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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링커 1979년 - 작가 - 요한(windkju)
글 수 29
무한곡선
4.
「우아아아!」
요셉이 달려들었다. 링마스터는 반지를 들려 했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링마스터의 앞을 막아섰다. 포핀스. 그의 총구는 요셉을 향하고 있었다. 놀란 요셉이 양손으로 몸을 감싸듯 막았다,
탕!
총알은 불꽃을 남기고 튕겨올랐다. 이번에는 포핀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요셉은 대답하지 않았다. 답변대신 그는 손으로 주먹을 그러쥐고 바닥을 박차며 강하게 휘둘렀다. 순간 포핀스는 몸을 숙이며 바닥을 박차 올랐다. 포핀스의 등이 요셉의 몸을 튕겨냈다. 그러나 포핀스도 그 운동의 영향으로 플랫폼에 나동그라졌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내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어서타시지요. 조슈. 당신은 몽골로 가야합니다!」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타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지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요셉이 거친 함성을 외치며 일어섰다.
「으아!」
일어선 요셉의 위로 불꽃이 스치고 지나갔다. 미스 벤자민이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요셉은 이를 아득 깨물고는 주먹을 잔뜩 끌어 당겼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가 점점 요동치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째깍! 그리고.
탈칵.
요셉이 플랫폼을 후려쳤다. 지진이 난 것처럼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곧 지면을 가르는 선이 링마스터를 향해 달렸다. 짜그작 소리를 내며 플랫폼의 블록들이 파도처럼 일어섰다. 나는 낭패라고 생각했다. 링마스터 옆에는 당황한 표정의 니나가 있었다.
「니나!」
나는 한사람을 잊고 있었다. 근처에 제레미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간것인지, 니나의 뒤에서 그녀를 끌어앉고 있었다. 지면을 가르는 강한 힘이 링마스터를 덮칠때, 제레미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자욱한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콜록. 콜록.」
작은 콜록거림이 들려왔다. 흙먼지가 사라졌을때 나는 놀라움을 느꼈다. 거대한 나무가 솟아있었다. 동화책속에 나오던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가 비슷한 모양이리라. 미스 벤자민이 입을 막으며 콜록대고 있었다. 그녀의 힘이었다. 지면을 가르던 선은 나무앞에서 무력하게 멈춰져 있었다. 넘실대는 모양으로 나무에 부딪혀있는 블록의 모양이 그 충격을 보여주었다. 먼지 때문에 눈이 새빨개진 링마스터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콰드드득.
빛이 반짝이고,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리며 굵은 나뭇가지가 살아있는 것처럼 넘실거렸다. 그 나뭇가지가 향하는 곳은 요셉이었다. 그러나 요셉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요셉은 근처의 기둥을 움켜쥐고 있었다.
「맙소사. 여긴 별세계입니까?」
안내자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그도 그럴것이 기둥이 흔들거리며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셉의 몸에서 째깍 거리는 시계소리가 더욱 가열차게 들리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빨리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뭇가지가 요셉을 덮치기 직전, 요셉은 기둥을 뽑아 거세게 후려쳤다.
상처입은 괴수처럼 나뭇가지가 비틀거렸다. 요셉도 기둥의 무게에 몸이 휘청였다. 그는 기둥을 바닥에 스치듯 회전하며 그대로 나뭇가지를 다시 후려쳤다. 그러나 나뭇가지는 하나가 아니었다. 그 나뭇가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굵기의 나뭇가지가 다시 요셉을 향해 범접하고 있었다.
「이런 이런. 이래서는 안되겠군요.」
안내자가 말했다. 나는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싱긋 웃으며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회중시계였다. 나는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안내자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열차에 타십시오. 제가 일행을 구출하겠습니다.」
어떻게? 나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그는 요셉을 향해 뛰어갔다. 이미 또 하나의 나뭇가지가 요셉의 발치를 붙들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요셉이 세차게 휘두르려 하지만, 기둥의 무게 때문에 여의치 않는 듯 했다. 그러다가 요셉도 안내자를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 의문의 표정이 떠올랐다. 안내자는 안심하라는 듯 요셉을 바라보고는 회중시계를 높이 들었다.
