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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문학관 - 작가 : nitrocity1
글 수 40
해가 저물면서 기온은 급격하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쉘터의 보호막은 다가브 시내를 사막으로부터 보호하며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는 고층 빌딩의 숲으로 만들었지만 이 행성의 낮이 보여주는 뜨거운 열기와 밤이 보여주는 엄청난 냉기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아아... 지쳤어..."
다가브 시내의 한 호텔방. 라제스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리고 파워슈츠를 차 안에 벗어놓았기 때문에 어떠한 기계의 도움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자신만큼 커다란 짐가방을 양손에 든 카림이 곧바로 그 뒤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처음으로 접하는 사막이라서 그래요. 다가브의 쉘터도 이 기온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사나흘정도 지나서 적응되면 괜찮아질겁니다."
"확실히 프로 용병이라서 그런가? 카림은 지칠 줄 모르는 것 같아."
"뭐, 일이니까요."
카림이 웃으며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외출할 때는 반드시 저와 함께 다니셔야 합니다. 파워 슈츠를 입은 무장 경호원이 따라다니는 것은 여분의 목숨을 하나 갖고다니는 것과 같으니까요."
"네, 네. 알겠습니다아~"
가방을 열고 그 안의 장비들을 꺼낸 라제스는 건성으로 대꾸하며 통신 장비의 조립을 시작했다.
"그게 최신식 성간 통신장비예요?"
"뭐, 최신식...이라고 할것까진 없지만.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쓸만한 기기중의 하나지. 하지만 내가 가장 믿는 건.. 아, 여기있다."
짐을 뒤적거리며 뭔가를 한참동안 찾던 라제스는 결국 얇고 길다란 물건을 찾아냈고, 곧바로 그 물건을 귓가에 꽂으며 말했다.
"어떄?"
"뭡니까.. 그건?"
"몰라? 레이져 펜이야."
"레이져 펜?"
"필기도구의 일종이지. 종이 위에 저출력 레이져를 발사해서 태우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거야. 뭐, 별로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 단말기 쪽이 훨씬 더 빠르니까."
"돈 있는 티를 내려는 졸부들이 단말기 대신 만년필을 쓴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런 것과 같은 이유입니까?"
"아아... 좀 다르지."
라제스는 레이져 펜을 충전시키며 말했다.
"이것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식 기자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으니까."
"헤에? 그렇게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데다가 속도도 느린 필기도구 덕분에 말이예요?"
"그래..."
라제스는 '급속충전'이라는 카피라이트에 걸맞게 그 사이 충전이 완료되어 빨간 불빛을 깜빡이는 펜을 뽑아들었다.
"요즘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보를 전송하기위해 별별 수단을 다 쓰지. 심지어는 뇌의 신경간에 직접 전송 포트를 연결시키는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펜에서 나오는 불빛을 손에 대보는 라제스. 그러나 전용 인화지 정도만 태울 수 있도록 제작된 저출력 레이져 펜은 그저 따뜻하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
"아무리 빠른 정보라도, 전체적인 상황 분석과 판단을 통해 걸러내는 것이 필요해. 기자들은 자신이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보도한다고 믿고 있지만, 우리들 역시 사람이니까. 스피드만을 추구하면 반드시 못 보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거든."
만족스러운듯이 손바닥에 몇 번 더 불빛을 비춘 그녀는 펜을 귓가에 꽂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구시대적인 필기도구를 이용해서라도 정보 분석을 한템포 여유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거지. 실수하지 않고, 좀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방법이니까. 뭐, 개인적인 취향도 한몫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
"그래."
라제스는 귓가에 꽂아놓았던 펜을 번개처럼 뽑아, 마치 광선검을 쥐기라도 한듯이 두 손으로 모아쥐며 자세를 잡았다.
"이렇게 직접 다룬다는 느낌은 단말기로는 부족하거든. 휘두르기 쉬운 필기구를 들어야 왠지 나만의 무기를 갖고있다는 안도감이 든다고나 할까."
"라제스도 상당히 신기한 사람이네요. 하긴, 그 나이에 뉴로다이브 정식 기자라면 보통 사람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네가 더 신기해. 그 나이에 어떻게 용병이 될 생각을 했지?"
"훗. 이쪽 세계에서는 별로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예요. 어렸을때 전쟁고아가 되는 바람에 먹고살기 막막한 어린아이가 결국 다른 전쟁고아들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계속하는 것 뿐이니까요."
잠시 표정이 어두워진 알 카림은, 그러나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전 운이 좋은 편이죠. 그나마 이쪽 방면으로는 재능이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첫 전투에서 죽어나가는게 보통이거든요."
"그렇구나.."
"삐삣"
침울해지는 분위기를 바꾸기라도 하려는듯이, 통신기에서 신호음이 잡혔다.
"뭐예요, 지금 그 소리는?"
"아아.. 이 행성에서 가장 가까운 뉴로다이브 소속의 통신위성과 연결되었다는 뜻이지, 볼래?"
