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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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시간대에 영화 변호인을 보고 와서 글을 씁니다. 빨랑 쓰고 자야죠.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다는 말이 많더군요.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하던데, 그 장면을 보고있자니 법정에서 변호사 99명의 이름을 호명한 이 일화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더 나아가서, '부림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에 뛰어들어 대통령까지 된' 노무현의 삶도 전설, 신화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슨 오백원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돈을 빌렸다던지 하는 일화처럼 말입니다.(뭐 그 거북선 일화는 과장이 많이 섞였다지만요)
멀쩡히 살아있는 재벌 총수들을 어줍잖은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처럼
그분의 삶을 전설화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전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고 안타깝게 여기지만 신화화시키고 위인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보면 토하고 싶습니다. 미친 짓입니다.
한 백년뒤면 모르겠지만.. 이건 마치 신앙의 대상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이 멀쩡한 사람을 신으로 남길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정쟁의 한복판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정치 구조 상 한번 대통령은 평생 대통령이고, 임기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대통령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다시 말해 평생 공인으로서, 자신이나 가족만이 아니라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인의 수치와 오욕을 감내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이는 그를 안타까이 여기는 사람들의 교조화를, 그리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냉소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론은 분열되고, 덕분에 대한민국 정치가 5년은 후퇴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전 인간 노무현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추모할 수 있지만,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서는 독재자들 바로 다음 위치로 놓고 낙제점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1. 노무현이 죽어서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하는 사람을 저 말고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전 노무현을 싫어하지도 않고, 재임 중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씹지도 않았습니다.
2. 살아서나 죽어서나가 아니고 '살았더라면' 입니다. 재임 중 노무현과 자살 후 노무현이 아니라, 자살한 노무현과 자살하지 않고 견뎠을 노무현의 차이를 말하는 겁니다.
3. 노무현을 냉소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노무현을 우상화 하는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보는 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세 당시 눈물을 글썽이며 '이명박 님이 다 해주실 거야'라고 말하던 시장 상인보다 더 나은 점을 못 찾겠네요.
제 말은 그게 불필요한 거란 겁니다.
본인의 의견을 일단 제시한 다음에 반론이 들어오면 그 후에 '그건 그쪽 생각이고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라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 당신이랑 말 안해. 근데 당신 생각에는 반대해'라고 하는 건 그냥 불통에 불과해요.
아니, 다 떠나서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담화로 자기 생각을 피력해도 되지 않나요.
그렇다고 르혼님이 일베충이나 창조론자마냥 신앙에 의거한 찬송가를 부르는 분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승심으로 안되는 억지를 쓰는 분도 아니잖아요.
전반적으로 봐서 르혼님은 노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아주 박한것 같아서 거기에 대해서
별로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군요. 그에 대한 평가는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참여정부 내내 받은 인상과 평점이 누적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더 말해본다고 해서
달라질것은 아무것도 없겠죠.
하나 참 이해못하겠는 것이 노대통령을 자살로 몰아간 측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도 없으면서
자살길로 떠밀려간 사람에게는 자살했기 때문에 더 낮은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이것 정말 이해를 넘어서
정말 모질고 가혹하고 잔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요.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댓글 안남기려고 했는데 대단히 오판하시는 몇가지 부분만 지적하고 넘기겠습니다.
1. 평가가 위험하다는게 아니라 독재자 다음으로 나빴다는 극단적인 평가가 나쁘다는 거죠. 그런 잣대로 따지면 현 대통령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더 자유롭지 못하면 못했지 낫다고 볼 수는 없을걸요? 그리고 제 닉네임의 독수리의 눈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일개 게임인 '어쌔신크리드'의 스킬인 '독수리의 눈(eagle vision, 암살 타켓팅을 찾거나 특정 사물을 찾을때 사용하는 스킬)'에서 따온것일 뿐이니 그렇게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으십니다. 오히려 전 그쪽에게 거울을 보라고 하고 싶은데요? 다른건 몰라도 송강호에게서 안철수를 본것은 솔직히 털어놓고 말하자면 도무지 정상적으로 보이지가 않았고, 일간워스트 논쟁에서도 쌩뚱맞은 깨시민이 나온건 같잖은 일반화 그 자체였습니다.
2. 자살로 인한 사회 분열이라고요? 그 사람이 무슨 연유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를 살펴야지 죽음 자체를 악평가 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사유를 다 떠나서 죄다 개쌍놈이 되어야 합니다. 이걸로 외환위기의 장본인인 김영삼을 제치고 최악이라 평가하시는걸 반박하면 1페이지 이상 족히 반박할수 있으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저도 벽이고, 그쪽도 벽이니 트래픽 낭비만 될것은 뻔하기 때문에 그냥 재끼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이걸 다 떠나서 그동안 제가 잘못한것 같네요. 서로간에 사고방식 자체가 판이하게 달라서 서로 견해를 논파시킬 수도 없고, 자신의 특정한 생각을 포기하거나 바꿀 생각이 없는 사람들끼리 이게 무슨 짓인지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계속 딴지걸어서 유감스러웠고, 앞으로는 정치/사회적 견해에 대해서 르혼님께 일절 코맨트 달지 않도록 할께요. 그게 서로를 위해서 좋을것 같군요.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 매우 부적절한 일이고 그게 여러 부작용을 낳은 것에는 동의합니다만, 그 책임을 대통령직을 수행한 한 개인에게 모두 돌리는 것은 비합리적으로 봅니다. 르혼님이 위에서 든 예는 현직이라면 타당성이 있습니다만,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그걸 강요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권력이 있는 현직과는 다르게 무력한 한 개인으로서 죽은 것이니까요. 특히 신경쓰이는 점은 자살을 마치 개인의 선택인 것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자신의 죽음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 누구보다 우려하여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고 유언을 할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이게 개인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선 괜찮은 칼럼이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newsview?newsid=20140107210609457
전직 대통령이 그러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에 대해선 그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중에서 이걸 대통령 자신이 초래한 결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이를 대통령 평가에 연결시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살 그 자체에 관해서라면
우리가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도 권력의 방패 없이는 무력한 개인일 따름인데, 여기에 그러한 것을 강요하는 것은 마치 구 일본군 등의 정신력 드립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에는 한계가 있는 이상, 이를 감당하지 못한 한 개인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기대치를 적절하게 설정해야 하는데 한국에선 그게 안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왕처럼 보고, 또 실제로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히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가 계속되면 이러한 부작용도 계속될 듯 합니다.
