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1960년 초 소련의 스푸트니크에 이어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하면서 충격을 받은 미국 정부는 우주 개발에 전력을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당시 대통령이던 존 F. 케네디가 남긴 위 연설 이후 미국은 1960년대 안에 달에 최초의 인류(당연히 미국인)를 보내겠다는 목적으로 세우고 그야말로 열과 성을 다하여 달려가기 시작했지요.

  이렇게 시작된 아폴로 계획은 아폴로 1호의 참사(아폴로 1호의 지상 실험 도중 화재로 우주인 3명이 모두 사망한 사건)로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다시금 속도를 높여 1969년 7월 달 표면에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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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에 남겨진 '작은 한 걸음'... 과연 다음 발자국이 새겨지는 것은 언제일까? ( nasa.gov ) ]

  그 순간 미국의 거의 모든 시청자를 비롯하여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TV를 통해 달 착륙 순간을 공유했고, 심지어 소련에서조차 이 성공을 부정하지 못하는 잔치 마당이 펼쳐졌지요.

  하지만, 잔치는 일단 열고나면 시들해지는 법. 아폴로 11호의 성공을 기점으로 사람들은 달 세계 여행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고, 아폴로 13호의 사건 당시를 제외하면 우주인과의 TV 인터뷰조차 거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미국 정부는 NASA의 예산을 삭감하고 이로 인해 본래 20호까지 예정했던 아폴로 계획은 17호에서 막을 내리고 말았지요.

  그것은 1967년 7월 당시 소련의 무인 비행체가 달 착륙에 실패한 상황에서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부족한 예산과 지원 속에서도 스푸트니크와 유리 가가린을 성공시킨 기술자, 세르게이 코롤료프가 암으로 사망한 이후 소련의 우주 개발 계획은 사실상 완전히 정체되었으니까요.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 경쟁이란 라이벌이 있어야 재미있는 법. 소련이 사라진 시점에서 우주 개발이라는 잔치 역시 시들해 진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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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으로 망명한 폰 브라운과 경쟁하며 소련의 우주 개발 계획을 이끈 세르게이 코롤료프. 폰 브라운이 감탄하기도 했던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우주 개발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위키피디아) ]

  아폴로 계획을 실행하는 동안 미국이 쏟아 부은 비용은 10여 년에 걸쳐 자그마치 200억 달러를 넘어섭니다. (현재의 물가로 생각하면 1400억 달러 정도(약 150조원) 되는군요. 참고로 2008년 우리나라의 국가 예산이 256조원이었습니다.)

  이 중 발사체인 새턴 로켓에 들어간 돈만 해도 –현재 물가 기준으로- 500억 달러(약 60조원) 정도이니 우주 개발 사업이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결국 NASA에서는 강력하지만 비싼 새턴 로켓 대신 조금 더 저렴한 발사 장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달까지 물체를 날려 보내야 하는 새턴 로켓과는 달리 지구 궤도 상에 위성을 올리거나 실험을 하는 정도, 장치 우주에 설치될 우주 정거장까지 물자 수송 등을 목표로 한 ‘완전 재활용 장비’. 바로 스페이스 셔틀(우주 왕복선) 계획이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1981년 완성된 우주 왕복선은 본래 생각했던 ‘가벼운 우주 버스’ 개념과는 많이 다른 장치가 되고 말았습니다. 새턴 로켓만큼은 아니지만 전체 중량이 2,000톤에 달하는 이 장치는 24톤에 달하는 용량(위성 궤도에 올릴 때)을 자랑하는 반면, 그만큼 비싼 값을 치러야만 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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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틀의 발사... 이 웅장한 장면을 연출(?)하고자 엄청난 비용이 날아간다. ( nasa.gov ) ]

  상당 수의 부품을 재활용하지 못하는 관계로 한 번 비행에 약 15억 달러(현재 기준. 약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필요로 하여 다른 우주선(이를 테면 소련(러시아)의 소유즈 로켓)보다 비싼 장비가 되고 말았지요. 여기에 한번 발사에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전과 마찬가지…

  위성 하나를 쏘아 올리더라도 15억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한다는 사실은 NASA의 예산을 압박했고, 훨씬 전에 계획되었던 수많은 ‘차기 운송 수단’의 개발이 늦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주 개발 계획의 라이벌인 소련(러시아)이 부란이라는 우주 왕복선을 개발했음에도 이를 포기하고 저렴한(그리고 적당한 출력을 가진) 소유즈 로켓을 개량하며 계속 사용한 것과는 달리 우주 왕복선 개발 이후 일반 로켓 기술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NASA는 우주 왕복선 이외에 이를 대체할 기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달까지 로켓을 날릴 수 있는-무진장 크고 무진장 비싸서 박물관에 보관 중인- 새턴 로켓이 아니면, 가능한 20톤 중량을 채워서 올라가야만 제 값어치를 하는 거대한 우주 왕복선 뿐… (현재 보잉사과 로키드 사가 만든 ULA사의 아틀라스V 로켓 등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유인 로켓이 아니라서 위성을 올리거나 물자 보급 이외에는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내년에 우주 왕복선이 퇴역한다는 사실이지요. 게다가 차세대 로켓 개발 계획이 난항을 보이면서 당분간 국제 우주 정거장에 대한 보급은 오직 소유즈 만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이미 1984년과 2003년의 사고로 챌린저와 콜롬비아를 잃고 3대 밖에는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발사상의 문제로 ISS의 보급 문제가 몇 번이고 발생했는데, 그나마 우주 왕복선 3대를 모두 퇴역시키고 오직 용량이 작은 소유즈 호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주 정거장의 로빈슨 크루소 - 2004년 12월 13일