햇살에 회중시계가 반짝거렸다.
바람이 청명하게 불어왔다.
「무효!」
그가 소리쳤다.
5.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별세계니 뭐니 말했던 것은 안내자였다. 하지만 정작 별세계의 힘을 보여준 것은 오히려 안내자였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회중시계에서는 아무런 빛같은 가시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가시적 변화라면 나뭇가지 쪽이었다. 나뭇가지는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처럼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다.
「어째서!」
미스 벤자민이 당황하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러나 움찔할뿐, 나뭇가지는 여전히 사그라 들고 있었다. 안내자가 웃으며 말했다.
「모든 연금술은 이 ‘폐곡선‘앞에 무효합니다. 그게 설령 요한의 기술이라도 말입니다.」
「칫. 포핀스! 저자를 잡아!」
포핀스가 총을 움켜쥐며 안내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안내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포핀스를 상대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탕!팅! 총알은 안내자의 바로앞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튕겨나갔다. 요셉이 팔로 몸을 감싸쥐며 서 있었다. 요셉은 씨익하고 웃었다.
「저! 괴,괴물!」
포핀스가 당황하며 총을 연달아 발사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예 요셉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바들거리며 쏘아봐야 권총이 맞을 리가 없었다. 요셉이 야수처럼 이를 아득거리며 달려들었다. 포핀스가 무력한 발악을 해보지만, 곧 요셉의 몸이 그대로 포핀스의 몸을 덮쳤다. 요셉의 팔이 거세게 당겨졌다. 일촉즉발로 포핀스의 머리가 깨어질 찰라였다.
「멈춰! 요셉!」
니나가 소리쳤다. 움찔. 요셉의 주먹이 멈춰졌다. 기시감이 느껴졌다. 비슷한 일이 저번에도 있었다. 요셉도 억울한지 투정조로 니나에게 말했다.
「또 안됩니까?」
「그래. 안돼. 그 자는......」
「왜 안됩니까?」
니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결심을 굳혔는지 나직이 말했다.
「그 자는 네가 찾던 사람이야.」
갑자기 요셉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바둥거리는 포핀스를 그대로 내버려두며 요셉은 멈춰져 있었다. 포핀스가 요셉을 밀쳐보려 했지만, 요셉의 몸은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동안 멈춰져있던 요셉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포핀스의 저항도 잦아들었다. 높이 들려있던 요셉의 팔이 떨구어졌다.
「.......정말입니까. 제레미.」
목이 졸린 목소리였다. 고개를 든 요셉의 얼굴은 말할 수 없는 감정의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제레미는 그를 바라보고, 또 니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니나가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듯한 태도였다. 어째서 제레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레미에게 확인을 받은 요셉은 고개를 떨궈 포핀스를 바라보았다.
「정말입니까.......」
제레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미스 벤자민도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렇지만 나뭇가지는 솟아오르지 않았다. 안내자가 싱글거리며 다른 손가락으로 회중시계(폐곡선)을 가리켰다. 미스 벤자민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니나와 제레미를 제외한 모든 일행들은 충격에 휩쌓였다.
「이 빌어먹을 망나니 녀석이! 제 동생이란 말입니까!」
요셉이 울부짖었다.
순간 제레미의 생각이 흘러들어왔다. 제레미는 요셉을 알고 있었고, 또 그의 동생도 알고 있었다. 계획의 가장 첫 단계부터 함께 했던 제레미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링마스터와 함께 있던 포핀스의 과거도 누리살에서 어느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버려진 유태인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나치에 몸을 담았다. 그리고 차곡 차곡 계단을 밟아가, 결국 나치가 몰락할 때 그는 미스 벤자민과 함께 였다. 그러고 보니 요셉과 포린스는 매우 닮아 있었다. 비록 반쪽의 모습인 요셉이었지만.
