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링커 1979년 - 작가 - 요한(windkju)
글 수 29
와륜
chapter3. 와륜
인류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요한-
1.
요란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피리소리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기묘한 혼란처럼 느껴졌다. 변발을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창문을 닫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겹창이 닫히자 햇빛이 가려졌다. 소리도 웅얼거리는 정도로 조용해졌다.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책을 펴서 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편하게 누워있는 것이지만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책을 덮었다. 그는 담담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깨어났습니까? 여기는 저희집입니다.」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조한 방이었다. 벽은 돌인 듯했고, 가구라고는 침대와 의자, 책상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책상에 꽂혀진 많은 책들이 방의 주인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책상위에는 중국식의 향로가 타고 있었다. 긴 연기가 방안을 배회하고 있다.
「일행분들은 비행선을 수배한다고 나갔습니다.」
「그렇습니까.」
대답을 했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무슨상관이랴. 니나가 없는데.......니나를 떠올리자 다시 가슴이 턱하고 막혀왔다. 벌레소리같은 이명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웅웅대는 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거대한 벌 한 마리가 뇌를 파먹어가는 것만 같았다.
「크흑.」
순간 커다란 손이 나의 양 귀를 덮었다. 변발을 한 남자였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숨을 천천히 쉬세요. 울기가 태양혈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자. 제눈을 보세요. 저와 같이 숨을 쉬는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웅웅거림이 더해가는 탓에 그를 뿌리치려 했지만, 그는 강하게 나의 머리를 붙들고 있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숨을 내쉬었다. 그를 따라하기를 한참,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의 손을 슬며시 밀쳐내며 말했다.
「이,이제 괜찮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조슈.」
그의 말에 나는 놀라며 소리쳤다.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압니까!」
「아, 당신들이 북경역으로 열차를 밀고오는 바람에,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정확한 조사가 필요했었지요. 저는 그 조사를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기억나십니까? 열차로 가장 먼저 들어왔던 사람이 접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듯 했다.
「당신이 누구기에......」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인민경찰국 중사 양 리입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민경찰국이라는 말에서 그가 경찰임을 알 수 있었다. 계급체계를 모르니 직위는 알 수 없지만, 조사를 맡았던 사람을 집에 머무르게 하는 것을 보면, 꽤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적떼들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지금 조사하고 있으니, 여성분도 곧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기운 내세요.」
「고맙군요.」
나의 비꼬는 듯한 어조를 알아들었을까. 어떻게 그들을 잡을 수 있단 말인가. 게이트의 중간지점인 툰드라에서 열차가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럽까지 한번에 이어져 있는 게이트는 중간에 멈출 수 없다. 중국에서 비행선을 타고 간다고 해도 이주일이 넘게 걸리는 길이다. 그들을 찾을 수는 없다. 만약 찾아낸다고 해도 연금술의 힘을 가지고 있는 그들을 어떻게 잡을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의 우려는 압니다만, 인민의 힘은 강합니다. 당신이 떠나기 전까지 여성분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은 단호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그에 말에 토를 달기 힘들었다. 중국에 대한 그의 확신은 강한 것인 모양이다. 문득 밖이 무척 시끄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사람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근처가 시장터라도 되는 것일까?
「밖이 무척 시끄럽군요.」
「때가 때이니 만큼 그렇겠지요. 지금 중국은 중양절입니다. 축제로 온나라가 떠들썩한 시기지요.」
중양절. 중국에 커다란 축제가 많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오랜 세월을 이어져온 왕조 덕분일까. 신경을 자극하는 피리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니나와 같이 왔다면 중양절을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니나와 같이 왔다면.
니나가 옆에 있었다면.
------------------------
다른 분들은 안읽으시나봐요.
댓글 조금만 달아주세요. ;ㅁ; 궁금해요. 어떤지...
chapter3. 와륜
인류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요한-
1.
요란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피리소리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기묘한 혼란처럼 느껴졌다. 변발을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창문을 닫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겹창이 닫히자 햇빛이 가려졌다. 소리도 웅얼거리는 정도로 조용해졌다.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책을 펴서 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편하게 누워있는 것이지만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책을 덮었다. 그는 담담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깨어났습니까? 여기는 저희집입니다.」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조한 방이었다. 벽은 돌인 듯했고, 가구라고는 침대와 의자, 책상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책상에 꽂혀진 많은 책들이 방의 주인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책상위에는 중국식의 향로가 타고 있었다. 긴 연기가 방안을 배회하고 있다.
