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별 기대 안하고 봤습니다.
음...
그냥 결과만 이야기 하면... 잘만든 팬메이드 무비.... 2차창작 영상물...
차근차근 이야기 하면... 보기전에 시나리오를 보고 갔습니다. 그리고 잡스럽더군요.
의외로 별 기대 안했던 미래씬은... 나쁘지 않았어요. 너무 얼기설기 지나가는거 말고는 말이죠.
딱 2에서 카메론감독이 돈 있었으면 추가영상에서 이렇게 찍었을법 한 거였습니다. 카메론이 돈문제로 못찍었다던 타임머신 씬이요.
카일과 존 코너의 만남은... 그냥 4에서 따오면 안됬을까 생각도 들었고...
초반까지는 시나리오는 잡스럽지만 어떻게든 연출이나 그런걸로 잘 넘겨가고 있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중반쯤되니 초반의 단점들이 점점 커지더니, 후반쯤 되니 걍 수습할 생각이 없어보이더군요.
일단 왜 2차창작같은 느낌이 날까요. 당연합니다. 원본이라면 생각하지 않았을 독자적인 아이디어들이 원본 설정을 매몰시키면 그런느낌이 나요. 사실 리붓할거면 필연적이라면 필연적이었습니다만... 잘만 만들었으면 괜찮았을 아이디어들이 2시간동안 너무 많았어요. 감독이 영화판에 드라마같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한번에 우겨넣었습니다. 여기에 투입된 아이디어의 반은 뺐어야 했어요. 차라리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좋게 나왔을겁니다.
사실 감정선 잡을곳은 무지 많았습니다. 전 미래씬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1편에서 카일이 존을 회상하면서 말하던 씬이 기억나죠? 존은 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단지 그 대사 하나에서 미래의 그 하드 보일드한 느낌을 확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걸 세부적으로 다룰 생각이 없었습니다. 마치 좋은 아이디어지만, 우리는 갈길이 멀어. 하면서 휙휙 지나가버렸지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아쉽긴 한데, 마치 '우리는 3부작중 1부만을 보여주는거라구. 빨리 판부터 깔아야해.' 라고 말하는것 같았고, 사실 나머지 부분이 나쁘지 않다면 이해 못할건 아니거든요.
중반부쯤되면 대충 3부작 계획이 시간선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가지고 놀거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아예 거기 포커스를 맞췄어요. 팝스도 2나 3 어디선가 필연적으로 보내지겠죠. 살짝 김이 빠지긴 한데, 그래도 잘만들면 잘 만들거리는됩니다.
중반부쯤되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 시리즈는 사라코너하고 존 코너하고 아놀드로부터 졸업할 때가 되었다 라는겁니다. 이제 지겹지 않나요? 구세주 존 코너. 배드 애즈 성모 마리아 사라코너. 그리고 왜 T-800은 모델 101만 나오는겁니까. 이제 이 시리즈는 거기서 좀 벗어 나야해요. 이번 영화에서 존 코너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뒷 이야기에서부터 그러 하겠다 라는 선언을 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 찬성이에요. 그 점은.
매 시리즈마다 존코너 존코너 존코너... 이젠 그냥 낯이 간지러울 지경입니다. 이야기를 잘 뽑아내면 상관없는데 그것도 아니잖아요.
문제는 후반부입니다. 남은 상영시간동안에 로맨스도 해야 하고, 스카이넷도 싸워야 하고, 인류도 구해야 합니다. 이 모든것들이 좌충우돌하는 후반부는 정말이지... 영화로서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 모든걸 다루자면 쉴 틈이 없는데, 관객은 숨이 차죠. 그래서 이 영화는 강제적으로 숨을 쉬게 만듭니다. 음악하고 개그코드요. 정말이지... 둘 다 열심히 운동하고 달아오른몸에 찬물을 끼얹는것 같았습니다. '야! 쉬어!' 하면서 찬물을 확 끼얹는것 같았어요. 시나리오가 벌써 폭주하고 있다는 건데, 각본가들은 여기에 브레이크를 얹는데 실패했습니다.