라제스가 뭔가를 움직이자, 3차원 홀로그램이 나타나며 뉴스 앵커와 전략 분석가의 대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현재 쿠와르 행성 지역은 완전히 봉쇄되었으며, 모든 출입이 통제된 상태입니다. 갤럭시 로테이션 소속의 구축함과 순양함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쿠와르 행성 공역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행성 공역과 위성궤도 사이에 깔린 지뢰지대로 인해 진격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상태대로라면 앞으로 일주일 내로 위성궤도까지 진격할 수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쿠와르 해방전선에서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사님?"
"에.. 쿠와르 해방전선이 이렇게 잠잠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갤럭시 로테이션과 물밑협상을 벌이는 경우, 다른 하나는 반격을 위해 치밀하게 숨어있는 경우죠. 하지만 아무리 리오 판매를 통해 자금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쿠와르 해방전선이 구할 수 있는 무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따라서 이번 원정군만 해도 구축함 20여척에 순양함을 셋이나 파견한 국가 서열 11위의 갤럭시 로테이션과 정면으로 맞붙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죠. 아마도 겉으로 보이지 않는 루트를 통해 노동환경 개선이나 쿠와르 해방전선의 합법단체화를 놓고 거래할 확률이 높습니다."
"네, 그렇다면 여기서 잠시 광고방송을 보신 후 쿠와르 분쟁에 대한 특집 방송을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리오 음료의 광고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카림이 졸린 목소리로 라제스에게 말했다.
"방송에서는 일주일 이내라고는 했지만, 늦어도 며칠 이내로 갤럭시 로테이션의 정규군이 도착할겁니다. 그러니까 쉴 수 있을때 쉬어두는 것이 좋겠죠."
"그래..."
라제스 역시 피곤하다는 듯이 대답하곤 침대에 드러누웠다.
"일단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아마도 그렇게까지 큰 위험은 없을겁니다. 원거리 함포사격의 대상이 될만한 건물들은 제가 미리 체크해두었고, 게다가 가디언 타입의 파워슈츠가 있으니 어느정도의 위험요소는 막아낼 수 있어요. 물론, 집에서 편안한 의자에 누워 채널이나 돌리는 것보다는 훨씬 위험하겠지만요."
카림이 웃으며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라제스는 침대에 뻗어 잠이 든 후였다.
"하아... 아무리 내가 어린애로 보인다지만, 그래도 남자인데... 너무 무방비 상태 아니야?"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끌어올려 라제스를 덮어준 카림은, 자신도 그 옆의 침대에 주저 앉으며 중얼거렸다.
"뭐, 이것도 일이니까..."
"하아아... 지쳤어..."
다가브 시내의 한 호텔방. 라제스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리고 파워슈츠를 차 안에 벗어놓았기 때문에 어떠한 기계의 도움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자신만큼 커다란 짐가방을 양손에 든 카림이 곧바로 그 뒤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처음으로 접하는 사막이라서 그래요. 다가브의 쉘터도 이 기온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사나흘정도 지나서 적응되면 괜찮아질겁니다."
"확실히 프로 용병이라서 그런가? 카림은 지칠 줄 모르는 것 같아."
"뭐, 일이니까요."
카림이 웃으며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외출할 때는 반드시 저와 함께 다니셔야 합니다. 파워 슈츠를 입은 무장 경호원이 따라다니는 것은 여분의 목숨을 하나 갖고다니는 것과 같으니까요."
"네, 네. 알겠습니다아~"
가방을 열고 그 안의 장비들을 꺼낸 라제스는 건성으로 대꾸하며 통신 장비의 조립을 시작했다.
"그게 최신식 성간 통신장비예요?"
"뭐, 최신식...이라고 할것까진 없지만.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쓸만한 기기중의 하나지. 하지만 내가 가장 믿는 건.. 아, 여기있다."
짐을 뒤적거리며 뭔가를 한참동안 찾던 라제스는 결국 얇고 길다란 물건을 찾아냈고, 곧바로 그 물건을 귓가에 꽂으며 말했다.
"어떄?"
"뭡니까.. 그건?"
"몰라? 레이져 펜이야."
"레이져 펜?"
"필기도구의 일종이지. 종이 위에 저출력 레이져를 발사해서 태우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거야. 뭐, 별로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 단말기 쪽이 훨씬 더 빠르니까."
"돈 있는 티를 내려는 졸부들이 단말기 대신 만년필을 쓴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런 것과 같은 이유입니까?"
"아아... 좀 다르지."
라제스는 레이져 펜을 충전시키며 말했다.
"이것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식 기자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으니까."
"헤에? 그렇게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데다가 속도도 느린 필기도구 덕분에 말이예요?"
"그래..."
라제스는 '급속충전'이라는 카피라이트에 걸맞게 그 사이 충전이 완료되어 빨간 불빛을 깜빡이는 펜을 뽑아들었다.