「일행분들은 비행선을 수배한다고 나갔습니다.」
「그렇습니까.」
대답을 했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무슨상관이랴. 니나가 없는데.......니나를 떠올리자 다시 가슴이 턱하고 막혀왔다. 벌레소리같은 이명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웅웅대는 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거대한 벌 한 마리가 뇌를 파먹어가는 것만 같았다.
「크흑.」
순간 커다란 손이 나의 양 귀를 덮었다. 변발을 한 남자였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숨을 천천히 쉬세요. 울기가 태양혈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자. 제눈을 보세요. 저와 같이 숨을 쉬는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웅웅거림이 더해가는 탓에 그를 뿌리치려 했지만, 그는 강하게 나의 머리를 붙들고 있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숨을 내쉬었다. 그를 따라하기를 한참,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의 손을 슬며시 밀쳐내며 말했다.
「이,이제 괜찮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조슈.」
그의 말에 나는 놀라며 소리쳤다.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압니까!」
「아, 당신들이 북경역으로 열차를 밀고오는 바람에,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정확한 조사가 필요했었지요. 저는 그 조사를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기억나십니까? 열차로 가장 먼저 들어왔던 사람이 접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듯 했다.
「당신이 누구기에......」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인민경찰국 중사 양 리입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민경찰국이라는 말에서 그가 경찰임을 알 수 있었다. 계급체계를 모르니 직위는 알 수 없지만, 조사를 맡았던 사람을 집에 머무르게 하는 것을 보면, 꽤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적떼들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지금 조사하고 있으니, 여성분도 곧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기운 내세요.」
「고맙군요.」
나의 비꼬는 듯한 어조를 알아들었을까. 어떻게 그들을 잡을 수 있단 말인가. 게이트의 중간지점인 툰드라에서 열차가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럽까지 한번에 이어져 있는 게이트는 중간에 멈출 수 없다. 중국에서 비행선을 타고 간다고 해도 이주일이 넘게 걸리는 길이다. 그들을 찾을 수는 없다. 만약 찾아낸다고 해도 연금술의 힘을 가지고 있는 그들을 어떻게 잡을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의 우려는 압니다만, 인민의 힘은 강합니다. 당신이 떠나기 전까지 여성분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은 단호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그에 말에 토를 달기 힘들었다. 중국에 대한 그의 확신은 강한 것인 모양이다. 문득 밖이 무척 시끄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사람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근처가 시장터라도 되는 것일까?
「밖이 무척 시끄럽군요.」
「때가 때이니 만큼 그렇겠지요. 지금 중국은 중양절입니다. 축제로 온나라가 떠들썩한 시기지요.」
중양절. 중국에 커다란 축제가 많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오랜 세월을 이어져온 왕조 덕분일까. 신경을 자극하는 피리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니나와 같이 왔다면 중양절을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니나와 같이 왔다면.
니나가 옆에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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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안읽으시나봐요.
댓글 조금만 달아주세요. ;ㅁ; 궁금해요. 어떤지...
단지 느낌인가요?
원래 여기가 댓글이 좀 짭니다. ^^;;;;
유조아나 여타 글쓰기 사이트에 비하면 많이 짜죠.
그 점은 저도 좀 아쉽습니다.
저도 여기서 이런 저런 글을 연재하곤 하는데
단편은 조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장편의 경우는 다들 읽기만 하고 그냥 가십니다 -_-;;;;;;
그래서 이렇게 댓글이 없으면 연중할거요!!!
라고 협박하면.. 한두개 더 달리는 정도.
그러다가 나중에 지쳐서 딱 끊고 결말 지어 버리면
채팅방 같은 곳에서.. 아. 저 그거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말이죠. 대충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을 '처음으로' 뵙기도. 합니다.
개인적 생각입니다만. 다들 댓글 달기에 좀 수줍어 하시는 듯 해요.
요한님의 글, 이야기의 템포나 전개, 묘사나 인물 여러가지로 매우 탄탄하고 훌륭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 보이는데요.
클라이막스로 가서 팍팍 조여오는 시점에 연재를 하루 정도 걸르면
독촉 리플이 주루룩 달릴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