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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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몇십년전만 해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지혜로워진다 라는 건 일종의 경구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있을것 같네요.
환갑이면 동네 잔치를 하던 시절에는 사람 평균 수명이 60세였습니다.
대신 10대때 결혼하고 섹스해서 애를 낳았지요. '옛날이면 아가 셋이다.' 하는 소리처럼 말이지요.
요즘엔 10대때 하던것이 20대후반, 30대 초반으로 늦춰지고 평균수명이 80세로 늘었어요.
옛날이야 받아들이는 정보가 적고, 사실 먹고살기에 바빠서, 얻는 지혜라고는 삶의 지혜정도였고 그 외의것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아니지요.
하지만, 살다보니 어릴적 생각하던 그 '노인'의 이미지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안맞을때가 많아요. 뭐든 다 알고 있고, 힘들때면 경험으로서 뭔가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그런 예전의 노인의 이미지가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 80세 노인이 수백년전 백발이 성성한 60세노인보다 더 지혜로울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20세나 더 살았으면 20세만큼 더 경험이 많아야 하겠지요. 사실 흔하게 말하는 '위대한 옛 성현' 이라는 게, 이런 측면에서 접근하면 옛 성현이 더 지혜로울까, 아니면 자기가 인정하는 80세 노인이 더 지혜로울까라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후자가 훨씬 낫단 결론이 나옵니다.. 현재 태어나는 아이들의 예측 평균수명인 120세는 어때요? 걔네들은 옛 성현보다는 두배로 더 살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이먹어도 추악한 짓을 하거나, 별다른 지혜없이 살 사람들도 분명히 많겠지요. 그 노인들이면 옛날처럼 '모르는게 있으면 마을 최고 노인을 찾아가보라.' 라는 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이 빨라지면서 노인들의 지혜가 현실에 적응되는것이 빠르게 없어져가고...
마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안톤쉬거가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 처럼, 현실에는 원래도 그렇게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은 안톤 쉬거가 눈에 들어오거든요.
그로 인해서, 나이로 얻는 수많은 지혜란것이, '확정된 사실'에서 '나는 그에 대해서 모름'이란거 더욱 지혜가 되어가고 있고, 또 '한가지의 길' 보다는 '방법과 마음가짐'쪽의 지혜가 더욱 나이를 얻으면서 얻을 수 있는 가치있는 지혜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새삼 놀라운건, 이게 2000년동안 꾸준히 바뀌어오던게 아니라, 최근에 세상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나타나는 급작스러운 변화라는 거지요.
어쩌면 전 노인들의 지혜란것이 단순히 경험에서 온게 아니라, 노화된 뇌와 몸에서 발생하는 사고방식의 변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 Sed Deus Non Vult
탑을 쌓고자 하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이 탑을 쌓은 자라는 명성을 얻고 싶어하는 자는 해안가의 모래만큼이나 흔한 법입니다.
나이 먹었다고 지혜로운 자 타이틀을 달고 싶은 분들은 주변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3개월 차이도 형 아우로 나눌려고 기는 쓰는 동네에서는 그나마 자작으로 가슴에 달고 싶은 훈장 같은 것이겠죠.
나이와 지혜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같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즉 노인의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나 예나 극소수입니다.
제가 살아가면서 그런 지혜를 가진 분은 두분 정도 만나 뵌듯 싶습니다. 그분들을 통해 느끼지만, 어른은 만들어 내는 것이지, 먹는게 아닙니다. 지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니 지혜로운 이가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이지, 나이가 지혜를 키우지는 않습니다. 지혜를 키울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예전엔 노인의 가치가 막대했습니다.
전에 바이킹이 나오는 소설에서 죽기전 마지막 출정에 나간 노인이 바람의 냄새를 맡더니 "폭풍. 그야말로 세싱이 끝날 폭풍이 온다!" 라고 소리치니까 비이킹들이 모두 바다에 노획품을 버리고 폭풍에 대비하더군요. 농업시대를 가면 언제 씨를 뿌릴지 아는 노인의 가치는 막대했습니다. 거기다가 지금처럼 정보가 자유롭지 않은 시절엔 노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중한 자료였고요.
하지만 지금은 노인의 말이 쓸모가 없습니다. 폭풍은 레이더로 관측하고, 씨를 뿌리는 기간은 기상청이 다 해주니까요.
그래서 노인들이 지혜로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노인의 수는 많아지니까 수요는 적어지는데 공급은 폭발하는 현실이 된 것이죠.
노인의 지혜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걸 젊은이들에게 내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나 추태를 보이니 지능수치까지 드러나며 다 깎아 먹는다는 거죠.
세상 살아가는 데 핵심을 딱 한 가지만 꼽자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을 첫 손에 꼽습니다.
-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사람 볼 줄 아는 능력,
- 어떤 사람들과 교유해 왔는가, 상대해 온 사람들의 수준은 어떠한가,
- 사람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저 사람은 내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상대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포지션은 어떠한가...
