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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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십이국기의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석 때 집에가서 오랜만에 예전에 사 두었던 책을 몇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기숙사 생활하다보니 대부분의 책은 고향집에 쌓여있으니까요. 그러다가 잡은 책이 십이국기 -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 인데 마지막 부분에서 요코의 말이 왠지 기억에 남더군요.
최근 사회 상황이나 얼마전 여기서 본 어느 댓글 때문에 그럴까요? 어쨌든 책속 구절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나는 경의 백성들 누구나가 왕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내뱉는 말은 또렸했다.
"지위로 예의를 강요하며, 남을 짓밟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의 말로는 쇼코우의 예를 볼 것까지도 없이 명확하겠지. 그리고 또한 짓밟히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도달하는 곳 역시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야. 그런 것을 위해서 태여난 것이 아냐. 타인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굴복하지 않는 마음, 불행을 만나도 좌절하지 않는 마음, 부정이 있으면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짐슴 앞에서 아첨하지 않는, -난 경의 백성들이 그런 불굴의 정신을 가져 주기를 바라. 자기 자신이라는 영토를 다스리는 유일무이한 군주로. 그러기 위해 우선, 남 앞에서 의연하게 고개를 드는 것 부터 시작하고 싶다."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PS. 좋은 책이든 나쁜 책이든 과거 읽을 때 느낌이 다르고, 지금 읽을 때 느낌이 다른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는 이런것 때문에 책을 사는 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책은 여러번 읽어볼 수록 더욱 마음에 남고 다시 읽어 보았을때 나이에 걸맞는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
저도 이렇게 느낍니다. 제가 이런 느낌을 가장 절실하게 받았던 것은 의외로 '어린이 동화'라고 인식되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입니다. 둘 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산 책이지만, 그 후로 몇 년 마다 다시 읽으면 다시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십이국기...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지요. 생각해 보면 "끝없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고깽(^^)'인데... 특히 저 내용이 소개되는 작품 속에서 료코라는 인물이 저러한 생각을 하며 말하게 되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체험하게 해줌으로써 공감을 갖게 하니까요.
물론 십이국기에서 료코의 경국 이외의 나라 이야기도 흥미가 있지만,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료코가 저 세계를, 저 나라를 어떻게 바꾸어나갈지 흥미를 끌게 하는 경국의 이야기가 가장 즐겁고 속편도 기대가 되지요. 하지만 정말로 뭔가가 달라지는 건 한참 뒤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어차피 료코나 주변 인물들은 모두 신이나 신선 같은 존재라서 시간의 흐름 따윈 한 순간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에 새겨둘 말이긴 한데, 현실에서 실천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와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저 중에서도 두 가지, 좌절하지 않는 마음과 부정을 바로잡는 마음이 있었으면 싶네요.
책은… 처음에 그렇게 재미있던 소설이 나중에는 영 시시해지기도 하고, 무미건조하던 것이 절실한 작품으로 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소설은 몇 번이고 읽어야 참된 가치를 찾는가 봅니다. (비단 소설만 해당하는 건 아니겠지만요.) 저 같은 경우는 <솔라리스>나 <로드> 등을 두세 번 읽어서야 비로소 진국을 맛본 기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왜 명작 대접을 받는지 몰랐거든요. 얼마 전에 이야기했던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도 그랬네요.