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토론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토론 과정에서 실제로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특별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는 부분은 별로 없어보였다는 것입니다. 이 법안에 찬성하거나 반대한다면 실제로 조문을 들어서 어디가 문제되거나 그렇지 않은지를 논해야 논의가 구체성을 띄일수 있을텐제 말이죠. 유가족측의 세월호 특별법안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수 있습니다. http://sewolho416.org/959


보시면 알겠지만, 이 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라는 전문가 집단에 의해 초안이 작성되었고 여기에 민변과 참사대책위의 의견이 들어간 것입니다. 내용을 보아도 비전문가들인 유가족들이 한풀이하겠다고 억지를 쓰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법안에서 위원회 구성과 위원 자격에 관한 부분은 4조와 9조에 나와있는데, 일정 수준을 만족하는 전문가를 위원으로 하되 그 반수를 피해자 단체가 추천하여 이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유가족들이 신뢰할수 있는 위원을 선정하자는 것인데, 이것을 피해자가 직접 수사하고 기소한다는 식으로 보기는 어렵죠. 만약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이번 사건에서 정부측은 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부패와 유착 가능성, 신뢰를 주지 못한 구조 활동이란 면에서 피의자의 위치에 있는데, 정부측 추천위원을 받자는 여당안은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피의자가 가해자를 수사한다는 내용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법안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이란 것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사례에서 검찰 수사나 특검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적이 별로 없고, 재발방지에서도 대형 참사가 반복되었다는 점에서 미흡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법안에서는 위원회에 강력한 수사권한을 주어서 조사하자는 것이고 이는 지금까지의 방식이 만족스럽지 못했으니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보자는 명분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누군가가 의도해서 일어난것도 아니고 여러 개인의 행위가 중첩되어서 발생하였는데 여기에는 명백한 범법행위도 있겠지만 그외에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는 소소한 행위들도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을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즉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조사한다면 범법행위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검경보다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가 맡는 것이 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원회의 활동내역에는 법령, 제도개선에 대한 연구와 권고가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성과가 있으면 무슨 사고가 있을 때마다 매번 특별법을 만들 필요도 없겠죠. 그런데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반대만 한다면 이는 지금까지 해온대로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이대로 가자는 얘기밖에 안되죠. 


정치적 성과를 얻어내려면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다는 것은 저도 매우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현재 여당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느냐면, 현재 협상 과정을 봤을때 고개를 갸웃거릴수밖에 없네요. 유가족안은 별 근거도없이 무조건 위헌이라 주장하면서 보수 언론을 통한 언플만 열심히 하고 있죠. 자기들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매우 뻣뻣한 자세를 무너뜨리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였다면 유가족안의 어떤 부분이 문제되는가를 구체적으로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적절히 수정하던가 조항을 추가한다던가 하는 방안을 제시하겠죠. (예를 들면, 자기구제 금지의 원칙에 어긋날수 있으니 혈연관계는 위원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넣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뭐 모두가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러기에는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를 정리해서 정확히 전달해줘야 할 언론의 역할이 크죠. 그러나 이른바 한국의 일등신문이라는 모 일간지는 공인도 아닌 김영오씨의 뒷조사에 한면을 할애하고 있죠. 그리고 얼마전에는 수사기소권 부여에 대한 찬반여론이 며칠 사이에 뒤바뀌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는데, 알고보니 처음엔 질문에 야당이 주장하고 여당이 반대한다는 내용이 넣어졌다가 나중 조사에선 빠진것이었는데 아마도 이것이 결과의 차이를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영논리에 사람들의 판단도 흐려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수 있겠죠. 언론환경의 개선도 사람들의 의식 개선도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관망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각각의 위치에서 끈기있게 노력해나가는 수밖에 없겠죠. 진영논리에 갇혀 찬반으로 갈려 서로에 대한 무의미한 비난을 일삼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이 생산적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