프레시안에 이 주제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온 적 있습니다. 부림 사건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변호했던 학생의 회고에 따르면, 수임 초기의 노무현 변호사는 자신이 변호를 맡은 학생들을 '철없는' 대학생들로 여기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더군요. 하지만 자신들로부터 『전환시대의 논리』, 『후진국 경제론』 등의 책을 추천 받아 읽고는 사람이 많이 바뀌었다 합니다. 하지만 영화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는 그런 거 없이 그냥 자아 성찰을 통해 변신하는 인물로 나오죠. 말하자면 이런게 신화화인 겁니다.
한영인, 「영화 <변호인>이 말하지 않은 것들」, 프레시안, 2014.1.2.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40102110146
영화에서도 밤을 세워가며 재판 증거물이 된 책들을 독파해내는 모습이 나오죠. 아니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어차피 영화는 노무현이 변화한 동인에 대한 비중을 책이 아닌 실제 경험과 머리에서 생각하는 이상간의 괴리를 극복하며 변하는 쪽에 더 실어주고 있고, 이런 전개는 극적으로도 더 자연스럽고 개연성있죠. 특히 그런 부분은 작가의 작품 표현 영역이므로 딴지걸 게 못 됩니다. 게다가 현실에서 인간은 실제 노무현과는 달리, 경험에 의한 부조리를 넘어서거나 타협하며 변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볼 때 미화나 신화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더 평범하게 만든 면이 있죠.
간단히 말해서 링크의 기고자가 말한 그 '실존적 고뇌'란 건 노무현을 범상한 인물로 만들면 만들었지 결코 미화한 게 아닙니다. 애초 자아성찰이란 것도 실존적 고뇌에 포함된 극복의 일부일 뿐이고요. 여기서 신화화라는 건 너무 멀리 나간 거죠. 아니 그 부분에 한해서는미화라고 보는 것도 무립니다.
여담이지만 전 노빠가 아니라서 노무현을 특별히 미화한 건지, 신화화한 건 지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노무현이 변한 이유는 그냥 평범한 소시민이 (지금도)겪는 변화 수준이었기에 오히려 뭔가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별 거 없더라는 생각마저 들던데요.
누가 뭐래도 노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뉴스는 충격과 공포 그자체였습니다.
죽을만큼 고통스러웠나? 아니면?................. 이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누구는 찬양하고 누구는 비난하는 현상황에서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는 저자신또한 자신이 없기에 그저 투표했고 잘하기를 바랬던 한사람의 국민으로써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선해보이던 그분에 대한 씁쓸한 마음을 금할길이 없습니다.
전 프로스트 vs 닉슨이나 링컨과 같은 영화와 별반 다른 점을 못 느꼈습니다.
영화는 솔직히 좀 얘기해도 될만한 것을 적절히 활용했고, 돈도 벌었으니 됐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하게 팔 수 있는 상품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영화를 영화로 보지 못하고 더 나아가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죠. 네 충분히 볼만 했으니 지불한 돈만큼만 영화를 느끼고 생각해 보면 되는 겁니다.
당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저런 일들이 있었구나 하고 몰랐던 사람들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되는거예요.
노무현 전대통령의 인생이나 업적을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영화 한편보고 비약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겠죠.
..... 르혼님 주장이 왜 공감을 못얻고 있냐고 하면...
죽음으로 몰아간 자들이 쓰는 논리를 고대로 들고 나오니까 그런거죠.
우리가 좀 놀렸다고 그걸 못참아 뛰어내리니?
역시 대통령 감이 아니었어. 전직 대통령 중에서 자살한 자가
얼마나 된다고... 역시 대통령 깜냥이 안되는 자가 대통령에 앉더니
이렇게 되는거야... 우리 잘못 아냐. 죽은놈이 등신이지.
이런 겁니다.
독재자 바로 위에 놓겠다는 둥, 무책임하게 죽었다는 둥.. 그런 말을 하면서,
노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지지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
위대한 지도자 ? 대통령으로서의 책임 ? 그런 것은 그저 정말 대통령의 책임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노통을 까기 위한 도구일 뿐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할 여지를
남기셨어요.
그래서.. 그런 논리가 별 와닿지 않아요.
그냥 노통이 밉다고 하면 되지 왜 저렇게 죽은것 까지 책임론을 들먹이는지 몰라..
어디서 참 많이 본 논리네.. 이런 거죠.
저는 르혼님 주장에 공감합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은 그 재임 기간을 상징하는 사람으로써의 책임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로, 노무현정부의 공과는 늪에 가라앉기라도 한 듯 가려지고, 고인에 대한 모욕적인 비웃음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떠받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제게 있어, 양쪽 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라는 점과,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큰 방해가 된다는 점에서, 무의미하고 숨막히는 이야기들일 뿐입니다.
대통령으로써 나라를 이끄는 데 있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완벽할 순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길을 막는 것은 있어선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자를 제외한 대통령 중 최악이라는 르혼님 의견에 생각을 같이 합니다.
가카가 '야망의 세월' 덕에 대통령까지 한것에 비하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