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링커 1979년 - 작가 - 요한(windkju)
글 수 29
폐곡선
3.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요셉이 깨어났다. 그의 우울한 얼굴 때문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니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는 다시 선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시간이 흘렀다. 눈보라는 점점 거칠어 지고 있었다. 눈송이였던 것들이 이제는 가히 폭력처럼 나무사이를 휘감고 돌아나갔다. 유령의 옷자락같은 긴 바람이 스쳤다. 간간히 선로를 잃을때마다 나는 ‘인력’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누리살.
999명이 몰살 당한 곳. 나는 그곳을 생각했다.
제레미는 그곳의 생존자였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약을 먹였다. 나는 누리살과 그 약이 무관하다고 여길 수 없었다. 어떤 실험이었을까. 도대체 어떤 실험이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을까.
니나는 우리가 먼저 제레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몽골로 가야했다. 니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녀는 추워져가는 날씨가 불만인지 뽀루퉁해 있었다. 손을 연신 매만지는 것은 습관인 모양이었다. 그녀를 관찰하면서 나는 내 자신이 니나에게 끌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녀는 특별했다. 미래를 아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는......그녀는 들꽃같았다. 그녀 말처럼 그녀는 얼어붙은 땅에 홀로 피어난 들꽃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종말이라고 말했다.
툭.툭.
요셉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눈보라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요셉을 바라보았다. 순간 내 마음을 들킨건 아닌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요셉이 고함을 질렀다.
「게이트!」
「네?」
「게이트 말입니다. 게이트!」
요셉이 손가락으로 저편을 가리켰다. 숲 저편을 바라보았지만 눈보라 탓에 가늠하기 힘들었다. 나는 눈에 힘을 주어 눈안개속을 겨냥했다. 거세게 흩날리는 눈가운데 반짝이는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금속성을 띄고 있었다. 나는 요셉에게 외쳤다.
「저게 요한의 게이트입니까!」
요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니나를 불렀다. 니나는 듣지 못한 탓인지 한참을 걸어가다, 일행이 움직이지 않자 우리를 돌아보았다. 나는 손을 모아 니나에게 소리쳤다. 니나는 알아듣지 못한 탓인지 양손을 들어 보였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게이트를 가리켰다. 그제야 니나도 고개를 돌려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나의 말을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눈보라가 치닫는 탓에 힘겨웠지만, 게이트를 향해 바로 다가갈 수 있었다. 게이트. 요한의 게이트. 게이트만 통과하면 몽골로 갈 수 있다. 갑자기 희망의 불꽃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게이트에 가까워질 수록 그 위용이 드러났다. 거대한 게이트는 얼어붙은 툰드라에서도 웅장하게 버티고 있었다. 시간을 잊어버린 듯한 그 게이트는 연신 증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압축된 증기가 게이트에 힘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증기는 나에게도 힘을 불어넣었다.
마침내 숲이 끝났을 때 게이트는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그곳이 예전의 그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양쪽으로 늘어선 게이트의 사이에 눈에 파묻힌 열차칸이 쓰러져있었다. 쓰러진 열차칸은 익숙한 것이었다.
나는 다시 돌아온 것이다.
4.
웅웅대는 눈보라소리가 이명처럼 들려왔다. 나는 열차안에 제레미가 있음을 확신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에게 화가 났다. 감정이 격해지려 하는 것을 억지로 매어두고 니나에게 말했다.
「안에 있어요..」
「그래. 우리도 들어가자. 아. 그리고 한가지. 그에게 화를 내지마. 그에게는 최선의 행동이었어.」
나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이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안에 있습니까?」
「그래.」
「죽여도 됩니까?」
순간 니나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나는 그에 말에 놀라며 요셉을 바라보았다. 요셉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니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요셉은 주먹을 움켜쥐며 되물었다.
「죽여도 됩니까?」
「안돼.」
요셉은 발악처럼 외쳤다.
「대체 왜 안됩니까!」
「요셉. 절대로 죽여서는 안돼. 왜 죽이려고 하지?」
「나치차일드입니다!」
그보다 당연한 말은 없다는 듯 요셉이 말했다. 참을 수 없었던 나는 니나가 무슨 말을 하기전에 끼여들었다.
「왜 그를 죽이려고 합니까? 제레미도 피해자입니다. 그를 죽이면 안돼요.」
「아니오. 그도 나치입니다. 당신은 몰라요. 그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들은 피해자도 뭐도 아닙니다. 그들은 히틀러 그 자체에요.」
「요셉......하지만 안됩니다. 그를 죽이면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 되요.」
요셉은 나의 말에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눈이 추억으로 흐려져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나를 보고 있지만 진정 바라보는 것은 악몽같은 과거일 것이다. 그는 떨리는 눈매와 바들거리는 손으로 격하게 소리쳤다.
