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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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터 영화가 망하면서 화성의 공주 시리즈는 출간이 더 안되고 있는데..
하여간 버로우즈의 또 다른 대표작 지저세계 펠루시다 시리즈가 새로 완역되어 출간 대기중이네요.
최근 링 월드와 플랫랜더는 펴내면서 래리 니븐 책을 많이 찍은 새파란상상에서 조만간 나온나고 합니다.
디즈니의 존 카터 영화가 망한 이유 중 하나가 너무 오래된 고전을 큰 설득력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는데,
버로우즈의 필력이야 물론 페이지터너용으로 그만이지만 고리짝 물건이 얼마나 통할런지는 미지수입니다.
요즘 세상에 버로우즈의 고전 SF를 읽을 때의 기분은 사실상 쥘 베른을 읽는 기분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작품들도 거의 비경 탐험에 기대고 있는 모험물이고...
하여간 버로우즈의 화성 시리즈에 이어 지저 시리즈가 완역판으로 소개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 밖에 금성 시리즈, 수성 시리즈 등이 과연 한국에 소개될 날이 올 것인가는 미지수겠지만서도...
고리타분하다는 분석은 많이들 나왔으니까 제쳐두고….
다른 이유를 꼽자면, 여타 스페이스 오페라에 비해서 칙칙한 느낌 때문이 아닐까요. 신비한 행성에서 최첨단 우주선 몰고 번쩍거리는 미래 병사들이 싸우는 내용은 아니잖아요. 건조하기 짝이 없는 사막 배경, 별로 매력적이지도 않은 절지류 비슷한 외계인, 스팀펑크를 보는 듯한 낡은 장비들, 남루하고 낯선 복장 등등. 장르는 다르지만, 검마 판타지 영화들도 이 정도로 고루하게 보이지는 않죠. 화려함을 기대한 요즘 관객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음, 말해놓고 보니까 <듄>이 영화로 나오면 비슷하게 망할 거라는 느낌도 드는군요. 이것도 사막 행성이라 칙칙하고 건조하기로 따지면 빠지지 않으니까.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반의 유럽 작가들이 다 비슷한 사정 아닌가 합니다. 예를 들어 라이더 해거드 소설들도 비경탐험물의 원조지만, <솔로몬 왕의 보물>과 <동굴의 여왕> 외에는 잘 안 나오죠. 하긴 그럴만도 한 것이 알란 쿼터메인 책을 읽어보면 (시대상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딱히 두근거리거나 짜릿한 쾌감도 없고…. 코난 도일이나 쥘 베른이야 워낙 대중적이니까 이런 작가들은 예외이고요.
<펠루시다> 시리즈는 어디까지 나올는지 모르겠네요. 타잔과 크로스오버한 것들까지 나오면 재미있긴 하겠습니다.
사실 쥘 베른과 버로우즈를 비교하기는 조금 애매할 듯 합니다. 쥘 베른은 당대의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고 여기에 적당히 허구를 섞어서 왠지 가능하게 보이도록 만든다면(심지어 '지구에서 달까지' 같은 작품은 지금 보아도 왠지 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버로우즈는 "과학? 그게 뭔데."라면서 단지 다른 세계에서 모험을 하면 된다...라는 식이니까요.
존 카터가 실패한 것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매우 부족했다고 보는데... 쥘 베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재미를 주고 있죠.
존 카터 영화는 망했다 망했다 하던 소리만 듣다가 보니까 의외로 나쁘지 않더군요. 오락 영화로서는 있을 거 다 있는 느낌이고 꽤 현대적으로 이야기를 잘 고쳐놨던데 왜 그렇게 재앙급으로 망했는가 납득이 안 갔습니다.
물론 전 론 레인저도 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