"요즘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보를 전송하기위해 별별 수단을 다 쓰지. 심지어는 뇌의 신경간에 직접 전송 포트를 연결시키는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펜에서 나오는 불빛을 손에 대보는 라제스. 그러나 전용 인화지 정도만 태울 수 있도록 제작된 저출력 레이져 펜은 그저 따뜻하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
"아무리 빠른 정보라도, 전체적인 상황 분석과 판단을 통해 걸러내는 것이 필요해. 기자들은 자신이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보도한다고 믿고 있지만, 우리들 역시 사람이니까. 스피드만을 추구하면 반드시 못 보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거든."
만족스러운듯이 손바닥에 몇 번 더 불빛을 비춘 그녀는 펜을 귓가에 꽂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구시대적인 필기도구를 이용해서라도 정보 분석을 한템포 여유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거지. 실수하지 않고, 좀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방법이니까. 뭐, 개인적인 취향도 한몫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
"그래."
라제스는 귓가에 꽂아놓았던 펜을 번개처럼 뽑아, 마치 광선검을 쥐기라도 한듯이 두 손으로 모아쥐며 자세를 잡았다.
"이렇게 직접 다룬다는 느낌은 단말기로는 부족하거든. 휘두르기 쉬운 필기구를 들어야 왠지 나만의 무기를 갖고있다는 안도감이 든다고나 할까."
"라제스도 상당히 신기한 사람이네요. 하긴, 그 나이에 뉴로다이브 정식 기자라면 보통 사람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네가 더 신기해. 그 나이에 어떻게 용병이 될 생각을 했지?"
"훗. 이쪽 세계에서는 별로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예요. 어렸을때 전쟁고아가 되는 바람에 먹고살기 막막한 어린아이가 결국 다른 전쟁고아들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계속하는 것 뿐이니까요."
잠시 표정이 어두워진 알 카림은, 그러나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전 운이 좋은 편이죠. 그나마 이쪽 방면으로는 재능이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첫 전투에서 죽어나가는게 보통이거든요."
"그렇구나.."
"삐삣"
침울해지는 분위기를 바꾸기라도 하려는듯이, 통신기에서 신호음이 잡혔다.
"뭐예요, 지금 그 소리는?"
"아아.. 이 행성에서 가장 가까운 뉴로다이브 소속의 통신위성과 연결되었다는 뜻이지, 볼래?"
라제스가 뭔가를 움직이자, 3차원 홀로그램이 나타나며 뉴스 앵커와 전략 분석가의 대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현재 쿠와르 행성 지역은 완전히 봉쇄되었으며, 모든 출입이 통제된 상태입니다. 갤럭시 로테이션 소속의 구축함과 순양함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쿠와르 행성 공역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행성 공역과 위성궤도 사이에 깔린 지뢰지대로 인해 진격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상태대로라면 앞으로 일주일 내로 위성궤도까지 진격할 수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쿠와르 해방전선에서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사님?"
"에.. 쿠와르 해방전선이 이렇게 잠잠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갤럭시 로테이션과 물밑협상을 벌이는 경우, 다른 하나는 반격을 위해 치밀하게 숨어있는 경우죠. 하지만 아무리 리오 판매를 통해 자금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쿠와르 해방전선이 구할 수 있는 무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따라서 이번 원정군만 해도 구축함 20여척에 순양함을 셋이나 파견한 국가 서열 11위의 갤럭시 로테이션과 정면으로 맞붙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죠. 아마도 겉으로 보이지 않는 루트를 통해 노동환경 개선이나 쿠와르 해방전선의 합법단체화를 놓고 거래할 확률이 높습니다."
"네, 그렇다면 여기서 잠시 광고방송을 보신 후 쿠와르 분쟁에 대한 특집 방송을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리오 음료의 광고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카림이 졸린 목소리로 라제스에게 말했다.
"방송에서는 일주일 이내라고는 했지만, 늦어도 며칠 이내로 갤럭시 로테이션의 정규군이 도착할겁니다. 그러니까 쉴 수 있을때 쉬어두는 것이 좋겠죠."
"그래..."
라제스 역시 피곤하다는 듯이 대답하곤 침대에 드러누웠다.
"일단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아마도 그렇게까지 큰 위험은 없을겁니다. 원거리 함포사격의 대상이 될만한 건물들은 제가 미리 체크해두었고, 게다가 가디언 타입의 파워슈츠가 있으니 어느정도의 위험요소는 막아낼 수 있어요. 물론, 집에서 편안한 의자에 누워 채널이나 돌리는 것보다는 훨씬 위험하겠지만요."
카림이 웃으며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라제스는 침대에 뻗어 잠이 든 후였다.
"하아... 아무리 내가 어린애로 보인다지만, 그래도 남자인데... 너무 무방비 상태 아니야?"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끌어올려 라제스를 덮어준 카림은, 자신도 그 옆의 침대에 주저 앉으며 중얼거렸다.
"뭐, 이것도 일이니까..."
뭐, 라제스의 정보처리 방법은 제가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는지라, 평소의 제 주관이 다분히 개입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들어 확산되는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이라는 생각은 위험하기 그지없다고 느끼는 중. 논문 평가에서 괜히 인터넷 자료 인용을 꺼리는 게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