「왜 안됩니까! 그 놈들은......악마같은 그놈들은. 모두 죽였습니다. 왜 난 안됩니까! 그 날 나는 맹세했습니다. 나치는 하나도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절대로. 내 무덤은 나치의 피의 호수에 세울 겁니다.」
그의 강한 반발에 나는 뒷걸음질 쳤다. 두려웠다. 요셉의 감정에 다가가기가. 그의 피에 물든 감정에 물들까봐 두려웠다. 요셉은 목이 부서질듯 니나를 돌아보았다. 니나는 슬픈 표정으로 요셉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안됩니까? 말해주세요. 어서. 당신은 미래를 볼 수 있잖아요. 어떻게 됩니까? 내가 얼마나 많은 나치를 죽이게 됩니까. 내가 내 종족의 제사를 지낼 수 있습니까!」
니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녀는 뿌리치듯 눈을 쓸었다. 눈물이 차갑게 얼어붙으며 날리웠다. 그녀는 다시금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돼. 요셉. 그는 우리를 미카엘에게 안내해줄꺼야. 네가 나치를 막고 싶다면 그를 죽여서는 안돼. 우린 그의 도움이 필요해.」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알겠습니다.」
니나의 말은 요셉을 진정시켰다. 요셉은 자신의 바들거리는 손을 품안에 사리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에게 있어 니나의 말은 절대적인 듯 했다. 미래를 보는 니나. 요셉은 그녀를 믿고 있었다. 나도 그녀를 믿고 있었다. 어느덧 니나는 요셉과 나에게 커다랗게 자리잡았다. 그녀의 상기된 작은 얼굴. 그녀의 떨리는 작은 어깨. 연신 움직이는 조막만한 손. 그녀의 모든 것이 나에 마음에 들어왔다.
「들어가자.」
그녀는 붉은 입술로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너무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열차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그에게까지 들렸다. 제레미. 그도 우리를 보고 있었다.
벌컥.
갑자기 열차문이 열리며 제레미가 뛰쳐나왔다. 그 순간 요셉이 제레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레미는 비적거리는 달음박질로 눈밭을 헤치고 뛰쳐나갔다. 발에 차인 눈발이 격하게 튀어올랐다.
제레미는 두려웠다. 겨우 미카엘에서 도망쳐나왔는데 다시 잡혀버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조슈도 있었다. 그에게 생각을 공유하는 약을 먹여서 시간을 끌어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제레미는 가면은 쓰고 있는 요셉이 두려웠다. 온통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 뿐이었다. 세상이 모두 적. 도망쳐야 했다. 그러나 제레미의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눈의 무게에 짓눌린 다리가 격하게 꺽였다. 요셉은 예의 가벼운 몸놀림으로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반발이 있을리 없는 눈더미를 밟고 뛰어오른 요셉의 몸은 가히 사람키만큼 떠오르더니 그대로 제레미의 몸을 찍어눌렀다.
「커헉.」
제레미는 격한 숨을 토해냈다. 눈밭에 쳐박힌 제레미는 자신의 위에 올라와 있는 요셉의 무게를 느꼈다. 나는 요셉의 치켜든 주먹을 보았다. 아무래도 그 주먹은 제레미의 머리를 부술 것만 같다.
「안돼!」
니나가 소리쳤다. 나는 죽음의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제레미는 저항하려 했지만 그 몸짓은 애처로울 뿐이었다. 자신의 몸을 누르고 있는 자는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제레미는 자신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 주먹을 느꼈다. 제레미는 죽음의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아아악!」
요셉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어울리지 않게도 눈이 폭격에 맞은 것처럼 튀어올랐다. 거세게 튀어오른 눈은 사람을 덮을 정도로 높이 솟아올랐다. 나는 그의 가공할 만한 주먹의 위력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제레미의 죽음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일그러진 얼굴로 니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아해졌다. 니나의 표정은 오히려 밝아져 있었다.
「그래. 요셉. 아직은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요셉이 만들어낸 눈보라가 걷히고 얼음조각처럼 굳어있는 요셉의 모습을 보았을 때 깨달았다. 제레미는 죽지 않았다.
제레미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바들거리는 던 그는 자신의 귓가에 박혀있는 팔뚝을 볼 수 있었다. 째깍. 째각거리는 시계소리. 눈이 입에 들어오며 숨이 막혀왔다. 제레미는 요셉을 밀쳐내려 했지만, 요셉의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죽이고 싶지만, 그대로 있어라. 나치차일드.」
요셉의 말은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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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분량 조절은 적절합니까?
