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년 06월 04일. 라이카 공역 - 유럽 진입 항로

"여기는 래이피어1. 래이피어2, 3이 목표를 향해 출발 했다. 추가 지
시가 없으면 1시간 동안 무선을 봉쇄하겠다."
-알았다. 모두 무사히 돌아오길 빌겠다.

'레이니 호크' 대위는 호네트와의 무선 교신을 일시 봉쇄한 후 자신
이 탑승한 샤이안을 위장용으로 준비한 선박의 파편에 밀착시킨 후
천천히 움직였다. 우주 공간을 둥둥 떠 다니는 파편의 장막에 모습
을 숨긴 샤이안 1개 중대는 그렇게 BIG STONE으로 향했다.

"제길... 이놈의 파편들을 어떻게 할 순 없을까?"
"우리 능력 밖입니다. 그저 참는 수밖에요."
"그나저나 적 함대가 왜 우리 요새 근처에 나타난 거지? 공격하고
도 남을 위치인데..."
"우리 요새를 무력화할 수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원거리에서 미사
일을 쏜다 해도 이곳의 암반층을 뚫는 건 불가능하죠. 벙커버스터
를 쓴다고 해도 그걸 쓰려면 가까이 접근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걸
우리 요새의 강력한 화망이 넘어갈리 없다는 건 그들이 더 잘 알겁
니다."
"하하하. 그렇군."

요새의 시야를 가리는 선박들의 잔해 처리에 관해 불만을 표시하다
가 이곳이 난공불락임을 재확인하면서 미소를 지은 '후지타카 사토
시' 소장은 저 멀리 보이는 지구를 바라보았다. 전쟁이 발발한지 짧
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를 포함해 요새에 주둔하는 20000여
명의 군인들은 아직 까지 전쟁을 깊이 경험하지 않았다. 사토시 소
장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책상에 놓인 가족 사
진에 시선을 옮겼다.

"잔해 처리 완료. 곧 다음 구역으로 갑니다."
-알았다.

우주복을 입은 일단의 목성군 병사들이 회수 장비를 부착한 스페이
스 보트로 선박들의 잔해를 폐기물 수집선에 분해시켜 넣은 후 이
동하기 시작했다. 인원 문제 때문에 활발하진 않지만, 요새에 주둔
한 목성군은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잔해물 제거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서 선박 출입과 무기 사용에 지장이 없게 했다. 하지만, 필요한
인원이 모자른 만큼 그 속도는 더딘 편이었다.

"우린 언제 교대합니까?"
"1시간 뒤에."
"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 당분간 이렇게 작업하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어? 저건?"
"너 왜 그래?"
"저길 좀 보세요."
"대체 뭔데?"

우주선 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무언가를 본 사병의 말에 잠시 밖을
바라본 하사관은 그대로 얼어 붙고 말았다.

"경보, 경보! 미사일 접근 중!"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미사일이라니? 아무리 스텔스라지만..."
"어떤 기술이던지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니까요."
"적의 인형 병기들도 접근합니다."
"빨리 형식을 확인해."
"지금 하고 있습니다."

요새의 상황실 안에선 호네트 전투단이 발사한 BGM-110 슬램III
대함 미사일의 움직임에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실
용 스텔스 공격기인 F-117이 등장한 이후 극단적인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항공기와 미사일에 대해 레이더는 늘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유적의 오버 테크놀로지로 앞선 기술을 많이 확보
했다는 목성군의 입장에서도 세대가 지날수록 발전을 거듭하는 미
국의 독보적인 스텔스 기술에 대항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다.

"요새포의 사거리 밖에서 공격을 퍼부으니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
외엔 대책이 없습니다."
"상관없어. 어차피 명중해도 이 요새를 뚫진 못하니까."

사토시 소장은 상황판 위에 표시되는 전술 기호들을 보며 미 해군
의 탄약 낭비를 비웃었다. 접근해온 미사일들이 레이더로 탐지하기
힘든 관계로 목성군의 요격은 광학 센서에 의한 대공화기들의 집중
사격으로 진행되었다. 한 발, 두 발씩 화망에 노출당한 미사일들은
우주 공간에서 폭발했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은 미사일들은 요격망
을 돌파해 요새 외부에 명중했다.

"요새 외곽에 미사일이 명중했습니다. 일부 지점에 화재가 발생했고
전력 공급이 차단 됐습니다."
"빨리 복구하라고 해. 적 공격대는?"
"요새에서 출발한 5분 대기조가 요격할 예정입니다."

다른 곳의 목성군과 달리 게키강 타입의 인형 병기로 무장한 요새
의 5분 대기조와 이들이 상대할 호네트와 아크엔젤 전투단의 혼성
공격대는 교전 가능 거리에 들어서자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F-12
전투기들은 가져온 미사일을 모두 발사한 후 전투 공역을 이탈했
고, 샤이안들은 어깨에 부착한 컨테이너에 내장된 미사일들을 난사
하면서 게키강 타입들을 상대로 근접전에 들어갔다. 아크엔젤 전투
단에서 발진한 에스테바리스들도 전투에 나섰고, 점점 이 검은 공
간을 섬광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작전 개시!"

호크 대위의 샤이안이 잔해 밖으로 나와 화력을 집중해 버려 방비
가 허술해진 요새의 하단 출입구로 향하자 대기하던 모든 샤이안들
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레그, 엄호해 줘!
"알겠습니다."

대위가 엄호를 요청하자 밋첼 중위는 컨테이너에 내장된 모든 미사
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미사일들은 제각기 설정된 6개의 목표물
을 향해 쇄도했고, 곧 연이은 섬광과 함께 목표물들의 대부분이 완
파되었다.

"어쭈? 이것들 봐라. 문을 닫겠다 이거냐?"

'버즈 레노' 중위는 하단 출입구가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즉시 대함
미사일을 발사해 출입구 한 가운데에 큰 구멍을 뚫었다. 곧 래이피
어라는 호출명을 지닌 샤이안 1개 중대가 요새 안으로 난입해 들어
가는 데에 성공했다.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