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12일(1)

  특수 부대 엑스컴의 작전은 예고 없이 진행되고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같은 일요일, 그것도 본래라면 취침 시간이어야 할 새벽에 난데없이 비상이 걸려 출동해야 하는 상황은 그다지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그것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대규모 작전이라면 말이다.

  이번 작전의 무대는 지금까지 있었던 대부분의 작전과는 달리 대도시에서 진행되었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그나마 장해물이 적은 지역이라는 점. 바로, 우리들이 이곳 독일에 처음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무대로 한 작전이었다.

  그것은 새벽 2시 경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독일에서도 손꼽는 대도시 중의 하나인 프랑크푸르트에 다수의 적기가 나타난 것이다. V.L급이 4대. L급 만도 8대, 총 20대에 가까운 대규모 공격이었으며 엑스컴 창설 이래의 다시 없었던 공격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번 작전에서는 잉글랜드 북방에 위치한 엑스컴 유럽 제 2 지부, 샹트 페테르부르크 근교의 -그리고 러시아 지부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유럽 제 3 지부, 또한, 아프리카보다는 중동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 북방 지부까지 총 4개 지부, 40대 이상의 전투기가 전투에 투입되었다. 여기에 각국 정규군에서 투입한 전투기까지 총 100대가 넘는 전투기가 작전에 동원되어 프랑크푸르트 상공에서 대규모 공중전이 펼쳐졌다.

  전투의 내용에 대해 알려진 것은 이 정도. 거의 1시간에 가까운 공중전 끝에 적기는 물러났으나, 작전 지역에 추락한 적기에는 적들이 남아있었고 프랑크푸르트 전역에서 대규모 지상전이 펼쳐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중, 우리 유럽 제 1 지부에서 담당하게 된 것이 바로 V.L과 L급을 비롯하여 비롯하여 총 5대의 적기가 추락한 이곳 프랑크푸르트 공항이었던 것이다.

  공중전이 벌어지던 당시부터, 아니 적기가 나타난 당시부터 민간인들의 대피는 이루어졌으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는 아직 많은 수의 직원들이 남아있었다. 적의 숫자는 아직 파악되어 있지 않으나 적어도 40여체. 많게는 100여체에 가까울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공항의 카메라에 남겨진 영상으로는 북미 지부에서 주로 등장하는 외계인의 살인 머신도 확인되었다.

  우리가 작전 지역에 도착하였을 당시에는 이미 공항 경비대와 외계인간의 전투가 전개되고 있었고, 사방에서 케이스리스 탄의 독특한 총성과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질 수 없는 플라즈마 라이플의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작전 지역에 돌입한다. 이미 주지한 바대로 현장에선 독일의 특수 부대인 GSG-9을 비롯한 경비 병력이 적들과의 교전 상태에 들어가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 직원을 비롯한 민간인이 남아있다는 보고가 있으니 주의하라. 우리가 담당한 지역은 프랑크푸르트를 메인으로 하는 루프트한자 항공의 전용 대기실 지역이다. 이 지역은 화재로 인한 연기로 호흡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암시경과 방독면을 사용하도록."

  분대장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는 마치 약속했던 것처럼 장비를 착용하였다. 주로 용병들로 이루어진 엑스컴의 부대가 일반 부대와 다른 점의 하나가 바로 명령이 내리기에 앞서 즉각 행동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었으니까.

  그때 동체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고 스카이레인저가 요동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분대장의 목소리가 울리고, 조종석에 연결된 인터폰으로부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의 응전 사격입니다. 당장은 큰 위험이 없지만 더 이상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쳇. 여기까지 와서..."

  벽을 치며 중얼거리는 로리스 분대장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분함이 담겨 있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일단, 공항 밖으로 약간 물러난 이후 사출기로 투하하는 수 밖에 없겠는데요."
  "지금 여기서 사출 시킬 수는 없나?"
  "무리입니다. 지금도..."
  순간 충격과 함께 기체가 다시 흔들거렸다.
  "죄송합니다. 적의 대공 사격이 너무 심합니다. 깡통에서 발사되는 모양인데, 이 상태에서 내리는건 자살 행위나 다를 바 없습니다."
  깡통은 엑스컴 지상 부대의 은어로 적의 대인 살인 머신을 의미했다. 지름 1~2m 정도의 납작한 깡통처럼 생긴 이 머신은 반중력 시스템으로 공중에 약간 떠오른채 이동했고 외계인을 제외한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 대해 빔을 퍼부었다. 더욱이 탱크처럼 튼튼한 이놈의 장갑은 소총은 커녕 수류탄으로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알았다. 자네들에게 맡기지. 우릴 안전하게 작전에 투입시켜 주기 바란다."
  "라져!"

  결국, 작전 지역 바로 위에 도착한 시점에서 우리를 태운 스카이레인저는 방향을 바꾸어 공항 바깥 쪽을 향해 날아갔다.

  잠시의 회피 비행 도중, 분대장은 창 밖에서 비치는 검은 연기 자욱한 제 1 비행 청사를 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적으로부터 영원히 도망쳐버린다고 생각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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