폐곡선편은 확실히 좀 활동이 많은..
3.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요셉이 깨어났다. 그의 우울한 얼굴 때문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니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는 다시 선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시간이 흘렀다. 눈보라는 점점 거칠어 지고 있었다. 눈송이였던 것들이 이제는 가히 폭력처럼 나무사이를 휘감고 돌아나갔다. 유령의 옷자락같은 긴 바람이 스쳤다. 간간히 선로를 잃을때마다 나는 ‘인력’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누리살.
999명이 몰살 당한 곳. 나는 그곳을 생각했다.
제레미는 그곳의 생존자였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약을 먹였다. 나는 누리살과 그 약이 무관하다고 여길 수 없었다. 어떤 실험이었을까. 도대체 어떤 실험이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을까.
니나는 우리가 먼저 제레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몽골로 가야했다. 니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녀는 추워져가는 날씨가 불만인지 뽀루퉁해 있었다. 손을 연신 매만지는 것은 습관인 모양이었다. 그녀를 관찰하면서 나는 내 자신이 니나에게 끌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녀는 특별했다. 미래를 아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는......그녀는 들꽃같았다. 그녀 말처럼 그녀는 얼어붙은 땅에 홀로 피어난 들꽃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종말이라고 말했다.
툭.툭.
요셉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눈보라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요셉을 바라보았다. 순간 내 마음을 들킨건 아닌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요셉이 고함을 질렀다.
「게이트!」
「네?」
「게이트 말입니다. 게이트!」
요셉이 손가락으로 저편을 가리켰다. 숲 저편을 바라보았지만 눈보라 탓에 가늠하기 힘들었다. 나는 눈에 힘을 주어 눈안개속을 겨냥했다. 거세게 흩날리는 눈가운데 반짝이는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금속성을 띄고 있었다. 나는 요셉에게 외쳤다.
「저게 요한의 게이트입니까!」
요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니나를 불렀다. 니나는 듣지 못한 탓인지 한참을 걸어가다, 일행이 움직이지 않자 우리를 돌아보았다. 나는 손을 모아 니나에게 소리쳤다. 니나는 알아듣지 못한 탓인지 양손을 들어 보였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게이트를 가리켰다. 그제야 니나도 고개를 돌려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나의 말을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눈보라가 치닫는 탓에 힘겨웠지만, 게이트를 향해 바로 다가갈 수 있었다. 게이트. 요한의 게이트. 게이트만 통과하면 몽골로 갈 수 있다. 갑자기 희망의 불꽃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게이트에 가까워질 수록 그 위용이 드러났다. 거대한 게이트는 얼어붙은 툰드라에서도 웅장하게 버티고 있었다. 시간을 잊어버린 듯한 그 게이트는 연신 증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압축된 증기가 게이트에 힘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증기는 나에게도 힘을 불어넣었다.
마침내 숲이 끝났을 때 게이트는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그곳이 예전의 그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양쪽으로 늘어선 게이트의 사이에 눈에 파묻힌 열차칸이 쓰러져있었다. 쓰러진 열차칸은 익숙한 것이었다.
나는 다시 돌아온 것이다.
4.
웅웅대는 눈보라소리가 이명처럼 들려왔다. 나는 열차안에 제레미가 있음을 확신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에게 화가 났다. 감정이 격해지려 하는 것을 억지로 매어두고 니나에게 말했다.
「안에 있어요..」
「그래. 우리도 들어가자. 아. 그리고 한가지. 그에게 화를 내지마. 그에게는 최선의 행동이었어.」
나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이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안에 있습니까?」
「그래.」
「죽여도 됩니까?」
순간 니나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나는 그에 말에 놀라며 요셉을 바라보았다. 요셉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니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요셉은 주먹을 움켜쥐며 되물었다.
「죽여도 됩니까?」
「안돼.」
요셉은 발악처럼 외쳤다.
「대체 왜 안됩니까!」
「요셉. 절대로 죽여서는 안돼. 왜 죽이려고 하지?」
「나치차일드입니다!」
그보다 당연한 말은 없다는 듯 요셉이 말했다. 참을 수 없었던 나는 니나가 무슨 말을 하기전에 끼여들었다.
「왜 그를 죽이려고 합니까? 제레미도 피해자입니다. 그를 죽이면 안돼요.」
「아니오. 그도 나치입니다. 당신은 몰라요. 그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들은 피해자도 뭐도 아닙니다. 그들은 히틀러 그 자체에요.」
「요셉......하지만 안됩니다. 그를 죽이면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 되요.」
요셉은 나의 말에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눈이 추억으로 흐려져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나를 보고 있지만 진정 바라보는 것은 악몽같은 과거일 것이다. 그는 떨리는 눈매와 바들거리는 손으로 격하게 소리쳤다.