「이 괴물! 넌 나의 형이 아냐! 나의 형은 죽었어!」
포핀스가 요셉을 거부하며 주먹질을 하며 밀쳐내려 했다. 그러나 요셉은 그런 포핀스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살아있었구나. 살아있었어. 정말 살아있었어. 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 한톨의 희망도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는 믿고 싶었어. 그런데.......결국 찾았어.」
포핀스는 거칠게 요셉의 손을 밀쳐냈다.
「헛소리! 나의 형은 죽었어. 너 따위 괴물이 아냐! 아가씨! 이 자가 하는 말은 거짓입니다.」
「시끄러! 거기서 빠져나오고나 말해!」
미스 벤자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그녀의 무적과 같은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니 답답한 것이었다. 포핀스도 달아나려고 요셉의 팔을 물어뜯으려 했다. 하지만 기계팔이 물어 뜯길리 없었다. 붕대가 찢겨지며 요셉의 시계같은 팔이 드러났다. 포핀스는 히익하는 소리를 내며 경악으로 더욱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셉의 얼굴은 이미 과거의 추억으로 물들어 있었다.
「찾았어. 나의 동생. 너를 찾았어. 너를......큭.」
탕!
총의 파성음이 울려퍼졌다. 요셉의 눈이 찡그려졌다. 포핀스의 바들거리는 손에 들린 총에서 탄연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포핀스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모르는 사람처럼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벌인 일은 치명적이게 드러났다. 요셉의 몸이 스르륵 하고 스러졌다.
「.......찾......았.......어.......」
포핀스는 신음인지 울음인지 불분명한 소리를 내며 요셉의 몸을 밀어냈다. 바들거리며 몸을 일으킨 그는 자신의 팔다리를 찾는 사람처럼 어쩔줄 몰라했다. 한참을 멍하니 요셉을 바라보다가 링마스터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떨궜다.
「혀,형은 주,죽었어.......」
신음같은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있었다. 그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안내자마저 미소가 깨지며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장 먼저 깨어난 것은 링마스터였다.
「포핀스!」
포핀스가 고개를 돌려 링마스터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아,아가씨?」
「포핀스 저자를 쏴!」
링마스터가 가리킨 곳은 안내자였다. 안내자는 무섭다는 히익하는 소리를 냈지만 그의 얼굴은 예의 웃음을 띄었다. 포핀스는 바들거리는 손으로 안내자를 겨냥했다. 떨구지나 않는게 다행일 정도로 느껴졌다. 웃던 안내자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이건 무효를 못하겠군요. 니나님! 어서 이리로!」
「가고있어!」
제레미가 니나를 잡아끌다시피 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포핀스는 안내자를 겨냥하기는 했지만 총을 쏘지는 못했다. 아니 총을 쏜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단지 링마스터의 명령에 반응하고 있었다.
「빨리 쏘란 말이야!」
링마스터가 발을 동동구르며 소리쳤지만, 포핀스는 일그러진 얼굴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니나와 제레미는 그 동안 열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나도 열차에 올라타며 안내자를 불렀다.
「당신도 타요!」
「잠시만요. 금방 가겠습니다.」
안내자는 회중시계를 든채 천천히 물러났다. 안내자가 움직이자 포핀스의 몸이 움찔하고 움직였다. 커다란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포핀스는 바들거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요셉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이 벌어졌다.
「.......내가 죽였어.」
「포핀스! 어서 쏘란 말이야!」
「.......내가 죽여버렸어.......형을 죽였어.」
포핀스는 고개를 돌려 링마스터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포핀스가 왜 링마스터를 바라보는지를. 링마스터도 그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을 가로저었다.
「안돼......포핀스.」
「아가씨.......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포핀스의 말이 명료해졌다. 그의 손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총구가 그의 머리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 때 안내자가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는 슬픈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어서 갑시다.」
열차가 증기를 뿜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이트를 넘어가는 순간 나는 심장이 내려앉은 파성음을 들었다.
탕!
니나가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매만지며 서 있었다. 감정이 한껏 묻어나는 얼굴로 그녀는 연신 손을 매만졌다. 붉어진 손이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나는 비극으로 얼룩진 형제의 일에 대해 어떤 감정을 보여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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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죽었군요...