후반부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누가 누굴 만나든 전혀 감흥이 없고, 제니시스는 뜬금없이 자아를 얻고, 마지막 팝스의 씬은 정말이지.... 그냥 그대로 안오는게 맞았는데...
시나리오는 폭주중인데, 상영은 끝나야 겠고, 각본가들은 시나리오를 멈춰세우기 위해 그냥 투우를 하듯이 벽에 냅다 박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끝은 와장창으로 끝났어요. 다음 스탭롤 올라가면서 메인 테마가 흘러나오는데... 한숨이 나오더군요.... 뭐야 이게....
차라리 그냥 한 5부작쯤으로 계산을 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판 벌리는데만 신경썼다가 시나리오를 제어를 못해서 이 사단이 났네요.
터미네이터는 은근히 전작의 평론이 다음작에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다음작은 정말 불투명하네요.
그래도 3보단 괜찮았습니다. 3은 그래도 이게 기계와 사람의 전쟁이라는걸 아예 망각한 영화고...
제니시스는 판 짜기 위해 많이 서둘렀을걸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없는건 아닙니다. 감독도 영화를 드라마 만들듯이 만들면 안된다는걸 좀 교훈으로 받았을거라 믿고.... 무슨 이야기를 할련지 기대는 해보렵니다.
차라리 4가 성공했어서 그대로 맥지의 3부작이 나왔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것 같습니다.
스카이넷도 4때가 더 카리스마 있었다는 감상이라...
그러고보니 캐머런 감독은 스카이넷이 자살하려고 그 난리 깽판을 부렸다는 설정이라고 했다든데...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 Sed Deus Non Vult
이번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는 다른 무엇보다도...
"적"이 너무나도 약해 보이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본래 터미네이터 1, 2편이 보여 준 최대 특장점이라면,
"적"이 너무나도 막강해서 무시무시한 압박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1편에서 미래에서 온 기계 인간 터미네이터는 그 존재 자체가 공포였습니다.
2편에서 등장한 액체금속 로봇은 "저걸 도대체 어떻게 이기냐"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지금의 터미네이터 전설이 쌓아올려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막강한 적이 보여주는 카리스마였죠.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서는 시작하자마자 T800과 액체금속 로봇이 제거됩니다.
이 장면 때문에 압도적인 공포를 주어야 할 터미네이터가 너무 쉽게 처리된다는 느낌을 주었고,
이래가지고서 앞으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악역 터미네티어가 압도적인 공포를 줄 수 있나 싶었습니다.
나노 터미네이터가 되어 나타난 존 코너는 과거 1편, 2편의 소름끼치는 악역과는 거리가 있었죠.
"저런 녀석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게 되니까,
영화 터미네이터가 갖고 있었던 장점이 휘발되면서 전반적으로 영화가 싱거워졌습니다.
요리로 비유한다면...
좋은 재료 가지고 음식을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결정적으로 "간"을 잘못 맞추었습니다.
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조미료를 아차차... 잘못 썼거든요.
예전에 엄청 맛있게 느껴졌던 음식이 이번에는 싱거운 맛이 되었습니다.
[사족]
좋은 배우가 많이 나오는 영화였지만,
그 배우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것이...
30 년 동안 이 사건을 쫓아다녔다면서 주인공 일행을 돕는 경찰 역할이었습니다.
그 역할은 영화에 있으나 없으나 그게 그거이고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데,
그 배우가 실은 작년에 무시무시한 카리스마 연기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따냈던
남달리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대배우였다는 것이죠.
간단한 역할이라도 임팩트 있게 나오지도 못하고, 대배우가 아무것도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소잡는 칼을 과도로 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이러니 영화가 잘 될 리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