돈도, 일도, 비즈니스도, 결과도, 명예도, 삶의 여러가지 요소들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엮어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고, 또 영향을 주고 있고, 신뢰가 쌓이면 인맥이 만들어지며,
그 속에서 일이 생기고, 비즈니스 기회를 얻고, 일을 하면서 역량을 키우고, 그러다보면 돈이 따라옵니다.
돈에 집착하면서 오로지 돈을 벌려고 돈만 쫓아다니고 사람을 소홀히하면, 정작 돈을 많이 벌기 힘듭니다.
하지만 돈보다는 사람을 정확히 보려고 애 쓰고, 훌륭한 사람들과 관계을 맺고 그 속에서 일을 하려고 하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을 얻고, 포지션이 결정되며, 열심히 일하다 보면 돈은 따라오게 되는 것이죠.
나이를 먹었다는 게 딱히 대단한 매리트일 것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을 상대한 경험"이 살아간 시간만큼 많다는 게 대단한 것이죠.
한 평생 살아가면서 훌륭한 사람과 함께 하면서 역량과 안목을 넓히기도 하고,
건전한 상대와 일하기도 하고, 사기꾼 만나서 속아도 보고, 악행에 휘말리기도 하고...
한 평생 살아가면서 무수한 사람을 겪고, 사람 볼 줄 아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나이먹은 사람은 사람 볼 줄 알고, 사람 다룰 줄 알고,
사람 사이에서 생존하는 법을 압니다.
그게 바로 삶의 지혜의 요체이죠.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모두 늙고, 현역에서 은퇴하고, 일선에서 물러나면...
실제로 세상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모두 세대교체가 되어서 다 싹 물갈이가 되면...
나이든 사람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던 '사람'의 속성이 세대교체로 상당히 변화하였을 경우,
그 경험 베이스 지혜가 맞아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대략적으로 큰 그림을 맞출 수도 있지만요.
정말로 지혜로운 나이 먹은 사람이라면,
나이를 먹어도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거나,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고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없고에 대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거나...
그렇게 살아갑니다 - 정말로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그러한 중심점을 놓지 않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이는 나이 먹고, 또는 젊고의 문제를 초월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젊다고 모두 다 세상 변화를 잘 따라가는 게 아닙니다 - 상대적으로 그럴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21세기가 되면서 지금은 글로벌 경영이 정말로 현실이 된 세상이고,
IT 혁신이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IT 기기가 생활 속에 녹아 들어와 있고,
20세기까지 대량생산의 기반인 물량이나 규모로 경영활동의 승부가 났지만
21세기로 넘어가니까 무엇보다 지식이 가장 큰 힘이고 특허와 원천기술과 지적 역량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젊은 사람 중에 이 모든 변화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서 많은 준비가 된 사람도 상당 수 있겠지만,
과연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서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을까요?
지금 젊은이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글로벌 경영 시대니까 세계 어디에 떨어뜨려놓아도 비즈니스 할 수 있나요?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전문가로 부끄럽지 않은 역량 갖고 있나요? 일 해 온 이력으로 그것을 증명할 수 있나요?
지적으로 싸움하는 기업에서 제대로 활약할 준비는 되어 있나요? 지적 역량을 보여 줄 레퍼런스 쌓아 놓았나요?
다른 말로, 지식 경제의 사회, 글로벌 경영 사회, 기술 전쟁 특허 전쟁의 사회인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요?
몇 개 국어를 하시죠? 읽을 수 있는 국어 수는? 말할 수 있는 국어 수는? 어떤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해 보셨죠?
어떤 분야가 전공이죠? 어느 기업과 어느 나라와 어떤 분야의 일을 얼마나 많이 해 보았나요? 자신있는 분야는 무엇이죠?
어떤 분야에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고, 더 뛰어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나요? 특허는 몇 개 출원해 보았나요?
책은 몇 권 써 보셨나요? 논문은 몇 편 출간했나요? 자신 포함되어 일 한 팀이 이룩한 업적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여기에 어느정도까지 답할 수 있는가에 따라, 진짜 그 사람이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지 답이 나옵니다.
한국의 '나이든' 직장인들이나 한 세대 전 사람들만 하더라도 이러한 질문이 나오면 벙쪄서 어이없어하는 얼굴이 되겠지만,
위에 던진 질문은 글로벌 표준 템플릿에 가까운 것들입니다 - 글로벌하게 저 정도 자기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자 상식이에요.
나의 지적 역량은 퍼블리싱한 책/아티클/논문, 기술이나 전문 역량은 특허 출원, 내가 속한 팀의 프로젝트 성과로 증명됩니다.
그 정도 이력을 만들어 가는 게 21세기 사회에서 글로벌하게 당연시되고 있고, 젊은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쌓아가야만 하죠.
젊은이가 나이든 사람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지적 습득능력인데... 당신은 잘 해나가고 있나요?
나이든 사람이 뛰어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젊은 사람이 훨씬 나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이 모두 지혜롭거나 삶의 경험을 잘 활용하는 것 아니고,
젊은 시절 습득 능력이 빠르고 머리 잘 돌아가는 장점을 모든 젊은이들이 잘 활용하는 것 아닙니다.
잘 해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