙 돌려서 말하거나 온갖 미사여구를 첨가해서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대답과 행동까지 만들어내죠.



 그리고 이렇게 NPC가 너무 똑똑한데도, 막상 게임을 끄고 밖에 나와보면 딱 우리네 가정집에 게임기 하나 장만해둔 수준입니다. 인류가 그렇게 힘들여 개발한 AI를 대체 어디다가 써먹었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3. 아무리 생각없이 찍어내더라도 달러보다 더 굳건할 화폐가 여기 있습니다.  환율은 1골드:만원


 겜판소에서는 게임머니, 게임아이템 구매가 매우 활성화된 것으로 나옵니다. 그 때문에 다크게이머작업장짱깨들이 준동하는 묘사가 많이 나오죠. 1골드는 현금 만원으로 교환할 수 있고(아무리 골드가 금화라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기축통화보다 비쌀 줄은...) 1000골드는 1000만원으로 교환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형 온라인게임을 해보셨다면 알 수 있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죠. 작업장이 몰려오는 순간 시작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입니다.(한국게임에서 강화와 제작시스템은 인플레이션을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세계의 자원이 돌고 돌며, 그 자원이 한정된 게임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몬스터를 잡고 부산물을 내다 팔 때마다 골드의 총량도 점점 늘어날테고, 만약 이자를 주는 은행이 생기는순간 골드 총량의 증가가 가속화될텐데, 언제나 환율이 1골드:만원 을 유지합니다.

 아예 골드의 총량을 못박아두거나, 게임 서버의 자원에 한계를 설정한 것이 아니라면 1골드:만원이 아니라 1000골드:1원이라는 무시무시한 사태가 일어나야 정상일텐데 그런건 전혀 없습니다.


(물론 게임서버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에 한계를 설정하더라도, 그 게임이 너무 크고 유저에 의해 미개척된 지역이 많다면 골드가 금값이 아니라 똥값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아메리카 신항로 개척 이후에 금은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가치가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저걸로 왜 그럴까 머리를 싸매다가, 그냥 "작가들이 몰라서 그런가보다"라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직접 쓰는 입장에서 저 세가지 모순을 해결하려고 머리를 싸매고 있죠...(첫째 문제는 아예 배경을 기업국가가 지배하는 2069년으로 옮겼고, 둘째 문제도 2069년이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는데, 셋째는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