흐음;;
4.
「우아아아!」
요셉이 달려들었다. 링마스터는 반지를 들려 했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링마스터의 앞을 막아섰다. 포핀스. 그의 총구는 요셉을 향하고 있었다. 놀란 요셉이 양손으로 몸을 감싸듯 막았다,
탕!
총알은 불꽃을 남기고 튕겨올랐다. 이번에는 포핀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요셉은 대답하지 않았다. 답변대신 그는 손으로 주먹을 그러쥐고 바닥을 박차며 강하게 휘둘렀다. 순간 포핀스는 몸을 숙이며 바닥을 박차 올랐다. 포핀스의 등이 요셉의 몸을 튕겨냈다. 그러나 포핀스도 그 운동의 영향으로 플랫폼에 나동그라졌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내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어서타시지요. 조슈. 당신은 몽골로 가야합니다!」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타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지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요셉이 거친 함성을 외치며 일어섰다.
「으아!」
일어선 요셉의 위로 불꽃이 스치고 지나갔다. 미스 벤자민이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요셉은 이를 아득 깨물고는 주먹을 잔뜩 끌어 당겼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가 점점 요동치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째깍! 그리고.
탈칵.
요셉이 플랫폼을 후려쳤다. 지진이 난 것처럼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곧 지면을 가르는 선이 링마스터를 향해 달렸다. 짜그작 소리를 내며 플랫폼의 블록들이 파도처럼 일어섰다. 나는 낭패라고 생각했다. 링마스터 옆에는 당황한 표정의 니나가 있었다.
「니나!」
나는 한사람을 잊고 있었다. 근처에 제레미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간것인지, 니나의 뒤에서 그녀를 끌어앉고 있었다. 지면을 가르는 강한 힘이 링마스터를 덮칠때, 제레미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자욱한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콜록. 콜록.」
작은 콜록거림이 들려왔다. 흙먼지가 사라졌을때 나는 놀라움을 느꼈다. 거대한 나무가 솟아있었다. 동화책속에 나오던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가 비슷한 모양이리라. 미스 벤자민이 입을 막으며 콜록대고 있었다. 그녀의 힘이었다. 지면을 가르던 선은 나무앞에서 무력하게 멈춰져 있었다. 넘실대는 모양으로 나무에 부딪혀있는 블록의 모양이 그 충격을 보여주었다. 먼지 때문에 눈이 새빨개진 링마스터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콰드드득.
빛이 반짝이고,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리며 굵은 나뭇가지가 살아있는 것처럼 넘실거렸다. 그 나뭇가지가 향하는 곳은 요셉이었다. 그러나 요셉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요셉은 근처의 기둥을 움켜쥐고 있었다.
「맙소사. 여긴 별세계입니까?」
안내자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그도 그럴것이 기둥이 흔들거리며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셉의 몸에서 째깍 거리는 시계소리가 더욱 가열차게 들리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빨리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뭇가지가 요셉을 덮치기 직전, 요셉은 기둥을 뽑아 거세게 후려쳤다.
상처입은 괴수처럼 나뭇가지가 비틀거렸다. 요셉도 기둥의 무게에 몸이 휘청였다. 그는 기둥을 바닥에 스치듯 회전하며 그대로 나뭇가지를 다시 후려쳤다. 그러나 나뭇가지는 하나가 아니었다. 그 나뭇가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굵기의 나뭇가지가 다시 요셉을 향해 범접하고 있었다.
「이런 이런. 이래서는 안되겠군요.」
안내자가 말했다. 나는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싱긋 웃으며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회중시계였다. 나는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안내자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열차에 타십시오. 제가 일행을 구출하겠습니다.」
어떻게? 나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그는 요셉을 향해 뛰어갔다. 이미 또 하나의 나뭇가지가 요셉의 발치를 붙들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요셉이 세차게 휘두르려 하지만, 기둥의 무게 때문에 여의치 않는 듯 했다. 그러다가 요셉도 안내자를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 의문의 표정이 떠올랐다. 안내자는 안심하라는 듯 요셉을 바라보고는 회중시계를 높이 들었다.