우주 정거장 우주인, 곤경에 처하다. (화장실이 없으니 대체 어디로 보낸담) – 2008년 5월 29일

  인공 위성이야 아틀라스 로켓(혹은 나로호라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쳐도 ISS에 신형 화장실(^^)을 실어 나르거나 관광객을 태우고 올라가는 일은 차질을 보일 수 밖에 없지요. 물론, 그보다 대형의 화성 탐사선이나 달 기지 건설 장비 등을 올리는 건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갈릴레오처럼 대형의 탐사선을 목성이나 토성, 또는 그보다 먼 곳으로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겠지요.)


[ 천공의 성(?) 국제 우주 정거장. 2020년까지 운용할 예정이지만, 보급 문제가 골치아프다. ( nasa.gov ) ]

  무엇보다도 NASA에서 개발한 우주 왕복선은 현재 운용 중인 최대 규모의 우주 화물선입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종은 인류 역사를 따져 보아도 새턴 로켓 정도…. 그리고 현재 NASA에서 개발 중인 아레스 로켓 정도가 되겠지요. 본래 NASA에서는 2015년에 아레스 로켓을 완성할 예정이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우주왕복선의 퇴역으로부터 자그마치 5년이라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조차 예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지요.

  미국의 우주 비행에 9년의 공백(Nine-year U.S. Spaceflight Gap Seen, Aviation Week, 2009/08/03)

  순조롭다고 해도 5년… 그러나, 현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불황 여파로 인한 NASA의 예산 삭감으로 최소한 1년 반이 늦어지고, 이후 기술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다시 2년 정도… 게다가 ISS를 20년까지 운용한다면 그 영향으로 다시 반년 정도 늦어질 것이라는 소식... (문제는 이 역시 호의적인 분석이라는 점입니다. 이보다 늦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하게 마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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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유인 로켓 아레스 1의 발사 상상도. 하지만, 이 로켓을 볼 날이 최소한 4년 늦어질 예정이다. ( nature.com ) ]

  아레스 로켓과 오리온 탐사선 등의 개발이 늦어진다는 이야기는 결국 이들을 이용해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달 기지 건설이나 화성 탐사 등이 늦어진다는 말입니다.

  오래 전 NASA에서는 20세기 안에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21세기 초면 달에 기지가 세워지리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소련의 우주 개발이 늦어지면서 NASA도 덩달아 영향을 받았고 21세기도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화성의 유인 탐사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폴로 이래 우주 개발을 선도했던 미국의 우주 개발이 늦어진다는 이야기는 한편으로 미국 이외의 많은 나라들이 -우주 개발 경쟁에 뛰어들- 시간 여유가 생긴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지만, 대개 독자적인 우주 비행 계획을 갖지 못한 일본이나 우리나라 등 여러 나라로서는 손가락 빨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ISS처럼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하는 우주 개발 계획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체는 인류 전체의 우주 개발 속도를 떨어뜨리겠지요.

  아직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 정부에서 무언가 결단을 내려 주길 바랄 뿐입니다. 가까운 장래, 우리 자신이 우주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추신) 사실 발사체의 문제는 미국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사하는 나로호 역시 러시아의 라이선스로 탄생한 물건으로 맘대로 쓸 수 없는데다(러시아에서 ‘NO’라고 말하면 발사가 연기되는…) 외나로 우주 센터를 세우긴 했지만 마땅한 발사 계획들이 없어서 당분간 로켓 구경 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니까요.

  가이낙스의 데뷔작 <왕립 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에서는 우주 개발을 담당하는 우주군 건물 앞에 수많은 걸인들이 늘어앉아 ‘우주 개발에 들어갈 돈을 우리에게 달라.’라고 외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케네디가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12년간 100조가 넘는 돈을 쏟아 부은 결과가 수천 장의 사진과 월석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요. (이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기술적인 발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주 개발은 항상 다른 일에 비해 미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주가 거기에 있는 한 인류는 그곳으로 향해야 하고, 언젠가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우주형제>라는 만화에서 이야기하듯 2차원에 얽매인 사람을 깨우치는 방법은 오직 3차원으로 끌어들이는 수 밖에 없으니까요.

  언젠가 지구 상 모든 이들이 우주를 자유롭게 오가는 시대가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려면 바로 눈 앞의 문제(우주 왕복선의 퇴역과 미국의 우주 비행 공백기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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