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예전에 조셉 콘래드가 쓴 <노스트로모>를 읽으려고 했던 적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소설의 제목을 따서 <에일리언>에 나오는 우주선 이름을 지었죠. 속편에서도 이 책에 나오는 '슐라코'를 따서 해병대 우주선에 붙였고요. 그래서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서 대략 줄거리를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집어들고 표지를 살피는데, 각계각층의 찬사가 대단하더군요. 가히 최고의 영문학이라는 호평이었습니다. 그런데 호평만 많고, 정작 책이 무슨 내용인지 줄거리 요약은 없더군요. 물론 하도 유명한 소설이라 적어놓지 않았겠지만, 좀 아쉽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고르면, 제일 먼저 보는 곳이 뒷표지입니다. 대개 뒷표지의 쓰임새는 세 가지인데, 작가 소개, 줄거리 설명, 비평 등이 나오죠. 작가 소개가 속표지로 들어가고, 뒷표지에는 줄거리와 비평만 싣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 우선 보는 것이 줄거리인데, 책을 보기 전에 어떤 내용인지 대략 알아야 하잖아요. 제목만 보고도 감이 오는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줄거리를 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죠. 무턱대고 <아틀라스>라고 하면, 그게 무슨 소설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리스 신화를 다룬 판타지일 수도 있고, 웬 거대 로봇이 나오는 메카물일 수도 있죠. 사실 이 소설은 산업 사회의 천재들을 다룬 디스토피아죠. 어쨌든 뒷표지에 그런 줄거리를 써놔야 독자가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을 겁니다. 줄거리 설명도 천차만별인데, 설정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는가 하면, 대충 전개만 적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아예 안 적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줄거리를 적지 않은 책들이 좀 아쉽습니다. 표지에 그냥 제목만 써놓거나 비평만 올려놓는 책들이요. 왜 줄거리를 안 적어놓는지 모르겠어요. 출판사의 속사정이나 방침을 잘 모르긴 합니다만. 줄거리 적어놓는 게 그리 큰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때로는 그 몇 줄이 큰 도움이 될 때도 있어요. 무슨 내용일지도 모르면서 아무 소설이나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구매할 책을 미리 정해놓고 서점에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냥 들렀다가 줄거리가 마음에 들어서 사는 책도 있거든요. 그런데 어쩐지 괜찮아 보여서 골라도 무슨 내용인지 몰라 빈손으로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초반부 몇 장을 읽고 구매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줄거리를 알려주는 것과는 다르죠. 초반 내용이 중반 내용과 달라지는 때도 많으니까요. 스마트폰으로 책을 검색해서 알아보는 방법도 있지만, 역시 일일이 찾아보기는 불편합니다. 워낙 마이너해서 인터넷 검색으로도 찾기가 어려운 작품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줄거리를 안 적어놔서 작품을 놓친 적은 없습니다. 시중에 나오는 대부분의 소설책은 뒷표지에 줄거리를 표시하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도 가끔 있죠. 몇 줄일지언정 그 차이는 크다고 봅니다. 줄거리만 보고 소설 전체를 판단하는 것도 잘못이겠습니다만. 막막한 상황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도록 표지를 좀 활용하면 어떨까 싶네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고전이라면 부러 줄거리 써 놓지 않아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뒷표지에 줄거리든 작가 소개든 써 놓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런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실은 책은 왠만큼 알려진 작품을 읽는 게 좋다는 생각이 있어서, 아무 정보 없이 책을 사들인 적은 많지 않거든요.
어떤 책이든 일단 그 책이 뭔지는 좀 알아보고 샀다는 것이죠. 굳이 책 뒷표지를 참고하는 것보다는...
사실 서점에서 책을 흝으며 사는 것도 재미인 사람에겐 책에 대한 사소한 정보도 중요하죠.
제 기억이 맞다면 실제로 옛날 책은 아무리 유명해도, 고전이라도 뒷표지에 짧은 줄거리 혹은 도입 등이 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적어도 이 책의 정체가 뭔 지는 알 수 있었던 거죠. 그 시절과 비교해 보면 이제 책을 구매하는 이들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거나 최소한 사전 정보를 득하는 시장으로 변했다는 뜻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뭐 그건 그거고, 저도 야구아님처럼 아쉬워요. 그리고 오버마인님 말에 공감도 가고요.
책 뒷면의 줄거리라...
제가 예전 비디오대여점에서 비디오를 고르던 방식이네요.
손위 형제와 어머니에게 등떠밀려 비디오를 빌리어 가면 가장 아래서열인 저는 혹여 다른 사람들과 취향이 안맞는 작품일까
비디오 케이스 뒷면의 줄거리 요약을 한참 들여다보며 세시간이고 네시간이고 비디오를 고르곤 했었습니다(웃음)
정작 책을 고를 때는 오히려 뒷면의 비평이나 줄거리 요약은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비닐로 패킹된 책이라면 결국 표지에 나온 줄거리나 비평 등을 볼 수 밖에 없긴 하지만...
아무래도 비디오와는 달리 실제로 책을 펼쳐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서점에 들어가면 우선 책의 디자인이나 제본방식 등을 살핍니다.
우선 집어들어 좀 더 살펴볼만한 책을 빠르게 스캔하는 과정이죠.
책의 겉모양이라는 것이 참 별거 아닌 듯 하지만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편집자/출판자들의 취향이나 센스를 보면
그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의 비평과도 같은 역할을 하곤 합니다.
제본방식 등의 부분도 어떤 형태의 제본으로 책을 내놓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보면
어렴풋하게 편집자들이 그 원고에 어떤 기대를 하고 어떤 무게감을 가지고 다루고 있는지 참조가 되곤 합니다.
책을 집어든 이후에는 작가가 가장 정성을 들이게 되곤하는 도입부를 가볍게 훑고
중간중간의 묘사나 이야기를 그려내는 방식들을 살펴보고,,,
하지만 어지간해선 마지막 부분은 잘 펼쳐보지 않습니다. (웃음)
그렇게 하고도 잘 판단이 서지 않을땐 다시 앞으로 돌아가 정작 구입한 후에는 들여다도 안볼 머릿말을 읽어보거나
책 마지막에 실리는 맺음말을 읽습니다.
짤막한 서평들을 모아놓는 경우도 많고,
자칫 신경쓰지 않게되거나 마감을 마친 작가가 출간이 임박해 급하게 써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본문의 부분부분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작가의 내공을 알게되기도 하고,
때때로 머릿말이나 맺음말 등에까지 공을 들인 흔적을 보면 그건 그것대로 선택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