햇살에 회중시계가 반짝거렸다.
바람이 청명하게 불어왔다.
「무효!」
그가 소리쳤다.
5.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별세계니 뭐니 말했던 것은 안내자였다. 하지만 정작 별세계의 힘을 보여준 것은 오히려 안내자였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회중시계에서는 아무런 빛같은 가시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가시적 변화라면 나뭇가지 쪽이었다. 나뭇가지는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처럼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다.
「어째서!」
미스 벤자민이 당황하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러나 움찔할뿐, 나뭇가지는 여전히 사그라 들고 있었다. 안내자가 웃으며 말했다.
「모든 연금술은 이 ‘폐곡선‘앞에 무효합니다. 그게 설령 요한의 기술이라도 말입니다.」
「칫. 포핀스! 저자를 잡아!」
포핀스가 총을 움켜쥐며 안내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안내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포핀스를 상대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탕!팅! 총알은 안내자의 바로앞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튕겨나갔다. 요셉이 팔로 몸을 감싸쥐며 서 있었다. 요셉은 씨익하고 웃었다.
「저! 괴,괴물!」
포핀스가 당황하며 총을 연달아 발사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예 요셉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바들거리며 쏘아봐야 권총이 맞을 리가 없었다. 요셉이 야수처럼 이를 아득거리며 달려들었다. 포핀스가 무력한 발악을 해보지만, 곧 요셉의 몸이 그대로 포핀스의 몸을 덮쳤다. 요셉의 팔이 거세게 당겨졌다. 일촉즉발로 포핀스의 머리가 깨어질 찰라였다.
「멈춰! 요셉!」
니나가 소리쳤다. 움찔. 요셉의 주먹이 멈춰졌다. 기시감이 느껴졌다. 비슷한 일이 저번에도 있었다. 요셉도 억울한지 투정조로 니나에게 말했다.
「또 안됩니까?」
「그래. 안돼. 그 자는......」
「왜 안됩니까?」
니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결심을 굳혔는지 나직이 말했다.
「그 자는 네가 찾던 사람이야.」
갑자기 요셉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바둥거리는 포핀스를 그대로 내버려두며 요셉은 멈춰져 있었다. 포핀스가 요셉을 밀쳐보려 했지만, 요셉의 몸은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동안 멈춰져있던 요셉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포핀스의 저항도 잦아들었다. 높이 들려있던 요셉의 팔이 떨구어졌다.
「.......정말입니까. 제레미.」
목이 졸린 목소리였다. 고개를 든 요셉의 얼굴은 말할 수 없는 감정의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제레미는 그를 바라보고, 또 니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니나가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듯한 태도였다. 어째서 제레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레미에게 확인을 받은 요셉은 고개를 떨궈 포핀스를 바라보았다.
「정말입니까.......」
제레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미스 벤자민도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렇지만 나뭇가지는 솟아오르지 않았다. 안내자가 싱글거리며 다른 손가락으로 회중시계(폐곡선)을 가리켰다. 미스 벤자민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니나와 제레미를 제외한 모든 일행들은 충격에 휩쌓였다.
「이 빌어먹을 망나니 녀석이! 제 동생이란 말입니까!」
요셉이 울부짖었다.
순간 제레미의 생각이 흘러들어왔다. 제레미는 요셉을 알고 있었고, 또 그의 동생도 알고 있었다. 계획의 가장 첫 단계부터 함께 했던 제레미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링마스터와 함께 있던 포핀스의 과거도 누리살에서 어느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버려진 유태인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나치에 몸을 담았다. 그리고 차곡 차곡 계단을 밟아가, 결국 나치가 몰락할 때 그는 미스 벤자민과 함께 였다. 그러고 보니 요셉과 포린스는 매우 닮아 있었다. 비록 반쪽의 모습인 요셉이었지만.
