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들과 모처럼 만나서 저녁을 같이 하고 집에 왔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 보니 군대 이야기 꼭 나오더라고요.


참 ㅋ  국방의  의무는 제 친구들이 다 한 거처럼 허세도 부리고, 그러다가 엄살도 부리고..


지난 일이니 좋은 추억거리 또는 술한잔 안주거리가 되어버린 모양인데,


사실 전 군대에 대해서 좋은 감정도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나쁜 감정도 없습니다.


별로 말할꺼리 자체가 없어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썰푸는 재주도 없고요.



그래도 막상 군대를 냉정히 되돌아보면 참 생각하기 싫은 곳이긴 합니다.


예를 들어 구타. 저는 개인적으로 구타까지 당한 적은 없어요. 굳이 구타라면 업드려 뻗쳐 했을때, 엉덩이를 발로 탁 걷어찬..


그것도 그냥 쓰러뜨리는 거지 아프게 걷어찬게 아니었답니다. 그런 정도로 가벼운 터치나 그것보다 약간 강한 정도만


당해봤죠. 반면에 당시 제 내무반동기들은 다 한번씩 끌려가서 얻어맞고 왔었죠. 주먹 발길질 등등이요.


그래도 구타가 참 싫었습니다. 직접 맞지는 않았지만, 상급자들 눈에 어떤 식으로든 벗어나면 저도 당했겠지요.


잘못해서 구타당한다는게 일면 내 책임도 있겠지만, 그래도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처벌 받는 것도 아니고,


비공식 적으로 어딘가 끌려가서 남몰래 얻어맞고 혼자 삭힌다는 것은 어떻게 포장해도 그건 그냥 폭력이니깐요.



군대란 곳이 전시에 효율적인 통제를 필요로하다보니,


평상시부터 엄격한 상명하복 체제를 강조하고, 그러다보니 강압적인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평상시부터 하급자를 말 잘듣는 개로 만들어놓아야 급할때 알아서 잘 움직여주는 존재가 된다는 의식도


많이 깔려있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 있다가 보면 그런 문화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죠.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외국에도 군대가 있습니다.


그곳의 문화가 한국군만큼 살벌하진 않죠. 훈련은 무척 엄격할지도 모르나, 자대 생활에서 보이는 모습이나


간부들과 병사들이 교류하는 모습을 보아도


일상적인 모습은 우리나라 군대보다 훨씬 부드럽고, 기본적으로 하급자라 해서 무언가 제한하고


얽어매는게 없어요. 통제를 하고 통제를 안따르면 처벌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필요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상적으로는 동등한 존재로 대우를 받는다는 거에요.



반면에 우리나라 군대는 밥을 먹을때도 이등병은 상위에 팔꿈치를 얹지말고 먹어야 된다는 희한한 규율부터 시작해서


상병쯤 되야 사제 속옷을 입어볼 권리가 생기고, 일병되기 전에는 PX 쳐다보기만 해도 오만가지 욕을 다 들어먹죠.


군대에서의 계급이 흡사 신분제도에서의 계급처럼 작용합니다.


여기에는 이런 것도 깔려 있습니다. 자기 보다 늦게 군에 들어와서 군에 적응하는 시기를 거치는 하급병사는


나보다 더 미숙한 존재이며 나의 지도편달이 필요하다고 간주합니다. 이게 적어도 군생활에 한해서는 사실이긴 하죠.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가서 나의 지도와 도움을 받고 통제를 받는 부하 병사들을 약자로 인식하고


그러다보니 부당한 억압을 행하게 되는거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군생활은 나라지키러 갔다기 보단, 상급자들 따까리 할려고 갔던거죠.


우리나라만 유독 이렇게 바보같은 군문화가 자리 잡은 이유가 뭘까요?



덧. 제가 군대에서 제일 싫었던 것은 발언권의 제한이였습니다. 무슨 말을 못하는 거였죠.


분명히 황당하게 일이 꼬여서 내가 욕을 먹거나 상급자에게 혼나는 상황이고, 원인은 전혀 엉뚱한데 있는데,


그걸 해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변명하지 말라는 말이 되돌아왔죠. 말대꾸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역시나


폭압적인 분위기가 형성이 되니, 결국 억울한 상황이 생겨도 그냥 입다물게 되고, 그러다보니 점점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데 짬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됐지만, 그게 그냥 하급자를 다루는 방식이였죠.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 못하고 그냥 참고 넘어가는 인간 만드는것도 하급자 교육의 일환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