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가지 생각할 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행성 게임'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는데, 사실 이 용어는 적절한 말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사행성 요소가 포함된 전자 게임', 또는 '사행성 전자 도박'이라면 말이 되겠지만 말이지요.



한국에서 게임이 좋지 못한 존재로 취급받게 된 것에는 사실 이 '사행성 도박'을 '사행성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버린데서 기인합니다.


이를테면 한국 게임 산업. 특히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풍지박산내 버린 사건이었던 "바다 이야기 사태"는 바로 이런 '전자 도박'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며, 그보다 앞서 역시 게임 산업에 칼날을 들이대도록 했던 "슬롯머신 사건" 역시, 전자 게임이 아닌 전자 도박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었지요.



일찍이 외국에서는 페니 아케이드라는 곳에서 슬롯 머신 등을 함께 다루면서 게임 산업이 일어났지만, 오래지 않아 슬롯 머신 등의 '도박기기'는 게임장이 아닌 도박장에서만 사용하도록 규제하게 되었습니다.


일본도 비슷하죠. 일찍부터 빠찡꼬는 '도박'으로 분류하고 경찰(더 정확히는 경찰의 감독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공안)에서 관리하면서 분리시켰습니다.


미국에서 도박 산업의 산업성을 이야기하고(이를테면 라스베이거스나 인디언 자치구의 도박장) 일본에서도 빠찡꼬의 경제학 같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이들을 도박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만큼 '육성'보다는 '규제' 차원으로 진행됩니다. 즉, '제한된 공간 내에서' 진행하며, 도박인 만큼 '중독자 치료' 등의 제도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바다 이야기' 같은 전자 도박을 '사행성 게임'이라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문화 산업으로서 접근합니다.


그리하여 한때 이 '문화 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사실상 도박장이었던 '사행성 성인 게임장'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변경하고, 문화 상품권 등을 이용한 사용을 허용하는 등 이상한 조치들을 취합니다.


사실상 '도박 산업 육성'이나 다를 바 없는 짓을 한 것입니다. 그 결과 당시 1년 만에 게임(?) 산업 규모는 3배로 뛰어오르게 되지만, 동시에 거리거리마다 도박장이 들어서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일반 아케이드 게임장이 '도박장'으로 바뀌는 일도 적지 않아서 게임장의 숫자는 늘어났지만, 아케이드 게임장은 엄청나게 줄어드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지요.



한편 그탓에 도박장에 붙어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밤새도록 도박에 빠져서 빚에 빠지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바로 '도박 중독'이 확산된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강력한 규제책을 내세우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바다 이야기 사태'입니다......



이 '바다 이야기 사태'는 사실상 '도박 산업 육성책'이라 할 수 있었던 황당한 조치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를 '사행성 게임'이라고 부르며 문화 산업으로 관리한 덕분에 게임 산업, 특히 아케이드 산업이 철퇴를 얻어맞습니다.



그리하여 한때는 게임 산업 전체의 절반 이상 규모에 이르던 아케이드 시장은 아주아주 작아지게 되었지요... 당시 아케이드 게임은 수출을 진행하는 등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고, 자체 게임도 제작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제작한다고 해도 거의 '바다 이야기' 짝퉁인 도박성이 짙은 게임 뿐. 조금의 개조만으로 '바다이야기'로 변신해버릴 만한 그런 게임들 밖에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과 도박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지만, 도박은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실례로 일본에서도 빠찡꼬와 같은 도박 기기는 주식 투자와 비슷하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규제로 인해 빠찡꼬의 사행성이 줄어들자, 빠찡꼬에 빠졌던 사람들은 게임장으로 간 것이 아니라 주식 시장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방향성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도 둘다 전자 기기라는 이유만으로 묶어서 '문화 산업'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 한국 게임 산업의 첫번째 문제입니다.



왜 그렇게 했을까요? 아래의 선상 카지노 이야기를 보니, 어쩌면 "도박 산업은 콩고물이 많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바다 이야기'에 앞서 있었던 '슬롯머신 사건'이 바로 슬롯머신이라는 도박 기기 업계의 거물과 관련한 로비 사건이었거든요.


강원 랜드도 그렇고, 선상 카지노도 그렇고, 도박 산업은 '재미'가 아니라 '이익'을 내걸고 사람들을 유혹하고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입니다. 사실상 '사기'에 가까운 산업이기도 하다보니 법적인 제약이 많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로비가 치열하게 마련이지요.


영화나 만화를 만들기 위해서 로비를 하는 일은 없으며(디즈니처럼 저작권 연장을 위한 로비는 있겠지만), '재미를 위한 게임'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제공하며 이익을 얻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탓에 한국은 '도박 산업'에 '게임 산업'이라고 껍질을 씌워서 육성한다고 헛소리를 하고, 게임 산업에 '도박'의 굴레를 씌워서 오명을 씌우는게 아닐까요.



이제 그만 '도박'과 '게임'을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담) '도박'에는 물론 '게임'으로서의 요소가 있습니다. 포커나 화투 같은 것도 게임의 일종이니까요.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게임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한국을 제외한 대다수 나라에서는 '바다 이야기'같은 것을 법률상 전자 게임으로 분류하여 문화 산업으로서 육성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도박 기기'이기에 한국처럼 문화부에서 관리하는게 아니라 '경찰'에서 관리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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