「이 괴물! 넌 나의 형이 아냐! 나의 형은 죽었어!」
포핀스가 요셉을 거부하며 주먹질을 하며 밀쳐내려 했다. 그러나 요셉은 그런 포핀스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살아있었구나. 살아있었어. 정말 살아있었어. 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 한톨의 희망도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는 믿고 싶었어. 그런데.......결국 찾았어.」
포핀스는 거칠게 요셉의 손을 밀쳐냈다.
「헛소리! 나의 형은 죽었어. 너 따위 괴물이 아냐! 아가씨! 이 자가 하는 말은 거짓입니다.」
「시끄러! 거기서 빠져나오고나 말해!」
미스 벤자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그녀의 무적과 같은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니 답답한 것이었다. 포핀스도 달아나려고 요셉의 팔을 물어뜯으려 했다. 하지만 기계팔이 물어 뜯길리 없었다. 붕대가 찢겨지며 요셉의 시계같은 팔이 드러났다. 포핀스는 히익하는 소리를 내며 경악으로 더욱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셉의 얼굴은 이미 과거의 추억으로 물들어 있었다.
「찾았어. 나의 동생. 너를 찾았어. 너를......큭.」
탕!
총의 파성음이 울려퍼졌다. 요셉의 눈이 찡그려졌다. 포핀스의 바들거리는 손에 들린 총에서 탄연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포핀스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모르는 사람처럼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벌인 일은 치명적이게 드러났다. 요셉의 몸이 스르륵 하고 스러졌다.
「.......찾......았.......어.......」
포핀스는 신음인지 울음인지 불분명한 소리를 내며 요셉의 몸을 밀어냈다. 바들거리며 몸을 일으킨 그는 자신의 팔다리를 찾는 사람처럼 어쩔줄 몰라했다. 한참을 멍하니 요셉을 바라보다가 링마스터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떨궜다.
「혀,형은 주,죽었어.......」
신음같은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있었다. 그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안내자마저 미소가 깨지며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장 먼저 깨어난 것은 링마스터였다.
「포핀스!」
포핀스가 고개를 돌려 링마스터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아,아가씨?」
「포핀스 저자를 쏴!」
링마스터가 가리킨 곳은 안내자였다. 안내자는 무섭다는 히익하는 소리를 냈지만 그의 얼굴은 예의 웃음을 띄었다. 포핀스는 바들거리는 손으로 안내자를 겨냥했다. 떨구지나 않는게 다행일 정도로 느껴졌다. 웃던 안내자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이건 무효를 못하겠군요. 니나님! 어서 이리로!」
「가고있어!」
제레미가 니나를 잡아끌다시피 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포핀스는 안내자를 겨냥하기는 했지만 총을 쏘지는 못했다. 아니 총을 쏜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단지 링마스터의 명령에 반응하고 있었다.
「빨리 쏘란 말이야!」
링마스터가 발을 동동구르며 소리쳤지만, 포핀스는 일그러진 얼굴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니나와 제레미는 그 동안 열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나도 열차에 올라타며 안내자를 불렀다.
「당신도 타요!」
「잠시만요. 금방 가겠습니다.」
안내자는 회중시계를 든채 천천히 물러났다. 안내자가 움직이자 포핀스의 몸이 움찔하고 움직였다. 커다란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포핀스는 바들거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요셉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이 벌어졌다.
「.......내가 죽였어.」
「포핀스! 어서 쏘란 말이야!」
「.......내가 죽여버렸어.......형을 죽였어.」
포핀스는 고개를 돌려 링마스터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포핀스가 왜 링마스터를 바라보는지를. 링마스터도 그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을 가로저었다.
「안돼......포핀스.」
「아가씨.......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포핀스의 말이 명료해졌다. 그의 손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총구가 그의 머리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 때 안내자가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는 슬픈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어서 갑시다.」
열차가 증기를 뿜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이트를 넘어가는 순간 나는 심장이 내려앉은 파성음을 들었다.
탕!
니나가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매만지며 서 있었다. 감정이 한껏 묻어나는 얼굴로 그녀는 연신 손을 매만졌다. 붉어진 손이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나는 비극으로 얼룩진 형제의 일에 대해 어떤 감정을 보여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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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죽었군요...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