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화학식의 -작용반작용 원리를 이용한- 로켓으로 우주 여행을 하고 있지만, 사실 로켓이라는 기술은 우주로 날아갈 때는 그다지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로켓을 띄워올리려면 추진제가 필요한데(물론 우주라면 추진제를 태울 산소도 필요...) 그 추진제의 중량 만큼 로켓의 중량이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로켓의 동체 부분은 결국 쓰고 버려지는 일이 많기에(조금이라도 저렴하고 편하게 보내려고 만든 우주 왕복선도 실제로는 상당 부분을 쓰고 버립니다.) 낭비는 더욱 심해집니다. 때문에 우주 여행자들은 가능하면 체중을 줄이고 연필 하나도 함부로 가지고 갈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지요. 여하튼 현재의 로켓식 우주 여행 방법은 엄청나게 비싸고 불편하니까요.


  실례로 아폴로호를 달까지 보내는데 사용한 새턴 로켓의 중량은 대략 3,000톤. 이중 대부분은 -결국 공기나 우주속으로 사라져 버릴- 추진제의 중량이고 실제로 달까지 날아간 우주선과 착륙선의 무게를 다 합쳐도 불과 십수톤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십수톤의 물건을 달까지 날리기 위해서 자그마치 3,000톤 가까운 추진제를 날려 버렸다는 얘기죠.)


  게다가 로켓은 날씨나 기타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발사가 늦추어지기도 합니다. 발사는 최소한 몇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하며 문제가 생기면 연기되기 마련... 실제로 본래는 지난 달 말에 발사 예정이었던 나로호의 발사가 기술적인(정치적인?) 문제로 계속 늦춰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로호 연기에 우주개발계획 차질 빚나 (아시아 경제 2009.8.10)


  이렇게 몇 달에 한 번 힘들게 쏘아 올리는 로켓이나 우주 왕복선에 태울 수 있는 건 고작해야 10명 안쪽... 이래서야 달 기지니 우주 정거장이니 하는 것은 머나먼 꿈이 되겠지요...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서는 우주세기가 되어 100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우주에서 살아간다고 하지만, 로켓을 이용해서 100억 인구의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려면 -식량이니 물이니 하는 물품이나 자재나 부품 등을 모두 우주에서 얻는다고 가정해도-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과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만하면 '우주 개발에 들어가는 돈은 낭비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바로 여기서 로켓 이외의 다른 기술이 요구됩니다. 그것이 바로 "궤도 엘리베이터(우주 엘리베이터)"라 불리는 기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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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사의 우주 엘리베이터 상상도 ]


  이것은 하늘 저 멀리 우주 공간까지 이어진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물건을 올린다는 개념입니다. (아래에서 쌓아올리는게 아니라 우주에서 쌓아 내려오는 식으로 만드는 등 여러가지 개념이 있고 개발이나 운용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일단은 무시합시다.)


  마치 동화 <햇님 달님>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을 타고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우주 비행의 아버지라 불리는 치올코프스키가 에펠탑에서 영감을 얻어 생각해낸 이 기술은 실제 개발과 관련하여 재질의 문제 등으로 인해(피아노선이나 케블러 섬유조차 궤도 엘리베이터의 재료로는 너무 약합니다.) 환상 속의 그대...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탄노 나노 튜브가 탄생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8일 일본의 치바현의 후나바시에서 열린 우주 엘리베이터 실험기 경기 대회 역시 이러한 관심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주는 엘리베이터로 가는 시대가 될지도? (요미우리 신문(일본어) 2009년 8월 8일자)


  우주 엘리베이터 협회에서 개최한 이 행사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하늘에서 늘어뜨린 리본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경쟁한 대회로서, 일본이나 독일의 대학생 팀 등이 참여하여 흥미로운 자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협회의 오오노 슈이치(大野修一)은 "우주 엘리베이터의 경기 대회는 일본에서는 처음."이라면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개발에 연결되는 뜻 깊은 행사였다."고 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 행사에서 진행한 것은 당연히 '우주 엘리베이터'는 아닙니다. 고작해야 150m 상공에서 늘어뜨린 동앗줄(케이블)에 지나지 않고 사람이 타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요. 우주 엘리베이터의 건설에는 케이블을 타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구조보다는 우주에서 늘어뜨리는 케이블의 제작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실 현 시점에서는 탄소 나노튜브를 안정적(쓸만한게) 만드는 부분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회에 대학생 등 민간인들이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주 개발, 그리고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느끼게 해 줍니다. (혹시 압니까? 저 중에서 정말로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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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 장치를 올리는 대학생들 ]


  자... 일본에서는 로켓을 넘어 민간 차원의 궤도 엘리베이터 실험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떤가요? 고작해야 '물로켓' 정도가 우리네 민간에서의 '우주 개발 실험'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우리에 비해 많이 발전해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한 민간의 관심도 훨씬 큰 것이겠지요?



  궤도 엘리베이터는 이론적으로 적도 상에 배치해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직접 사용할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역시 이를 이용해서 우주로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인 이상 관심을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언젠가 최소한 우리 손으로 엘리베이터 개발을 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고, 우주 엘리베이터야 말로 우주라는 신천지로 향하는 "천국의 샘"일테니까요.



추신) 우주 엘리베이터의 개발 이야기는 아서 c 클라크의 <천국의 샘>이나 근래에 나온 <초인 로크 겨울 무지개> 등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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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서히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장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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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 장치가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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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m 높이 풍선이 띄워져 있는 상한까지 올라간 엘리베이터 장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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