「왜 안됩니까! 그 놈들은......악마같은 그놈들은. 모두 죽였습니다. 왜 난 안됩니까! 그 날 나는 맹세했습니다. 나치는 하나도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절대로. 내 무덤은 나치의 피의 호수에 세울 겁니다.」
그의 강한 반발에 나는 뒷걸음질 쳤다. 두려웠다. 요셉의 감정에 다가가기가. 그의 피에 물든 감정에 물들까봐 두려웠다. 요셉은 목이 부서질듯 니나를 돌아보았다. 니나는 슬픈 표정으로 요셉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안됩니까? 말해주세요. 어서. 당신은 미래를 볼 수 있잖아요. 어떻게 됩니까? 내가 얼마나 많은 나치를 죽이게 됩니까. 내가 내 종족의 제사를 지낼 수 있습니까!」
니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녀는 뿌리치듯 눈을 쓸었다. 눈물이 차갑게 얼어붙으며 날리웠다. 그녀는 다시금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돼. 요셉. 그는 우리를 미카엘에게 안내해줄꺼야. 네가 나치를 막고 싶다면 그를 죽여서는 안돼. 우린 그의 도움이 필요해.」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알겠습니다.」
니나의 말은 요셉을 진정시켰다. 요셉은 자신의 바들거리는 손을 품안에 사리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에게 있어 니나의 말은 절대적인 듯 했다. 미래를 보는 니나. 요셉은 그녀를 믿고 있었다. 나도 그녀를 믿고 있었다. 어느덧 니나는 요셉과 나에게 커다랗게 자리잡았다. 그녀의 상기된 작은 얼굴. 그녀의 떨리는 작은 어깨. 연신 움직이는 조막만한 손. 그녀의 모든 것이 나에 마음에 들어왔다.
「들어가자.」
그녀는 붉은 입술로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너무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열차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그에게까지 들렸다. 제레미. 그도 우리를 보고 있었다.
벌컥.
갑자기 열차문이 열리며 제레미가 뛰쳐나왔다. 그 순간 요셉이 제레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레미는 비적거리는 달음박질로 눈밭을 헤치고 뛰쳐나갔다. 발에 차인 눈발이 격하게 튀어올랐다.
제레미는 두려웠다. 겨우 미카엘에서 도망쳐나왔는데 다시 잡혀버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조슈도 있었다. 그에게 생각을 공유하는 약을 먹여서 시간을 끌어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제레미는 가면은 쓰고 있는 요셉이 두려웠다. 온통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 뿐이었다. 세상이 모두 적. 도망쳐야 했다. 그러나 제레미의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눈의 무게에 짓눌린 다리가 격하게 꺽였다. 요셉은 예의 가벼운 몸놀림으로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반발이 있을리 없는 눈더미를 밟고 뛰어오른 요셉의 몸은 가히 사람키만큼 떠오르더니 그대로 제레미의 몸을 찍어눌렀다.
「커헉.」
제레미는 격한 숨을 토해냈다. 눈밭에 쳐박힌 제레미는 자신의 위에 올라와 있는 요셉의 무게를 느꼈다. 나는 요셉의 치켜든 주먹을 보았다. 아무래도 그 주먹은 제레미의 머리를 부술 것만 같다.
「안돼!」
니나가 소리쳤다. 나는 죽음의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제레미는 저항하려 했지만 그 몸짓은 애처로울 뿐이었다. 자신의 몸을 누르고 있는 자는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제레미는 자신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 주먹을 느꼈다. 제레미는 죽음의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아아악!」
요셉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어울리지 않게도 눈이 폭격에 맞은 것처럼 튀어올랐다. 거세게 튀어오른 눈은 사람을 덮을 정도로 높이 솟아올랐다. 나는 그의 가공할 만한 주먹의 위력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제레미의 죽음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일그러진 얼굴로 니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아해졌다. 니나의 표정은 오히려 밝아져 있었다.
「그래. 요셉. 아직은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요셉이 만들어낸 눈보라가 걷히고 얼음조각처럼 굳어있는 요셉의 모습을 보았을 때 깨달았다. 제레미는 죽지 않았다.
제레미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바들거리는 던 그는 자신의 귓가에 박혀있는 팔뚝을 볼 수 있었다. 째깍. 째각거리는 시계소리. 눈이 입에 들어오며 숨이 막혀왔다. 제레미는 요셉을 밀쳐내려 했지만, 요셉의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죽이고 싶지만, 그대로 있어라. 나치차일드.」
요셉의 말은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
연재 분량 조절은 적절합니까?
폐곡선편은 확실히 좀 활동이 많은..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